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 Arts 신보 4종 리뷰
몇 해 전부터 체계적인 정리와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과거의 숨어있던 명연주들을 발굴해내기 시작한 Medici Masters 레이블의 행보는 항상 눈길을 잡아 끈다. 한 장 한 장 발매하는 음반마다 마치 이 앨범을 위해 따로 레코딩 세션을 가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서, 여기 소개하는 넉 장의 앨범 또한 단순히 명연주자들의 스쳐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는 수준이 아닌, 이들 거장의 예술 세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들의 역사를 반추해보기 위한 정확하고 수준 높은 레코드 예술의 한 단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선 독일 쾰른 방송국 음원을 바탕으로 제작된 두 장의 앨범이 눈에 띈다. 가장 먼저 피아니스트 로베르 카자드쥐의 앨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과 베토벤 5번 ‘황제’,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수록한 것으로서, 녹음 데이터를 보니 1956년, 65년, 57년(차례로)에 프랑크푸르트에서 라디오 방송용으로 녹음된 것이다. 이 세 개의 레파토리는 특히 카자드쥐가 CBS와 Philips 레이블 등을 통해 스튜디오 녹음을 남겼던 만큼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채롭다. 다소 여성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터치와 몽글 몽글한 질감을 보여주었던 카자드쥐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보다 생동감 넘치고 적극적인 연주 스타일을 구사하는 것이 이 쾰른 음원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차르트 협주곡에서는 게오르그-루드비히 요훔의 강인하면서도 집중력 높은 지휘에 부응하여, 감히 그의 최고의 모차르트 연주라고 추켜세울 수 있을 정도의 연주를 펼쳐보이는 카자드쥐의 황홀한 피아니즘이 인상적이고, 베토벤 ‘황제’는 다소 느릿한 프레이징 처리로 스케일을 부풀리는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의 지휘에 맞추어 서사적이면서도 장엄한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피아니스트의 방향이 흥미로움을 더한다. 특히 로스바우트와의 스튜디오 레코딩에서 보여주었던 협주자와 오케스트라의 변증법적 앙상블과는 전혀 다른 총체적인 일관성을 강조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헤르만 셰르헨과의 라벨은 영롱한 음색을 바탕으로 스튜디오 레코딩보다 훨씬 다이내믹한 추진력을 뿜어내는 연주로서 듣는 이를 압도한다.
오토 클렘페러가 쾰른 라디오 방송 교향악단을 이끌고 슈타더-호프만-크멘트-호터의 드림 성악팀과 함께 1958년에 녹음한 베토벤 교향곡 9번은, 디테일은 조금 기복이 보이긴 하지만, 그의 영국에서의 스튜디오, 라이브 레코딩을 능가하는 육중한 스타일과 논리적인 파괴력이 인상적이다. 한편 아타울포 아르헨타가 1957년 2월 파리에서 프랑스 국립 라디오 방송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녹음한 파야의 ‘사랑은 마법사’와 ‘짧은 인생’(메조 소프라노: 테레사 베르간자), ‘스페인 정원의 밤’(피아노: 곤잘라 소리아노)등은 그의 얼마 안되는 디스코그래피 가운데 최상위에 위치시켜도 충분할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마지막으로 1964년 4월 도코 실황을 담고 있는 죄르지 치프라 리사이틀은 쇼팽과 리스트의 대표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그의 다른 녹음들보다 전체적인 사운드 퀄리티는 조금 떨어지지만, 실황 특유의 뜨거운 추진력과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연주로서 쇼팽의 ‘영웅’ 폴로네이즈나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 6번은 저 전설적인 ‘치프라 쇼크’를 경험하기에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