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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빅(Big)』이나 『터너와 후치(Turner & Hooch)』 같은 코미디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가 『시에틀의 잠못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과 같은 코미디성 멜로드라마로 자신의 성격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내놓은 연이은 히트작들은 그의 전형적인 코미디언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필라델피아(Philadelphia)』,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아폴로 13(Apollo 13)』, 『라이언 일병구하기(Saving Private Ryan)』, 『그린마일(The Green Mile)』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등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넘어서서(대부분 훌륭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력의 절정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은 최근 발매된 1994년도의 화제작 『포레스트 검프』를 간단히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제품정보
   
   - 제작사 : 파라마운트 (Paramount Pictures)
   - 화면 : 2.35:1 아나몰픽
   - 음향 : 영어 DD 5.1, 불어 DD 서라운드
   - 자막 : 영어
   -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영화), 단면 싱글레이어 (부록)
   - 제작년도 : 1994년
   - DVD발행년도 : 2001년
   - 상영시간 : 141분
   - 등급 : PG-13
   - 지역코드 : 1번
   - 감독 : Robert Zemeckis
   - 배우 : Tom Hanks, Sally Field, Gary Sinise, Robin Wright 등
   
   
2. 영상 및 음향
   
   본 작품의 영상은 전반적으로 평균수준 이상의 선명한 화질을 자랑합니다. 개봉된지 7년이 넘은 영화이지만 최근작에 견주어도 그리 크게 뒤질만한 단점은 없는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일부 화면에서는 잡티들이 간간이 보이고 다소 선명하지 못한 장면들도 눈에 띄지만 수집가를 위한 특별판(Special collector's Edition)이라는 명칭에는 크게 부끄럽지 않은 화질을 보여줍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향면에서는 그다지 특별한 경험을 하기에는 어려운 작품이라고 보입니다. 인위적인 5.1 서라운드의 음장감을 느끼기에는 본 디비디의 음향은 평범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음성 그 자체입니다. 베트남전에서의 음향효과나 배경음악을 표현하는 장면에서의 서라운드모드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화면에서의 음성은 대부분 센터와 메인스피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각 시대별 배경에 알맞은 음악들을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은 크지만 음향효과를 과시할 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만점에 3점을 주고 싶습니다.
   
   
3. 영화적 완성도
   
   

   검프와 제니의 첫만남

   깃털 하나가 하늘하늘 공중을 떠다니더니 길가의 차를 향해 떨어집니다. 차가 움직이면서 그 깃털은 다시 방향을 바꿔 우리의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탐 행크스)의 발밑으로 떨어집니다.
   
   우리가 하늘을 떠 다니는 깃털의 방향을 정확하게 알 수 없듯이 우리의 인생도 어쩌면 수많은 우연의 바람을 거쳐 알 수 없는 종착지로 다가가는 것일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영화의 첫장면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검프의 엄마(셀리 필드)는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어떤 것을 고를지 알수가 없다고 했지만, 이 깃털만큼 영화가 제시하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없을 듯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하나의 아름다운 동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검프는 신과 엄마와 제니(로빈 라이트)만을 믿으며 평생을 살아가는 평균 이하의 지능을 지닌 순박한 남자이지만, 그는 현대의 미국사회를 관통하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젊은이로 그려집니다.
   
   영화를 주도해가는 주인공의 머리속이 워낙 단순하다 보니 영화의 흐름 역시 그다지 복잡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는 선천적으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태어났고, 그로 인해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지는 못합니다. 자신의 어눌함으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을 때 그는 제니라는 평생의 여자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베트남전의 격랑속에서 그는 아는 것이라곤 새우밖에 없는 흑인 친구 부바(미켈티 윌리암슨)를 만납니다. 전쟁이 끝나고 새우잡이에 나설 때 그는 자신이 구해준 군대 상사 댄 테일러(게리 시니즈)와 동업을 합니다.
   
   

   이 영화를 더욱 유명하게 한 장면

   그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이들의 면면을 보자면, 그들 역시 그다지 평범한 인간들은 아닙니다. 제니는 미국 남부의 가난한 집에서 술주정뱅이 아빠의 성적학대를 받으며 살아가는 어린아이였습니다. 그녀는 자라면서 대학에 진학하지만 정확한 삶의 목표를 찾지 못하고 당시의 반전문화와 히피문화에 동화되어 떠돌아 다닙니다.
   
   부바는 어떻습니까 ? 검프와 동향인 그는 출신이 흑인인 관계로 남부지방에서 대대로 노예로 살아온 가문(?)의 장남입니다.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지역의 특산물인 새우에 관한 것 뿐이고 그가 하는 말도 새우에 관한 이야기 밖에는 없습니다. 그의 이런 정형화된 얘기를 들어줄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중에서는 찾기 어려울 겁니다. 검프야 말로 그런 말상대로는 제격인 사람이고 둘은 이내 친구가 됩니다.
   
   댄 테일러 역시 마찬가집니다. 그는 개중에 그나마 미국 중산층의 전형에 가장 가까운 인물일지 모르지만 그는 조상대대로의 전통에 따라 전장에서 죽어야 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허황된 믿음을 지닌 희극적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죽어야 될 자리에서 살아났으니 자신을 구해준 검프가 원망스럽기도 할겁니다. 게다가 두다리가 모두 잘린 판국이니 어떻겠습니까 ? 하지만 결국 댄과 검프는 사업의 동반자가 되고 댄은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갑니다.
   
   그러고 보면 검프의 삶은 자신의 친구들 보다는 훨씬 나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능은 제일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는 자신의 빠른 발을 이용하여 대학에도 진학하고 (자신은 전혀 바라지도 못했던 일이죠), 군대에서는 누구보다도 빨리 총을 분해조립할 줄 알며, 누구보다도 탁구에 재능을 지니고 있는 인물로서 (자신은 전혀 알지 못했던 재능입니다) 메스컴의 주목까지 받습니다. 아무 대책없이 나선 새우잡이에서 그는 하늘의 도움으로 경쟁자가 모두 망한 사이 부자가 되고, 별 생각없이 뛰기 시작한 그의 달리기는 유별난 추종자까지 낳으면서 전국적인 화제거리로 등장합니다.
   
   

   댄과 부바와의 운명적인 만남

   모두 일들이 그가 계획한 것도 아니고 기대한 것도 아니며 그다지 노력한 것들도 아닙니다. 이쯤되면 대체 검프가 과연 지능이 낮은 것인지, 지능 이외의 모든 것은 오히려 천재적인 것인지, 아니면 운이 엄청나게 좋은 것인지 혼동이 될 지경에 이릅니다.
   
   하지만 감독은 너무나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고 맙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무엇을 선택할지 알 수가 없기에 검프에게 일어나는 모든 우연들은 단지 인생의 자연스런 흐름이라는 것이죠.
   
   극의 초반에 검프의 엄마는 "너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녀는 눈을 감기 직전에 아들에게 "너의 운명은 너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검프는 결코 다른 아이와 같지 않습니다. 그는 평균 이하의 아이큐를 보유한 이 시대의 젊은이로 자라나지만, 그가 지닌 재능과 그가 받게 되는 천운은 평균 이상으로 보입니다. 검프는 살아가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찾아가지만 그것은 그가 찾은 것이라기 보다는 저절로 주어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영화속에서 어떤 메시지를 얻으려 하기 보다는 영화가 보여주는 동화적 상상력에 몸을 맡길 때 훨씬 더 편안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검프의 일대기를 편한히 볼 때, 이 영화가 주는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게다가 탐 행크스가 보여주는 연기는 정말로 압권으로 영화가 보여주는 과거 인물들과 사건들과의 절묘한 결합과 함께 또다른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명심하십시오. 이 작품은 아름다운 동화 그 자체로서 현실성 넘치는 사실주의 영화도, 착하게 살자는 계몽영화도 아닙니다. 그 곳에서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영화는 재미가 없어집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4. 부록
   
   

   검프의 탁구실력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본 DVD는 부록을 위한 별도의 디스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영문자막까지 제공하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흐믓하게 만듭니다.
   
   Commentary : 유일하게 첫 번째 디스크에서 선택하는 부록입니다. 감독 로버트 저메스키, 제작자 스티브 스타키, 웬디 피너만, 기획자 릭 카터의 육성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영어가 아주 잘 되시는 분에 한한 옵션이라는 것은 옥의 티라고 하겠습니다.
   
   Through the Eyes of Forrest Gump : 페이튼 리드(Peyton Reed)가 감독한 텔레비젼용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에 출연했던 주연 배우들과 감독 등이 나와서 영화의 제작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들려줍니다. 몇 개의 단락으로 나뉘어 있어서 각각의 주제에 대한 내용들이 꽤 재미있게 실려 있습니다. 다른 부록보다도 이 부록은 반드시 시청해 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Throug the Ears of Forrest Gump : 이 부록을 선택하시면 또다른 서브메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사용된 음향효과에 대해 음향효과 담당자 랜디 톰(Randy Thorm)의 해설로 각각의 음향을 제작하고 선택하게 된 배경 및 원리등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Building the World of Forrest Gump : 8분짜리의 짦은 부록입니다. 기획자 릭 카터와의 인터뷰로 세트, 촬영지 선택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Screen Tests : 본 디비디가 보여주는 독특한 부록의 하나입니다. 영화속에서 어린 검프와 제니로 나오는 두 아이들, 제니, 검프의 아들로 나오는 할리 조엘 오스문트(『식스센스(Sixth Sense)』와 『A.I』의 어린 스타를 기억하시는지)의 카메라 테스트 장면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Seeing is Believing : Visual Effects : 이 부록을 선택하시면 또 다른 서브메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모두 11개의 특수효과에 대한 설명을 시각효과 담당자 켄 랠스턴(Ken Ralston)으로부터 들을 수 있습니다. 이 부록은 그 자체로 하나의 흥밋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재미있는 특수효과의 면면들을 하나씩 확인해 보는 것도 영화보기의 또다른 재미라고 생각되는군요. 참고적으로 처음의 다큐멘터리에서도 특수효과에 대해 잠시 접할 기회가 있기는 합니다.
   
   Magic of Make-Up : 이 영화는 검프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검프가 꽤 나이를 먹은 시점까지의 긴 시간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각 출연자들의 연령변화를 느끼게 하는데 꽤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에 대한 짧은 부록입니다.
   
   Trailers : 두편의 예고편이 수록되 있습니다. 극장용 예고편(thearetical trailer)과 재개봉용 예고편(remember trailer)입니다.
   
   Photo Gallery : 이제 왠만한 스페셜 에디션에는 어지간하면 수록되는 부록인 포토 갤레립니다. 영화속 스틸장면들이 보여집니다.
   
   
5. 나가며
   
   

   아들과 함께한 검프...

   본 작품은 미국에서는 8월말에 출시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1월에 출시될 예정으로 있습니다. 저야 프리오더에 할인쿠폰을 포함해서 12달러 정도에 구입을 했지만 지금 가격은 꽤 올라가 있는 상태입니다. 국내 출시판의 경우 직배사에서 출시될 뿐 만 아니라 부록에도 한글 자막이 수록될 예정으로 있으므로 영어에 능통하시고, 성격이 급한 분이 아니시라면 당연히 코드3번 국내판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하기는 주인공의 지능지수 덕분인지 영어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 언제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영화를 한 편쯤 소장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이 작품은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할 타이틀이 될 것입니다.
   
   * 사족 : 아래의 내용은 IMDB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1. 스쿨버스에서 처음 검프에게 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아이는 감독의 아들이고, 같은 버스에 탄 빨간 머리 소녀는 탐 행크스의 딸입니다.
   
   2. 베트남 전쟁 장면을 촬영했던 곳은 현재 골프장으로 변해 있습니다. (참고로 베트남 현지 로케이션은 절대 아닙니다.)
   
   3. 포레스트 검프는 제니가 토요일날 죽었다고 했고 제니의 묘비명에는 사망일이 1982년 3월 22일이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 1982년 3월 22일은 월요일입니다.
   
   4. 사반나의 벤치에 앉아있던 부인은 포레스트 검프에게 제니가 사는 헨리 세인트가 몇 블록 앞에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헨리 세인트는 벤치의 뒤쪽으로 가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5. 영화속에서 댄 테일러는 포레스트 검프가 새우잡이 배의 선장이 되면 자기는 우주 비행사가 되 있을 거라고 조롱합니다. 실제로 둘은 다음해 『아폴로 13(Apollo 13)』에서 모두 우주비행사로 출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