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요즘 현대에서 만든 승용차들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독특한 ‘플루딕 스컬프처’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먹히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을 말하자면 나는 요즘 현대 차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성능은 마음에 들더라도, 선을 몇 줄만 줄였으면 얼마나 보기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독특한 모습을 두고 ‘첨단’이라거나 ‘스피드감’, 또는 ‘미래지향적’ 컨셉을 담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 복잡한 모습일 뿐이다. 나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나름의 개성이 있고 ‘은근하게’ 멋을 풍기는 디자인이 좋다.

 

갑자기 ‘플루딕’ 디자인을 연상하게 만든 것은 매그넘 다이나랩의 인티앰프 - MD301이었다. 매그넘 다이나랩의 제품이라고 하여, 막연히 파란 터치 스크린과 파란 아날로그 미터를 양쪽에 장착한 상급기 MD309의 비범한 모습이겠거니 생각했는데, MD301은 전혀 예상 밖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범할 정도로 단순하고 소박한 디자인으로 ‘플루딕’ 디자인의 컨셉과는 극과 극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그넘 다이나랩은 애호가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아름다운 모습의 튜너 - ‘에튜드’로 전세계를 석권했던 캐나다 메이커다. 노르웨이의 탄드버그처럼 산지가 많은 캐나다에서 성능이 우수한 튜너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매그넘의 튜너들은 성능은 물론이고 특히 아름다운 외관이 특징이었다. 특히 디지털 튜너이면서도 아날로그 미터를 적용한 황금색 패널은, 나는 물론 수많은 애호가들을 설레게 했고 튜너 부분에서 언제나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 시대다. 공중파 라디오는 점점 음악 감상의 도구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매그넘 다이나랩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그들은 먼저 MD208이라는 리시버 앰프를 만들었다. 아주 민감한 튜너의 고주파를 ‘가지고 놀던’ 매그넘 다이나랩의 입장에서 적당히 소리가 좋은 앰프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운 시장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쪽을 택했다. 그들은 MD208을 개발하는 데 있어 캐나다의 앰프 전문 메이커 심(SIM) 오디오와 적극 협력했고 명실공히 하이엔드 리시버 앰프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MD208은 스테레오파일의 추천 제품 목록에서 A클래스에 오르며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 후 매그넘은 본격적으로 앰프 제작에 공을 들였다. 그 성과는 MD309라는 호화로운 인티앰프로 나타났다.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하이브리드-어쿠스틱’이라는 새로운 회로를 탑재한 이 앰프는 전압 증폭은 진공관으로 하고, 전력 증폭은 트랜지스터로 수행하는 하이브리드 앰프였다. 이 회로는 패토스의 ‘인폴’ 회로와 형식이 유사한데, ‘인폴’ 회로가 순 A급으로 동작하는데 반해 매그넘의 회로는 AB급으로 동작하므로 강력한 힘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MD309는 무려 40개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출력단을 갖고 8옴 225W의 강력한 출력을 낸다). MD309로 호평받으며 한껏 고무된 매그넘은 회로 구성은 동일하지만 MD309의 럭셔리한 인터페이스 - 터치스크린을 생략한 MD307을 선보였고, 곧이어 출력을 낮춘 하급기 MD306과 MD301을 속속 발표하면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리뷰하는 MD301은 비록 가격이나 상대적인 출력의 크기에서 매그넘 다이나랩 앰프의 입문기라고 할 수 있지만, 성능만을 놓고 보면 결코 ‘입문기’가 아니다. 전술한 ‘하이브리드-어쿠스틱’ 기술을 그대로 탑재하고 대형 전원부와 보호회로도 갖추고 있으며, 산켄제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16개로 이루어진 강력한 출력단으로 8옴 100W, 4옴 200W의 강력한 출력을 자랑한다. 한편 전압 증폭에 사용된 진공관 EC83은 이름 때문에 12AX7/ECC83 계열로 오해하기 쉽지만 쌍삼극관이 아닌 단일 삼극관으로 서로 다른 것이다.

 

외관은 MD307, MD306, MD301이 모두 같은데, 전술한 바와 같이 지극히 평범하다. 가운데 두 자리로 입력과 볼륨을 표시하는 창이 있고, 그 아래에 파워 버튼과 입력 선택 버튼, 그리고 뮤트 버튼이 있으며 오른 쪽으로 볼륨 조절 노브가 있을 뿐이다. 입력은 아날로그 5계통. DAC는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밸런스 입력이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프리 아웃 출력은 볼륨을 거치는 것과 거치지 않는 것이 있어서 AV 시스템에의 활용까지 고려한 듯하다. 스피커 단자도 한 조뿐. 실로 꼭 필요한 기능과 모양만을 가진 앰프다. 리모콘은 유니버셜 타입이 제공되고 있는데, 해외 인터넷을 보니 옵션으로 금속 리모콘이 발매되는 듯하다.

 

전원을 넣으니 릴레이 동작음이 들리고 볼륨 표시창이 빙글 빙글 돌아가는 모양으로 바뀐 뒤 잠시 기다리면 정상 동작 상태가 된다. 볼륨은 0~99까지 조정 가능한데, 매뉴얼에 청감에 맞추어 슬로프를 조정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dB표시는 아닌 듯하다. 볼륨을 올리거나 낮출 때 단계별로 스피커에서 약간의 잡음이 들리는 것이 거슬리는데, 그래도 릴레이로 변환되는 볼륨을 가진 앰프에서 들리는 '따다다닥‘ 소리보다는 훨씬 덜하다.

 

이제 청음. 미디어 서버에서 DAC로 사운드 디바이스 USB-PRE2를 연결하고 MD301에 레가 RS5를 연결해보았다. 앰프를 켜자마자 들은 소리는 무척이나 부드럽고 무른 음이라는 인상이었는데, 불과 5분쯤 지났을까? 생동감 있고 힘이 느껴지면서 밝은 음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진공관이 예열되는데 약간의 시간은 필요한 듯 하다. 캐나다가 미국과 가깝기 때문인지 묵직하고 선이 굵은 씩씩한 ‘아메리칸 사운드’를 들려준다. 투명하지만 차갑고 섬세하면서 심하게 또렷한 요즘 일부 하이엔드의 추세와는 그 풍성함과 느긋함에서 가는 길이 다르다. 오래들어도 피곤하지 않은 소리라고 할 수 있는데, 생각해보니 이런 편안한 소리는 매그넘 사운드의 원류가 튜너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열흘 가량 MD301을 통해 음악을 듣다보니 그 무뚝뚝한 디자인에 적응이 되었나보다. 꽤 괜찮은 디자인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자신을 화려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썩 괜찮은 음악을 들려주는 MD301의 공로인 것이 분명하다. 외관이나 음색에서 ‘플루딕’ 디자인과 같은 파격적인 매력을 원하는 애호가들에게는 권하기 어렵겠지만, 나처럼 첨단이라는 어휘에 원인 모를 거부감을 갖는 애호가라면, 그리고 오래도록 함께 있으면서 있는 듯 마는 듯하다가도 은근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소탈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애호가라면 꼭 한번 일청을 권한다. 가격적으로나 성능으로나 음악을 즐기기에 썩 괜찮은 인티앰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