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세팅을 찾아서... - 이한솔 님
일요일 느즈막한 저녁, 가벼운 마음으로 인천의 연안부두 근처에 있는 이한솔님 댁을 찾았다. 동인천은 필자가 한때 3년정도 기거하던 곳이라 모든 것들이 익숙하였음에도 모든 것이 달라보였다. 친히 길밖까지 마중나와서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여 주신다.
아파트
한켠의 방에 별도로 마련되어있는 전용 리스닝 룸으로 안내받았다. 리스닝룸의 문이 열리고... 6평이 조금 넘어 보이는 룸은 오디오와
음악 그 자체만을 위하여 존재하고 있었다. 매니어 라면 한번쯤 연상해본 궁극의 'Great Sound'를 위해 일심전력(一心專力)한
결과물이 한눈에 펼쳐졌다.
라인-업.
Power Amp : Classe '25'
Pre Amp : CARY 'SPL-94'
Speaker : Linnfield '300L' + 특수제작 Stand
CDP : NAD 'S500'
Speaker Cable : 김치호 'Blue Bird' 2EA (bi-wiring)
Inter Connector Cable : Vandelhul 'The Second' (CDP-->Pre AMP)
김치호 'Raptor' (Pre AMp-->Power AMP)
Power Cable : 자작
Room Tunnig Equipments, Deflectal, Stainless Bearing, Duralumin Corn
하나하나에
각별한 정성이 실린 리스닝 룸은 각종 룸튜닝재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룸튜닝재는 그가 재료를 입수하여 아이디어를 내어 손수
만들거나 세팅한 것들이다. 스피커 뒷벽에는 두꺼운 커텐이 쳐져있고, 디프렉탈 두 개가 스피커 뒷편의 좌우에 놓여져 있다.
전면 벽의 모퉁이에는 1미터 가량의 쿠션1조,쿠션위의 코너에 계란판이 비스듬히 달려있다. 계란판은 Acoustic Range사의 제품중 코너에 설치하여 정재파를 잡아주는 VICO란 것에 착안하여 만든 것이라 하셨다.
좌우 측면 벽의 계란판형 스폰지 2조와 커튼1조, 스피커 중앙이 되는 부문에 설치된 천정의 계란판4개, 그리고 바닥의 울 카페트, 리스너 뒷벽에 위치하여 정재파를 잡아주는 듯한 책장사이의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름 모를 수 많은 책들.. 이 모두가 음을 연마하기 위한 도구요, 그의 노하우가 실린 비기(秘技)였다.
룸
한가운데 자리잡은 Classe Power Amp와 대각선 아래방향으로 계단처럼 위치한 CARY Pre Amp와 NAD CDP.
기기들 모두에게는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진동에 대한 대책을 세워놓았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NAD CDP였는데, CD를 넣으려고 Eject 버튼을 눌렀더니 흔들흔들 움직이는 것이다. 요즘 인기있는 오리오스나 심포지엄이겠거니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아래를 살펴보니 예상과 달리 CDP 아래를 받치고 있는 것은 베어링 2개와 후면에 조그마한 고무하나로 모두 3점 지지를 취하고 있는 자작 진동방지제 였다.
특이하게도 대리석위에 곧 바로 베어링이 CDP를 받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포지엄 롤러블록처럼 오목한 받침도 없이.. 뒷편에 있는 고무받침은 CDP가 돌판 밑으로 낙상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방지대책이라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셨다. 최근 하이파이 파이클럽란에 쟁점으로 떠오른 진동방지제들에 힌트를 얻어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 이한솔님의 설명이다.
파워코드는 자작한 것으로 두 개의 앰프 전원은 스피커 뒤쪽의 벽의 콘센트로 부터였고 디지털소스의 전원공급은 우측면의 벽에서
시작 되었다. 이른바 아나로그와 디지털의 전원분리였다. 전원의 분리에 따른 효과 또한 적지아니하다는 부연 설명이다.
한솔님의 시스템엔 특별한 것이 너무나 많다. 여러가지의 자작과 아이디어 상품들은 물론이며, 베어링까지..
CDP에
CD를 넣고 'Songs From Taize'라는 음반을 걸었다. 필자가 좋아하는 5번트랙을 돌리는데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잡혀있었고,
무엇보다도 포커싱과 스테이징, 깊이감이 예상했던대로 적중한다. 혼성의 아름다운 합창이 살아 숨쉬는 듯 하였다. 무대중앙의 좌편에
여성보컬 솔로가 피어오르는 듯하였고, 전체적인 합창과 남성보컬의 솔로 역시 아둔하지 않다. 피어오르는 듯한 음성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한솔님과의 진지한 대화는 시작되었다.
오디오에 발을 들여놓은 동기를 여쭈어보았다. 모친께서 성악을 전공하신지라 한솔님의 어린 시절 음악에 직접적인 영향을 상당히 주셨다고 한다. 어려서 부터 크고 작은 음악회에 다닐 수 있어서 클래식음악을 많이 접할 수 있었지만 모친의 직접적인 영향이 너무나 커서 어린나이에 한창 부를 대중가요나 팝송은 듣는 것 조차 힘들었다한다. 평소에 가곡이나 동요이외에는 절대 부를 수 없었을 정도였다고 하니까!
클래식 음악만을 접해야만 했던 시절이 한편으론 악몽같았다고 빙그레 웃으시는 한솔님의 표정속에는
진지한 음악의 향기가 묻어 나오는 듯 하였다. 음악은 주로 라디오의 클래식 채널 이었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기 직전까지는 뮤직센터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클래식 채널(93.1MHz)은 고정화 되었다고 했다.
또한, 학창시절에는 오케스트라의 Flute주자로 활약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도 하였다고 했는데, 책장구석에서 검게 빛 바랜 플륫이
등장하였다. 망가진 부분이 있어 지금은 연주하지 않지만 왕년에는 무대에서 당당히 활동하던 것이라고..
오디오의 입문은 눈빠지게 기다리던 첫월급을 받는 그날. 수십년간 벼르던 오디오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는데, 최초의 라인업은 광우
Muse KI-40 Inte-Amp, Rogers Studio 5 Speaker, Musical Fidelity
CDP의 첫 조합으로 출발하여 수 많은 기기의 교환으로 지금까지 이르렀으며, 거쳐온 수많은 기기들 중에 기억에 남는 실력기를
꼽으라면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AMP : CR Development 'Calipso', Spectral 'DMA 80', Mark Levinson 23.5,
Krell 100S
Speaker : Platinum 'Duo', Habeth 5-12
그 중에서 Harbeth의 5-12와 같은 경우는 작은체구의 스피커임데도 까다로운 구동력을 요구하여 많은
파워앰프가 얼마동안이라도 머무르지 못하고 경기장 밖으로 실려나가는 것을 볼 때면 무척이나 안타깝기만 하였다고..
현재의
구성원인 Classe 25가 그중에 제일 나아 여태껏 애장기로 남아 있다는데 지금의 Classe 앰프도
언제 주인이 바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지금은 메인스피커가 되어버린지 오래 된 린필드 300은 필존스氏가 설계한 작품중의
하나이다. 명성은 이미 외국에서 부터 확고한 지지를 얻는 스피커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AE1이란 모델이 인기있어 호대접을 받는 스피커는 아니지만, 저음압을 감당할 수 있는 좋은 매칭의 시스템을
만난다면 훌륭한 소릴 들려준다는 것이다.
필 죤스의 작품인 AE1, Solo그리고 300L. 이 모두가 울리기 어렵다는 스피커들로 평가 받는 소형기종들인데 그중의 하나를 자유자재로 연마하는 시스템의 비밀은 바로 이한솔님의 정성과 음악에 대한 깊은 연륜이 아닐까라는 생각뿐이다.
소스 기기인 NAD S500 CDP는 한때 명성을 날리던 두세배 가격의 CDP들과의 비교청취후에 들여온 보물이라하시는데 화사하고 유순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내어주는 완성감있는 음악성이 돋보여서 선택하였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귀를 자극 하지 않는 음과 잘 잡힌 대역밸런스가 좋다. 풍성하면서도 유연한 깊이감있는 사운드이다. 충분히 확보된 룸의 뒷벽에서
3M, 측면에서 2M 가량 떨어뜨린 300L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은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정성이 배어있는 룸튜닝재들 역시 한몫 했으리라..
한솔님께서 그간 겪었던 일들중에 중요한 비법을 하이파이클럽 회원님들께 5가지의 세팅비법을 공개하였다.
- 정재파를 없애야 한다. 튜닝재의 세팅에 주의를 기울인다. 튜닝재가 많다고 반드시 좋은것이 아니다. 적절한 수량과 위치의
세팅이 중요하다.
- Speaker의 설치시에 공간을 많이 확보할수록 세팅시 유리해진다. Rear wall에서 최소 2M이상의 공간을 확보하였을
경우에야 깊이감이 제대로 나오는 것(지금까지 운용상) 같다.
- 음향판의 위치에 따라 좋은 음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으므로 정성 어린 세심한 세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스피커 스탠드 밑의 돌판은 가능한 제거하는 것이 진동으로 인한 왜곡된 음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 전원 극성의 정확한 사용(건전드라이버 사용)과 디지털부와 아나로그부의 독립적인 전원분리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동호회원이라면 한번쯤은 귀담아 들을 만한 사항이다. 입맛에 조금 안맞는다고 방출하기 보다는 모든 조건에 만족한 상태에서의 각 기기들의 장점을 찾아내어 줄수있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가 덧붙인 설명이다.
음악을 멈추고, 필자도 처음보는 이름모를 샘플러 CD중에서 천둥과 비가 동반하는 트랙을 시청하였다.
비는 내리기 시작하고 서서히 조금씩 빗방울이 굵어 지기 시작한다. 저 멀리 하늘의 검은구름사이에서
뭔가 일이 터질것만 같다. 이미 트랙의 초반부에 예견했듯이 천둥이다. 천둥소리가 숨쉬듯 저멀리에서
가볍게 꿈틀거린다. 바야흐로 작은 빗방울은 어느덧 폭우로 변하고...천둥이 거세게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천둥이 이상하다. 비소리와
천둥소리는 맞긴 맞는데.... 비는 분명 스피커 선상에서 떨어져 필자의 발앞에 떨어지는 듯 한데 천둥의 생성지는 룸안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후면의 벽을 뚫고 하늘에서 강하게 내리치는 듯한 환상을 불러 일으켜 냈다. 매우 사실적인 음이다.
현재의 오디오관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계기는 Hifi Audio Show '99에 참관하면서 Elga D/A Converter,
Cary Power AMP, Soprano Speaker 조합을 듣고 난 뒤라고 하셨는데, 그 조합에서
가장 좋은 인상을 심겨주었던 것은 자연스런Sound Stage에 흠뻑 매료되어 전형적인 하이엔드음의 세계를 느끼게 되면서부터
자연스러우면서 정교한음색과 사실감있는 입체감의 음장이 조화된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현상태에는 만족하나 아직까지는 미약한 케이블들을 손질하여 현 시스템의 끝을 맛본 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도전할 계획이라 조용히 말하는 그의 눈빛에 무한한 열정이 솟아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