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 Missing You
조수미 - Missing You
2008년 겨울, 조수미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 ‘Missing You'라는 타이틀의 앨범을 발표하며, 그녀는 본연의 아름다운 목소리, 아니 감동적인 호소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어준다.
그가 20년 전 도이체 그라모폰(이하 DG) 레이블에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지휘로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를 녹음하며 데뷔했을 때 그녀의 고향 한국에서 벌어졌던 그 뜨거운 감격과 뿌듯함을 기억하는 음악 애호가라면, 이 음반을 통해 그녀가 다시금 DG로 돌아왔음에 옛 추억의 훈훈함이 다시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결혼 전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 찬 Home Sweet Home으로 돌아온 조수미의 마음은 아마도 애호가들에게도 이심전심일 것이다.
이번에 그녀가 새롭게 선보인 주제는 사랑의 노래다. 유럽과 남미, 러시아와 멕시코, 미국과 한국을 아우르는 전 세계의 사랑의 노래를 찾아 각 곡마다 한 송이 꽃을 아로새긴 것이다. 그녀는 한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가장 소중한 것,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모두 결국은 집과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따뜻함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레코딩 내내 가졌다고 한 조수미는 이들 노래로부터 사랑하는 사람, 나를 기다리는 가족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바로 그 ‘따스함'을 노래에 담아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앨범 제목인 Missing You, 당신을 그리워하는 대상이 아닌 바로 주체에 서서 그 마음을 절절히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진의 배경으로 사용한 비행기는 생전의 카라얀이 애용했던 세스타 시테이션 X(Cessna Citation X) 제트 경비행기로서, 이 제트기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것은 아마도 그녀가 처음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되었을 당시인 20여년 전의 마음가짐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아닐까 싶다. 묘한 여운과 이미지 오버랩을 남기게끔 하는 훌륭한 배경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내지를 살펴보면 세스나 제트기 트랩을 오르거나 조정석, 혹은 좌석에 앉아있는 조수미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아마도 세계의 사랑의 노래를 모아놓은 이 음반의 컨셉에 따라 비행기를 타고 그 노래의 발생지로 향하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인 듯하다. 기획자의 세심한 배려와 안목을 느낄 수 있는, 음악가 외에 여러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인 합작품으로서 음반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자그마한 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 음반을 요약하자면 조수미의 승리, 편곡의 승리, 레코딩의 승리, 즉 3관왕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농염해진 목소리와 풍성한 표현력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 조수미의 놀라운 가창을 빛내기 위해, 녹음 당일까지도 편곡을 새롭게 바꿀 정도로 성악가와 편곡가, 연주자, 기획자와 실무자들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이곳 저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음반에 담긴 편곡 완성도는 우테 렘퍼의 앨범들에 비견할 만큼 깜짝 놀랄만치 높다.
더불어 아름다운 목소리와 환상적인 반주에 황금빛 날개를 달아준 레코딩 엔지니어 팀에게 진심어린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전부터 그녀의 레코딩을 담당했던 폴림니아의 탁월한 컨트럴이 이 음반을 오디오파일용 시청음반으로서 손색이 없는 퀄리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오디오에서는 기기의 예민한 개성과 극단적인 특성을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는 레퍼런스 음반으로, 보통의 하이파이 오디오에서는 보다 높은 확산감과 정확한 공간감, 보다 생생한 음색과 표현력을 즐길 수 있는 필청음반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하다.
전체적으로 맑고 투명한 고음과 무겁지 않고 단단한 저음이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는 이 조수미의 신보 ‘Missing You'의 레코딩을 평가하자면 앤드류 키너나 빌헬름 헬벡이 이루어놓은 사운드 퀄리티에 필적한다고 말할 수 있으며, 악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기계적인 사운드가 아니라 음악을 음악답게 느낄 수 있도록 끌어당기는 그러한 레코딩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음악 자체로 접근해 들어가보자. 첫 곡 "당신의 넓은 날개를 펴고". 이 곡은 스웨덴 찬송가로서 조수미의 가창력이 처음부터 폭발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은은한 종소리와 똥글똥글한 피아노 반주를 배경으로 순백색 목소리가 높이 비상하는 느낌을 주는 곡으로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도나 도나"는 조수미의 맑고 투명한 목소리와 정교한 딕션이 듣는 이로 하여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 명대목이다. 숨쉬는 부분에서도 표현력이 실리며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하며, 셈여림에 따라 소리가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명징하게 보이며 감각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특히 이 트랙의 편곡이 빼어나다. 기타의 찰랑거리는 울림과 호소력 짙은 클라리넷의 질감이 조수미의 투명한 목소리와 멋들어진 앙상블을 이루기 때문이다. 레코딩 측면에 있어서 조수미의 확산감과 어우러지는 오케스트라의 균형감 또한 탁월하다. 차분히 가라앉는 듯 살포시 떠오르는 현악파트의 정위감과 대역별 플랫한 밸런스 덕분에 무대 한 가운데 위치한 조수미와 그 옆에 위치한 기타 및 클라리넷의 정겨운 대화가 너무도 정묘하게 살아난다.
동명의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파리의 하늘 아래" 는 타악기의 원초적이면서도 직설적인 리듬 위에 조수미 특유의 비성과 흉성이 자유자재로 펼쳐지는 완벽한 테크닉이 압권이다. 특히 프레이징 끝에 의도적으로 비음 효과를 처리하여 보다 농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샹송의 분위기를 십분 살리기 위해 투입된 아코디언의 아련한 사운드 또한 일품이며, 금관 악기의 맑고 우렁찬 소리가 뒤에서부터 쭈욱 뻗어져 나오는 거리감 또한 훌륭하다. "케세라 세라" 와 "즐거운 나의 집" 과 같은 명곡에서도 조수미의 가벼운 듯 섬세한 발성과 빼어난 음색 및 다층적인 감정 조절은 음악의 가장 섬세하고도 서정적인 부분까지를 남김없이 파헤쳐버리며 우리네 정서와 십분 공명해들어온다.
이탈리아 가곡 "나를 잊지 말아요" 에서 조수미는 지금까지의 감각적인 발성을 잠시 접어두고 본연의 클래시컬한 모습으로 돌아와 모처럼만에 성악적 진면목을 발휘한다. 이 녹음을 위해 팝페라 가수 사피나가 우정 출연하여 그녀의 음색과 절묘한 매칭을 이룬다. 러시아 민요인 "코자크의 자장가" 와 포스터의 "꿈길에서" , 사티의 "그대를 원해" , 멕시코 민요 "아름다운 하늘" 등등 모두 조수미의 아름다운 목소리 덕분에 더욱 화사한 빛을 발한다. 그리움을 간절히 토로하는 듯한 "엄마야 누나야" 의 애절한 읖조림을 마지막으로 이 음반은 그 장대한 끝을 맺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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