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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야마하라고 말하면, 떠올리는 제품이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누구는 오디오지만, 누구는 오토바이고 또 누구는 보트를 떠올릴 것이다. 피아노나 골프 용품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피트니스 관련 제품도 만들고 있다. 인공 심장에 대한 연구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나의 회사에서 이토록 다양한 품목을 만드는 것이 불가사의한데, 더 놀라운 것은 그 각각이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 야마하는 어떤 회사란 말인가?

 

이런 의문은 오디오에 눈을 뜬 시절부터 내게 풀리지 않은 숙제였다. 그러다 이번에 만난 조음 패널의 설명을 위해 홈 페이지를 뒤지다가 그만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실은 이 제품들이 하나의 궤를 갖고 이어져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음악이 있다. 음악의 감동을 통해 보다 풍부한 감성을 키우고, 그게 생활 전반에 침투해서 레저나 레크레이션까지 이어져 보다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겠다는 것이 야마하의 모토인 것이다.

 

 

야마하는 창업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1851년 생으로, 말하자면 19세기 말에 활동했던 분이다. 일본의 역사를 보면 메이지 천황 시기에 해당한다 하겠다. 이때의 일본은 해외의 이념과 제도와 문물을 다양하게 습득해서 자기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부산물중의 하나가 야마하라고 봐도 좋다.

 

그 시작은 지극히 단순했다. 1887년, 하마마츠시에 있는 초등학교에 고장난 풍금이 하나 있었다. 이것을 고치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느끼는 바가 많았던 모양이다. 또 당시 일본에는 각 학교에 풍금을 설치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므로, 이 시장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1889년에 풍금 제조 회사를 설립하고, 1897년에는 자본금 10만엔을 모아 어엿한 합자회사로 발돋움하기에 이른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1900년부터 피아노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다른 유럽의 피아노 메이커들과 비교하면 일천한 역사지만, 현재 악기 시장 전체를 놓고서 야마하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예는 악기 회사의 역사에서도 상당히 드물다 하겠다. 이후 54년부터 오디오를 만들었고, 그 시기에 오토바이 제조에도 눈을 돌린다. 사실 오토바이, 보트, 휘트니스 등 야마하의 여러 제품들은 일종의 레크레이션 개념으로 봐야한다. 음악을 베이스로 해서 보다 활기찬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도구 내지 악기인 셈이다.

 

이런 야마하의 아이덴티티를 이해한다면, 이번에 소개할 조음 패널의 가치를 보다 깊이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야마하는 이런 음향에 관련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프로 사운드쪽에서 각종 시공을 하거나, 음악실을 설계하거나, 여러 홀이나 극장의 음향 데이터를 축적하는 등, 이 분야에 쌓아올린 노하우는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쉽고 간단하게 오디오나 악기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액세서리를 만든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의 정식 명칭은 “조음 패널”이다. 한자로만 쓰면 “조음판”이 된다. 말하자면 “調音板”인 것이다. 여기서 調는 고를 조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음을 고르는 널빤지”쯤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이다. 대개의 리스닝 룸이나 연습실의 음향이 들쑥날쑥하므로, 이런 조음판을 써서 고르게 만든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사실 이런 음향 관련 액세서리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내지 않는 분들이 많다. 케이블은 물론이고, 전원 장치니 뭐니 다 사기다 플라시보 효과다 해서 시큰둥한다. 물론 개중에 어설픈 효과를 내는 것들도 있고, 대체 뭐가 달라졌지 의아하게 만드는 것들도 있다. 아마 이런 변변치 않은 것들을 써보다가 진력이 나서 그런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대로 된 액세서리의 경우, 그 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항상 오디오의 근본을 되새기게 한다. 그것은 오디오가 소리를 내기 이전의 환경, 그러니까 룸 어쿠스틱, 전원 등 제반 조건에 대한 완비다. 아니 완비까지는 못 가더라도 어느 정도 튜닝은 해줘야 한다. 그럴 경우, 같은 오디오를 갖고도 몰라보게 퀄리티가 좋아진다. 심지어 어, 이 소리가 내 시스템에서 나오는 것 맞아?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번에 만난 조음판 역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효과를 내고 있어서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조음판의 장점을 몇 개 들어보면 이렇다. 우선 설치가 간단하다. 혼자 들기에 가볍고, 설치도 용이하다. 자기 주머니 사정에 맞춰 스피커 뒤쪽에 두 개 설치해도 좋고, 더 마음에 들면 옆벽, 맞은편 벽 하는 식으로 추가하면 된다.

 

또 쓰임새가 다양하다. 집에서 누가 피아노를 친다고 하면, 뒷벽과 피아노 사이에 설치할 경우 몰라보게 소리가 좋아진다. 웅웅거리거나 난반사와 같은 현상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좀 신경이 예민한 분들은 침실에 몇 개 설치해서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수면을 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무실이나 회의실에 둬서 집무에 열중하게 할 수도 있다. 카페나 라이브 홀도 마찬가지.

 

이런 식으로 파고들면 한이 없으니 이쯤해서 본 기의 설계 개념에 대해 소개하겠다. 모든 음은 벽이나 물체에 부딪히면 반사된다. 당연하다. 마치 거울처럼 반사한다. 그 중 아주 일부만 흡수할 뿐이다. 기존의 음향판을 보면 좀 더 흡수할 뿐으로, 반사 그 자체의 성질은 바뀌지 않는다. 반면 조음판은 반사와 흡수라는 두 가지 역할을 보다 역동적으로 행한다. 말하자면 흡수하는 부분만 따져도 음향판보다 효과적이고, 반사 역시 다양한 각도로 퍼지게 해서 보다 풍부하게 음을 살리고 있다.

 

사실 모든 음향 공사라는 것은 흡수만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매우 쉽다. 요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반사를 하느냐다. 그것은 룸이나 홀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반사판과 흡수판을 어떤 식으로 설계하느냐 골머리를 앓게 된다. 하지만 본 기는 그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므로, 그런 골치가 아플 일이 없다.

 

단,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것은 바로 오디오 뒷벽에 설치할 때다. 스피커에 따라 저역이 너무 많이 나오면 바로 뒤에 설치하는 것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앰프와 스피커 사이 정도에 놔두는 편이 좋다. 물론 이것도 각각의 환경에 따라 다르므로, 본인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이동시켜서 설치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뒷벽에 놓는 것이 가장 효과가 두드러지므로, 이것부터 시작해서 옆벽, 맞은편 벽 등으로 확장하는 것이 좋다. 이번 시청 역시 그런 방법으로 진행했음을 참고로 알린다.

 

흡수와 반사라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본 기의 구조는 지극히 심플하다. 하나의 구멍이 나 있는 공명관 열 개를 나란히 이어 붙인다. 물론 구멍은 공명관마다 다 다르게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하나의 조음판에 총 열 개의 구멍이 나 있게 된다. 물론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설계할 때 어느 위치에 구멍을 내느냐는 메이커만의 노하우라 하겠다.

이래서 실제로 계측해보면 들쑥날쑥한 주파수 대역이 아주 평탄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조음한 것이다. 제품은 두 종류로, 원목과 MDF 합성판으로 만들어 진 것으로 구분된다. 원목은 체리와 검은색 모델이 있고 MDF 모델은 흰색이다. 당연히 원목 모델이 좀 더 비싸다. 두모델의 성능차이는 그리 크지는 않았다. 다만 MDF 모델의 경우 받침대가 없다고 하니 오디오쪽 뒤편이나 맞은편은 MDF 모델을 벽에 붙이는 것이 용이한 것 같고, 받침대가 있는 모델은 주로 옆벽에 설치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왜냐하면 중간에 스피커를 교체하거나 이동할 경우, 아무래도 이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애호가들의 집을 방문해보면 기기의 성능에 훨씬 못 미치는 음을 내는 경우가 많다. 제일 먼저 지적할 것이 바로 룸 어쿠스틱 쪽이다. 일단 난반사가 많고, 울림이 심하고, 주파수 특성이 들쑥날쑥하면 세상에 그 어떤 비싼 기기를 가져와도 방법이 없다. 사실 오디오가 어려운 것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쪽에 많은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그중에 룸 어쿠스틱이 제일 어려운데, 이번에 야마하에서 멋진 선물을 내놨으므로,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싶다. 실제로 스피커나 앰프의 그레이드를 상당히 올린 듯한 효과를 내므로, 기기 교체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에겐 특히 희소식이라 하겠다.

 

이번 시청을 위해 동원한 곡은 다음과 같다. 맨 먼저 빈 방에서 듣고, 오디오가 설치된 뒷벽, 옆벽 그리고 맞은편 벽 순으로 놨는데, 그 차이를 설명하도록 하겠다.
 
1) 핑크 플로이드 《Speak to Me/Breathe》
2)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 《You Look Good to Me》
3) 제니퍼 원스 《The Hunter》
 
우선 아무런 세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듣고 나서, 뒷벽에 네 장을 설치한 다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부터 소개하겠다. 1)을 들으면, 처음에 심장 고동을 상징하는 두근두근두근 하는 소리가 점차 커지는데, 그 음이 보다 야무지고 또렷해진다. 점차 커지는 부분도 확실히 실감이 난다. 이어서 음향이 전체적으로 확산되면서 본격적인 노래가 나오고, 연주가 이어지는데, 이런 변화가 매우 극적으로 전개된다. 특히, 심벌즈를 강하게 두드리거나 킥 드럼의 존재감 등이 부각되고, 보컬의 음도 보다 명료하다. 이렇게 뒷벽에만 설치해도 음이 확 바뀌는 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를 들어보면, 초반에 오른쪽 채널에서 나오는 더블 베이스의 음이 보다 탄력이 붙고 더 아래로 쭉 뻗는 것이 포착된다. 이전에 다소 벙벙한 느낌이 확실히 해소되었다. 피아노로 말하면, 이전에는 드럼과 베이스에 가려 다소 힘이 약했는데, 여기선 제 목소리를 또렷이 낸다. 스네어를 긁는 브러쉬나 심벌즈의 두드림 등 세밀한 부분이 보다 정교하게 다가오는 점도 지적할 만하다.

 

3)에선 무척이나 복잡한 방식으로 녹음된 이 곡의 겹겹이 포개진 악기군의 층이나 위치가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이를테면 아무리 베이스나 드럼의 음이 커져도 보컬은 일체 건드리지 않고, 드럼을 연타하면 그 음 하나하나가 일정한 간격으로 튀어나오는 식으로 녹음할 때 엔지니어가 의도한 부분이 보다 명확해진다. 특히, 중간에 간간히 나오는 현악군의 울림이 보다 스케일이 크게 감싸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사실 이렇게 뒷벽에만 설치해도 워낙 차이가 심해, 과연 옆에다 덧붙일 경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역시 오디오에서 음질이라는 부분은 아무리 올리고 올려도 여전히 뭔가가 남아있다. 한 마디로 한계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시청에 동원한 오디오 기기들의 잠재력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1)을 들으면, 단순히 음이 아니라, 곡이 가진 분위기나 느낌이 보다 생생하게 다가온다고 하겠다. 초동의 심장 박동 소리만 해도, 마치 캄캄한 심연의 바다 속에서 뭔가가 서서히 뚫고 나와 이쪽으로 전달되는 듯한 느낌, 그러니까 음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상상력을 충만하게 만든다. 전체 스케일도 좀 더 커지고, 악기들의 위치도 명확하며, 그 각각이 생동감 있게 플레이된다. 특히 보컬의 다소 허무한 듯한 느낌이 확연히 전달되는 부분은 특필할 만하다.

 

2)의 경우, 더블 베이스를 긁을 때 그 음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보다 밑으로 쭉 뻗는다. 이윽고 손가락으로 튕길 때 그 어택감이 생생해진다. 베이스 주자의 흥얼거림도 또렷하고, 흥이 넘친다. 드럼의 경우, 손과 발을 어떻게 써서 절묘한 리듬감을 만들어내는지, 그 컴비네이션이 잘 포착된다. 피아노의 울림이나 타건의 감각 등 세밀한 부분도 당연히 좋아진다. 특히, 미세한 부분에서 이뤄지는 극적인 대비, 그러니까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몰라보게 좋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3)에선 우선 제니퍼의 목소리 자체가 몰라보게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약간 코맹맹이 느낌이 나는 듯한 그 매력 포인트가 정확하게 포착된다. 드럼을 마구 두드리거나 베이스를 강하게 칠 때의 어택감도 보다 드라마틱하고, 현악군의 울림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때의 효과도 잘 그려진다. 녹음 당시 엔지니어가 어떤 연출과 구성으로 임했는지, 그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게 만드는 음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맞은편 벽, 그러니까 시청할 때 등쪽에 있는 벽에 설치를 했다. 그러니까 조음패널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여건은 다 해보는 것이다. 여기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하면, 확 드러나지 않지만, 각각의 곡이 갖는 분위기나 뉘앙스, 음악성 등이 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사실 이 부분은 설명하기가 좀 애매하긴 한데,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는 갈 것이다. 실제로 조음패널을 비롯한 좋은 악세서리의 경우, 단순히 음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음악성까지 고양된다는 점에 놀라곤 한다. 이것은 역으로 음이 우리에게 전달될 때 최대한 간섭을 피할수록, 그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것과도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1)부터 들어보면, 잔향이나 공간감, 세밀한 묘사력 등이 증가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또 정보량도 많아졌다. 말하자면 크롭에서 풀 프레임 판형으로 올라갔다고나 할까? 사진을 보면 처음에는 실감할 수 없지만, 좀 찍다보면 왜 FF인지 깨닫게 되는 그런 상황이라 하겠다. 특히,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에 내재된 광기와 고독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부분은 조음패널을 동원해서 얻는 가장 큰 성과라 하겠다.

 

2)를 들어보면, 역시 곡이 가진 발랄함이나 열기 심지어 슬픔까지도 낱낱이 잡아낸다. 각 악기의 질감은 보다 어쿠스틱하며, 세 사람의 컴비네이션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리듬감이 몸에 착착 감기면서 자연스럽게 발장단을 하게 한다. 음악을 듣는 순간이 더 없이 즐겁다.

 

3)에선 보다 스케일이 커지고, 웅장하다. 마치 한편의 비극적 서사시를 보는 듯, 모든 음향이 화려하고, 꿈을 꾸는 듯 아름답게 다가온다. 제니퍼의 목소리가 천사처럼 들린다. 또 그 발음 하나하나가 또렷이 다가와, 갑자기 리스닝 실력이 는 것 같기도 하다. 기적과 같은 변화라 하겠다.

 

사실 처음에는 뒷벽 정도에나 설치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렇게 완비를 하고 보니, 충분히 이 정도 투자를 해볼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디테일, 음악성, 즐거움은 단순히 기기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실속이 있다고 보인다. 음향판이라는 것이 참 이전에는 설치가 복잡하고, 어느 정도 이론도 습득해야 하는 분야였으나, 본 기를 통해 누구나 척 사서 집에 설치하면 되는 시대가 열렸다. 혹 그래도 의문이 든다면 일단 뒷벽부터 설치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확신이 들면 ... 그때는? 글쎄, 더 이상 언급은 자제하겠다.

 

이종학(Johnny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