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지금부터 10여 년 전의 일이다. 처음 오디오 평론을 시작하면서 모든 게 신기했던 시절, 같이 평론을 쓰는 노교수 한 분이 날 초대한 적이 있었다. 평소 술을 즐겨하시고, 누구에게나 깍듯하게 대하는 이 분을 평소 나는 적잖이 흠모했는데, 어쨌든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쾌히 집에까지 초대한 것이다.과연 아파트 한쪽 방에 설치된 서재엔 각종 원서가 가득해서 주눅이 들 정도였고, 애주가답게 와인이며 위스키, 코냑 등이 가득한 진열장 또한 멋이 넘쳤다. 과연 대학 교수다운 방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내 눈길을 끈 것은 난생 처음 보는 스피커였다. 그리 크지 않은 데다가 폭이 좁고, 안길이가 깊어서 아주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시청을 부탁하니, 쾌히 승낙하시며 본인이 즐겨하는 음악을 틀어주셨다. 주로 바흐, 비발디 등 바로크 계열이었는데, 골격이 단단하고, 음장이 넓으며, 중립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음이 나왔다. 조금씩 교수님께서 권하시는 와인에 취해...

루악사의 R7은 보는 순간 시선을 멈추게 하는 매력이 있다. 전혀 다른 형태의 디자인과 레트로스러운 멋 - 이 정도라면 와이프의 허락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인지도 모른다. 우선 R7 제품의 정체는 무엇일까 알아보자. 한마디로 CD, FM과 인터넷 라디오까지 갖춘 스피커, 앰프 일체형의 올인원 오디오이다. 물론 그 형태가 남다르다. 네 개의 다리를 가진 마치 탁자 같은 모양에 전체적인 느낌은 50년대 오디오를 보는 듯 하다. 그러면서도 현대적이면서 세련된 분리형 리모컨과 인터넷 라디오와 같은 최첨단 네트워크를 겸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 제품의 무게는 무려 30kg으로 혼자 들기엔 조금 벅차다. 설치라는 작업이라는 것이 사실, 뒤집어서 네 개의 다리를 돌려 끼우는 작업이 전부이므로 조심스레 박스에서 제품만 꺼내기만 하면 설치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게 끝낼 수 있다. 게다가 말그대로 올인원 제품이므로 바로 전원만 연결하면 ...

시청실에 들어선 순간 눈부신 하얀 자태의 여인이 멀찍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씩이나. 외관은 그리 날렵해보지 않지만, 이미지 자체는 매우 순결하고, 고상해보였다. 그와 마주한 소파조차 하얀색이어서, 역시 같은 흰색 계통의 벽과 더불어 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따뜻하고, 풍부하며, 자연스런 음향이라니! 마치 실제 연주자가 요 앞에 서 있는 듯하다. 그렇다. 잠시 나는 꿈을 꾸는 듯,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아방 가르드에서 나온 신작의 음에 도취되어 버렸다. 이 제품이 어떤 컨셉으로 만들어졌건, 어떤 기능으로 무장하고 있건, 일단 음부터 들어보면 안다. 여기서 판가름이 나지 못하면, 그 아무리 어떤 형용사를 갖다 붙여도 무의미하다. 그런데 일단 외관과 음은 합격. 이제 본격적으로 제로 1 (Zero 1)이라 붙여진 이 제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사실 본 기는 그 외관의 대담하고, 강력한 포름만큼이나 호불...

아날로그 시절에는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가 인터커넥터 케이블이던 스피커 케이블이던 흔히 얘기하는 막선과는 확연한 차이가 났지만 디지털 시대에 들면서 소비자들은 다소 혼란스러워 했다. 디지털에 대한 장점으로 음질 열화가 있을 수 없다는 점들을 계속 강조하다 보니 당연히 0과 1을 전달하는 디지털 케이블에서의 음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지금에 와서는기대와는 다르게 디지털 세계에서도 케이블에 따라 음질 변화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많은 오디오파일이 느끼고 있다. 또한 하이엔드 오디오 케이블 제작사들도 디지털 케이블의 라인업을 늘리고 있는 것을 보면 더이상 디지털 케이블에 대해 논쟁할 필요가 없을 듯 싶다. 필자의 PC-FI 시스템은네임 오디오의 DAC-V1을 맥미니와 연결, 아이튠즈를 소스로 하여 ‘BitPerfect’라는 플러그인 프로그램까지 추가로 구입하여 lossless로 음악을 감상을 하고 있지만 맥미니와 네임 오디...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를 대표하는 미국의 성지는 크게 두 군데로 나뉜다. 하나는 솔트레이크 시티이고 또 하나는 볼더다. 물론 워낙 미국에 많은 메이커들이 있기 때문에 전국에 걸쳐 두루두루 퍼져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몇 개의 업체들이 몰려있는 도시라고 하면 위의 두 개가 떠오른다. 이 중 볼더라는 곳은, 크게는 콜로라도주에 속해 있고, 주도인 덴버와 그리 멀지 않으며, 미국 전체로 보면 일종의 배꼽에 해당할 만큼, 지리적으로 어느 곳이나 쉽게 오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일종의 대학 도시이면서 유럽 지향적인 풍토는, 여타의 중소 도시와 다른 매력을 준다. 록키 산맥이 시작하는 지점이라 다양한 아웃도어 스포츠가 발달한 점도 눈에 띠는데, 덕분에 “핼쓰 시티”(Health City)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미국내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꼽을 때, 시애틀, 샌 디에고, 포틀랜드, 샌 프란시스코 등과 함께 꼭 언급되는 곳이다. 나는 왜 이 도시에 그토...

아는 애호가 중에 혼 타입 스피커를 쓰는 분이 있다. 그분 시스템의 핵심은 바로 혼으로,이른바 중고역을 담당하는 유닛을 수납하고 있다. 그런데 유명 메이커의 제품이 아니라, 일종의 수제로 만든 우드 혼이다. 우드 혼(Wood Horn)! 아마 혼 타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일종의 로망으로 다가올 아이템이다. 사실 우드 혼만 갖고 좋은 음이 나올 리는 없다. 요는 이것을 어떻게 요리하냐인데, 이게 또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일단 이에 맞는 유닛의 선별부터, 매칭되는 우퍼를 골라서 적절한 인클로저에 수납해야 한다. 그러면 끝나는가? 절대 아니다.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선 위상이나 타임 얼라인먼트를 조정해야 한다. 두 유닛간의 음색도 고려해야 한다. 또 필요하면 수퍼 트위터도 추가해야 한다. 그것을 그냥 듣는 것만으로 불가능하니까 아는 사람을 통해 장비를 대여해서 측정해야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맞췄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앰프가 기다리고 있다. 뭐 이쯤 되...

디지털 스트리밍이 하루가 다르게 세력을 확장하는 동안, 하이엔드계에서는 그에 대한 대안이 필요했음은 당연하다. 작게는 디지털 재생을 놓고 하이엔드 고유의 영역을 고수하며 ‘그 다음’을 창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고, 좀더 적극적으로는 이런 양적으로 확장일로에 있는 신세대 오디오파일들을 자신들의 타겟 그룹으로 끌어안는 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다. 파일 재생 시스템의 기조가 워낙 컴퓨터라는 퍼블릭 툴을 기반으로 시작된 일종의 ‘프로레타리아적’ 성격을 띄다 보니, 애초부터 본원적 용도 이외의 하드웨어적인 브랜드 가치 등은 그다지 관심권 내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이 그룹은 양적으로도 성장했지만 그룹의 특성 또한 진화를 하게 되었다. 음악을 재생하는 작업은, 과정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정신적 영감에 대한 결과물을 향해 가야 한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에 따라 파일 재생에도 고품질의 추구와 사용자 나름의 스타일이 관여되면서 하이엔...

어느 유명한 평론가가 오디오넷을 방문했다. 이 회사의 R&D 파트는 워낙 정평이 나 있어서, 언제고 한번 꼭 들려보리라 다짐했던 터라, 방문 당시에 무척 기대가 높았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오디오넷의 주재자이며 메인 디자이너는 토마스 게슬러(Thomas Gessler)씨다. 마케팅쪽 일도 병행하고 있으므로, 신제품 개발이며, 여러 설계 건이며, 아무튼 무척 바쁘다. 그러므로 R&D 파트를 총괄하는 칩 디자이너 볼커 비슈니오프스키(Volker Wischniowski)씨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그 점에서 이인삼각의 멋진 컴비네이션이 이뤄지고 있다. 아무튼 여기서 이 평론가는 볼커를 중심으로 해서, 장시간에 걸친 디지털 및 아날로그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그 소감을 이렇게 적고 있다. “대학에 다녀서 배우는 것 이상의 효과.” 그렇다. 오디오넷은 어마어마한 브레인들의 집단이고, 거기에서 오가는 아이디어나 기술적 제안의 ...

미국에는 인디언과 관련된 신화나 전설이 많다. 일설에는 인디언들이 알레스카 지역을 통해 들어온 동양인, 그러니까 중국이나 몽고인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아마도 맞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 중 하나를 소개하겠다. 어느 인디언이 급한 일이 있어서 하루 종일 말을 타고 달렸다. 너무나 먼 길을 왔기 때문에 저녁 무렵이 되자 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지친 그를 보고 한 마디 던졌다. “지금 무척 피곤한 모양이군요?”“집에다 둔 내 영혼(Soul)이 여기에 올 때까지 기다리는 중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육체는 빠르게 다른 지역에 갈 수 있지만, 영혼의 도달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하긴 많은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아무래도 처음에는 낯설고 또 무서울 때도 있다. 차츰 적응이 되서야 마음의 안정을 찾고, 평상시와 같이 행동하게 된다. 즉, 그제야 영혼이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만일 샌 프란시스코에서 비행기를 타고 도쿄 ...

렉시콘 출신 브라이언 졸너과 케이시 도델은 일하던 경력을 살려 브리카스티 디자인을 설립하고 2007년에 처녀작 M7 스테레오 리버브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M7은 레코딩 산업에서 독보적인 리버브 프로세서로 자리잡게 된다. 소규모의 신생 업체가 만든 제품이 기존의 판을 뒤집어 엎는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디지털 프로세싱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아티팩트가 나타나지 않도록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브리카스티는 뒤이어 하이엔드 오디오 DAC를 개발하기로 하고0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마크레빈슨 No. 30.6 레퍼런스 DAC의 계승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스테레오파일 추천기기 A+ 등급에 올라가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 이후 브리카스티는 M1 DAC의 파워 서플라이를 업그레이드하고 디지털 프로세싱에 적용해왔던 스위칭 파워서플라이를 리니어 파워서플라이로 변경하고, 미니멈 페이즈 필터 일곱 종류를 추가하고, 아날로그 버퍼단을 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