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음악을 감상하는 데 있어 대부분의 매니어들은 소파나 의자에 앉아 감상한다. 하지만, 오늘 매니어 탐방의 주인공인 성기서 님은 이런 보편적인 방법이 아닌 조금은 특이한 방법으로 음악을 감상한다.

성기서 님은 비록 아파트에 거주하지만, 청취방법은 한국의 정서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리스닝룸의 바닥에 앉아서 책과 함께 음악을 즐긴다는 것이 일반적인 오디오파일과는 다른 부분이었다..

물론, 감상하는 데 있어 바닥이 결코 좋다는 것은 아니다. 3차원의 음장을 느끼기에는 소파에 앉아서 감상하는 조건 보다 불리하지만 여태껏 앉은뱅이 책상과 노트북 그리고 책들 사이에서 음악을 즐기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음악감상을 20년이 넘도록 이런 청취방법으로 해왔다니......
이는 음장을 중요시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거니와 다양한 작업을 음악감상과 함께 책상에서 병행 해야만 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런 것 같았다.

이름 모를 전통차(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작설차 <찻잎의 모양이 참새 혀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함.>)를 따라주시는 가운데 대화는 시작되었다.

성기서 님의 오디오 입문동기는 군 제대 후인 복학시절에 책을 가까이 하였는데, 그때 마다 부족함을 달래줄 다른 어떤 것을 찾고 있던 중에 음악감상이라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였다고 한다.

음악감상은 귀를 즐겁게 하는 것도 있지만 교양도 쌓고, 나아가 심성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 더욱 맘에 들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다른 것들과는 다르게 독서를 하면서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레 기기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는 시작했으나 학창 시절인지라, 별표전축-태광 에로이카의 전신이며 외관은 리시버 스타일 이었다함.-을 형님이 쓰시던 제품을 그때 당시의 현금 7만원을 지불하게 됨으로써 입문하였다.

한참을 즐거운 음악감상을 하다가 우연히 오디오 샾을 지나칠 때 외제 오디오에 대한 동경을 직접 자극하기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1983년 직장을 얻고 난 뒤에 곧바로 Marantz 2285와 Rogers LS-5, Technics 턴테이블로 업그레이드하였는데 그때 들었던 LP 시절의 감동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기기의 교환은 많지 않았지만, 세월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시스템을 달리했다고 한다.
거쳐간 기기로는 MC-275, BAT VK-60, Cary 805등이 있었는데, 각기 나름대로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기기들이라 모두가 운용만 잘하면 좋은 기기들이라고 웃음을 애써 감추지 못했다.

특히나 그 당시의 최고의 조합이라 불렸던 매킨토시 MC6200와 타노이의 매칭에서 현악의 즐거움을 오랬동안 간직할 수 있었다.

성기서 님의 시스템 운용 특징은 구입한 기기들의 교체가 잦지 않다는 점이다. 오랜동안 다듬고, 만져주고... 이런것이 반복되다 보니 애착이 없을리 만무하다. 재생음의 품질을 따지기보다 각 메이커의 장점어린 소리로서 만족을 하였던 것이다.

일례로 Double Quad ESL-57 스피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얼마 전부터 성기서 님 댁의 거실의 먼지를 온통 뒤집어 쓰며 한켠을 조용히 지키는 신세가 되었지만 17년 동안이나 음악생활을 함께 하였다고 한다. 최근에 Tannoy 스피커로 교체하여 처량한 신세가 되었지만...
여러 매칭에 굴복하지 않던 Double Quad에는 미련이 많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주변의 오디오 파일들이 인수하겠다는 것을 끝끝내 뿌리친 것이라 한다. 오래도록 묵은 스피커 하나 만으로도 오랜 세월동안 부족함을 달래줄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듯 싶었다.

성기서 님의 시스템

System Line-up

시스템이 리스닝룸의 전면의 양쪽 모서리에는 큰 덩치의 위용을 자랑이나 하듯 Tannoy Autograph가 버티고 서 있었다.

Tannoy Autograph

아직까지 Tannoy에서 불후의 명기로 평가 받고 있는 모델로서 Guy R. Fountain씨가 스피커의 품질을 보증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제품이다. 자신의 서명을 써넣었다고 해서 'Autograph'로 이름이 붙여졌다. 제품 초창기 1953년에는 Silver dual concentric drive unit을 장착 하였고, 조금 더 개량을 하여 1957년에 이르러서 음색과 허용입력 스펙을 바꾼 레드 유닛을 출시하였다. 그 후에 개량을 거듭하여 1967년에는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에도 대응 할 수 있도록 모니터 골드 유닛으로 바뀌었고, 10년을 매니어 사이에서 사랑을 받다가 오디오 사에 남겨졌다.

성기서 님은 새것과도 같은 타노이의 레드 유닛을 우연치 않게 입수 할 수 있었다. 상태가 워낙 좋아 보물을 낚은 기분이 들 정도 였다고 하였으니…

룸튜닝재의 배치는 Tannoy 스피커 위에 RPG사의 Skyline을 놓음으로써 벽의 모서리에 많이 일어나는 공진을 줄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시스템 뒤의 정중앙을 기점으로 Diffractal(사제)를 놓았고, 리스너의 뒷벽에는 역시 자작이지만 중역의 흡음재를 설치하였다.

캐비닛 안에 파워 앰프와 프리앰프 그리고 자작한 튜너를 수납하여 놓았다. CDT 없이 홀로 빈 구석을 채우고 있는 Cello사의 DAC가 보였다. 얼마 전에 좋은 소리를 들려주던 Sonic Frontiers CD Transport를 처분한 관계로 디지털 소스는 현재 사용치 않는다고 한다.

Cary SLP-98 프리, Canary CA 301 파워

프리 앰프는 우리나라에서 익히 알려진 Cary사의 SLP-98이다. 포노단이 내장되어 있고 두툼한 진공관 사운드에 장점이 있어 아직까지 사용 중 이라는데, 리모컨 조작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프리와 매칭에 맞출 신랑감으로 Canary 파워앰프를 선택하였다. Canary 파워 앰프는 300B를 채널당 두개를 사용하여 push-pull방식으로 22W씩의 출력을 가진다. 국내에서는 이름이 생소하지만 미국시장에서는 인지도가 꽤 높은 실력기로 얼마전의 Cary의 모노 블럭 805C Power Amp와 AB Test시에 실력이 나으면 나았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 였으니까.

스피커 좌측의 벽면에 설치된 턴테이블이 눈에 띈다. 무게가 나가 보이는 금속재질의 원통기둥을 밉살스럽게 눌러 앉은 Garrard 301 턴테이블!

턴테이블의 세팅에 공을 들인 것을 볼 때, 성기서 님이 얼마나 아나로그 재생에 정성을 쏟아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나로그 소스의 양적인 측면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리스닝 룸과 거실의 장식장에 빼곡히 꽃혀져 있는 LP는 2000장은 족히 될 것 같았다.

Garrard 301 턴테이블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를 연거푸 따라 주셨는데 그 향기가 입안을 진동하듯 음악이 그리워 청하였다.

턴테이블에 조심스레 LP를 걸자 음악이 시작 되었다. 300B와 교감하는 타노이 스피커에서 나오는 바이올린 소리는 타노이의 맛이 묻어 있다.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듯하며 장시간 청취를 해도 어긋남이 없어 보였다. 마리아 칼라스의 보컬을 유심히 들어보면 현대적성향의 첨예한 하이엔드 소리는 분명 아니나, 사람을 이끌어 당기는 흡인력 이랄까? 방석 위에 앉아 빈티지와 현대적성향의 진공관 앰프의 소리는 야릇한 맛이 있었다.

스피커를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필자가 탐방을 청하였던 터라 에이징 기간을 조금 더 두고 방문하였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아쉬움을 한숨으로 돌리고 난뒤, 이런저런 얘기가 무르익었다. 성기서 님께서 구석에 놓여진 가라드 301 턴테이블에 오가던 횟수가 몇 번 되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시계를 보니 4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CD를 재생하였다면 리모컨으로 원하던 트랙 몇 부분만을 감상했을 터인데 말이다.
이런 것이 Analog LP만의 오묘한 맛일 것이다.

추억 어린 LP와 CD들

현재의 시스템은 분석적인 소리보다 음악 청취를 중시하기 위해 튜닝하였다. 좋은 소리보다는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작곡가와 청취자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로서 오디오를 취급해야 한다고 유독 강조했다. 순간순간의 바꿈질 보다는 자신의 환경에 맞는 올바른 기기(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하였다.

사람과 음악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의 표현 전달로서 오디오를 취급할 것이며, 음악을 듣는 순간마다 흥취와 감동어린 소리를 내어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앞으로도 노력을 기울이겠노라 하시는 성기서 님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맺혔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올해 중, 장기간의 영국 출장을 계획하시는데 그때는 보다 더 많은 LP소스의 구입(특히, Bach, Mozart, Beethoven을 좋아한다고 하신다.)을 준비하기에 마음이 설레 인다고 한다.

주인이 듣는 음악의 장르와 환경에 따라 시스템의 소리도 따라간다는 성기서 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필자는 글을 맺을까 한다.

성기서 교수님께서 들려주신 음반.

Chuck Mangione / Children of Sanchez (AM Record)
Max Bruch / Violinkonzert g-moll, J.S Bach doppel Konzert d-moll / David & Igor Oistrach (Gramophon)
F.Schubert / Arpeggione Sonata D.821 / Lynn Harrell, James Levine (Deutsche Grammophon)
J.S. Bach / Suites for Unaccompanied Cello / Janos Starker (Mercuty)
Maria Callas Opera arias / M. Callas( EMI)
W.A. Mozart / Sonaten fur Klavier und Violine KV 296, 304, 526 / I. Haebler, H. Szerying (Phili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