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신뢰 진화,
B&W의 발걸음은 계속된다

애비로드 스튜디오 2의 Nautilus 801

영국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 수많은 명반들의 산실이다. 비틀스는 스튜디오 2의 단골 고객이었고, 사실 애비로드라는 이름도 비틀스가 이곳에서 녹음한 앨범 제목에서 따왔다. 오디오파일들의 테스트곡으로도 유명한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스튜디오 3에서 녹음됐다. 그리고 2020년 현재, 스튜디오 2의 모니터 스피커는 Nautilus 801, 스튜디오 3과 스튜디오 1의 모니터 스피커는 800 D3다. 모두 B&W 스피커들이다. 

802 D3 Prestige Edition

유명 스튜디오의 모니터 스피커, 이런 사례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B&W는 신뢰의 브랜드다. 개인적으로 B&W의 여러 스피커를 들어봤지만, 어떤 모델도 최소한 기본은 했다. 지난해 모 오디오숍에서 9개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에 대한 비교 테스트를 했었는데, 필자는 결국 B&W 805 D3를 상위권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802 D3 프레스티지 에디션은 필자가 꼽는 역대 스피커 하이랭커이고, 600과 700 시리즈는 가성비까지 갖춘 고수들이다. 

Formation Duo

비교적 점잖고 고전적인 스피커뿐만이 아니다. 최근 국내에 본격 론칭한 Formation 시리즈는 B&W가 무선과 올인원 시스템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재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아이팟 독 스피커인 Zeppelin이 이미 2007년에 나왔고, 여기에 에어플레이 기능을 추가한 Zeppelin Air가 나온 게 벌써 2011년의 일이다. 2웨이 스트리밍 스탠드마운트 스피커 Formation Duo와 3채널 스트리밍 사운드바 Formation Bar가 선사한 음과 무대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Matrix 801의 케블라 콘 미드레인지

업력만 오래되었다고 해서 이런 신뢰와 진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소재라든가 설계, 콘셉트에 있어서 남들보다 몇 걸음 앞선 혁신, 그리고 소리를 통해 이 혁신에 대한 검증이 끝나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도 B&W는 예외가 아니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케블라 콘을 비롯해, 트위터 온 톱, 매트릭스 인클로저,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 플로우포트, 테이퍼드 튜브, 컨티늄 콘, 에어로포일 콘, 이 모든 것이 B&W로부터 출발했거나 B&W 스피커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B&W 히스토리

Bowers & Wilkins

스피커 제작사로서 B&W는 존 바워스(John Bowers)와 로이 윌킨스(Roy Wilkins)가 1966년 영국 웨스트 서식스 주의 워딩(Worthing)에 설립했다. 두 사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왕립 통신 군단(Royal Corps of Signals) 복무 당시 만났고, 1965년에 라디오 및 전기제품 가게 Bowers & Wilkins를 설립했다. 그러다 존 바워스의 음악적 소양과 DIY 스피커에 매료된 한 여성으로부터 1만 파운드의 거금을 투자 받아 이듬해인 1966년에 스피커 제작사 B&W Electronics를 탄생시켰다. 

P1

데뷔작은 1966년에 나온 P1. 이때만 해도 B&W는 외주 유닛을 가져다 쓰는 시절이어서 P1은 EMI 우퍼와 셀레스천 트위터를 채용했다. P1의 성공으로 존 바워스는 오실레이터와 펜 레코더 같은 측정장비를 구입, 이후 제작한 자신들의 스피커에 전용 측정 증명서를 발급했다. 

DM70

1968년에는 현행 600 시리즈의 원조라 할 DM1과 DM3, 1970년에는 당시 흔치 않았던 곡면 배플을 취한 DM70이 등장했다. 그 해 영국 산업디자인상을 수상한 이 스피커는 특히 중고역 유닛을 11개 모듈의 정전형 유닛으로 구성한 점이 눈길을 끈다. DM은 도메스틱 모니터(Domestic Monitor)의 약자다. 

DM6

B&W의 강렬한 상징이었던 노란색 케블라 콘 유닛은 1976년에 출시된 DM6 모델에 처음 채택됐다. 듀퐁이 개발한 합성섬유 케블라(Kevlar)를 스피커 진동판 유닛으로 처음 쓴 제작사가 바로 B&W였다. DM6는 또한 한 해 전 영입한 산업 디자이너 케네스 그란지(Kenneth Grange)가 처음으로 인클로저를  디자인한 스피커이기도 했다. 

DM7

1977년에 등장한 DM7도 B&W 스피커 개발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트위터 온 톱(Tweeter on Top) 설계를 처음 채택한 것이다. 물론 에너지가 강력한 미드우퍼 인클로저로부터 트위터를 디커플링시키기 위해서였다. 케블라 콘 미드우퍼 밑에 폴리에틸렌 재질의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장착한 점도 눈길을 끈다. 

801과 존 바워스

B&W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긴 것은 역시 800 시리즈이며, 그 첫 제품이 1979년에 출시된 801이었다. 트위터 온 톱 설계도 부족했는지 미드레인지 유닛까지 별도 챔버에 수납한 B&W 최초의 스피커다. 801은 EMI 애비로드 스튜디오와 데카 스튜디오 등 수많은 클래식 음악 레코딩 스튜디오의 레퍼런스 스피커로 채택됐다. 

CM1

1986년에는 내부에 허니콤 구조로 브레이싱 설계를 한 Matrix 1, 2, 3 모델이 등장했고, 1987년에는 이러한 매트릭스 구조를 801에 이식한 Matrix 801이 탄생했다. 이 해에는 또한 매트릭스 구조에 플라스틱 인클로저를 채택한 CM1 스탠드마운트 스피커가 출시됐다. CM은 컴팩트 모니터(Compact Monitor)의 약자였다.  

Matrix 800

매트릭스 시리즈는 1990년대에 들어서도 계속됐다. 1990년에 26mm 메탈 돔 트위터(트위터 온 톱)에 165mm 케블라 콘 미드우퍼를 단 스탠드마운트 Matrix 805가 나왔고, 1991년에는 개인적으로 노틸러스와 함께 B&W 사상 가장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꼽는 Matrix 800이 각종 매거진의 커버를 도배하다시피했다. 이 스피커 역시 케네스 그란지가 인클로저를 디자인했다. 

Nautilus

B&W에게 1993년은 기념비적인 해이다. 역대 스피커 명기 중 하나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Nautilus를 이 해 세상에 선보인 것이다. 심해 고생물체를 담은 외관이 눈길을 끄는 이 4웨이, 4유닛 스피커는 각 유닛 후면에 긴 테이퍼드 튜브(tapered tube)를 달아 후면파 에너지를 소멸시키려 한 창의적인 엔지니어링의 산물이었다. 지금도 특별 주문되는 노틸러스는 B&W의 자타공인 플래그십이다. 

Nautilus 801

테이퍼드 튜브, 알루미늄 돔 트위터 등 노틸러스에 투입된 기술을 기존 800 시리즈에 이식시킨 결과물이 1998년에 등장한 Nautilus 800 시리즈다. 인클로저 회절을 줄이기 위해 미드레인지 케블라 콘 유닛을 둥근 챔버에 수납한 점도 특징. 이 터빈 헤드는 지금도 B&W 상위 모델들의 빛나는 훈장 역할을 하고 있다. 

705

B&W가 값비싼 스피커만 만든 것은 아니다. 이미 1995년에 현행 600 시리즈의 직계 선배라 할 DM600 시리즈, 1999년에 업그레이드 후속작인 DM600 S2 시리즈, 2002년에 3세대 버전인 DM600 S3 시리즈가 잇따랐다. 그러다 2003년에는 노틸러스 800 시리즈의 주니어 모델이라는 콘셉트로 700 시리즈가 나와 호평을 받았다. 

800 D2

케블라 콘과 함께 B&W 스피커의 강렬한 상징이었던 로하셀 콘은 2004년 800 시리즈 플로어스탠딩 모델들에 처음 채택됐다. 이어 2005년에는 일부 모델(800, 801, 802, 803)에 한해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를 채택한 800 D(Diamond) 시리즈, 2010년에는 전 모델에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를 장착한 800 D2 시리즈가 탄생했다. 

Zeppelin

2007년은 여러 모로 B&W에 뜻깊은 해였다. 아이팟 독 스피커인 Zeppelin이 탄생했고, 재규어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처음으로 카오디오 업계에 진출한 것이다. DM600 S4 시리즈가 나온 것도 2007년이었다. 제플린은 이후 에어플레이 기능을 추가해 Zeppelin Air(2011년), 아이팟 독을 없애고 에어플레이 외에 블루투스를 추가한 Zeppelin Wireless(2015년)으로 진화했다. 

800 D3

2015년, 마침내 현행 플래그십인 800 D3 시리즈가 첫 선을 보였다(802 D3, 803 D3, 804 D3, 805 D3). D3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케블라 콘과 로하셀 우퍼를 각각  컨티넘 콘과 에어로포일 우퍼가 대체한 점. 이어 2016년에는 최상위 모델로 800 D3 스피커가 위용을 드러냈다. 

800 D3 시리즈는 B&W의 현재다. 플래그십 800 D3 스피커의 경우 별도 챔버에 담긴 담긴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와 로하셀 콘 미드레인지, 에어로포일 콘 우퍼 2발, 매트릭스 브레이싱, 테이퍼드 튜브, 플로우 포트 등 B&W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수많은 기술과 노하우가 모조리 집약됐다. 잠시 이들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다아이몬드 돔 트위터 : B&W의 상징과도 같은 테이퍼드 튜브(tapered tube)에 담긴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다.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긴 튜브를 통해 트위터 후면파의 에너지를 소멸시킨다. 솔리드 알루미늄 재질의 이 테이퍼드 튜브가 메인 인클로저와 디커플링된 점도 전매특허. 다이아몬드 진동판의 경우 화학 증착 기법, 즉 증기를 사용해 다이아몬드를 퇴적층을 쌓듯이 포개져 완성된다. 브레이크업 주파수가 무려 70kHz에 이른다. 

컨티넘(Continuum) 콘 : 컨티넘 콘은 케블라처럼 복합 샌드위치 콘(금속을 증착한 직조 섬유+폼 코어)이지만 케블라보다 더 가볍고 더 강해 브레이크업 주파수 등 모든 면의 음향 특성이 훨씬 뛰어나다고 한다. 

터빈 헤드(Turbine Head) : 위에서 보면 호리병 모양인 터빈 헤드 역시 미드레인지 유닛 후면파를 소멸시키기 위해 고안됐다. 겉면에 직각 모서리가 없다는 점에서 유닛 정면파의 자연스러운 분산에도 이바지한다. 알루미늄 재질의 이 터빈 헤드가 우퍼부 인클로저 및 트위터 챔버와 분리된 점이야말로 B&W 800 시리즈 상위 모델들만이 누리는 특혜다. 내부는 리브로 보강됐다. 

에어로포일(Aerofoil) 콘 : 로하셀 콘을 대체한 에어로포일 콘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높은 강성이 요구되는 부분을 가장 두껍게 하는 등 진동판 두께를 달리한 점이 특징이다. 

매트릭스(Matrix) 브레이싱 : B&W에서 매트릭스라고 명명한 인클로저 내부 보강기술이 베풀어졌다. 인클로저의 경우 내부 강도를 더 높이고 진동을 저감하기 위해 기존 MDF에서 솔리드 합판과 알루미늄, 스틸로 교체했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바닥면에 나 있는데, 골프공 표면처럼 생겨 공기저항을 줄이는 플로우 포트(Flow Port)를 채택했다. 

706 S2

700 시리즈와 600 시리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17년에 등장한 700 S2 시리즈는 기존 알루미늄 돔 트위터를 카본 돔 트위터로 바꾸고, 800 D3 시리즈에 투입된 컨티늄 콘을 적극 수용했다. 2019년에 등장한 New 600 시리즈는 더블 돔 알루미늄 트위터에 컨티넘 콘, 페이퍼 콘 우퍼로 중무장했다. 한편 702와 705 모델은 올해 컬러 무늬목 마감을 한 시그니처 모델로, 600 시리즈는 오리지널 600 시리즈(1995년 DM600) 출시 25주년을 맞은 올해 S2 애니버서리 모델로 업그레이드됐다.

현행 700 시리즈와 600 시리즈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700 Signature Series : 702 Signature(플로어스탠딩), 705 Signature(스탠드마운트)

700 S2 Series : 702 S2, 703 S2, 704 S2(이상 플로어스탠딩), 705 S2, 706 S2, 707 S2(이상 스탠드마운트)

600 S2 Anniversary Series : 603 S2 Anniversary(플로어스탠딩), 606 S2 Anniversary, 607 S2 Anniversary.(이상 스탠드마운트)

Formation 시리즈

Formation Bar

필자가 보기에 포메이션 시리즈는 B&W의 미래다. 포메이션 바의 경우, 유선 네트워크 연결을 위한 RJ45 이더넷 단자와 광 입력단자를 갖췄고 무선 네트워크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에어플레이2, 스포티파이 커넥트를 지원한다. 개인적으로 놀란 것은 TV와 연결을 전제로 한 사운드바임에도 불구하고 룬 레디(Roon Ready) 인증을 받은 점. 룬을 통한 타이달과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무선으로, 그것도 3채널로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Bowers Home 앱

확장성도 대단하다. 포메이션 바와 베이스를 조합하면 3.1 채널, 여기에 플렉스를 추가하면 간단히 5.1 채널이 된다. 그것도 이 모든 것이 B&W가 무선으로 연결된다. 흥미로운 것은 스트리밍 음원을 플레이할 때는 와이파이 2.4GHz 대역을 이용하고, 포메이션 시리즈 기기 간 연결에는 5GHz 대역을 일종의 메시 네트워크로 연결한다는 것. 무선 음악 재생과 기기 간 무선 연결에 서로 다른 대역대의 주파수를 이용하는 셈인데, 특히 5GHz 대역을 이용함으로써 기기 간 연결 지연시간이 100만 분의 1초에 불과한 점이 솔깃하다. 


B&W 명기 5선

왼쪽부터 Matrix 801, DM70, 800 D3, Nautilus, DM6

DM70(1970) :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에 어떻게 이런 디자인이 나왔을까 싶다. 중고역 유닛 챔버와 우퍼 챔버를 분리시킨 것이야 1950년대 알텍랜싱 A4나 A5 같은 혼 스피커의 유산이라도 해도 두 배플을 모두 곡선으로 처리한 것은 그야말로 파격에 가깝다. 영국 산업디자인상 수상이 그 빛나는 증거다. 중고역 유닛은 정전형 드라이버를 썼고 우퍼는 12인치 콘 드라이버를 채택했다. 

DM6(1976) : 켄우드 믹서기, 코닥 카메라, 임페리얼 타자기 등 케네스 그란지의 손길이 닿으면 모든 것이 독특해진다. B&W에 영입된 다음 해인 1976년에 출시된 DM6 역시 그러했다. 인클로저가 귀여운 배불뚝이 펭귄을 닮아 '임신한 펭귄'(pregnant penguin)으로 불렸는데, 이는 사실 각 유닛 간 시간 및 위상 얼라인먼트를 위한 설계를 반영한 것이다. DM6는 또한 업계 최초로 케블라 콘을 쓴 기념비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Matrix 801(1987) : 800 시리즈의 서막을 연 밀폐형 801은 1979년에 나왔고, 매트릭스 내부 브레이싱 설계를 덧댄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의 매트릭스 801은 1987년에 나왔다. 그리고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는 기다렸다는 듯이 모니터링 스피커를 801에서 매트릭스 801로 갈아탔다. 트위터 온 톱, 테이퍼드 튜브 챔버, 케블라 미드레인지, 12인치 폴리머 콘 우퍼 등의 설계를 통해 20Hz~20kHz(-2dB)에 걸쳐 플랫한 주파수 응답 특성을 얻었다. 

Nautilus(1993) : B&W와 이를 설계한 로렌스 디키(Laurence Dickie)를 전 세계에 알린 명기다. 이는 또한 1982년에 설립한 부설 SRE 연구소의 5년간에 걸친 연구 결과이기도 했다. 4개 알루미늄 유닛 후면파를 효과적으로 소멸시키기 위해 긴 테이퍼드 튜브를 붙인 과감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우퍼부가 달팽이처럼 말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야말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말이 딱 어울리는 설계다. 

800 D3(2016) : 출시된 지 불과 4년밖에 안된 800 D3이지만, 컨티넘 콘과 에어로포일 우퍼, 곡면 배플과 후면의 알루미늄 히트싱크 등 혁신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현역 명기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B&W에 따르면 이전 D2 모델에 비해 868가지가 변경되었다고 한다. 스펙? 주파수 응답 특성이 15Hz~28kHz(-3dB)에 달한다. 이런 스피커, 흔치 않다. 


B&W 사운드 시그니처 :
802 D3 Prestige Edition과 Formation Duo를 중심으로

스피커는 결국 소리로 완성된다. 필자가 보기에 현행 B&W 사운드 시그니처는 802 D3 Prestige Edition과 Formation Duo에서 확인할 수 있다. B&W가 지향하는 재생음이 어떤 것인지, 추구하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스피커에 대한 예전 시청 메모를 뒤져봤다. 802 D3 프레스티지 에디션의 경우 스탠더드 에디션보다 윗급의 소리를 내주지만 D3 시리즈와 802 모델의 소리 성향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802 D3 Prestige Edition(왼쪽)과 805 D3 Prestige Edition

미국 에어의 디지털 허브 QX-5 Twenty, 웨이버사의 인티앰프 W AMP2.5 MKII에 물려 들은 802 D3 프레스티지 에디션은 한마디로 어쿠스틱 악기 같은 소리를 냈다. 그만큼 이 스피커가 전해준 재생음의 질감이 징그러울 만큼 사실적이었다. 2018년 5월 오스트리아 빈 뮤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들었던 그 수많은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무서우리만치 생생한 질감이 연상됐을 정도. 코일과 커패시터, 보이스코일을 통과해 진동판 울림으로 탄생한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그런 소리였다. 

아다 마이니크,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연주한 쇼스타코비치 비올라 소나타는 첫 음부터 비올라의 목향이 나고 바로 눈앞에서 현을 긁는 듯했다. 피아노 왼손 타건의 굵은 저역도 일품. 한마디로 필자를 압도하는 음, 기세가 대단한 음이 나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재생음이 마냥 고운 것은 아니라는 점. 마치 LP를 들을 때처럼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면모가 있다. 안네 소피 폰 오터가 부른 'Baby Plays Around'는 그녀의 들숨에서 묘한 립스틱 향이 묻어난다고 생각했을 만큼 가슴 설레는 음, 실체감이 대단한 음이 난무했다. 흐릿하거나 애매한 구석이 조금도 없이 그대로 음악에 빠지게 하는 마력도 갖췄다. 음 한 톨이라도 허투루 대하지 않는 모습이 대단했다. 

Formation Duo

최근에 리뷰를 했던 포메이션 듀오는 그 선연한 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이 스피커를 듣기 위해 동원한 것은 룬 코어로 쓰고 있는 필자의 맥북과 스마트폰뿐. 음원은 룬을 통해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과 맥북 저장 음원을 들었고, 처음에는 와이파이로, 다음에는 오른쪽 듀오에 랜 케이블을 연결해 시청했다.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마트폰 저장 음원도 들어봤다. 

와이파이를 통해 들려온 첫 음부터 '사기캐'였다. 길버트 캐플란이 빈필을 지휘한 말러 2번의 경우, 묵직하고 힘이 넘치는 첼로의 진군에 '지금이 무선 액티브 스피커로 듣는 것이 맞나?' 싶었다. 윤곽선이 분명하고 형체가 또렷한 음이자, 시원시원하고 카랑카랑한 소릿결이었다. 랜 케이블을 이용하면 와이파이로만 연결했을 때 느꼈던 저음 테두리의 보푸라기와 붓기가 싹 가셨다. '갑자기'라고 할 만큼 단정하고 단단한 음으로 변모했다. 에사-페카 살로넨이 오슬로 필하모닉을 지휘한 페르귄트는 전체적으로 약간 순하고 연한 사운드이긴 했지만 어디 한 곳 어깨 걸린 듯이 뭉치거나 흐트러지는 구석이 없었다. 싱싱해서 생기가 도는 음과 무대였다.  


총평 

왼쪽부터 Maxtrix 801, Nautilus 801, 802 D2, 800 D3

필자가 즐겨 보는 오디오 잡지 스테레오사운드는 지난 2016년 창간 50주년 200호 특집으로 '지면을 장식한 스피커 200선'을 꼽았다. 역시 이 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B&W는 무려 10개 모델을 리스트에 올렸다. 802 D3(2015), 805 D3(2015), 800 D2(2010), Signature 800(2001), 800 D(2005), Nautilus 801(1998), Matrix 801(1987), Nautilus(1993), Signature Diamond(2006), Silver Signature(1991). B&W의 놀라운 저력이다. 

공감한다.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의 터줏대감 역시 800 D3이고, 필자가 리뷰할 때마다 자주 레퍼런스로 삼는 스피커 또한 802 D3다. 이들이 내는 소리는 확실히 안정감이 있고 그러면서도 앰프와 음원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700과 600 시리즈는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리뷰를 겸해 들어봤는데, 언제나 상위 형들을 위협하는 사운드를 뿜어냈다. 그리고 최근 경험한 무선 액티브 스피커 중에서 음질과 편의성, 2마리 토끼를 잡은 모델은 포메이션 듀오였다.  1966년부터 시작된 B&W 신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