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너지 2i와 연결해서 듣고 있다. 스피커는 윌슨 오디오 큐브2. 4옴에 93db의 고효율 스피커이지만 제대로된 저음을 듣기에는 힘이 약한 앰프는 어림이 없다. 저음은 서브우퍼에 맡긴 듯한 스피커라 더더욱 그렇다. 매번 앰프를 들일 때마다 처음으로 듣는 음반은 타이타닉 OST. 시원한 백로드 혼 소리 이후에 아주 낮은 저음이 심장을 엄습해오는데 이 저음이 얼마나 낮은 볼륨에서도 나오는지를 들어 본다. 예전에 실바웰드에 놀러가서 오데온25에 실바웰드 작 모노모노 진공관 앰프를 물리고 들은 그 소리는 정말 감동이었는데 그 소리를 생각해보며 항상 시험청취를 해본다.
우선 매우 흡족한 음이 나온다. 저음이 저 밑으로 깔리면서 그리 큰 볼륨도 아닌데 적당히 터져 나와준다. 예전에 Pass X-150을 썼을 때만큼 좋은 음이다. Pass에서 항상 불만족 스러웠던 점이 1. 알게 모르게 들리는 Hiss Noise. 이는 저같이 아파트에서 애들이 다 자고 있는 새벽에 작은 음량으로 오디오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쥐약이다. 거친 숨소리가 나는 듯 한 것이 짜증을 유도한다. 2. 떵 하는 철판 소리. 이는 앰프가 열받으면서 뭔가 이음새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하나 새벽에 떵 소리 한번 들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3. 거친 소리. 때로는 보컬 곡에서 호소력이 더 부각되는 잇점도 있는 부분이지만 문제는 오래 들으면 피곤한 음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넘어온 것이 MBL이다. 4006/8006 조합인데 정숙성에 반했고 그 정갈한 맛과 기품있는 음은 좀 손해를 보고 바꾸는 입장에서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넘아는 그나마 신형이고 열도 별로 안나고 모양새도 좀 이지적이라 장식장에서 보기는 좋았다. 그런데... 한동안 음악을 틀지 않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냥 음이 심심하다. 뭐 어떤 특색이나 착색도 없고 한마디로 재미 없는 소리이다. 오래 듣고 있을 만한 재미도 주지 못할 뿐더러 가면 갈수록 그 검은 모습이 날 음악으로 땡기지 못한다. 그래서 바꿔놓고 거의 듣지를 않았다. 속으로 후회만 엄청나게 했다. 너무 심한 다운그레이드가 아닌가 하면서 손해만 많이 보았구나 하였다.
애들에게 좀 좋은 음을 들려주고 나 자신도 지치는 일상생활에 활력을 얻고자 시스템 개비를 구상중이었고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보던 중에 마크 23.5/26 조합을 들었다. 소리가 정말 좋았다. 그러나 결국 Pass와 비슷한 문제가 발견 되었고 (제 자신의 입장) 그리고 레모단자의 압박도 문제였다. 시스템 개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스피커를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안방마님이 절대 용납치 않기 때문이다. 윌슨오디오와 궁합이 좋은 앰프를 찾던 중 오랜동안 꿈으로만 그려온 제프에 눈독을 들였다. 리뷰는 칭찬 일색이니 한번 들어보고자 세운상가로 향했고 그리고는 접하게 되었다.
1. 너무 정숙하다. MBL에서 느꼈던 정숙성이다.
2. 열이 별로 없다. 있긴 있다 하지만 Pass처럼 장식장을 불태울 기세는 아니다. 그냥 따끈한 차 정도의 발열이다.
겨우 이 2가지 이유로 대뜸 이 기기를 점 찍었다. 그리고는 집으로 가져와서 시청을 했다. 처음에는 프리가 없어서 ZAP VR이라는 허접 버퍼 프리에 달아서 튜너를 연결하여 들었는데 눈물을 흘렸다. 아니 이런 뭣같은 소리에 중고를 이만한 가격에 가져왔나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는 얼른 프리 포섭에 들어갔다. 그렇게 팔기 싫었던 와디아 850을 떠나보내고 총알을 충전하고 이리저리 살피다 결국 JEFF 파워는 JEFF 프리로 완성된다는 리뷰들을 보고 결국 시너지 2i를 구했다. 그리고 시너지가 오기를 기다리기 일주일... 이걸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연결을 하는데 와이프 장모님 웅크리고 선을 열심히 연결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저 인간 왜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지나간다. 먼지 뒤집어 쓰고 애도 안보고 만지작 거리는 서방 사위가 무척이나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소리에 대한 열망에 계속 전진 또 전지. 다 연결을 하고 샤워를 한 후에 자지 않고 버티고 있는 둘째를 안고 그 감동적인 순간을 느꼈다. 이때 CDP를 팔아버린 이후라 튜너로 음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 딸이 93.1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듣더니 귀를 쫑긋 거린다. 그리고는 정면을 주시하면서 음악을 즐긴다. 나도 뭔가에 홀린듯 좋은 소리에 감탄을 하였다. 그렇게 한 10분을 듣고 나니깐 아이는 아이인지라 실증을 느끼면서 안아 달라고 한다. 나도 너무 늦은 시각이라 잠을 어쩔 수 없이 청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CDP를 신품으로 질르고 금요일 배달 받아서 토요일부터 음악을 들었다. 그 주말동안 애장음반은 다 틀어 보았는데 CDP가 많이 다운그레이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Wadia 850에서 Audiolab 8200CD) 소리는 더욱 즐기게 되었다. 볼륨을 조금 더 높이니깐 이 앰프의 상당한 매력을 느낄 수가 있다.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장대한 스케일과 세밀한 농염함이 맘을 편하게 해주고 소리를 계속 듣게 만들어준다. 음의 높낮이며 무대의 넓이 깊이도 상당하다. 마크와 비교하다면 내가 들은 마크는 중독성이 강한 음이었다. 뭔가 마크만의 소리를 만들어 중역대가 다소 부풀어지면서 쩌렁쩌렁대는 힘이 있었는데 JEFF는 그에 비해서 중역대가 풍성하면서 뭔가 착색이 덜한 자연스러움에 저역의 힘은 마크에 비해 다소 느린(힘은 비슷한데 그 치고 나가는 능력이 다소 느린 듯)듯한 인상이다. 고역대의 확장성과 3차원적 능력은 예전 보우 와주를 썼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어느새 와이프마저도 이 앰프의 마력에 빠졌고 커피 한잔을 들면서 음을 즐기기 시작했다. 요즘은 아예 프로젝터에 앞에 스크린을 달고 DVD음반들을 사자고 조른다. 난 하이파이어지 AV어가 아니다라면서 버티고 있지만 솔직히 집만 좀 더 크다면 한번 해보고프다. 저음 보강용으로 이건 앰프의 문제가 아니라 내 스피커의 문제로 인해 서브우퍼를 하나 달아 볼까 한다.
암튼 JEFF로 인해 내 음악생활은 더욱 즐거워졌고 이제는 기기가 아닌 소스에 신경을 쓰게 만들어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