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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는 캐나다의 퀘벡주에 있는 부셔빌에 자라잡고 있다. 퀘벡주 자체가 예전에 프랑스 령이었고, 지금도 불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영어권과 불어권이 묘한 조화를 이룬 지역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앵글로-색슨의 기술력과 프렌치 특유의 감성이 만나는, 최상의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심오디오가 그 결정체라고 봐도 무방하리라.

의외로 동사의 역사는 장구한 바, 벌써 35년을 넘어서고 있다. 1980년에 탄생했을 때의 이름은 시마(Sima)였는 바,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오디오파일이라면 몇 번 들어본 적은 있을 듯싶다. 출범 당시의 목표는 아주 간단했다. 음악에 담긴 영혼과 감성을 순수하게 전달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남과 비교할 수 없는 빼어난 테크놀로지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20여 년전에 개인적으로 시마를 써볼 기회가 있었다. 무명 브랜드라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단골 숍에서 워낙 추천하는 것이었다. 디자인은 뭐했지만, 소리는 상당히 좋았다. 만일 그 물건을 구입해서 지금까지 갖고 있다면 상당한 컬렉터스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창업 당시 수많은 저가 상품들과 차별화된, 오로지 진지한 오디오파일을 대상으로 하되, 그렇다고 너무 비싼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정책을 갖고 있다. 덕분에 싸고 좋은 소리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는 바, 그 철학은 지금도 변치 않는다. 만일 저렴한 예산으로 하이엔드의 제품을 들이고 싶다고 할 때, 심오디오의 제품은 첫 번째 옵션이 될 것이다.

시마에서 심오디오로 사명을 바꾼 것은 1990년의 일로, 이즈음 셀레스테 시리즈를 발표하면서다. 여기에 투입된 르네쌍스 서킷이 큰 인정을 받았고, 특히 W-4070과 같은 앰프는 빼어난 가성비로 평단의 사랑을 독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동사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더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드디어 1997년 문 시리즈를 런칭하기에 이른다. 개인적으로 볼 때, 1997년이야말로 진정한 심오디오의 탄생이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전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기술력에 빼어난 음 조성으로, 오디오파일이라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사운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멀티 채널 파워 앰프를 만드는가 하면, CDP에도 손을 대고, 당연히 DAC도 나왔으며 최근에는 스트리밍 플레이어도 개발했다. 시장의 변화를 알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런칭하되 너무 과하지 않는다, 라는 철학을 지금도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동사의 라인업을 보면 정확히 3개로 구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맨 밑이 문이고, 그 위로 문 네오 그리고 제일 위로 문 이볼루션이 있다. 이볼루션으로 말하면 2005년에 처음 발표된, 동사의 기술이 총집결되면서, 일체의 예산이나 기타 신경 쓸 부분을 다 치워버린, 순수한 의미의 하이엔드 시리즈다. 즉, 가성비라는 울타리에 가둬놓지 않고, 오로지 최상의 퍼포먼스를 추구하겠다는 야심으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동사의 전통적인 제품들과는 상당히 차별화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번에 만난 것은 CDP를 비롯, 프리, 파워 앰프 등, 동사의 문 이볼루션 시리즈의 전모를 짐작할 수 있는 라인 업으로 꾸며져 여러모로 흥미있게 들었다. 제품 하나하나에 중요한 기술들이 대거 투입되었으므로 깊게 따져볼 게 많지만, 이번에는 전반적인 시스템 소개의 글인 만큼, 간략하게 개개 제품의 특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끝내겠다.

우선 CDP는 750D. 사실 이것을 CDP라고 부르기엔 뭐하다. 오히려 풍부한 DAC의 기능에 CD 트랜스포트가 첨가된 정도라고 할까? 물론 그렇다고 CDP 본래의 퍼포먼스를 훼손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주목할 것은 DAC부다.

일단 들어오는 모든 신호를 32비트로 업샘플링하는 것은 물론, 전송 자체도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32비트 디지털 기기인 것이다. 이를 위해 채널당 무려 8개의 DAC 칩이 투입되고 있다. 정확히는 ESS에서 만든 SABRE 32가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대개 32비트라고 하면, 오로지 업샘플링한 결과물만 갖고 떠드는데, 본 기는 전송 방식에도 이런 스펙을 유지함으로써 뛰어난 퀄리티를 얻고 있다. 음을 들어보면 잘 튜닝된 LP 플레이어를 연상하게 하는데, 그 점에서 잘 만든 디지털은 최고의 아날로그와 통한다, 라는 속설을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다.

4개의 디지털 인풋은 현행 여러 디지털 디바이스를 고려할 때 충분하고도 남고, 2개의 디지털 아웃풋도 제공된다. 또 동사의 820S라는 별도의 파워 서플라이를 장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아울러 갖고 있다. 디지털쪽은 특히 전원에 민감한 바, 820S의 도입에 따른 음질의 향상 역시 기대할 수 있을 것같다. 동사의 창업 30주년 기념작이라는 부분도 기억해둘 만하다.

한편 740P로 말하면, 차세대 이볼루션 시리즈의 기술이 투입된 신작이다. 상급기 850P의 성과를 적절히 이양받으면서, 프리앰프로서 추구할 수 있는 경지를 자연스럽게 이룩하고 있다 해도 무방하다. 기본적으로 듀얼 모노럴 구성에 특히 전원쪽에 신경 쓴 부분이 돋보인다.

이를테면 전압의 컨트롤만 해도, 전체 24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된 전원부에서 각각의 IC에 한 개씩의 인덕터를 배치함으로써, 보다 흐름을 원활하게 했다. 또 4개의 스테이지로 꾸민 M-LoVo (Moon Low Voltage DC Regulator) 테크놀로지도 빼놓을 수 없는 바, 이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동작을 가능케 했다. 여기에 820S라는 외부 파워 서플라이도 장착할 수 있으므로, 얼마나 전원쪽에 신경을 썼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사실 미세한 신호를 다루는 프리앰프의 성격상, 특히 아날로그 앰프의 경우, 신호 경로를 짧게 하고, 음성 신호의 전달 루트에는 일체 간섭이 없는 보호 회로를 고안하면서, 전원쪽에 최상의 물량 투입을 한다는 것이 요즘의 결론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740P의 기술적 성과는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점검할 것은 860A 파워 앰프다. 역시 듀얼 모노럴 구성으로, LYNX 회로를 투입, 일체의 피드 백을 허용하지 않는 점이 돋보인다. 심지어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역기전류까지 차단함으로써, 오로지 입력된 음성 신호를 증폭해서 스피커를 구동하는, 파워 앰프 본연의 임무에 최대한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증폭 방식에 있어서도 클래스 A와 AB를 혼용하고 있다. 즉, 5W까지는 클래스 A 방식이고, 이를 넘어가면 AB로 전환되는 것이다. 사실 아무리 출력이 높은 앰프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음성 신호는 5W 안팎에서 맴도는 만큼, 음질 중심의 무척 효율적인 설계 방식이 아닐까 싶다. 

한편 본 기는 기본적으로 스테레오기로, 채널당 8오옴에 200W의 출력을 낸다. 양질의 전원 트랜스와 부품이 들어갔으므로, 200W라고 해도 구동력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없다. 단, 장롱만한 대형기를 울리고 싶다고 하면, 한 대를 더 사서 브릿지 모드로 바꿀 수 있다. 그 방법이 무척 간단해서, 가이드라인을 보면 금세 따라할 정도다. 그 경우 채널당 800W를 내는 괴물로 돌변한다.

마지막으로 860A는 어느 정도 브레이크 인 타임이 필요하다. 메이커에선 최소 300 시간을 권장하고 있다. 아마 이 기간 동안 다양한 음질 변화가 있을 듯싶지만, 기준 시간을 돌파하고 나면, 본 기의 진짜 퍼포먼스가 드러날 것이니 많은 기대를 해도 좋을 것같다.

본 세트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여러 종류를 걸어봤다. 어느 것을 걸어도 일관된 음색이나 성격이 드러나는 바, 제일 먼저 귀에 들어온 것은 마치 LP 플레이어를 건 듯한 아날로그적인 느낌이었다. 그런 면에서 잘 만들어진 진공관 앰프의 장점도 아울러 갖고 있었다. 하이엔드 제품들이 지나치게 분석적이거나 혹은 예리한 음을 추구한 나머지 너무 디지털 냄새가 나거나 경직된 면이 없지 않다. 이런 함정을 멋지게 피하면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우선 차이코프스키부터 들어본다. 초동에 흘러나오는 강력한 임팩트의 브라스 이후 유려하게 현이 몰아칠 때 가벼운 쾌감을 느낀다. 다이내믹스, 해상도 등이 출중하면서, 너무 이것을 과시하지 않고 음악적으로 잘 승화시키고 있다.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 한번 보여줄게, 라는 식이 아니라, 그냥 거기 앉아서 날 믿고 음악에만 몰두하십시오, 라는 태도다. 여유가 있고, 반응이 빠르면서, 결코 서둘거나 다그치지 않는다. 특히, 당시 야심만만하게 돌진하던 클라이번의 기세가 잘 살아나, 수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충분히 감지가 될 정도다. 눈을 감고 들으면 타임 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프랑크의 작품은 수차례 여러 시스템으로 경험한 바가 있는데, 이번 재생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선 연주자들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라던가, 연주하면서 영적으로 주고받는 대화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음 자체도 공격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매가리 없는 스타일도 아니다. 심지가 분명하고, 힘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유려하게 다가온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라 할까? 특히, 반응이 무척 빨라, 스피커에서 음을 억지로 내뱉지 않고, 쉽게 쉽게 발성한다. 자세히 들어보면 상당한 해상도를 자랑하는데, 이를 과시하지 않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크롤의 곡은, 거의 무반주에 가까운 편성이다. 더블 베이스, 기타, 피아노 등이 따라붙지만, 매우 간결하고, 기본적인 음만 낸다. 전체적으로 크롤의 목소리가 중앙을 점하면서 강력하게 이끌어간다. 그런데 별로 허한 구석이 없다. 목소리 자체의 음색이나 디테일 묘사가 뛰어나면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를 제대로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중해서 들으면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 쓰는 다양한 테크닉과 의도를 충분히 깨달을 수 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스윙감은 저절로 발 장단을 하게 만든다.

게츠와 질베르토 콤비의 연주는, 저 60년대 초반의 낭만과 이국 정서를 아낌없이 표출하고 있다. 특히, 노래를 부른 아스트러드 질베르토의 환각적이면서 섹시한 음성은, 지금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 언젠가 꼭 리오에 가서, 이파네마 해변을 걸어야지, 라고 생각한 것은 오로지 이 노래 때문이다. 중간에 게츠의 색소폰 솔로가 나오는데 특유의 벨벳 톤에 구성진 맛까지 가미되어, 듣는 기쁨이 배가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심오디오가 추구하는 것은 결국 음악을 듣는 즐거움, 행복함, 카타르시스와 같은 덕목을 보다 심화시키기 위함이다. 새삼 이 회사의 저력을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