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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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잘 부탁합니다.
여러 해 전 큰맘 먹고 좋은 기기를 장만하신다고 아큐페이스 최고급 모델인
800 + 801을 구매하신 고객이 계십니다. 포항에 사시는 연세가 지긋하신
분입니다.
설치해 드리기로 한 약속날짜에 싣고 여행 삼아 집사람과 같이 갔습니다.
그날이 토요일이라 근무를 해서 좀 늦게 출발하니 저녁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말씀을 드린듯한데 너무 늦었다고 화가 좀 나셨습니다. 어쨌든 제대로 말씀을
드리지 못한 건 저희 잘못이고, 설치 후 잠시 음악을 들어보니 최고급이라
소리는 참 좋았습니다.
테스트가 끝난 후 나오려고 하니 스티로폼 상자를 하나 주십니다.
과메기를 샀는데 가서 먹어보라고 하시면서요. 늦어서도 미안한데
더더구나 이런 선물까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때 받은 과메기
형님들과 같이 먹었는데 지금껏 그렇게 맛있는 과메기는 못 먹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손님 혼자서 사시는 것 같았습니다.
사모님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살림살이도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몇 년 후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몇 년 후에 그 고객으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앰프가 고장이 났는데 AS를 부탁하기 위해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이었습니다. 서울로 이사를 오셨나 생각하고 가보았더니
원래 서울에서 사시고 직장이 포항이라 혼자서 사셨던 것입니다.
포항에서 가장 큰 살림살이는 오디오였습니다. 이제야 포항에서 왜
혼자 계셨는지 의문이 풀렸습니다.
은퇴하시고 서울로 오셨습니다. 적당한 빌라의 반지하방을 빌려서 오디오 룸을
꾸미시고 사시는 곳은 따로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사모님을 뵈었는데, 대단한
미인이시고 성품도 무척 활달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디오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시면서 잘 부탁한다고 신신당부(?)하셔서 두 분 사이가 참 좋아보였습니다.
파워앰프가 고장이었습니다. 엄청 무거운 대형이라 고객의 도움을 받아
차에 싣고 와 며칠 지난 후 AS가 완료되어 가져다 드렸습니다. 그날도
사모님께서 계셔서 설치하고 소리가 제대로 나는 것을 보시더니 대단히
좋아하셨습니다. 그러더니 한 마디 하십니다.
“오디오가 고장 나니 나를 엄청 귀찮게 합니다. 오디오가 잘 나와야
내 자유가 생기지요.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방에서 오래 계시다 서울 오시니 친구들은 많지 않고
음악을 듣고 즐기시면 오디오가 친구가 될 텐데,
그러면 사모님께는 자유가 생길 터인데,
오디오가 고장 났으니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고쳐달라고 하신 거로구나.’
한 가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모님들이여!
남편들에게 오디오를 친구로 만들어 주세요.
그러면 자유가 생깁니다.
자유를 돈 주고 살 수 있습니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