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의 본질에 더 가까이
Waversa Systems W LAN-EXT Reference


패턴으로 알아낸 진실들

거리를 걷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저마다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체크무늬 스웨터를 입고 있고 어떤 이는 아침에 잘 다려 입었는지 매끈한 와이셔츠가 빛난다. 그 속엔 각각의 패턴이 그려져 있음을 본다. 텅 빈 공원이지만 종종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일정의 패턴 속에서 돌고 도는 놀이를 하고 있다. 그들 속엔 그 게임의 패턴이 마치 세상을 지배하는 규칙의 전부인 것마냥 그 안에서 이기고 진다.

세상은 가까이에서 보면 이런 패턴의 연속이다. 각 개인이나 아주 작은 사물들 속 그리고 도시에서도 이런 패턴은 수없이 다채롭게 발견된다. 버스를 타고 시내 도시를 지나 외곽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관찰하다 보면 머릿속으로 패턴을 인식하게 된다. 비로소 비행기를 타고 이 도시를 떠나며 상공에서 도시를 멀리서 조망하면 그제야 그 패턴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도시의 중심부터 그 외곽으로 넓혀지는 도시 생태계 및 인트라 구조의 패턴. 이런 패턴의 인식과 분석을 통해 우리는 도시 설계자의 의도와 컨셉을 조금이나마 눈치챌 수 있다.

패턴은 우리 오디오 마니아 사이에서도 발견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각자의 패턴 인식과 그 응용에 있다. 예를 들어 트랜지스터 앰프냐 진공관 앰프냐 그리고 그중에서도 클래스 A, 클래스 AB, 클래스 D 또는 3극관이냐 5극관이냐의 선택의 기로에서 서 있을 때다. 경험을 통해 소리의 패턴은 일정 수준의 통계를 만들어준다. 각 증폭 설계를 채용한 앰프의 소리를 경험을 통해 패턴화해 두뇌에 저장하고 이후 새로운 시스템 셋업과 매칭에 활용한다. 요컨대 설계 방식과 소리와의 상관관계를 패턴화시켜 인지하고 분석하면서 가능한 일이다.

이런 생각의 방식의 과학적 탐구, 그중에서 귀납적 탐구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때론 연역적 탐구와 사고가 이로울 때도 있지만 세밀한 정량화를 통해 이론화시키기 힘든 ‘음악’과 ‘음질’에 관련된 패턴 탐구는 대개 이런 방식이 잘 통한다. 알고 보면 오디오 마니아는 이런 탐구 방식이 일상화된 사람들이다. 트랜지스터냐 진공관이냐, 동선이냐 은선이냐, 또는 델타 시그마인가 R2R 래더 멀티 비트 설계냐... 등등.

물론 지나치게 일반화시키는 건 경계해야겠지만 패턴 인식을 통해 얻는 것 중 실보다 득이 많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털끝만큼 가벼운 이론 하나로 모든 현상을 성급하게 일반화시키며 확증 편향에 빠진 사람들이 인류를 퇴보시켰다면 항상 기존 세대가 일궈놓은 이론에 의심을 품고 패턴을 관찰, 과학적으로 탐구해 도전한 사람들은 인류를 진보시켜왔다. 한낱 오디오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주 항공, 군사, 의료 관련 초정밀, 첨단 기기들에 쓰이는 소재와 기술이 이 분야에서 응용되어 진보적 하이엔드 제품으로 귀결될 수 있었던 이유다.


W 아이솔레이터의 등장 그리고 진화

W Core 내부에 장착된 아이솔레이터 모듈(W LAN INT Module)

최근 이런 패턴의 연속적 관찰을 경험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기술적 기반을 경험으로써 증명해 내면서 마치 하나의 생명체가 싹이 생기고 뿌리와 이파리가 돋아나는 듯한 모습을 만들어냈다. 바로 국내 웨이버사 시스템즈가 고안해낸 노이즈 아이솔레이터가 그 주인공이다. 필자가 처음 체험한 것은 W Core에 내장하는 방식의 W LAN-INT를 통해서였다. 이는 작은 아이솔레이터로써 이를 직접 W Core에 내장한 전/후 내부 기판의 모습과 설치 전/후 음질적 차이에서 놀라움을 주었다.

W LAN-EXT1, W USB-EXT1, W COAX-EXT1, W BNC-EXT1 노이즈 아이솔레이터

이후 W LAN-INT에 내장했던 W LAN 기술은 빠르게 진화해나갔다. 결국 외장형인 W LAN-EXT1이 출시되었다. 단지 LAN으로 한정 지을 수 없는 기술적 기반이 있었기에 노이즈 아이솔레이터는 계속해서 숙주의 반경을 넓혀갔다. 예를 들어 USB, COAX, AES/EBU 그리고 종국에는 HDMI까지 영역을 넓혀 그 이전의 기기 설계 패턴과 음질적 패턴에 대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 W LAN 속의 아이솔레이터가 만들어내는 음질적 변화 패턴은 지속적이며 균질하게 그러나 정확히 우상향하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물론 허무맹랑한 가설 위에서 이런 성능을 얻은 것은 아니다. 과학적 기술은 기능적으로 또는 성능 면에서 훌륭한 결과를 도출시키는 트리거는 될 수 있지만 음질이라는 것은 또 다른 바운더리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 기술적 토대는 특허 기술로서 인정받은 것이다. 노이즈 아이솔레이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트랜스포머를 다수 사용해 일반적인 기기 내부에 적용되는 것을 이야기한다. 전기적으로 분리시킨다는 ‘갈바닉 아이솔레이션’이라는 것도 있다. 전기적으로 분리시키고 기기를 보호하는 역할도 겸한다.

하지만 웨이버사의 W LAN, W USB 등의 기술은 단순한 아이솔레이션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기적으로 분리되며 노이즈 유입이 없을 거란 것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전기적 분리가 가장 핵심 이슈이고 그것이 디지털 인터페이스 곳곳에서 야기되는 음질적 변이와 훼손의 가장 정확한 해결책이라면 이미 우리는 별달리 다른 대안이 없다. 이미 옵토 커플러 같은 것으로 이미 모두 해결되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USB 및 LAN 전송의 인핸서들이 해외 전문 메이커들에서 끝없이 출시되고 있는 이유다.


노이즈 아이솔레이터 속 패턴

W LAN-EXT1 내부

이미 EXT1 수준에서도 웨이버사의 노이즈 아이솔레이터 기술 및 그로 인한 음질 변화를 명확히 확인한 바 있다. 아이디어 자체는 꽤 간단해 보인다. 내부를 보면 여러 개의 코일을 원반을 중심으로 감아놓은 걸 볼 수 있다. 당연히 이 주변으로 전자기장이 생기게 되는데 이 회로를 음악 시그널이 통과하면서 노이즈가 제거된다. 케이블을 타고 온 시그널이 아이솔레이터의 코일로 진입한 이후 노이즈 자체를 원천 봉쇄시켜버린다는 논리다.

W USB-EXT1

필자는 이전에 W LAN 및 W USB, W COAX 등을 제품에 연결해 테스트해 본 결과를 확인한 바 있다. 입/출력단에 꽤 많은 공을 들인 하이엔드 디지털 장비들이 그 적용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이즈 아이솔레이션의 음질적 성과는 뚜렷했다. 심지어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 Core나 W Streamer에서도 그 영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필자가 직접 구입해 사용해 보거나 리뷰를 진행했던 그 어떤 액세서리도 이런 음질적 변화를 만들어내진 못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몇 세대를 진보시켜나가던 웨이버사에선 드디어 다음 세대를 개발해 내놓았다. 이미 무려 20세대까지 진보시킨 아이솔레이터 기술을 확보한 후 10세대 제품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알려온 건 아마도 올해 여름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2세대, 3세대도 아니라 20세대 완성 그리고 10세대의 상용화라니 믿기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결국 최근 나는 10세대 노이즈 아이솔레이션 기술이 적용된 W LAN-EXT 레퍼런스 노이즈 아이솔레이터를 테스트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과연 W LAN, W USB 등에서 보여주었던 웨이버사의 독보적 아이솔레이터가 보여주었던 음질적 변화 패턴은 어떤 모습일까?


셋업

이미 기존에 W LAN-INT 그리고 W LAN-EXT1을 경험해 본 터라 레퍼런스 모델에 대한 기대가 꽤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노선에서 진보가 있을 거라고 스스로 예상하며 테스트에 들어갔다. 스피커는 B&W 802D4 최신 버전을 사용했고 앰프는 마크 레빈슨 No.5206 프리앰프 그리고 No.5302 파워앰프를 사용했다. 소스기기의 경우엔 브라이스턴 BDA 3.14를 사용해 재생했음을 밝힌다.

웅산 - I Love You
I Love You

여느 때처럼 피아노 솔로 그리고 보컬 레코딩부터 이런저런 레퍼런스 녹음을 들어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다양한 변화가 포착된다. 예를 들어 웅산의 ‘I Love You’에서 적용 전/후가 또렷하게 대비되었는데 보컬이 벽에서 반 발자국 더 걸어 나와 나를 향해 더 짖게 호소하는 듯 느껴졌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녹음 현장의 모든 것을 옮겨온 듯 그 실체감이 더해졌다. 마치 녹음 현장의 공기, 온도, 습도 등 모든 앰비언스가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 토널 밸런스를 흐트러트리는 일은 볼 수 없었다. 요컨대 본래 음원이 내포하고 있는 정보를 더 풍부하게 끌어올린 소리다. 무척 맑은 바닥이 보이는 듯하다.

Fabrizio Meloni
Mozart: Clarinet Concerto - Adagio and Fugue - Clarinet Quintet

배음 표현은 악기 고유의 음색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는 데 있어 결정적인 요소면서 음악 재생 능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배음 구조의 표현력은 색소폰, 트럼펫 등 관악기에서 그 차이가 극심한데 모차르트 클라리넷 사중주에서 본래 가지고 있던 클라리넷 연주를 들어보면 소리의 음색, 온도감 등 모든 표정들이 더 분명해진 인상이 뚜렷했다.

비슷한 옥타브의 여타 악기와 그 음색 구분이 명확히 대비되는 것도 배음이 노이즈로 인해 손상되지 않은 결과로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미세 약음의 떨림도 더 세밀하게 들려 약간 신경이 예민해질 정도다.

Fourplay - Tally Ho!
Heartfelt

디지털 오디오의 전송에 있어 노이즈는 시간의 흐름과 그 타이밍, 즉 ‘Trasmission timing’에 의해 지터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제품이 그런 이론적으로 타이밍에 영향을 줄 것인가? 하지만 청감상으로 W LAN-EXT 레퍼런스는 마치 클럭 성능이 올라갔을 때 느낄 수 있는 향상을 보여준다.

리얼 타임 재생에서 시간축이 흔들리는 건 소리 재생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노이즈가 뒤에 붙어 다니는 듯 끝이 거칠고 소리 중심이 번지는 느낌을 주기 일쑤다. 하지만 포플레이 ‘Tally Ho!’ 같은 곡을 들어보면 더 투명하고 명료한 사운드 그리고 그로 인해 박자를 쪼개며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Claudio Abbado - Messa di Requiem, Dies irae: Dies irae
Verdi : Messa di Requiem

스케일이 큰 교향곡, 합창 레코딩에선 다른 측면의 변화들이 펼쳐졌다. 베르디의 ‘레퀴엠’ 중 ‘Dies irae’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일단 전체 스테이징 측면에서 전망이 좋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예쁘거나 아름다운 경치를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시야가 맑아져 나무와 새와 안개 등 모든 현장의 모습들이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성부와 성부의 음색 차이뿐만 아니라 성부 사이의 공간까지 조망할 수 있을 만큼 투명도의 상승이 일어난다. 더불어 이 모든 것은 깨끗한 정적의 배경 위에서 빛난다.

Ólafur Arnalds & Alice Sara Ott - Nocturne in C Sharp minor
The Chopin Project

ROON이 그 수치에서 말해주는 다이내믹레인지는 동일하지만 W LAN-EXT 레퍼런스가 도입된 이후의 청감상 다이내믹스는 그 컨트라스트에서 차이가 포착된다. 올라퍼 아르날즈와 알리스 사라 오트의 쇼팽 '녹턴'을 들어보면 매우 복잡한 배음 구조들이 리얼 타임으로 진행되면서 표현되는 다이내믹스 진폭은 더욱 커진 인상이다.

특히 약음 표현의 대비가 급상승한 모습인데 이는 노이즈에 짓눌려 있던 미세 약음의 청감상 인지 차이가 불러온 결과가 아닐까 유추할 수 있다. 본래 소리의 정보는 동일하지만 그 사이에 침투하는 노이즈 양의 크기에 따라 그 대비 효과는 오히려 작아질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엔 본래 다이내믹스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총평

사람의 인지 특성은 상대적으로 비교함으로써 더욱 그 정체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특히 청감상 우리는 소리의 좌/우 크기 대비와 시간차 인식을 통해 악기나 사람의 위치 그리고 음색 및 여러 특성들을 느낀다. 그것이 부정확하게 만드는 것은 대비의 강도는 낮추고 결과적으로 위치나 음의 특색을 흐릿하게 만든다. 결국 본질적인 것과 거리를 넓혀 실체감을 뭉개버린다.

물론 이런 레퍼런스급 시스템에서 W LAN-EXT 레퍼런스를 도입하기 이전 소리가 불편한 소리였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W LAN-EXT 레퍼런스를 통해 더 원초적 본연의 소리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는 것이 필자의 자평이다. 마치 클럭을 업그레이드한 듯한 패턴을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W LAN-EXT 레퍼런스는 지금까지 필자가 테스트해 보았던 그 어떤 이더넷 전송 관련 액세서리 중에서도 으뜸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Specifications
Dimensions 150 x 180 x 37 mm
Weight 3 kg
Waversa Systems W LAN-EXT Reference
제조사 웨이버사 시스템즈
제조사 홈페이지 cafe.naver.com/waversa
구매문의 02-582-9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