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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한테 고모님이 두 분 계십니다. 큰고모님은 아흔이 넘었지만
허리가 굽으신 것만 빼면 대체로 건강하시고 정신도 맑으십니다.
작은고모님도 여든이 넘었지만 대체로 건강하십니다.

큰고모님은 저희들 어렸을때 항상 좋은 말씀만 하셨습니다.
"우리 장군감!" 만나기만 하면 이런 말씀이나 비슷한 말씀을 하셔서
고모님이 좋았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늙으신 고모님들을 대할 때 너희 아버지를 대하듯
하라고 생전에 여러번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 말씀이 아니어도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셨던 고모님이 좋아서 멀리 떨어져 사시는
고모님이 그립기도 합니다.

멀리 사시는 큰고모님이 보고싶어 연전에 찾아뵈었더니 여전히 또렷한
정신에 아직도 어리게만 보이는 저희에게 예전과 다름없은 사랑과
애정을 베푸십니다. 이제는 늙으실 만하지만 사랑만은 늙지 않으신
그런 고모님이 한없이 좋습니다.

세운상가에서 처음 오디오를 접하고 배울 때 탄노이의 여러 스피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덩치도 크고 소리도 넉넉한 게 인기도 좋았습니다.
언제 보아도 든든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랑카스터라는 아주 크지도 않은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고풍스런 디자인에 풍기는 첫 인상이 대단히 기품이 있어 보이는
뭔가 한 가닥 할 것 같은 모습에 한참 눈길을 돌릴 수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담담한 자태는 언제 보아도 항상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만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20여 년만에 접하는 이 스피커가 언제나 당신의 기품을 잃지
않고 담담하신 모습으로 저희를 대하시는 고모님처럼 느껴집니다.
오랜 세월 산전수전 다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고고한 자태를
간직한 이 스피커나 일제 치하, 6.25 동란 등 격동의 세월을 이기며
당신의 자리를 지키신 고모님은 같아 보입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인클로저는 오랜 풍화를 잘 견디고
예전의 속살을 그대로 간직한 채 유닛을 잘 보호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무색해 보입니다. 통의 울림을 줄이기 위해 부착한
흡음재도 하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오랜 세월 익을대로 익은
인클로저는 이제는 적당한 울림과 적당한 흡음으로 모나지 않게
아름다운 멜로디를 선사할 것입니다.

이제는 모든 것에 담담하면서 기품을 잃지 않은 고모님과
오랜 세월의 풍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담담한 모습의
랑카스터가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요?

이 담담하고도 아름다운 스피커 하나 간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 고모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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