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이곳은 오디오를 거래하는 장터인데

이런 글을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차피 오디오를 하는 것도 사람 사는 일이라

사람의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여 올려봅니다.

자주 여러분들과 오디오 얘기를 해야한데

저의 장모님께서 운명하셔서 올리지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여러분들에게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고

도움될 일이 있으면 다행이라 생각하며

장모님 영전에 올린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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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고 만산홍엽인 계절입니다.

아침에 출근을 서두르는데, 장모님 계신 요양병원에서

맏딸인 집사람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고 저한테 말하길,

"엄마가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드신 것도 토하고....."

"같이 병원갈까?"

"아니. 당신은 출근해. 뭔일 있으면 전화할께."

출근하고 채 몇 분 되지 않았는데

집사람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셨어."

"알았어. 얼른 병원으로 갈께."

전화기 너머 집사람의 울먹이는 소리를 들으며

끊었는데 저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혼자서 소리내어 끄이끄이 울다가

강과장한테 당부하고 점방을 나왔습니다.

요양병원에는 장례식장이 없어서 큰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맏상주인 큰처남이 상조회사 관계자와

협의 후 빈소가 차려지고 저희들은 모두 상복을 입었습니다.

제가 결혼하기 한 해 전 장인께선 돌아가셨고

많이 힘든 가운데 이듬해 집사람과 결혼했습니다.

다음해에 큰딸이 태어나 힘들어하시는 장모님께

그나마 위안이 되었을 겁니다.

집사람 밑으로 동생 셋을 결혼시키고

손자손녀들을 보시면서 좀 행복해지실 즈음인

60대 후반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셨습니다.

재활을 통해 좀 나아지시는가 싶었지만

그것도 잠시, 점점 힘들어지시더니

결국 병원의 한 평도 되지 않는

침대에만 5~6년 계시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병원에 계셔도 누구 하나 군말없이

좋아하시는 음식을 하거나 사서 자주

병원을 찾아뵙는 효자, 효녀들이었습니다.

2020년은 누구도 겪지 못한 코로나가 덮쳤습니다.

요양병원은 아무도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워 하는 집사람과 처남들, 처제를 볼 때

비록 몸져 누워 계시긴 하지만, 아들딸 농사는

잘 지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2월부터 닫힌 병원은 가끔씩 면회를

허용하긴 했지만, 그것도 환자를 잠깐 로비로

모시고 나오면 뵙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일체 밖에는 나갈 수가 없었는데

돌아가시니 나오게 되었습니다. 

장례를 도와주는 상조회사 관리사님이

영전에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라고 합니다.

큰처남부터 차례대로 영전에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했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 저도 했습니다.

"장모님, 우리들만 남겨두고 어딜 가십니까?

장모님과 같이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좋은 곳도 같이 갔어야 한데......."

손자들, 손녀들까지 모두 한 마디씩 하면서

장례식장은 눈물 바다를 이루었습니다.

장례식은 화장을 한 후 유골함에 모셔져

처가의 양평 선영에 먼저가신 장인과 함께

합장하였습니다.

화장장으로 모시면서 가족들 모두 울었고

유골함과 함께 흙을 뿌리면서 또 울었습니다.

이틀 후 삼우제를 지내러 산소에 갔습니다.

30여년 혼자서 아들딸 시집장가 보내고

손자손녀 키우신 장하신 장모님을

장인어른이 따듯하게 맞아주셨을 것 같습니다.

자식들 시집장가 보내고 여유를 찾을 시간에

갑자기 찾아든 병마로 고생만 하신 우리 장모님.

이렇게 보내드리고 나니 후회가 많이 됩니다.

심적으로 힘들 때 저를 사위로 맞아주시고는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맏사위가 되어서

특별한 것 하나 해드린 것이 없네요.

우리 부모들은 자식들이 잘하든, 못하든

영원히 자식들 편인데, 영원히 우리 편인

장모님을 보내니 그 허전한 마음이

드넓은 들판에 혼자 서있는 느낌입니다.

집사람이나 처남들은 더 힘들겠지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아름다운 계절에

좋은 곳으로 가셨을 우리 장모님

이제는 아프지 마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빕니다. 

장모님의 명복을 빕니다.

PS. 코로나로 힘든 상황임에도 많은 분들이

조문과 위로를 해주셔서 장례를

잘 마쳤고 장모님 잘 모셨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