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최근 수년 사이에 스위스 회사들이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거둔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골드문트와 FM 어쿠스틱스 등이 스위스 하이엔드 오디오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면, 차세대를 이끌 선두 주자는 어느 회사일까? 한두 후보가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최근 신데렐라처럼 떠오른 소울루션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차원의 음향을 개척하고 있는 새로운 강자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신생 업체인 까닭에 이들의 미래를 섣불리 점치기는 힘들지만, 이번에 필자는 720 프리앰프와 710 파워 앰프 세트를 시청하면서 이 회사가 일천한 사업 경험과 부족한 기술력을 그럴싸한 디자인과 엄청난 물량 투입으로 얼버무리려는 ‘초짜’ 하이엔드 회사와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앰프는 디자인·음향의 완성도·디자인 등 어느 관점에서 보아도 타의 범접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슈퍼 하이엔드 오디오다운 면모를 이번 시청에서 보여 주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영혼을 뜻하는 ‘Soul’과 ‘해결’을 뜻하는 ‘Solution’을 합성한 단어인 ‘Soulution’, 그러니까 ‘음악 영혼의 해결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소울루션은 우리에게 낯익은 회사는 아니다. 이들의 홈페이지(www.soulution-audio.com)에 접속해 보면, 소울루션은 스위스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전자업체인 슈페모트 AG의 오디오 브랜드이다. 슈페모트 AG는 자동차 산업과 전문공구에 들어가는 다양한 모터, 그리고 전문 식당에서 사용하는 조리용 장비 등을 주력 제품으로 내놓고 있는 회사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모터와 조리기구 제조업체가 난데없이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 뛰어든 격인데, 최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신생업체들이 오디오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소울루션의 등장은 그 자체로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슈페모트 AG가 오디오 분야에 뛰어든 동기는 ‘향후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기존의 사업 분야에서 쌓아온 전자공학 노하우에서 잠재적인 시너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이들은 ‘오디오 · 가전제품, 그리고 최고 수준의 제품들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노하우와 경험이 소울루션의 제품에 녹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상과 같은 회사 소개에서 남다른 것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사업의 다각화와 기존 기술의 응용 등과 같은 주제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어나는 궁금증은 대체 모터 및 주방기구 제조에서 쌓은 노하우가 하이엔드 오디오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단순한 전자공학 노하우만 가지고 오디오에 접근하는 회사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음악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 없이, 그리고 음향에 대한 예리한 감식력 없이, 그리고 음향의 아름다움을 읽어내는 통찰력 없이, 사업의 다각화라는 명분만 내걸고 하이엔드 오디오에 뛰어든 회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소울루션은 그게 그렇지 않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이들이 추구하는 음향 철학에 대한 설명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음향의 본성’(nature of sound)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들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모든 측면에서 음향의 순수성을 보존하는 것은 최고의 하이파이 컴포넌트 제품들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음악이 표현해내는 음향의 아름다움은 인공 첨가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음악 신호는 가장 순수한 상태로 하이파이 컴포넌트 하나하나를 통과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진정한 고충실도 음향이 지켜야 할 신조는 “아무 것도 첨가하지 말고 아무 것도 빠뜨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굵은 서체 필자)

이상의 인용에서 이들은 음향의 순수성 또는 음악이 표현해 내는 음향의 아름다움을 얻고자 한다면, 음향 신호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신호의 순수성을 최대한 보존해야 하며,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여 원래의 신호에 불순물을 첨가해서도 안 되고, 원래의 신호에서 누락되는 것이 있어서도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곰곰 살펴보면, 어쩌면 이처럼 지당한 말씀만 하시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필자는 바로 이처럼 지당한 말씀을 이처럼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이들의 용기에 주목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처럼 지당한 말씀을 실제 음향으로 구현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알고 있을까?

‘이러한 목표는 언뜻 달성하기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하이파이 컴포넌트가 자연스러운 음악 재생이라는 이상에 가까이 다가서고, 음악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은 험난하고 머나먼 여정입니다. 그것은 음향 그 자체를 지배하기보다는 음악에 봉사하는 것이며, 음악 재생의 마법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음악 재생 자체를 완전무결하게 통제하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 또한 얼마나 지당한 말씀인가? 그러나 이쯤 되면 도대체 기술 그 자체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절로 일어난다. 음향을 지배하지 않고 음악에 봉사해야 하는 기술이란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어떤 관점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자연스러운 음악 재생을 얻고자 한다면, 최신 기술은 필요조건일지언정,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밝히지만, 하이파이 컴포넌트는 불완전한 상태로 음악을 임의로 왜곡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음악 감상이란 우리 인간의 관능을 자극하는 사건이며, 우리 인간의 감정이 벌이는 불꽃놀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기술은 부차적인 중요성 밖에 없다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이들의 주장에 대한 필자의 입장을 솔직하게 밝힐 때가 된 것 같다. 마지막 문장을 읽은 직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이다. 오디오 기술이 추구해야 할 근본 원칙을 이처럼 명쾌하게 정리한 회사를 지금까지 거의 본 적이 없었기에 하는 말이다. 모터와 조리용 장비를 내 놓고 있는 슈페모트 AG가 도대체 어떤 회사이기에 전자공학과 청각 감수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처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절로 일어날 정도였다.

이쯤 되면 대체 소울루션의 720 프리앰프와 710 파워 앰프가 대체 어떤 기기이기에 필자가 이처럼 호들갑을 떨까 하는 독자들이 꽤 있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대로 소울루션은 이전 시대의 음향과는 시각과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음향 스타일과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회사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앰프 조작을 위한 필수 기능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견고한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는 이들 앰프 세트는 이러한 인상에 어울리는 장대함과 투명함, 그리고 섬세함 등을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통합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기기 가운데 720 프리앰프부터 먼저 살펴보자. 이 프리앰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패널 왼쪽에 자리를 잡고 앰프의 현재 작동상태를 알려주는 커다란 창, 그리고 오른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입력 셀렉터와 볼륨, 그리고 패널 중앙 왼쪽에 전원 · 뮤트 · 프로그램 스위치 등으로 구성된 단순한 디자인이다.

사정이 이런 만큼 앰프 작동에 필요한 필수 기능만을 탑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입사에서 내놓고 있는 보도 자료에 따르면, 720 프리앰프는 프로그램 버튼을 활용하여 ‘앰프 최초 작동시 어떤 인풋으로 시작하며, 최초 시작 음량, 그리고 뮤트시 얼마나 레벨이 내려가는지, 최고 음량, 좌우 밸런스, 소스 이름, 작동 대역폭, 각 인풋의 레벨, 포노 스테이지의 게인 및 서브소닉 필터, 디스플레이 밝기, 심지어는 서브 우퍼 로우 컷’ 등의 기능을 조정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프리앰프는 좌우 채널을 완전히 분리한 듀얼 모노 방식을 적용하여 최고 수준의 S/N비를 실현하고 있다. 그리고 전원부의 경우 디지털부에는 별도의 전원을 사용하고 있지만, 파워 서플라이를 동일한 것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으로 전원부를 구성한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재래식 파워 서플라이는 상당한 출력 저항이 있는데, 이 저항은 부하에 따라 전압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할 때 두드러집니다. 소울루션은 하나의 큰 파워 서플라이를 사용함으로써 출력 저항이 어떤 부하에서든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전원부는 부하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출력을 유지하며, 깨끗하고 지체 없는 전달에 완벽한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720 프리앰프의 신호 경로를 살펴보면, 입력단으로 들어온 신호는 무저항 고급 릴레이를 거쳐, 버퍼단과 기본 레벨을 관장하는 앰프 스테이지를 지나서 고역을 잘라주는 대역 필터를 거치는데,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필터는 디지털 소스에서 들어오는 노이즈가 많이 섞여 있는 신호를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720 프리앰프에서는 각 라인 별로 이 필터를 거치거나 패스할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으며, 컷오프 주파수 대역 또한 20kHz·200kHz, 그리고 무제한으로 통과시키는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여기에 DC가 들어오는 경우, 앰프 작동의 안정성을 위하여 DC 성분을 고순도의 문도르프(Mundorf) 커패시터로 제거한다고 한다. 그리고 720 프리앰프에서는 최대 80개의 비샤이 저항으로 구성된 어테뉴에이터를 채용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출력단은 최대 3A의 용량을 가지며 40MHz의 엄청난 대역폭을 자랑하는데, 이 덕분에 출력 신호는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 사이의 연결 환경에 관계없이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710 스테레오 파워 앰프에 대하여 살펴보자. 이들은 710 파워 앰프가 진공관 앰프와 트랜지스터 앰프의 장점을 결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수입사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대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트랜지스터 앰프보다 떨어지는 측정치를 보여 줌에도 불구하고, 진공관 앰프는 트랜지스터 앰프와 경쟁해 왔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이에 대하여 기초 조사를 실시한 결과 트랜지스터 앰프는 진공관 앰프보다 더 나은 것도 더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소울루션의 앰프는 진공관 앰프와 트랜지스터 앰프의 장점을 결합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파워 앰프는 출력, THD, 댐핑 팩터 등으로 그 수준을 평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된 측정치만 가지고 앰프에서 이끌어 내는 음향 특성을 가늠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스피커의 부하를 고려하는, 한층 포괄적인 시야를 확보할 때 진정한 차이를 이끌어 낸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럴 때 궁금해지는 것은 710 파워 앰프에 담긴 기술 내용일 것이다. 먼저 스펙부터 살펴보면, 710 파워 앰프는 8옴에서 채널당 120와트, 4옴에서 채널당 240와트, 2옴에서 채널당 480와트의 출력을 이끌어 내며, 그 밖의 특성을 살펴보면, S/N비는 108dB 이상, 댐핑 팩터는 10,000 이상, 최대 출력 전압은 31Vrms, 최대 출력 전류는 60암페어, 입력 감도는 1.55Vrms 등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홈페이지의 제품 소개란을 열어 보면, 이 앰프는 듀얼모노 구성을 실현하고 있으며, 각각의 채널은 동일한 증폭 기판, 그리고 최고의 채널 분리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소울루션에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파워 서플라이를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파워 트랜지스터의 냉각 또는 마이크로포닉스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갖춘 하우징을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앰프부를 살펴보면, 710 파워 앰프는 입력 단자 뒤에서 낮은 임피던스를 위하여 신호는 완충이 되며, 가장 빠르고 정확한 레벨 정정을 실현하기 위하여 ‘에러 앰프’는 신호를 증폭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전압 증폭은 ‘고정 이득 버퍼’에서 이루어지는데, 혁신적인 앰프 회로를 채용하고 있는 이 버퍼는 입력에 대하여 높은 대역폭·제로 피드백, 그리고 매우 낮은 왜곡 등을 이끌어 낸다.

다음으로 전원부를 살펴보면 710 파워 앰프에서는 60A까지 도달하는 전류를 전송할 수 있는, 온도 조정이 가능한 파워 트랜지스터 14개로 스피커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공급한다. 높은 대역은 파워 트랜지스터를 위한 ‘턴-오프-액셀러레이션’ 네트워크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다음으로 710 파워 앰프에서 오디오 섹션의 파워 서플라이는 각각 1000VA에 달하는 토로이달 트랜스 두 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류기는 부분 냉각을 위하여 단단한 구리 전열선 위에 별도로 분리된 다이오드들로 조립한 것이라고 한다.

기술 내용에 대한 설명은 이쯤에서 그치고, 이제 이들 앰프 세트의 음향을 살펴보자. 이번에 필자는 3인치 구경의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장착한 루멘화이트의 화이트라이트 스피커와 린데만의 820 SACD 플레이어를 720·710 앰프 세트와 조합한 시스템을 시청할 수 있었다.

이들 앰프 세트가 연출하는 음향의 기본 구도를 확인하기 위하여 필자가 가장 먼저 시청한 음반은 카라얀이 지휘하는 브루크너의 제5번 교향곡 녹음(DG)이었다. 이 녹음을 시청하면서 필자가 가장 궁금하게 여겼던 것은 바로 각 악장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현악 섹션의 피치카토를 720·710 앰프 세트가 과연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육중하고 확산감이 뛰어난 저음역을 이끌어 내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중후한 음향을 제대로 소화해 내는 앰프를 별로 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이 대목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당시 이 대목을 시청하면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겨 놓았다.

‘이보다 큰 음향 무대를 본 적이 있는가? 현대 시스템에서… 대단하다… 그러나 명료하고 섬세하다. 그리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도입부가 끝나고 첫 번째 클라이맥스에 도달하여 금관 악기군이 총동원된 4관 편성 오케스트라의 총주가 시작되자 필자는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이 대목에서 필자는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이건 브루크너를 위한 시스템이야!’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출하는, 광활한 음향 무대에 걸맞은 장중함과 확산감을 아우르는 저음역.

그리고 명료함과 섬세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중음역, 그리고 자극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명쾌함을 잃지 않는 고음역 등이 혼연일체를 이룬 음향이 820 SACD 플레이어 · 720 · 710 앰프 세트 · 화이트라이트 스피커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살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시청 당시 각 음역에 대하여 필자가 써 놓은 메모를 살펴보면, 720 · 710 앰프 세트가 들려주는 음향을 한층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음역: 두터움, 확산감, 사뿐함, 그러나 철저하게 통제된 음향 조형. 중음역: 표현의 맥락을 분명하게 살려내는 자연스러움. 고음역: 화려함, 그러나 절제력이 좋다. 산만함이 전혀 없다(화이트라이트의 영향인가?).’

‘베를린 필하모닉 금관: 폭발력과 광채를 드러내는 데서 발군의 능력을 보여 줌. 한 마디로 장쾌하지만 명료한 음향 이미지는 살아 있다. 그러나 육중하지만 윽박지르지 않는 자연스러운 음향 조형에 주목할 것.’

카라얀이 지휘하는 브루크너의 제5번 교향곡에서 가장 브루크너다운 음향을 얻었다면, 그 다음으로 검증해 볼 것은 탐미적인 선율선, 순도 높은 음색, 청명한 공간감 등을 담아 낸 녹음을 720·710 앰프 세트가 어떻게 소화해낼 것인가 하는 점이 궁금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필자가 선택한 음반은 클라우디오 아라우가 피아노 독주를 맡고, 콜린 데이비스가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을 지휘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4번 녹음(필립스)을 플레이어에 올려 보았다. 이 녹음에서 필자가 확인할 대목은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현악 섹션이 보여 주는, 미려한 선율선과 유연한 다이내믹, 그리고 순도 높은 음색 등이었다.

그렇다면 결과는? 솔직하게 말하면, 첫째 악장 도입부에서 아라우가 우아하게 표현해내는 화음과 사뿐한 선율선, 그리고 피아노 독주 후에 등장하는 오케스트라의 신중한 선율선 등은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피아노의 타건과 윤곽이 다소 부드러운 듯했고, 음향의 몸체 또한 필자가 예상한 것보다는 그리 단단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이럴 때 음향 자체의 집중력이 다소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어디서 온 것일까? 바로 덩치가 큰 저음역을 토대로 하는 장대한 음향 공간이 원인 제공자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음향의 스케일과 저음역을 다소 줄인다면, 이러한 문제점 정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설령 음향의 규모를 다소 축소한다고 해도 720 · 710 앰프 세트가 보여 주는 스케일은 웬만한 동급의 하이엔드 기기들보다 더 컸으면 컸지, 작지 않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예상이다. 그러나 이번 시청 작업이 100퍼센트 완벽한 환경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이 녹음에서 필자가 얻은 드레스덴의 음향은 그 자체로서 720 · 710 앰프 세트에 대한 기대감을 역으로 높여 주고 있었다. 만약 열 평 이상 되는 넓은 시청실에 완벽하게 세팅된 720 · 710 앰프 세트 720 · 710 앰프 세트가 들려 줄 음향을 머릿속에 그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필자가 시청한 음반은 귄터 반트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제1번 교향곡의 SACD 버전(BMG), 그리고 2007년 여름 시즌부터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상임 지휘자가 된 파비오 루이지가 지휘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영웅의 생애>(소니) 등이었다.

이들 음반 가운데 필자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바로 <영웅의 생애>였다. 이 녹음에 담겨 있는, 드레스덴 특유의 순수한 음색과 미려한 선율선이 마치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세련미 넘치는 이미지로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720 · 710 앰프 세트가 연출하는 드레스덴 현악 섹션 특유의 비단결 같은 음색은 혼자 듣기 아까울 정도로 탐미성이 넘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시청한 음반은 1970년대 록 음악으로서,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의 (라이브 버전)와 레드 제플린의 앨범에 들어 있는 블루스 넘버 (라이브 버전) 등을 플레이어에 올려 보았다. 이들 록 음악을 플레이하자 720·710 앰프 세트는 이전과 차원을 달리하는, 장대함, 중량감, 폭발력, 섬세함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음향을 들려주었다.

특히 중반부에 나오는 지미 페이지의 솔로 기타 연주는 전에 듣지 못한 그의 강렬한 개성이 물씬 묻어나는 표정이 720 · 710 앰프 세트에서 살아나고 있었다. 한마디로 지미 페이지 기타에서 담긴 관능적인 음색과 단단한 몸체가 손에 잡힐 듯한 음향으로 떠오르고 있었고, 로버트 플랜트의 음색 또한 강력한 직선성으로 시청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상에서 스위스 오디오의 새로운 영웅으로 등극할 준비를 하고 있는 소울루션의 720 프리앰프와 710 스테레오 파워 앰프 세트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이번 시청에서 필자는 이들 앰프를 설계하면서 소울루션에서 목표로 설정했다는 정확성 · 속도 · 안정성 · 힘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보도 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허언(虛言)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Soulution 710은 안정성, 정확성, 속도, 그리고 파워를 소리 자체에서만 실현하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면모에서도 이러한 우수성이 여실히 드러나며 이것은 인공적인 가미 없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중략)… 마지막으로 오직 듣는 것만이 최후의 결정을 하는 데에 중요합니다.

Soulution 710이 어떻게 귀하의 스피커를 울리는지 믿고 들어보십시오! 제어, 하단의 질 등 최고기술의 앰프만이 가능한 자질에 놀라십시오. 진공관의 자연스러운 음색과 최고급 트랜지스터 앰프의 무착색과 바위같이 단단한 공간감을 만끽하십시오. 음악의 모든 영역과 아름다움에 빠져 보십시오. Soulution 파워 앰프 710 - 타협이 없는 음악 재생의 새로운 기준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처럼 당연한 주장이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번에 720 · 710 앰프 세트를 접하면서 필자는 이처럼 당연한 원칙과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는 새로운 영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