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회 시청회 후기
명문가의 팔방미인이란 바로 이런 것, McIntosh C2700 Preamplifier
요즘 미국 매킨토시(McIntosh) 사운드가 많이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프리앰프의 디지털 입력단을 모듈화하는가 하면, 과감히 하이브리드 설계를 도입하는 등 외형적인 변화도 두드러집니다. 또한 최근 제품들의 마감을 보면, 블랙 글라스의 작은 기포나 앰프 섀시의 파우더 코팅의 불균질 문제 등이 말끔히 해소된 것 같습니다. 제303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의 주인공인 매킨토시 C2700은 바로 이러한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뉴 매킨토시'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진공관 프리앰프였습니다.
시청회 세팅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에서 진행된 시청회는 주인공 C2700을 비롯해 소스기기로 EMM 랩스의 DA2 DAC, 파워앰프로 매킨토시의 MC462, 스피커로 B&W 802 D3 Prestige Edition이 활약했습니다. 접지 액세서리로는 인크레커블의 MVD-Earth가 동원됐고, 음원은 룬(Roon)의 Nucleus를 룬 코어로 활용해 주로 타이달(Tidal) 음원을 들었습니다. C2700에는 DAC이 내장되어 있는 만큼, 프리앰프 성능을 테스트할 때는 EMM 랩스의 DA2 DAC을 활용했지만 내장 DAC 성능을 함께 테스트할 때는 뉴클리어스에서 곧바로 디지털 출력(USB케이블)해 들었습니다.
C2700, 32비트/384kHz, DSD512 스펙의
디지털 모듈과 포노단을 갖춘 진공관 프리앰프
C2700은 매킨토시가 2019년 8월에 내놓은 따끈따끈한 신상으로, 진공관 4발을 포노(MM/MC) 증폭에, 다른 2발을 라인 증폭에 투입한 진공관 프리앰프입니다. 디지털 입력단과 내장 DAC을 갖춰 PCM은 32비트/384kHz까지, DSD는 DSD512까지 재생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죠. 여기에 헤드폰 앰프를 갖췄고, 요즘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톤 컨트롤도 가능해서 운용하기에 따라서는 LP 표준 RIAA 이외의 다른 EQ 커브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매킨토시 프리앰프 맥락에서 보면 DA2라는 디지털 오디오(Digital Audio) 모듈을 장착한 점이 가장 눈길을 끕니다. DA2는 풍부한 입력단과 컨버팅 스펙도 놀랍지만, 모듈 형태여서 향후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업그레이드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점이 더 솔깃합니다. 이전에도 DA1이라는 디지털 보드가 있었지만 모듈 타입은 아니었죠. 앞서 2019년 7월 솔리드 프리앰프 C53에 처음 장착됐던 DA2 모듈은 미국 ESS의 8채널 쿼드 밸런스 32비트 DAC 칩을 채택했고, DA1에 비해 다이내믹 레인지와 왜율이 개선됐다고 합니다.
외관을 보면 무엇보다 12AX7 5개, 12AT7 1개 등 총 6개의 진공관을 상판 강화유리 안쪽에 그것도 비스듬히 눕혀 디스플레이를 한 디자인 감각이 대단합니다. 일단 전면은 옆은 푸른색이 도는 2개의 '매킨토시 블루' 미터창과 연녹색의 'McIntosh' 로고, 그리고 각종 정보를 알려주는 디스플레이가 일종의 매킨토시 디자인 공식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2개의 표시창은 좌우 채널의 출력 레벨(output level)을 표시하는데 맨 오른쪽 0dB가 최댓값입니다. C2700의 RMS 출력은 밸런스 출력시 5V, 언밸런스 출력 시 2.5V, 고정 출력 시 450mV를 보입니다.
매킨토시 진공관 프리앰프는 포노단이 훌륭하기로 유명합니다. 웬만한 단품 포노스테이지를 능가할 정도죠. C2700 역시 본격파 포노단을 갖춰서, MM 입력 시에는 커패시턴스 값을 50pF부터 800pF까지 50pF 단위로, MC 입력 시에는 임피던스 값을 25, 50, 100, 200, 400, 1000옴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MM 임피던스는 통상 수준인 47k옴, MC 커패시턴스는 100pF로 고정됐죠. 쌍3극관 12AX7 4개가 MM, MC 증폭(좌우 채널 1개씩)을 담당하고, 다른 12AX7 1개가 포노, 라인, 헤드폰 증폭, 역시 쌍3극관인 12AT7이 2차 증폭(프리아웃)을 담당합니다. 이 같은 증폭을 통해 MM은 40dB, MC는 60dB, 프리 증폭단은 15dB의 게인 값을 확보합니다.
C2700에 담긴 뉴 매킨토시의 변화상
C2700이 각별한 것은 최근 2,3년 동안 펼쳐진 뉴 매킨토시의 거의 모든 것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는 대로 매킨토시는 2012년 이탈리아의 파인 사운즈에 인수되면서 소너스 파베르, 오디오 리서치, 와디아 등과 한솥밥을 먹게 됐습니다. 그러다 2014년에 큰 변화가 찾아왔는데, 매킨토시 랩 CEO 찰라 란달이 프랑스 투자사 LBO 프랑스와 야파의 지원을 받아 파인 사운즈 투자사인 콰드리비오 인베스트먼트 그룹으로부터 파인 사운즈를 인수한 것입니다. 파인 사운즈는 이후 2016년에 사명 자체를 매킨토시 그룹으로 변경했고 그룹 본사도 매킨토시 랩 본사가 있는 미국 뉴욕주 빙엄턴으로 옮겼습니다. 한마디로 그룹 주도권을 매킨토시가 쥐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매킨토시 제품 콘셉트와 완성도, 사운드의 비약적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창립 70주년을 맞아 2018년에 출시된 프리앰프 C70과 스테레오 파워앰프 MC2152, 매킨토시 최초의 하이브리드 인티앰프 MA252, 블루투스에 인티앰프까지 집어넣은 올인원 턴테이블 MTI100, 그리고 모듈 타입으로 DSD512까지 지원하는 프리앰프 C53(솔리드), C2700(진공관)이 연이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2019년 12월에는 바이앰핑을 위해 300W 진공관 앰프(중고역)와 600W 솔리드 앰프(저역)를 한 섀시에 집어넣은 파워앰프 MC901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제품 마감의 완성도도 비약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전체 제품 품질관리, 즉 QC를 위해 과감한 설비투자가 이뤄졌고 20년 경력의 QC 전문가 팀 데이스(Tim Deis)가 2019년 1월에 합류한 덕분입니다. 새 앰프 파우더 코팅 라인에 50만 달러, 보드 생산장비인 SMT 라인 확장에 20만 달러를 투자했고, 강화유리 프린팅에 사용하던 옛 실크 스크린 장비를 철거하고 새 UV LED 잉크젯 프린팅 장비를 들여놓았습니다. 파우더 코팅 작업이 끝난 섀시를 건조하는 오븐 시설도 새로 구축했다고 합니다. C2700 블랙 글라스에 그 어떤 기포가 보이지 않고 섀시 파우더 코팅이 균일하게 이뤄진 점도 이 같은 투자와 QC 덕분으로 보입니다.
밸런스 출력 vs 언밸런스 출력 테스트
C2700은 밸런스(XLR. 3조)와 언밸런스(RCA. 3조) 출력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과연 두 출력 단자에 따라 음질이 많이 변할까요. 이와 관련,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이번 시청회의 경우 프리앰프는 진공관, 파워앰프는 솔리드 증폭 소자를 채택했다는 점입니다. 통상 진공관 프리앰프가 솔리드 프리앰프보다 게인이 높고, 솔리드 파워앰프가 진공관 앰프보다 게인이 높죠. 흔히 '진공관 프리에 솔리드 파워를 매칭하면 음질에 안 좋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조합의 게인이 진공관 프리-파워, 솔리드 프리-파워 조합보다 높아지는 것이 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C2700의 게인은 15dB, MC462의 게인은 29dB(8옴), 26dB(4옴), 23dB(2옴)를 보입니다. 8옴 출력 시 총 44dB인데 이는 통상 프리파워 조합보다 게인이 높은 편이죠.
Olafur Arnalds & Alice Sara Ott
Nocturne in C # minor
The Chopin Project
우선 EMM 랩스의 DA2 DAC을 소스기기로 활용해서 언밸런스 출력으로 들어봤습니다. 배경의 정숙도가 높고 바이올린의 질감 표현이 생생한 점이 돋보입니다. 현과 활의 마찰음이 아주 세세하게 포착되네요. 첫 음부터 완성도가 높은 재생음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빽빽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음의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한 음 한 음을 정성성스럽게 들려주는 모습입니다. 역시 진공관 프리앰프의 맛은 이 같은 풍성한 배음과 진솔한 음색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에는 밸런스 출력으로 해서 다시 들어봤습니다. 상대적으로 부자연스럽고 음의 표면이 약간 거칠어진 점이 파악되네요. 다시 언밸런스 출력으로 들어보면, 음의 표면이 다시 고와지고 디테일이 살아나며 이미지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현재 C2700과 MC462 조합의 총 게인이 높은 상태인데다 밸런스 출력 시 출력전압이 언밸런스 출력보다 2배 높은 점이 이 같은 음질 차이를 초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시청회는 언밸런스 출력으로 진행했습니다.
EMM랩스 DA2 DAC vs C2700 내장 DAC 음질 테스트
C2700은 DA2라는 고품질, 고 스펙 디지털 오디오 모듈이 장착된 만큼, 이 성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죠. 그래서 몇 곡을 AB 테스트해봤습니다. EMM 랩스의 DA2 DAC에 물렸을 때와 C2700의 내장 DAC을 물렸을 때를 비교한 것이지요. EMM 랩스의 DA2 DAC은 입력신호를 PCM, DSD 가리지 않고 모두 1비트 DSD, 그러니까 PDM(Pulse Density Modulation) 신호로 업샘플링(44.8MHz)한 후 DA 컨버팅에 나서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는 "아날로그 신호가 디지털 신호로 변환되는 과정은 1비트 신호 처리와 비슷하다. 때문에 디지털 신호를 왜곡과 손실 없이 아날로그 신호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다시 1비트 신호로 변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제작자 에드 마이트너의 신념 때문입니다. 스펙은 PCM은 24비트/192kHz까지, DSD는 DSD128까지 컨버팅할 수 있습니다.
Cheryl Wheeler - Sylvia Hotel
Sylvia Hotel
이 곡은 아예 C2700으로만 들었습니다. 룬 뉴클리어스와 USB 케이블로 연결해 곧바로 룬의 타이달 음원을 아날로그 신호로 컨버팅한 것이지요. 앞서 EMM 랩스의 DA2 DAC이 워낙 빼어난 소리를 들려줬는데도 불구하고 C2700의 내장 DAC이 만만치 않은 성능을 내어준다는 인상입니다. 해상력 구현과 배음 처리, 정보량 전달 등에서 거의 나무랄 데가 없는 수준입니다. 보컬은 리퀴드하게 들리고 어쿠스틱 기타 소리는 생생하기만 합니다. SNR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한마디로 디지털 냄새가 거의 휘발된 소리였습니다. 투 첼로스(2 Cellos)의 'Mombasa'(Celloverse) 역시 첼로 음의 탄력감과 무시무시하게 내려가는 저역의 에너지감, 그리고 빠른 스피드가 얼굴을 들이미네요. 하지만 EMM 랩스의 DA2 DAC에 물렸을 때보다는 음끝이 약간 거칠고 투박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Eiji Oue, Minnesota Orchestra
Fanfare for the Common Man
Copland 100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는 먼저 C2700 내장 DAC으로 들어봤는데, 배음이 풍부하고 트럼펫은 잘 뻗지만 저역이 약간 물컹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어 EMM 랩스의 DA2 DAC에 물려 들어보면, 팀파니의 타격감이 막강할 만큼 늘어나고 음들이 몰라보게 단단하게 바뀝니다. 스케일도 커지고 음의 입자감과 무대의 색채감도 늘어나네요. 무엇보다 심지가 곧고 에너지감이 넘쳐나는 음, 그러면서도 잔향감이 풍부한 음이었습니다. 하지만 C2700보다 비싼 DA2 DAC의 가격대를 감안하면 이러한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C2700의 DA2 모듈은 프리앰프에 내장된 DAC으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시청은 EMM 랩스의 DA2 DAC을 물린 상태에서 진행했습니다.
깜짝 AB 테스트 :
인크레커블 MVD-Earth 연결 유무에 따른 음질 변화
깜짝 AB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인크레커블(Increcable)의 패시브 접지 액세서리인 MVD-Earth를 물렸을 때와 뺐을 때 음질 차이를 비교한 것입니다. MVD-Earth는 MVD(Mechanical Vibration Decoupling)가 뜻하는 것처럼 진동제어 댐퍼 역할과 함께 섀시 접지, 회로 접지를 통해 사운드를 개선해주는 액세서리입니다. 사실 이번 시청회에는 처음부터 MVD-Earth가 2대 투입돼, 웨이버사의 W스마트허브와 룬의 뉴클리어스에 연결된 상태였습니다. 두 디지털 기기의 남는 USB-A 단자에 전용 케이블은 연결해주면 됩니다.
Eiji Oue, Minnesota Orchestra
Fanfare for the Common Man
Copland 100
좀 전에 들었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를 MVD-Earth 2대를 뺀 상태에서 곧바로 들어봤습니다. 갑자기 음의 윤곽선에 색 번짐 현상이 일어나고 마이크로 디테일이 줄어든 점이 눈에 띕니다. 화사함이나 매끄러움도 줄어들었네요. 저역은 벙벙해졌습니다. 이번에는 MVD-Earth를 두 디지털 기기 섀시 위에 올려놓고 곡 앞부분을 들어보니, 음끝은 단정해졌지만 왠지 서두른다는 인상이 듭니다. 배음이 빠진 결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MVD-Earth 2대를 모두 바닥에 내려놓고 스마트허브와 뉴클리어스에 연결하니, 무대의 개방감이 늘어나면서도 전체적인 해상도가 크게 늘어나는 모습이 확연합니다. 고음의 가닥추림도 잘 느껴집니다.
시청회 조연 : 450W 출력의 MC462 솔리드 스테레오 파워앰프
이번 시청회에서 C2700과 호흡을 맞춘 조연은 매킨토시의 솔리드 파워앰프 MC462였습니다. MC462는 매킨토시 솔리드 스테레오 앰프 중 최상급기로 그동안 높은 평가를 받아온 MC452를 대체한 모델입니다. MC452가 2010년에, MC462가 2018년에 출시됐죠. MC462는 무엇보다 매킨토시 솔리드 파워앰프와 인티앰프의 상징인 오토포머(Autoformer)를 장착, 스피커 임피던스에 상관없이 450W를 내는 대출력 앰프입니다. 게인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8옴 시 29dB, 4옴 시 26dB, 2옴 시 23dB를 보입니다.
출력단은 고전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푸시풀 구동하는 설계입니다. 또한 2개의 밸런스 앰프가 한 채널에 들어가 있고 각 밸런스 앰프의 플러스(+) 파트와 마이너스(-) 파트가 또다시 차동 증폭(differential)되는 구조입니다. 매킨토시에서는 밸런스 증폭회로가 채널당 모두 4개가 들어가 있다고 해서 쿼드 밸런스(Quad Balanced)라고 부릅니다. 한편 MC452와 비교해서는 전원 필터 용량이 약 50% 증가되어 다이내믹 헤드룸이 1.8dB에서 3.0dB로 66%나 증가한 점이 가장 눈길을 끕니다. 베이스 퍼포먼스가 월등히 좋아진 점이 바로 이 뎍분입니다. 이 밖에 내부 배선이 더 굵어지고 회로 부품도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합니다.
Thomas Newman - Dead Already
American Beauty
C2700+MC462 조합으로 다양한 곡을 들어봤습니다. 램 오브 갓의 'Ashes of the Wake'는 드럼 비트를 시청실 바닥에 내리꽂는 듯했고, 아이언맨의 등장 신은 그야말로 가슴이 쿵쿵 거리는 듯한 극장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안네 소피 무터가 연주한 '카르멘 판타지'를 DSD 파일로 들어보면, 일반 PCM 파일 재생 때보다 수월하고 매끄럽게 음들이 나온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특히 야들야들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바이올린 고음 표현력이 상당했습니다. 헨리 맨시니의 '핑크 팬더' 테마곡을 들어보면, 악기들의 앞뒤 레이어감과 베이스의 묵직한 에너지감이 상당했습니다.
오디오파일 음원으로 유명한 토마스 뉴만의 'Dead Already'에서는 저음이 잘 나오면서도 해상력을 잃지 않는 모습이 대단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투명하고 나무랄 데 없는 재생음이었습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베를린필을 지휘한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들어보면, 박력이 넘치는 음들이 802 D3 스피커에서 순풍순풍 뛰쳐나와 속이 다 시원해지기까지 했습니다. 끝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White Christmas'는 탱글탱글 살아있는 음의 잔치, 음수가 꽉 들어찬 무대의 향연이었습니다. 진공관 프리앰프 특유의 풍성한 배음과 450W 대출력 솔리드 파워앰프는 바로 이 맛 때문에 듣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청회를 마무리하며
시청회가 끝나고 회원분들이 모두 돌아가신 후에, C2700을 가까이서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아직 음악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덕에 상판의 진공관들이 거칠게 숨을 내쉬는 듯합니다. 특히 이들 진공관에는 다이렉트 LED가 있어서 워밍업 시에는 오렌지, 작동 시에는 녹색 불이 들어와 보는 맛을 아주 좋게 해줍니다. 물론 이 LED를 끄는 편이 음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만 이 보는 맛은 매킨토시 모든 앰프를 관통하는 커다란 매력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진공관 위에는 내부 회로가 간략히 다이어그램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요즘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제작사의 배려이자 그 자체로 제품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청회는 업력 70년이 넘는 매킨토시의 현주소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시청회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