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왔습니다 - 구경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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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좀 좋아한다면 적어도 공룡은 다녀와야 얘기가 됩니다.
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어서 이번에 처음 다녀왔습니다.
새벽 3시에 한계령을 출발하여 희운각에서 아침을 먹고
공룡을 타고서는 마등령을 거쳐 설악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으나, 후배가 갑자기 두 곳을 다 보라면서 어차피 어두운
새벽엔 볼 것도 없으니 설악동에서 마등령으로 올라 공룡 타고
천불동으로 내리라는 조언(?)을 해줘서 코스를 변경했습니다.
이것이 쥭음의 코스란 걸 모르고 덥석 미끼를 물었으니........
기세도 등등하게 사진을 박았습니다.
반바지 세 명은 공격조, 긴 바지 두명은 베이스캠프조입니다.
여명이 밝아오며 대지가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동녁엔 태양이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산을 오르면 정상에서 해돋이를 보곤 했는데........
마등령까지 오르는 길은 절벽을 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르다 목이 말라 물 좀 마시고 기운을 얻기 위하여
오이도 한 조각 먹었습니다. 절벽에 가까운 계단을 오르니
숨이 턱에까지 차고 입속에선 단내가 납니다.
좀전에 먹었던 오이 부스러기가 입술과 잇몸 사이에서
맴돌며 엄청나게 거추장스럽습니다.
이런 느낌은 저 혼자만이 아니었습니다.
쉬고가고 또 오르면서 쉬고, 숨은 턱까지 차고......
마등령이 어디인가? 천당이 마등령인가?
드디어 마등령. 여기가 지옥을 지나 맞는 천국이로구나.
이제부터는 능선을 타는 룰루랄라 코스.....?
탐방로 안내표지판 맨밑을 보면 마등령삼거리에서
무너미고개까지 오르내림이 많지 않아
좋은 경치보며 즐겁게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매우 어려움"이라 쓰여 있을까요?
이제 겨우 1.7km를 왔는데, 능선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후배의 얼굴이 자꾸만 어른거립니다.
그간 잘못한 것이 많았나 봅니다. 반성 많이 했습니다.
멀리 울산바위도 보입니다.
공룡을 타면 그 높던 울산바위도 동네 어린아이 같습니다.
이제 희운각이 1.0km 남았습니다.
이곳의 해발고도도 1214m입니다. 높아요.
이 높은 곳을 오르면서 아침도 빵쪼가리로 때웠는데
얼른 가서 부대찌개 끓여 먹어야지요. 얼른......
그런데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200m.
에라이 모르겠다 미친 척 하고 대청까지....
200m도 기어갈 판에 무슨 대청까지......
사무실 근처 부대찌개 30년을 넘게 한 단골집.
금요일 저녁 찌개거리를 포장해달라고 했더니
"어느 산 가세요?" 묻습니다. "공룡가요!"
이렇게 오래된 맛집의 찌개를 산에 싸와 부글부글 끓여
배 쫄쫄 골고난 뒤 먹으면 열배, 스무배는 맛있습니다.
라면사리까지........ㅋ
종이컵엔 뭐가 들었을까요? 알면 다칩니다.^^
희운각은 언제나 아름다운 곳입니다.
등산객을 많이 보는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이놈이 그냥 쥐라면 어떨까요?
거의 비슷한데 느낌은 천지차이입니다.
배도 채우고 하산하는데 드뎌 계곡에 물이 보입니다.
우리나라 3대 계곡이라는 천불동계곡.
천개의 불상이 보인다는 계곡.
아름다운 폭포도 보이고
협곡으로 난 길도 보이고
천당폭포 앞에서 인증 샷 하나 박았습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닙니다.
잠도 못 자고 1200 고지가 넘는 곳을 1.4후퇴 이후(?)
처음으로 넘나들며 달려왔으니........ㅋㅋ
또 폭포.
선녀가 놀았을 법한 선녀탕까지 있습니다.
저렇게 맑은 물속에 몸을 푹 담그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습니다.
디오게네스의 햇빛처럼 말입니다.
전깃줄이 뷰를 버려버렸는데,
바위 위의 저 소나무는 몇 살이나 되었을까요?
올해 새로 난 파르스럼한 잎과 함께 자세가
아주 당당해 보입니다. 나이는 저보다 위 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각양각색의 산객을 보았을까요?
새벽 설악동 산문을 통과하여 비선대와 울산바위
갈림길까지 삽시간에 간 것 같은데 돌아오는
발길은 천리길을 걷는 기분입니다.
15시간 가까이 걸었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마지막으로 들를 곳이 있지요.
이모네 생선찜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려 했더니
너무 많이 알려졌는지 5시쯤인데 벌써 끝나버렸답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고 또 꿩 대신 닭으로 하면 되지요.
베이스캠프조와 조우하여 뒤풀이로 정리합니다.
공격조는 다 퍼져서 말도 못하고 있지만
그 코스를 택하게 한 후배가 오를 땐 원망스러웠는데
해냈다는 뿌듯함이 가슴 한 켠에 자리 잡으며
연신 폭탄주를 들이키며 갈증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또 한 켠에서는 용아를 꿈꾸면서......
즐거운 하루였고 영원히 남을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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