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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밀려온다. 포지티브 신호다. 파도가 밀려나간다. 네거티브 신호다. 파도의 깊이, 물결의 폭 모두 제각각이지만 파도가 이는 것은 저 넓은 바다를 바람과 끝없이 펼쳐진 우주의 달과 태양이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북을 쳐보자. 손바닥으로 북을 치면 순간적으로 툭 튀어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하며 통을 울린다. 나올 때는 포지티브, 들어갈 때는 네거티브 신호다. 이러한 소리를 재생할 때 모든 오디오는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신호로 분리해 위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양 쪽 귀를 사용, 주파수를 추론해 위상을 인식한다.

그런데 이 +와 - 신호를 앰프에서 구현할 때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의 소자가 두 가지 신호를 모두 증폭하게 하는 것과 각각을 담당하는 소자를 별도로 두는 방법이 있다. 전자를 싱글 엔디드라고 하며 후자를 푸쉬풀이라고 한다. 전자는 힘은 약하지만 신호 전환이 필요 없어 훨씬 더 순도가 높다. 푸쉬풀은 각 신호를 나누어 담당하다보니 더 높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지만 순도는 약간 낮아진다. 각 방식은 오랫동안 오디오 엔지니어들에 의해 연구되며 그 간극이 줄어들고 있다. 싱글엔디드도 강력한 힘을 가지기도 하며 푸쉬풀도 그 순도가 매우 높아진 것도 있다. 각기 만들기 나름이다.

여기 오랫동안 싱글엔디드 방식으로 앰프를 만들어 하이엔드 오디오의 전설이 된 사람이 있다. 넬슨 패스다. 스레숄드의 Stasis 에서부터 패스랩스 알레프, X, XA 시리즈 그리고 First Watt 등에 이르기까지 바이오그래피가 책 한 권을 넘어선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소자는 진공관도 아니고 일반적인 트랜지스터와도 다른 FET 다. 그 중에서도 넬슨패스는 수천 개의 JFET를 확보해놓고 계속해 이 소자를 활용해 앰프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매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별한 JFET 다. 싱글 엔디드에 A클래스 증폭을 선호하는 그가 이루려는 이상은 FET를 사용해 진공관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것을 한 차원 뛰어넘는 것, 아니 새로운 길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예를 들어 그가 만든 First Watt SIT-1 는 채널 당 단 한 개의 SIT 증폭소자를 사용해 싱글엔디드로 구성했다. 이건 진공관으로 치면 싱글 300B 에 비견되지만 300B와는 또 다른 영역의 소리다.

넬슨 패스의 영역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기존까지 이어져왔던 패스랩스의 X, XA 시리즈, 그리고 .8 까지 이어진 앰프 라인업을 훌쩍 뛰어넘는 플래그십 프리, 파워앰프를 기획했다. 싱글엔디드와 FET 소자의 활용은 시작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대출력을 구사하며 최소한의 피드백만을 사용해 최신 락포트, 윌슨 오디오 등 초하이엔드 스피커까지 핸들링할 수 있는 앰프를 개발하기 위해 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그 프로젝트는 Xs 시리즈의 개발로 완결되었다. 

여전히 패스랩스는 그 이름 때문에 넬슨 패스가 많은 부분을 관여하고 있고, 이러한 패스랩스를 이끌어 온 또 한명의 사람은 바로 웨인 콜번(Wayne Colburn)이다. 무려 20여년간 패스 앰프를 설계해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Xs 개발은 그 동안 목표로 했던 재생음의 이상과 본질을 끝장내기 위한 시도다. 그에겐 어떤 비용에 대한 한계도 정해지지 않았고 원하는 앰프를 예산 제한 없이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었다. 

프리앰프의 전체 섀시는 두 개의 커다란 몸체로 나누어져 있다. 기존에 XP-30이라는 레퍼런스급 프리앰프가 있지만 Xs 는 또 다른 설계를 취하고 있다. 우선 볼륨 컨트롤은 완벽한 위상 일치를 가진 스위칭 회로가 내장되어 있으며 0.5dB 간격으로 정밀하게 설계되었다. 또한 출력은 Master 와 Slave 두 조를 활용해 바이앰핑이 가능하고 Master 볼륨은 -89.5dB에서 +9.5dB 의 구간에서 정교하게 움직인다. 밸런스, 언밸런스 입력 또한 모두 충분하게 마련되어 있으며 멀티 채널 프로세서와 연동을 위한 패스스루 단자 또한 구비해놓고 있다. 볼륨 컨트롤의 버퍼 스테이지는 생략되고 매우 간단한 게인 신호 경로를 구성한 모습이다.

게인 스테이지는 도시바의 JFET 입력, 바이폴라 캐스코드 그리고 MOSFET 출력 구성이다. 패스랩스 Xs 가 다른 프리앰프와 가장 다른 점이라면 A 클래스의 바이어스를 두 배로 올렸다는 점이다. 그리고 매우 큰 히트싱크를 마련해놓았다. 프리앰프의 내부 서킷은 신호경로에서 음질적 왜곡을 줄 수 있는 그 어떤 커패시터도 사용하지 않는 DC(Direct Coupled)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로써 100kHz 까지 매우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XP-30이 밸런스 출력 스테이지를 드라이빙하는데 80와트(rms)로 충분했던 것을 넘어 Xs 프리앰프는 무려 150와트 정도로 상승했다. 

이 외에도 내부에 사용된 부품들은 매우 특별하다. 게인 스테이지는 금도금된 세라믹 서킷 보드 위에 만들어졌고 듀얼 모노 구조를 갖는 각 채널의 마더보드는 금이 함유된 파나소닉 Megtron 으로 만들어졌다. 파워 서플라이는 총 세 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고성능 트랜스포머로 유명한 Plitron 트랜스포머와 사용되었고 이 외에 AC 라인 입력부에 EMI 필터가 사용되었다. 100,000 uf 용량의 커패시터 뱅크가 배치되었으며 실리콘 재질의 세미컨덕터를 사용하여 XP-30 보다 노이즈 레벨을 더욱 더 낮추는 데 성공했다.

“뮤지션이 음악적 왜곡의 근원이 되게 한다면 그것은 앰프가 아니다” 라는 패스랩스의 주장은 매우 강력하고 설득력 있다. 그리고 이것은 두 가지 면들이 부딪히게 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최근 출시되는 여러 하이엔드 앰프들의 설계와 측정치 그리고 실제로 귀로 들리는 음질의 딜레마다. 기술과 소자의 발달로 인해 매우 뛰어난 측정치와 스펙을 가진 앰프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패스랩스의 웨인 콜번과 넬슨 패스가 원하는 것은 단지 스펙과 측정치가 아닌 그것을 뛰어넘는 음악적 감동이다. 

이러한 음악적인 감동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것 중 하나가 하모닉스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하모닉스로 인한 디스토션을 THD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 하모닉스는 음악에 있어 매우 필요한 것이면서 때로는 불필요한 것이 되기도 하다. 만일 홀수차 하모닉스가 많이 발생한다면 이는 다른 음정의 불규칙적인 배음이 되어 소리가 혼탁하고 딱딱해진다. 트랜지스터 계열은 그래서 THD 가 낮을 수록 좋은 소리를 내준다. 

하지만 짝수차 하모닉스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것은 정수배 주파수 대역의 하모닉스로서 같은 음정으로 인지되며 이는 악기의 울림을 더욱 풍부하고 감미롭게 그리고 악기의 질감을 더욱 생생하게 살려준다. 이러한 짝수차 하모닉스는 진공관 앰프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패스랩스가 금과옥조처럼 선별하고 수집한 JFET, SIT 같은 소자는 짝수차 배음에 뛰어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패스랩스가 걸어온 길은 단지 무조건적인 소자의 투입으로 이룩한 부품창고가 아니다. 좋은 소자에 그 소자의 능력을 백프로 이끌어내는 설계가 그 핵심이다. 일단 전술했듯 그들이 목표로 한 Xs 시리즈의 설계는 우선 싱글 엔디드 A클래스 증폭이여야 한다. 그리고 네거티브 피드백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신호 전송구간에 커패시터를 사용하지 않는 DC설계여야 한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싱글엔디드 설계에서 구현하기 힘든 고출력을 실현해 저음압의 현대 초하이엔드 스피커 구동에도 문제가 없어야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온고지신해보자. 과거 1990년대 초반 알레프 O 모노블럭 같은 앰프를 예를 들어보면 하이 커런트 출력단에서 A클래스 증폭을 하되 푸쉬풀 증폭단으로 구성했다. 한편 패스랩스의 X.5나 XA .5 같은 경우 밸런스 출력단에서 싱글엔디드 바이어스를 구현했다. 이는 낮은 레벨에서는 퍼포먼스 향상이 있었지만 높은 전류 입력시에는 푸시풀 작동에 의해서 높은 다이내믹스를 소화해야만 했다. 

이런 일련의 설계방식에서 음질적으로 뛰어난 점만을 모두 취합해 실현시킨 것이 Xs-150 파워앰프다. 목표에 부합하는 앰프는 매우 거대한 전원부와 매우 거대한 증폭단을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Xs-150의 전단에는 처음으로 CLF(Cascode Local Feedback) 토폴로지가 개발되어 적용되었고 이를 통해 오픈루프 밴드위스가 100kHz 에 이르게 되었으며 출력단에는 10dB 의 피드백을 허락하게 되었다. 

더불어 파워앰프로서 이상적인 높은 입력 임피던스와 낮은 출력 임피던스도 덩달아 얻게 되어 기존 X, XA 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퍼포먼스 향상을 도모했다. 넬슨 패스가 Fist Watt SIT-1, SIT-2 등에서 시도했던 저출력 싱글엔디드 사운드를 대출력 거함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선도 높은 싱글엔디드 A클래스의 음악적 울림과 주파수 커브를 살리면서 저음압 하이엔드 스피커를 당차게 드라이빙할 수 있는 새로운 레퍼런스 앰프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스트를 위해 하이파이 클럽에 들어서니 총 여섯 덩어리의 패스랩스가 셋업되어 있었다. 케이블링과 전원 연결 등 몇 가지 테스트를 끝냈다. 그리고 고역에서 저역까지 다양하고 넓은 주파수 분포, 다이내믹 레인지를 갖는 레코딩을 재생하며 번인 타임을 가졌다. 매칭 상대는 Atria를 비롯해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메이커 락포트 테크놀로지의 Avior 가 동원되었다. 올해의 스피커 중 단 하나를 꼽으라면 꼽을 수 있는 스피커로 또 다른 미국의 대표적인 앰프 메이커 패스랩스와의 만남은 매우 흥미로운 감상을 예견하게 했다. 소스기기는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 DAC3를 활용했고 전용 NAS 와 연결, 린 Kazoo 리모트 어플로 재생하며 시청에 임했다.

뱅상 빼라니의 아코디언이 은은한 하모닉스를 만들어내며 시작한 아리랑부터 보편적인 하이엔드 사운드의 패턴과는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락포트 Avior 의 성향은 이미 VTL 의 지그프리드 모노블럭 파워앰프에서 파악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또 다르다. 물론 공간, 액세서리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보다는 앰프의 영향이 매우 지배적이다. 결론적으로 패스랩스 Xs 플래그십이 구축하는 Avior 의 사운드는 매우 쾌청한 날씨의 산 정상에서 가슴으로 바람을 맞는 듯한 호연지기가 서려있다. 나윤선의 보컬 발음 하나하나엔 자연스럽고 깊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씨몽 따이유의 더블베이스 튕김 한번, 울프 바케니우스의 기타 핑거링 하나하나가 마치 장검을 휘두르듯 강열한 에너지와 열기로 가슴이 울렁인다. 스튜디오의 정갈함보다는 마치 실연에서 온몸을 감싸는 열기로 청음실의 공기를 후끈 달군다.

엘리안느 엘리아스의 ‘This can't be love’(24bit/96kHz, Flac)를 들어보면 전체적인 음조, 즉 토널 밸런스는 매우 높고 낮게 상/하로 커다랗게 확장된 음폭 안에서 중립적이다. 정중앙 중역이 풍성하며 그 디테일이 뛰어나면서도 무엇보다 맑아 귀에 가장 민감한 1~3kHz 대역에서 어떤 자극적인 느낌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매우 굵직하고 에너지감이 충만하면서도 넘치는 텐션이나 과장 섞인 몸짓이 없이 폭 넓은 대역을 커버한다. Avior 같은 경우 저역 드라이빙은 물론 세부적인 계조 표현이 매우 난제인 스피커지만 저역에서도 dB 감쇄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풀 바디로 드라이빙하는 모습이다. 소편성에서부터 대편성에 이르기까지 각 악기의 음정표현이 풍부하면서도 그 대역 한계가 없는 풀레인지급 표현력을 보여준다.

아이슬란드 출신 올라퍼 아르날즈의 ‘Chopin Project’ 중 ‘Nocturne in G minor’(24bit/96kHz, Flac) 는 매우 신선한 쇼팽의 재해석이다. 여러 다양한 마이크와 파격적인 레코딩 방식이 도입되었다. 올라퍼 아르날즈는 빈티지 릴덱을 사용해 녹음하기도하며 독자적인 마스터링 기법을 사용해 마스터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함께한 독일 출신 알리스 사라 오트의 피아노 연주는 마치 해질녘 들판을 물들이는 듯 목가적이며 흑백 영상의 한 컷을 떠올리게 만든다. 일부러 삽입한 노이즈 섞인 배경음마저 실제 공간으로 빨려들 듯한 생생함을 배가시킨다. 이러한 실체감과 싱싱한 현장감의 중심에는 피아노 터치가 만들어내는 배음 표현에 있다. 단지 근음만을 짚고 훑어 지나가는 소리가 아닌 짝수차 배음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표현력이 가슴을 울린다. 중심음의 뼈대만 표현할 경우 처음 들을 땐 모르겠지만 청음을 반복할수록 딱딱하고 건조한 표현력에 볼륨을 줄이고 음악 감상을 멈추게된다. 반대로 패스랩스가 만들어낸 현장음의 에너지와 하모닉스는 어떤 앰프도 따라오기 힘든 풍부한 표정과 표현력으로 깊은 감흥을 선사한다.

잔잔하게 펼쳐지던 몽상적인 흑백 필름 같던 녹턴을 지나 좀 더 다이내믹한 음악을 들어본다. 베이스 클라리넷 주자 에릭 돌피의 프리재즈 명반 ‘Out To Lunch’(16bit/44.1kHz, Flac) 의 동명 타이틀 트랙을 들어보자. 위 쇼팽 녹턴에서 들었던 열기와 생생한 하모닉스로 인해 촛불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피아노 터치는 재즈 관악기에 더 더욱 증폭되어 드러난다. 관악기의 중역대 질감, 즉 프레디 허버드의 트럼펫은 진한 질감이 불길처럼 타오른다. 복합한 화성과 그로 인한 복잡 미묘한 하모닉스 구조 그리고 동적인 움직임이 매우 리얼하며 그 표정 변화가 매우 다채롭게 펼쳐진다. 거의 실제 사이즈의 커다란 이미징은 그리 놀랄만한 것도 아니다. 바비 허처슨의 비브라폰은 그 이미징이 매우 뚜렷하면서도 인위적으로 이미징을 그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날 것처럼 무대 위에 그대로 펼쳐놓는다. 좌측의 관악, 우측의 리듬 파트가 종횡하며 적당한 긴장감 위에 즉흥연주를 펼쳐낸다. 

많은 최근 하이엔드 앰프와 스피커들의 문제점은 모든 음악을 너무 깨끗하고 정갈하게 조작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종종 실제 레코딩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레코딩을 매만져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소리로 재포장한다. 때론 탈색되고 표면 질감이 무분별하게 터져버리며 일부 하모닉스를 제거해 밋밋하게 다듬어버린다. 살벌한 녹음현장의 음악적 에너지는 사라진 덕에 음악은 가공육처럼 정제되고 감동은 죽어버린다. 특히 저역에서 마치 아가미를 헐떡거리는 듯한 생동감, 다이내믹스의 손실은 치명적이다. 

브라이언 브롬버그의 ‘One for the woofer’(16bit/44.1kHz, Flac)에서 패스랩스 Xs 파워앰프가 Avior 에 전달하는 다이내믹레인지는 강력하고 빠르게 밀려오는 해일처럼 파고가 매우 높고 힘차다. 특히 강음과 더 강한 강음의 차이 그리고 낮은 대역과 더 낮은 대역과의 차이가 매우 크게 보인다. 같은 음악이라도 훨씬 더 활달하고 생생하다. 저역을 매우 조인다기보다는 적당한 양감과 그 안의 정보를 최대한 살려주면서 공연장의 그것과 유사한 에너지 덩어리를 만들어낸다. 역동적인 베이스의 움직임은 극단적인 실체감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미적대며 흐릿한 모습이 없다.

Empire Brass & Michael Murray - Gigout: Grand Choeur Dialogué

엠파이어 브라스와 마이클 머레이가 함께 한 ‘Gigout: Grand Choeur Dialogué’(16bit/44.1kHz, Flac)에서 관악기의 뻣침과 개구부의 풍부한 울림은 커다란 바람이 강력하게 굽이쳐 불 듯 활짝 열려 있다. 개방감이 매우 탁월하며 더불어 금속의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아니라 풍부하며 금빛처럼 밝고 맑게 빛난다. 압축되거나 탈색된 관악기의 날카롭거나 금속을 긁는 듯한 이물감과 불편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콘서트 현장에서 손에 땀을 쥐며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줄 법한 커다란 다이내믹레인지와 커다란 파도의 물결처럼 너울거리는 커다란 음폭과 힘이 귀가 아닌 몸으로 느껴진다.

벤자민 젠더(Benjamin Zander)가 지휘한 말러 2번 ‘Ressurection’(24bit/192kHz, Flac) 및 텐슈테트의 말러 8번 천인교향곡 등 대편성 교향곡에서 보여주는 다이내믹 레인지와 스테이징은 압도적이다. 교향악단의 둥근 도열 위치와 각 악기의 움직임은 마치 살아 꿈틀거리는 듯 그 동적 구조가 입체적이면서도 단지 매끈하게 다듬어버린 밋밋함이 아니라 디테일을 살리면서도 하모닉스가 풍부해 약동하는 생동감이 일품이다. 패스랩스와 Avior 는 기존에 들었던 어떤 조합보다 더 여유있고 묵직한 질주감이 느껴져 어떤 피곤함도 없이 교향곡을 끝까지 높은 볼륨으로 듣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고역보다는 중역의 질감과 풀 바디로 울리는 저역이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텐슈테트가 지휘한 런던 필하모닉의 ‘천인교향곡’(16bit/44.1kHz, ape) 1악장에서 파이프 오르간의 낮은 저역대 움직임은 연속적인 커다란 다이내믹레인지와 초저역의 요구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뿌옇게 흐려지거나 갈라짐 없이 연속해서 데시벨 감쇄 없이 힘이 넘치는 저역 에너지감과 컨트라스트가 관찰되었다. 풀레인지급에서 표현할 수 있는 광대역과 과도한 압축, 조탁 없이 매우 내추럴하게 만들어낸 무대와 화성, 매끄러운 옥타브 표현이 이끌어내는 장관을 보았다.

음악의 파랑이 일렁인다. 파랑의 성격을 나타내는 지표 중엔 파도의 골에서 마루까지의 높이 ‘파고’, 어느 지점에서 한 마루가 지난 후 다음 마루가 지날 때까지의 시간을 말하는 ‘주기’가 있다. 이 외에도 파랑의 특징은 파장과 파압, 파속, 파향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패스랩스가 만들어낸 파랑의 파고는 싱글엔디드의 벽을 허물고 높은 파압을 중심으로 매우 위력적이며 역동적으로 Avior 심해를 뒤흔들었다. 특정 대역에 압력과 속도를 증폭시키는 트윅이 아니라 전 대역에 걸쳐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밸런스 감각은 음악의 심해에 한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패스랩스 Xs 프리앰프와 Xs 150 파워앰프는 Avior 스피커 라는 심해를 뒤흔드는 거대한 파랑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