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오디오 애호가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메이커가 만든 상태 그대로 유지하면서 매칭으로 소리를 만드는 타입이고, 또 하나는 메이커의 관점을 넘어서서 직접 개조를 하고 또 자작에 임할 정도로 혈기왕성한 타입이다. 전자가 약간 소극적이라면 후자는 매우 적극적이다.

이번에 소개할 평택에 계시는 이규탁 사장은, 후자의 대표적인 분인데, 오랜 바꿈질 끝에 직접 스피커를 제작해서 오랜 기간 튜닝했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 다양한 앰프도 만드는 등, 한시도 쉬지 않고 오디오에 정진해왔다. 그리고 올닉에 정착해 현재의 라인 업에 이를 때까지 밟아온 긴 여정을 간략하게나마 인터뷰로 훑어보겠다.

우선 현재 사용중인 시스템을 잠깐 소개해주시죠. 스피커는 직접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습니까?

이 : 이 스피커는 3웨이로 되어 있습니다. 우퍼가 수프라복스에서 나온 15인치짜리인데, 필드 타입입니다. 말하자면 페라이트나 알니코 자석이 아닌, 전자석으로 작동하는 것이죠. 이 전원부를 구성하기 위해 여간 고생한 게 아닙니다. 숱하게 제작했다 없애는 일을 반복한 끝에 지금에 이른 겁니다. 미드레인지는 혼 타입인데, 드라이버가 일본 TAD의 TD 4001. 300Hz에서 20KHz를 커버할 만큼 광대역입니다. 거의 풀레인지라 해도 무방할 만큼 특성이 좋습니다. 여기에 일명 스님께서 만든 우드 혼을 달았습니다. 말이 그렇지 이렇게 동그란 모양의 우드 혼을 깎는다는 것은, 여간한 집념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제작 과정에서 장인이 몇 번이나 손을 베었다는 사연도 들었으니까요. 우연히 이 혼을 구입한 덕분에 지금의 시스템이 이뤄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퍼 트위터는 문도르프에서 제작한 리본 타입의 2340이란 모델입니다.

말이 그렇지, 오디오에서 제일 근간이 되는 스피커를 직접 제작한다는 것은 여간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에 매칭되는 앰프는 올닉제가 많은데, 차례로 소개해 주실까요?

이 : 국내에 올닉 제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올닉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그런 면에서 보면 저는 “올닉당의 야당”쯤 된다고 할까요? 기본적으로 올닉의 기술력과 음색을 좋아하지만, 여기에 제 취향에 맞는 음으로 개량을 했기 때문이죠.

올닉당의 야당이라,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사장님께서는 적극적으로 기기를 개조내지는 개량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이 : 이것은 제 오디오관이기도 합니다. 숱하게 오디오 기기를 편력한 끝에 얻은 결론은, 첫째, 만능은 없다. 그러니 여러 세트를 들여놓는 것이 오히려 바꿈질로 돈을 낭비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이에 하나 덧붙이자면, 적극적으로 내 음을 만들기 위해 튜닝하라. 대개 오디오 애호가들은 실험 정신이 부족하다고 할까, 아무튼 좀 소극적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내 꺼 아닙니까? 그렇다면 내 취향에 맞게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한데 나중에 되팔 때를 생각해서 주저하는 것이죠. 절대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일전에 저는 마란츠 7을 쓰다가, 너무나 부품이 열화되어서 셀렌이며 뭐며 여러 가지를 갈았습니다. 그러자 소리도 훨씬 나아졌고, 되팔 때도 오히려 더 값을 쳐서 받았습니다.

그럼 현재 라인업을 볼까요? 일단 프리앰프부터 보죠. L 4000이라는 모델명이 있지만, 내용은 좀 다르겠군요?

이 : 그렇습니다. 정류 및 정전압부를 모두 진공관으로 바꾸고, 트랜스도 토로이달로 새로 갈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류관에 GZ 34를 썼고, 정전압부에 300B를 썼습니다. 증폭관은 E55L를 사용했죠. 일종의 레퍼런스 급에 투입되는 부품으로 모두 교체한 것이니, 내용물이 다른 것이죠. 트랜스만 해도, 히터 전압과 정류 전압 등을 모두 좌우 채널로 나눠서 공급하도록 총 4개를 투입했으니까요.

파워 앰프를 보죠. 오디오 클럽의 채널 디바이더를 써서, 중고역부와 저역부를 나눠서 사용하고 있군요.

이 : 예전에는 네트웍으로 해결하려고 숱하게 제작했다가 결국 중단하고 채널 디바이더를 들였습니다. 과연 그 효과가 탁월하더군요. 파워 앰프는 중고역에는 올닉의 300B PP를 썼습니다. 채널당 40W가 나옵니다. 반면 저역부에는 트라움 오디오의 720S를 썼습니다. 이것은 TR 방식입니다.

진공관 애호가로 알려져 있는데, 우퍼에 TR을 쓴 것이 흥미롭군요.

이 : 처음에는 채널 디바이딩을 하면서 우퍼에도 300B를 썼습니다. 중고역과 이음새가 좋고, 괴리감이 없는 것까진 괜찮았는데, 편성이 크거나 스피드를 요하는 음악에선 저역이 늘어지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트라움 오디오의 제품을 써서 보완을 한 거죠. 단, 여기도 개조가 들어가, 전원 트랜스를 큼지막한 용량으로 바꾸고, 음색도 300B에 가깝게 튜닝을 했습니다.

아날로그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오랫동안 아날로그에 몰두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당히 복잡한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 : 우선 포노 앰프로는 올닉의 H2000을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LCR 방식의 포노 EQ인데, 모두 직렬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직렬관을 쓰는 것과 방열관을 쓰는 것은 음색이나 취향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저는 직열관이 훨씬 음질적으로 유리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여기에 올닉의 HT 2500 헤드 앰프를 더했죠.

현재 사용중인 턴테이블이 쿠즈마에서 나온 스타비 XL인데, 여기에 오기까지 어떤 기기를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이 : 처음에는 소타에서 나온 스타 사파이어를 썼습니다. 그러다 EMT 930을 들였는데, 프란츠 초기형으로 매우 귀한 모델이거니와 상태도 훌륭하고, 더욱이 60KHz 형식이어서 한동안 만족했습니다. 그 후 토렌스 프리스티지를 거쳐 쿠즈마에 이른 것이죠.

쿠즈마를 사용하면서 특별히 만족하신 점이 있다면?

이 : 역시 정확한 트레이싱 능력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오디오라는 것은, 소프트에 있는 정보를 일단 다 드러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이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꽤 공을 들였습니다. 우선 바닥에 깐 돌만 해도, 정반석이라고 해서 1/1000 밀리미터의 오차 범위 안에 있는, 완전에 가까운 수평을 이루는 돌을 구했습니다. 또 쿠즈마의 에어라이너 방식의 암을 보다 원활하고, 수월하게 구동하기 위해 쿠즈마에 주문해서 별도로 오일이 흐르는 기구도 도입했죠. 카트리지는 5년째 고에츠를 쓰고 있습니다

본 시스템에 오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거쳤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어릴 때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처음 오디오를 접한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이 :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2년 여 정도 DJ를 할 정도로 열심이었죠. 그러다 79년도에 부친께서 인켈에서 나온 오디오 세트를 선물하신 것이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공무원 초임이 6만5천원할 때 이 세트의 가격이 300만원이었으니, 얼마나 대단한 제품이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이후 직장 생활을 하고, 87년에 결혼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하이 엔드에 입문하게 됩니다.

브룩이라는 앰프는 이제 전설이 될 만큼 소리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잠깐 소감을 말씀해주시죠.

이 : 제가 쓸 당시에는 명기 취급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2A3를 출력관으로 한 만큼, 담백하고 수수한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맑을 때 들으면 좋으나, 비오는 날 소주 한 잔 하면서 듣기에는 진한 맛이 좀 떨어지죠. 결국 오디오란 만능이 없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거나 두 세 개 정도의 세트를 운용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군요.

이렇게 하이 엔드~빈티지를 쓰다가 갑자기 스피커 자작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이 : 1997년에 강릉에 있는 참소리 박물관을 견학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곳에 진열되어 있던 웨스턴 일렉트릭(이하 WE)을 들어보고는 호기심도 들고, 욕심도 생겼습니다. 세상에 이런 음도 있구나 탄복한 거죠. 혼 스피커를 오랫동안 써보면서 느낀 건데, WE는 가까이 귀를 갖다 대도 쏘는 법이 없고 멀리서 들어도 구석구석 음을 다 채웁니다. 이런 매력에 빠진 것이죠. 그러다 1920년에 만들어진 레이콘사의 필드 드라이버를 구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피커 제작에 몰두하게 됩니다. 여기서 수프라복스 우퍼를 선택한 것은 바로 전자석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통상의 마그네틱을 사용하는 우퍼들은 음의 끝이 살지 않고 일정 부분에서 사그라듭니다. 하지만 필드 우퍼들은 그대로 음이 이어집니다. 이 매력에 빠지고 나면서 결국 자작의 길에 들어선 것이죠.

이 즈음, 직접 앰프를 제작하지 않았습니까?

이 : 네. ED, AD 1, DA 30, PX 25 등을 출력관으로 쓴 파워 앰프들을 제작해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각각 특성과 매력이 달라서 계속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ED로 말하면 치밀하면서 고역 특성이 좋았고, AD 1은 차분했습니다. DA 30은 어둡지만 웅장한 매력이 있고, PX 25는 미국에서 만든 관인 만큼, 다분히 밝았습니다. 그 중 ED가 제일 나았지만, 관 값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일명 복숭아 다마라고 불렸던 101F를 갖고 프리 앰프를 만들었던 기억도 납니다. 이렇게 앰프를 자작한 시기가 빈티지에 몰두할 무렵이었는데, 그러다 올닉을 만나면서 올닉당이 되었습니다.

올닉을 만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 9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그 때엔 실바웰드에서 만든 1000R이라는 프리를 쓰다가 AS를 받으러 올닉에 갔습니다. 잘 알겠지만, 올닉의 오너인 박 강수씨는 한때 실바웰드에서 설계를 했습니다. 결국 올닉에서 만든 L 2000 프리에 매료되어 교체하고 말았죠. 그게 인연이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올닉을 선택한 구체적인 이유가 있습니까?

이 : 제 취향에 맞는 음을 내주니까요. 음색도 마음에 들고, 디테일도 훌륭하고, 특히 아날로그쪽 기술은 세계적입니다. 매료되지 않을 수 없죠.

이렇게 숱한 하이 엔드~빈티지 편력을 지나 지금 시스템에 도달했으면 오디오에 별 욕심은 없겠습니다. 그렇죠?

이 : 어지간한 물건에는 마음이 동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 눈에 띄는 제품을 만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만 두게 되죠. 그래도 이온 트위터를 쓴 랑셰나 최근의 카르마 등은 정말 탐이 나는 스피커들입니다. 또 최근에 JM 랩에서 필드 코일을 쓴 초고가 스피커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상당히 호기심이 들더군요.

아무튼 지금의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오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오디오 라이프를 영위하면서 일과 가정에서 활력이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이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