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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고객 K라는 분이 계십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분을 통해서 소개를 받았습니다.

K 고객은 진공관 앰프를 구매하셨습니다.

잘 사용하시면서 또다른 분을 소개해 주셔서 물건을 판매하게 되었는데

구입하신 물건이 많고 또 여성분이라 제주도에 가서 설치와 함께 설명도 해드려야 해서

차에 오디오를 싣고 제주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간 김에 K 고객님 댁도 방문했습니다.

인정이 넘치시는 분이라 방문해 줘서 고맙다고 난을 한 분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K 고객 몸이 불편하신 걸 그때야 알게 되었습니다.

잘 나가시던 건설 엔지니어셨는데 풍을 맞아서 한쪽이 불편하십니다.

당신의 불편함 때문인지 약주를 자주 하시고 전화를 주시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들을 수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이럴 땐 많이 참 난감합니다.

오디오가 잘 되지 않을 때는 엄청나게 전화를 주십니다.

폭격하듯이 전화를 여러번 주시는데 가서 봐드렸으면 좋으련만 제주도라.......

또다른 물건을 구매하셔서 설치를 어렵게 하셨는데 험이 발생하여

들을 수가 없다고 하셔서 이번에는 직원을 보냈습니다. 오디오 세트가 여럿이라

서로 간섭을 해서 다른 공간에 설치했더니 해결이 되었습니다. 직원까지 보내줘서

고맙다고, 누가 이렇게까지 하겠냐고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고마워 하십니다.

이제는 약주도 거의 하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전화기 너머 들리는 음성이 대체로 맑게 들립니다.

전화가 오면 될 수 있으면 약주는 하시지 말라고 말씀드렸는데,

주변분들도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이젠 목소리가 항상 맑습니다.

그래서 전화 통화가 매끄럽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여러 해를 보내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 바쁜 일이 아니면

전화를 잘 받습니다. 전에는 좀 어려웠거든요.

최근에 모파이 턴테이블을 구매하셨습니다.

그런데 설치를 하다보니 케이블이 1.5m짜리 필요하다고 그냥 줄 수 없냐고 하셔서

흔쾌히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약주도 많이 줄이고 수입도 많지 않은 가운데 다른

즐길 꺼리가 없다보니 오로지 음악만 열심히 들으시는가 봅니다. 그런 분한테

케이블 하나 드리는 것이 뭐이 어렵다고, 오늘 포장을 하면서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해 쌓은 미운 정, 고운 정을 생각해 보니 미소가 지어집니다.

잘 사용하시고 혹시 제주도에 가게 되면 항상 전화로 놀러오라고 하셨는데

꼭 놀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