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의 위대한 시인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역사는 분명 어떠한 흐름을 갖고 있다. 음악이 인간의 예술인 이상, 음악의 흐름은 분명 역사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고대의 음악가들은 천체(天體)의 소리, 그래서 보통 사람들에게는 들리지도 않는 음악이 자기들 영감의 원천이라 여겼고, 중세에는 '성스런 음악'(sacred music)만이 세상 음악의 모두였다. 성스러움에 눈이 가려, 우리가 우리의 눈으로 우리를 그려보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인간은 '부활'(르네상스, Renaissance)을 맞이하였고, 음악 또한 성스러움과 경건함, 그리고 단조로움의 옷을 훌훌 벗어던지게 되었다. 너무도 엄격한 조화와 균형에서 벗어나 음악은 화려하게 '튀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여기 화려한 음악을 들어보자.
2. 비올의 위대한 시인들(Le parnasse de la Viole)
사발(Jordi Savall)은 음악과 역사를 같이 묘하게 엮어내는 데에 남다른 재주가 있다. 《카를로스 5세: 나의 회한》, 《알폰소 5세 시대의 음악들》, 《이사벨 1세: 사크틸라의 통치》, 《루이 13세의 오케스트라》, 《스페인의 왕 알폰소 10세가 집대성한 성모 마리아의 노래》등과 같이 '음악적 자료'(Musicas Reales)의 시리즈로 음악에 역사성을 부여하여 엮어낸다. 최근에는 음악과 문학 작품의 혼인도 성사시켰다.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낭독과 노래로 꾸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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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in Marais, Piexes de viole du second livre, 1701, AliaVox AV 9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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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r.de Saint Colomb le Fils, Pieces de viole, AliaVox AV 9827 A+B |
또한 사발은 '비올의 위대한 시인들'(Le Parnasse de la Viole)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비올이란 악기를, 그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그리고 비올의 거장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고음악을 발굴하고 복원하려 노력하는 학자이며, 고음악의 해석과 연주에 있어서도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음악가 사발은 또 한편으로는 AliaVox라는 자신의 음반 레이블을 가지고 있는 CEO라 할 수 있다.
그 사발은 비올의 위대한 시인으로 프랑스 비올 악파를 대표하는 거장 마렝 마레(Marin Marais, 1656-1728)와 마레의 스승 생트 콜롱브의 아들 생트 콜롱브 2세(Mr. de Sainte Colombe le Fils, ca.1660-ca.1720)를 꼽아 위의 두 음반을 하나로 묶어서 세상에 내놓았다(AliaVox AV 9829 A/C).
마랭 마레는 '세상의 모든 아침' 영화의 주인공으로 유명해졌다. 마레와 그의 스승 생트 콜롱브의 일생을 다룬 이 영화는 고음악 연주 및 연구가로 유명한 호르디 사발이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아침' OST 음반을 들어보면(AliaVox AVSA 9821, SACD), 신비한 소리를 내는 악기가 바로 '비올라 다 감바'다.
당시에는 현악기를 모두 비올라라 불렀고 크기도 여러 종류였다. 그 악기를 '천사처럼' 연주하던 마레는 다섯 권의 비올 작품집을 내면서 무려 550편의 독주 및 합주곡을 남겼다. 마레의 비올 작품집은 비올라 다 감바를 포함한 ‘비올’류(類) 악기로 할 수 있는 모든 연주 기술을 총망라된 화려한 프랑스 양식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레와 생트 콜롱브 2세의 비올 작품은 알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미뉴에트, 지그 등 바로크 시대의 춤곡 모음곡 양식으로 되어있다. 비올에 통주저음이 따라붙는다. 특히 마레의 음반에는 클라브생 연주자 피에르 앙타이가 반갑고, 생트 콜롱브 2세의 음반은 사발의 독주와 장 피에르 마리엘의 낭독이 '있는 듯이 없고, 없는 듯이 있는' 묘유묘무(妙有妙無)로 따른다. 많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뭐라고 떠드는 것일까?
그 무엇에 대한 설득력, 어떤 강한 호소력이 느껴지는 비올 음색의 오묘함이 깊은 인상과 함께 다가온다. 귀족적 우아함과 양식적 세련미가 조화를 이룬 음반으로 꼽을 수 있겠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