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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기님(전열 중간)과 자리를 빛내주었던 대전/충청 매니아 여러분

대전의 고문기님을 찾았다. 최근 하이파이클럽에 만들어진 충청/대전지역 소모임에서 활동하는 고문기님은 몇 개월 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때문에 시스템을 처분한다는급보를받고 취재하여 더욱 의미 있는 매니아 탐방이었다. 이날 탐방에는 충청/대전의 매니아 여러분들과 자리를 함께 하였다.

거실에서 오디오를 운용하기에는 참으로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 좌우 비대칭적인 구조가 대부분이고, 현관문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터져 있을 뿐 아니라 베란다 유리창을 끼고 있는 관계로 거실에서는 음을 잡기가 수월치 않다. 그렇다고 반드시 이런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넓은 공간이라는 장점이 있기에 거실에서 시스템이 제대로만 운용된다면 더 없이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기도 하다.

고문기님의 시스템은 이런 거실 공간에 설치되어 있었다.

고문기님의 시스템

Jeff Rowland 파워와 소스기기

Thiel CS 2.3을 전면과 측면의 벽에서 멀리 띄어 놓은 그 사이에 알루미늄 패널의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하는 Jeff Rowland 프리와 모노블럭의 파워가 놓여 있었다. 정중앙에 2단의 랙을 마련하여 아래에는 프리를 놓았고, 그 위에 소스기기 치고는 덩치가 커다란 Wadia 860X CDP를 얹어 놓았다. 그 중간에 좌청룡 우백호 형상처럼 버티고 서있는 모노블럭의 Jeff Rowland 6-T 파워 앰프가 보였다.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오디오에 눈을 떴고, 현재의 시스템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부모님께서는 보스 901 등 기타 여러 기기를 써오시다가 작심하고 마련한 시스템이 JBL 4344 스피커와 Mcintosh MCD-7007 CDP + Mcintosh C-40 + Mcintosh MC-7300 앰프의 조합이었는데, 이때 본격적으로 Audio에 대한 동경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JBL 4344와 B&W Matrix 801스피커가 양분하던 시기였습니다. 앰프로는 Mark Levinson과 Krell이 떠오르던 시절이었으나 너무 고가인데다가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부터 꿈꾸시던 앰프가 바로 매킨토시였기 때문에 자연히 매킨토시의 조합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소리 경향은... 들여놓던 당시에는 너무 좋았습니다만... 그 때(91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오디오 수업을 시작하기 시작했던 것이었지요."

JBL 4344는 감도가 높은 혼형 스피커이긴 하지만 대형 우퍼가 장착되어 있어서 MC-7300으로는 역부족으로 여겨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여 모은 돈으로 처음으로 구입한 모델이 Mcintosh MC-500이었다. MC-7300과는 격이 다른 음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이 때부터 케이블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에너지가 넘쳐나는 고역과 저역의 밸런스를 맞춰줄 케이블을 찾기 시작하였다. 여러 종의 케이블 중에 고역이 매끄럽고 적당히 탄력적인 저역이 느껴지는 노도스트 블루헤븐이 인상에 남아 현재는 같은 회사의 상위급인 Red Dawn을 스피커 케이블로 사용하고 있다.

시스템에 다시 메스를 들고 업그레이드를 하기 시작하여 프리 앰프를 Mark Levinson No.26으로 교체하고 DA 컨버터인 Link DAC을 추가하였다. 프리앰프의 업그레이드에는 별 만족을 느끼지 못하였지만 MSB Link DAC은 뛰어난 기능을 발휘하였다는데, 매끄럽게 뻗어올라가는 고역과 탄력적인 저역이 좋았다고 한다.

Thiel 스피커와 알루미늄 스파이크(자작)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던가. 오됴파일에게 과연 영원한 만족이 있을 수 있을까. 만족할 만한 소리로 잘 듣고 있던 중에 학회 참석차 서울에 올라갔다가 그만 마음에 쏙 드는 시스템을 발견했다.
스피커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눈치챌 수 없는 음장형 스피커인 Thiel 2.3 이었다. 한참 인기를 끌었던 JBL 4344로 끝까지 가보자고 다짐하며 멀티 앰핑에 도전하려고 궁리하던 때에 Thiel 2.3을 보았던 것이라 마음이 선뜻 움직여 지지 않았다. 따라서 훗날에 매칭해보리라 생각하고 여기저기 귀동냥을 다니던 참이었다.
그러던 차에 서울의 모 샵에서 들은 시스템이 Wadia 860 + BAT 50SE + Jeff Rowland Model 6 + Thiel 2.3이었다. 구동력의 부족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음장과 마음속에 그리던 표현력도 탁월했다. 여자가 머리 모양을 다르게 손질했을 때처럼, 그것은 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스피커에 대해 마음이 움직이고 있을 즈음, 애꿎게도 Audio Research LS-15, Esoteric X-10WD 등으로 교체를 하였으나 일전에 들었던 틸 2.3의 뛰어난 음장 형성능력이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마치 첫 여인에 대한 향수처럼... 결국은 그 동안 정들던 JBL 4344를 처분하고 음장형 스피커인 Thiel 2.3으로 교체하여 현재 시스템의 메인 스피커로 군림하게 되었다.

자칫 잘못하면 차갑게 느껴지는 Thiel 2.3이 진공관 프리와 매킨토시로 조합되니 꽤 부드러워졌는데, 단 하나 불만은 깔끔하고 반응이 빠른 Thiel 2.3 특유의 저역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Wadia 860X CDP와 Synergy프리앰프

파워앰프를 교체하고 여러 기기를 시청해본 결과 깔끔한 디자인과 앰프 자체의 까다로운 특성이 없는 Jeff Rowland Model-6에 손을 들어주게 되었다. 다만 진공관 프리의 반응이 느리고 잘 맞지가 않아 Jeff Rowland 앰프계열은 같은 브랜드끼리의 조합이 가장 무난하다는 조언에 따라 Jeff Rowland Synergy로 교체하여 현재의 앰프 라인업을 갖추었다. 현재의 앰프 조합과 Thiel 2.3의 소리는 반응이 이전의 앰프들보다 빨라지고 음장이 제대로 형성되었다. 그때야 비로소 원하던 사운드에 근접한 느낌이라고 한다.

시스템의 조합이 완성단계에 이르자 케이블과 악세서리로 튜닝을 시도하기 시작하였는데 저역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고자 스피커 케이블을 Nordost Red Dawn으로, 고역을 좀 더 맛있게 표현하고자 인터커넥터를 XLO Signature 2.1로 하였더니 저역이 몰라보게 단단해졌고 높이까지 뻗어 올라갔으나 저역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 시스템의 특성으로 인해 저역의 양감은 부족했다고 한다.
최종적인 소스기기라 생각하여 CDP를 Wadia 860X로 업그레이드하였다는데 저역의 양감도 해결되었으며 무취무미한 제프롤랜드와 자기 성격이 강한 와디아가 만나서 조화를 비교 잘 이루는 것 같아 흡족하다고 한다.

음장형 중시의 시스템인지라 우선 Helmut Rilling이 지휘하는 Bach Masse B Minor를 걸어 보았다.
역시 음장형 Thiel 다운 위력을 발휘하였다. 세세한 부분까지 표현하는 해상력과 악기와 보컬의 Depth, 악기간의 위치와 거리감이 돋보였다. 특유의 깔끔하고 투명한 고역이 귀에 들어온다. Jeff Rowland와 매칭된 Thiel의 사운드는 무자극의 전형적인 하이엔드의 소리였다. 동석한 여러분들이 매칭이 매우 좋다는 평을 같이 해주셨다.

Giuliani의 Duo Concerto Op.25를 직접 틀어 보았다. 평소에 가벼운 플라스틱제 리모컨을 사용하다가 Wadia의 육중한 리모컨으로 Play버튼을 누르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다. 그만큼 Wadia의 리모컨이 견고하다는 얘기다. Monica Huggett(violin)과 , Richard Savino(Guitar)의 연주인데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연주여서 CD에 녹음된 모든 소리를 외우다시피한 레퍼토리였다.
낭랑한(적당한) 현의 질감과 부드러운 기타가 조화를 이루는 곡의 특성이 잘 살아났다. 현이 부드럽게 피어오르는 듯 하였고 기타반주가 튀어나오지 않고 바이올린 뒤에서 조용히 받쳐주었다. 세팅이나 매칭이 잘못되면 두 악기 가운데 하나가 독보적으로 튀어나오는 음반임에도 비교적 소화를 잘해냈다.

보컬의 재생을 눈여겨볼 요량으로 무반주 여성 보컬 그룹 ANONYMOUS4의 On Yoolis Night 음반을 틀었는데 매칭이 돋보인 덕도 있겠지만 넓은 리스닝 공간 덕에 목소리 하나하나가 잘살아 나면서도 뒷배경이 고요했다. 홀톤이 잘 살아나 여운의 재생에 대해서는 어디하나 흠잡을 곳이 없어 보였다.

저역의 구동력을 시험하는 음반으로 늘 지참하고 다니는 Telarc의 Super Bass를 꺼냈다. 이 음반에서 저역의 양은 장난이 아니다. Contra Bass를 세 주자(Ray Brown, John Clayton, Christian Mcbride)가 연주하는데, 완벽한 구동력을 가진 앰프만이 3개의 Contra Bass를 부밍이나 과장이 없이 정확하고 또렷하게 재생한다. 저역을 완벽하게 구동만 한다고 해서 훌륭한 시스템이라 할 수는 없다. 이 음반에서는 저역의 디테일이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데, 세 주자의 위치와 섞이지 않은 개별적인 Contra Bass음을 각기 다른 음색으로 표현하기가 매우 힘든 어려운 음반이 아닐까 생각한다.
첫 트랙을 재생하였다. 주자의 위치까지 파악되는, 저역의 해상도는 별문제가 없었으나 저역의 윤곽 표현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모든 요건을 만족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부드러운 소리 경향은 아니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것도 아닌 적당한 것이라 느껴졌다. 필자는 한동안 Thiel의 고역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데 Audio는 역시 매칭의 묘미라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했다. Jeff Rowland 적당히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는 유순한 사운드와 함께 Wadia의 사운드.
그곳에 연결된 Thiel CS 2.3의 소리는 또 하나의 좋은 매칭의 본보기였다.

취재중 하이파이클럽의 회원님들을 위해 몇 가지 당부말씀을 주셨다.

1. 남의 기기에도 애착을 갖자.
본인의 기기에 애착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때 보면 무조건 자기 기기가 좋고 자기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오디오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내 시스템에는 너무나 괜찮은 효과를 발휘하던 케이블이 다른 시스템에는 오히려 그 전만 못한 결과가 있던 적이 많았다.

2. 튜닝과 세팅에 관심을 가지자.
좋은 기기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잠재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사소한 전원문제에서부터 케이블을 교체하고 악세서리를 이용해서 튜닝하면 음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스피커 세팅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음장형 스피커의 경우 설치에 따라 음질이 크게 달라진다. 인터넷을 통해 구할 수 있는, 공간에 따른 스피커 설치법이나 책 또는 통신 동호회의 다른 분들의 경험을 참고하여 설치하면 좋은 결과를 손쉽게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3. 악보를 구해서 음악을 들어보자.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덕에 웬만한 악보는 읽을 줄 아는데, 악보를 펴놓고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팝송이나 외국 가곡이나 오페라는 멜로디만 듣다가 그 가사의 내용까지 파악해서 들으면 분위기가 또 달라진다. 서점이나 인터넷을 통하면 교향곡의 총보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통신란을 잘 뒤져보면 가사집과 번역집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4. 시간을 내어 전곡을 차분히 들어보자.
사실 제일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녹음이 뛰어난 Audiophile용 CD를 주로 구입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잘 알려진 부분만 골라서 듣는 나쁜 버릇이 있다. 전체 악장을 차분히 들어보면 작곡가의 의도를 느낄 수 있다.

가지런히 정리된 CD들

5. Thiel 스피커는 음장형이기 때문에 좋은 소리를 만들려면 가급적 넓은 공간에 설치하길 바란다.
공간이 넓은 미국의 가옥구조에 염두하고 개발한 듯하므로 이런 음장형류의 스피커는 공간이 넓을수록 좋은 소리 얻기에 유리할 것이다.

6. 시스템의 전원공급도 무시하면 안되는 사항이다. 전원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분이라면 보통 거실에 있는 에어컨을 위한 전용 전원선을 오디오에 활용하게 되면 음질적인 측면에서 여러가지로 효과를 볼 것이다.

소스로는, 1,100여 장의 다양한 CD를 컬렉션하였는데 부인께서 바이올린을 전공하셔서 그런지 가장 좋아하는 악기는 바이올린과 첼로라한다. 작곡가로는 Bach와 Skriabin을 특히 좋아하며 현대적인 크로스오버의 기타곡을 많이 감상한다.
지척에 거주하는 박주호님께서도 같은 기종의 Thiel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어 정보교환이 쉬울 뿐 아니라 시스템을 운용하는 데에도 위안이 된다고 한다.

얼마후면 그동안 애착을 가지고 갖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만들었던 시스템을 처분하자니 너무 아깝다고 말하는 고문기님.

좋은 매칭의 시스템을 다시 만들겠노라 하는 고문기님은 애써 환한 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