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회 시청회 후기
유튜브와 함께 한 2시간, 눈은 귀보다 힘이 세다
요즘 10대들은 포털 대신 유튜브(Youtube)로 먼저 검색을 한다고 합니다. 또한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시청한다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음악과 오디오 애호가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유튜브로 뮤직비디오나 녹음 실황, NPR 뮤직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영화 예고편 등을 즐겨 보는 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희귀 음원과 영상에 관한 한 멜론이나 타이달, 코부즈 등은 유튜브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304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는 유튜브가 주인공이었습니다. 도대체 유튜브는 어떻게 탄생했고, 이용자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이지, 또 이를 오디오 애호가 입장에서 제대로 즐기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시청회는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의 대형 150인치 스크린에 투사된 유튜브 영상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행되었습니다.
유튜브(Youtube)란?
본격 시청회에 앞서 유튜브에 대해 간략히 살펴봤습니다. 혹시 유튜브가 당신(You)과 브라운관(Tube, 텔레비전)의 합성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유튜브는 2005년 2월 페이팔(PayPal)의 직원이었던 채드 헐리(Chad Hurley), 스티브 첸(Steve Chen), 자웨드 카림(Jawed Karim)이 공동으로 설립, 같은 해 1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유튜브는 다음 해인 2006년 미국 타임지로부터 2006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등 웹 2.0 시대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이어 2006년 10월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했고, 2007년부터 국가별 현지화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에서도 2008년 1월부터 서비스가 개시됐습니다. 2010년 이후에는 플러그인 설치가 필요 없는 HTML 5 기반의 플레이어를 지원, 접근이 더욱 쉬어지게 됐습니다.
위 그래프는 국내 4대 애플리케이션(유튜브, 카카오톡, 네이버, 페이스북)의 사용시간 추이를 보여줍니다. 2016년 5월 이전만 해도 3위에 불과했던 유튜브가 2017년 8월을 기점으로 당당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컨텐츠 소비 방식이 글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영상으로 바뀌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음악 소비에만 국한해서 보면, LP, CD,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거쳐 유튜브로 옮겨간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위 두 그림을 보아도 유튜브의 위세를 여실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국 20대와 50대 이상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을 보면, 카카오톡, 네이버를 제치고 유튜브가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두 세대 모두 2018년 8월에 비해 2019년 8월 유튜브 이용 시간이 모두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50대 이상의 경우 64억 분(2018년 8월)에서 122억 분(2019년 8월)으로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점이 눈길을 끕니다.
유튜브의 가치 1. 영상과 음향이 어우러진 시너지
유튜브가 이처럼 여러 연령대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사용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컨텐츠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욱이 이를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점도 유튜브 확산에 큰 몫을 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니까요. 또한 '나를 위한, 나에게 맞는' 컨텐츠를 알아서 찾아주는 점(인공지능)도 요즘 트렌드에 딱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Brian Tyler 'Thor: The Dark World' Live
Brian Tyler 'Making of Thor: The Dark World' Score
위의 두 유튜브 영상은 브라이언 테일러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토르: 다크 월드' OST 삽입 영상 및 메이킹 영상입니다. 지휘자 브라이언 테일러의 절도 있고 박력이 넘치는 지휘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일사불란한 연주 모습은 거의 비주얼 쇼크라 할 만합니다. 이처럼 mp3보다 떨어지는 음질에도 불구하고 영상과의 시너지 효과로 인해 감흥을 극대화한 점이 유튜브 인기의 첫번째 이유라 할 것입니다.
볼륨업 vs 음소거 : 'The Dark Knight - Bank Robbery Scene'
그러나 아무리 위력이 가득한 영상이라도 음향의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위의 '다크나이트' 유튜브 영상을 볼륨을 끈 상태로 시청해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감흥이 전혀 생기지 않아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이번 시청회가 다채널이 아닌, 아방가르드 어쿠스틱의 Trio Luxury Edition 26 스피커를 활용한 2채널인데도, 하이 퀄리티의 음향이 가세된 영상의 임팩트는 대단했습니다.
유튜브의 가치 2.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음악
유튜브는 또한 기존 미디어는 전해줄 수 없었던 참신한 무대를 음악 애호가들에게 선사했습니다. 기존 음악시장이 대형 자본과 유통망을 통한 일방의 공급 방식이었다면, 유튜브는 마치 동네 서점이나 카페처럼 친근한 이미지와 선명한 자기 색깔로 애호가들을 불러 모으는데 성공했습니다.
Sting and Shaggy 'NPR Music Tiny Desk Concert'
위 영상은 구독자수가 2020년 1월 현재 344만 명에 달하는 NPR Music 채널의 'Tiny Desk Concert' 코너에 스팅이 출연한 영상입니다. 말 그대로 작은 서점 같은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미니 콘서트 코너인데, 스팅을 비롯한 연주자들과 보컬의 흥겨운 표정을 바라보면서 음악을 듣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2019년 7월 17일 올라온 이 영상은 어느새 643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가치 3. 스마트 기기와의 연동
구글 크롬캐스트(Chromecast)나 스마트 TV 키트(Smart TV Kit) 같은 스마트 기기와 강력히 연동되는 점도 유튜브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실제로 시청회에서 스마트폰에 "오케이 구글, 유튜브에서 곽진언 노래 틀어줘"라고 명령을 내리니, 시청실 화면에 엠넷 '슈퍼스타K6'에서 곽진언이 '소격동'을 부르는 영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구글 홈(Home)이 음성 명령을 받아들여 유튜브에서 '소격동' 영상을 찾은 후, 이를 오포 플레이어에 꽂아놓은 크롬캐스트 울트라(Chromecast Ultra)로 무선 전송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곽진언 '소격동'
유튜브의 가치 4.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교
하지만 유튜브에는 단점이 있습니다. 타이달(Tidal)이나 코부즈(Qobuz) 같은 고음질 스트리밍 서비스에 비해 음질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유튜브 일반 영상의 경우 15kHz 이상의 고음역대 정보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위 표를 보면, 유튜브는 무료 옵션이 있고 최저 이용료가 '프리'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음질(24비트 고해상도 음원 및 16비트 CD 수준 음원)면에서 타이달과 코부즈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유튜브 영상의 음질은 mp3 128kbps 수준(256kbps 선택 가능)인데 비해, 타이달은 16비트 44.1kHz CD급 음원부터 최대 24비트 192kHz 고해상도 음원을 FLAC 파일로 스트리밍 합니다.
유튜브는 또한 15kHz 이상의 고음역대 정보가 없는 점도 큰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가청영역대가 20Hz~20kHz이니까 고역대 주파수 정보가 사라지는 것이죠. 나이가 들면 13kHz 이상도 듣기 힘들다고 하지만, 악기의 음색을 결정하는 고차 배음이 이 대역에 포함되는 점을 감안하면 유튜브의 고역대 커팅은 분명한 손실이 맞습니다.
Lady Gaga 'I'll Never Love Again' : Youtube vs Tidal
위 첫 번째 영상은 유튜브, 두 번째 사진은 룬(Roon)에서 타이달 음원 플레이 화면을 캡처한 것입니다. 실제로 타이달에서 서비스하는 레이디 가가의 이 곡은 24비트/48kHz FLAC 파일로 확인이 됩니다. 하지만 유튜브 영상과 타이달 음원을 연이어 들어보니, 시각 효과 때문인지 유튜브 영상이 체감상 오히려 생생하고 다이내믹스가 돋보이는 반전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에 비해 타이달 음원은 밋밋하고 스케일이 작게 느껴졌습니다.
눈은 귀보다 힘이 세다
음원 스펙에서는 타이달에 비해 유튜브가 훨씬 밀리는데, 실제로 맞 비교를 해보면 유튜브 영상이 더 실감나게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이는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귀보다 눈이 더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눈이 80%, 귀가 20%를 차지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는 예전 MBC '나는 가수다'를 보며 많은 눈물을 흘렸던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봅니다. 비록 mp3 음질이지만 대형 화면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가수를 지켜본 결과입니다. 그 대표적인 곡이 임재범의 '너를 위해'인데, 당시 '나는 가수다' 출연 영상을 유튜브로 다시 봐도 눈시울이 금세 뜨거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임재범 '나는 가수다 - 너를 위해'
유튜브의 진화 - HDR 버전
유튜브는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HDR(High Dynamic Range)이 적용된 영상입니다. HDR은 가장 어두운 화면과 가장 밝은 화면의 명암 차이를 1,028(10비트)배로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이에 비해 기존 SDR(Standard Dynamic Range)는 8비트, 256배에 그칩니다. 따라서 HDR 화면은 SDR 화면보다 4배 정도 정밀한 휘도를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보다 자연 색감에 가까운 영상을 즐길 수 있는 기술입니다.
유튜브에도 이 HDR 기술이 적용된 영상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HDR 유튜브 영상을 즐기기 위해서는 모든 장치가 4K HDR을 지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시청회가 진행된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의 경우, 구글 크롬캐스트 울트라(영상 송출), 오포 205D(입력), 오디오퀘스트 Cherry Cola HDMI(케이블), SIM2 프로젝터(영상 재생) 모두 4K HDR을 지원해 4K HDR 유튜브영상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광범위한 다이내믹레인지를 소화하는 SIM2를 통해 재생되는 유튜브 영상은 스트리밍 영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펀치력있는 영상미로 선사했습니다.
'The Dark Knight - Strange Heist' UHD 4K HDR
'다크나이트' 인트로를 일반 영상과 HDR 영상으로 비교해봤는데, 확실히 HDR이 적용된 영상이 조명을 더 켜놓은 것처럼 밝고, 그러면서도 어두운 부분이 더 잘 보였습니다. 색감 자체가 달랐습니다. 이어 '원더우먼'과 '겨울왕국 2' 예고편도 일반 영상과 HDR 영상으로 비교해보니, 일반 영상은 거의 심드렁한 수준에 머물더군요. "눈은 귀에 비해 굉장히 객관적이다"라는 말이 이래서 나온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즐기는 방법
시청회에서는 유튜브를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살펴봤습니다. 우선 컴퓨터로 유튜브에 접속하는 방법입니다. 영상은 HDMI로, 음성은 USB로 송출하는 가장 친숙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용에는 불편이 따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유튜브를 지원하는 TV나 애플 TV, 엔비디아 쉴드 TV, 셋탑박스 등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기기를 통해 사운드를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검색 과정이 상당히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구글 자체 플랫폼인 크롬캐스트(Chromecast)를 TV나 오디오 기기에 연결,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원격 조정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용이 편리하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합니다.
유튜브 감상 릴레이
시청회 막바지에서는 계속해서 숨은 보석과도 같은 유튜브 영상을 연이어 시청했습니다. 투 첼로스(2 Cellos)의 'Vivaldi Storm'에서는 첼로의 저역이 무시무시하게 펼쳐졌고, 현재 유튜브 최다 조회수(66억 뷰)를 기록하고 있는 루이스 폰시(Luis Fonsi)의 'Despacito'는 시청하는 내내 기분까지 좋아졌습니다.
2 Cellos 'Vivaldi Storm'
Luis Fonsi 'Despacito'
시청회를 마무리하며
평소 시청회와는 달리 대형 화면을 통해 선명한 영상이 펼쳐진 시청회여서 그런지 2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NPR 뮤직 채널에 나온 스팅의 흥겨운 모습과 생생한 육성, HDR이 적용된 '다크나이트' 화면의 놀라운 색감과 다이내믹한 사운드, 그리고 유튜브 조회수 1위 곡인 'Despacito' 영상에 비친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자신이 좋아하는 오케스트라 곡의 실황을 언제든 자신의 안방에서, 그것도 제대로 된 오디오 시스템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가 활짝 열어젖힌 새 길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시청회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