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룸 트리트먼트

우리가 보편적인 환경에서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제작되는 트랜스듀서, 즉 스피커는 전기에너지를 음향에너지로 변환해준다. 그 변환 이후 과정은 스피커의 본래 특성을 왜곡하며 확장 또는 축소시킨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단지 스피커 제조사에서 발표하는 측정치나 그래프는 무향실 조건이지만 우리가 스피커를 사용하는 공간은 무향실도 아니며 일급 스튜디오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하이파이 스피커 메이커는 자사의 매뉴얼에 설치 방식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해 놓곤 한다. 셋업 가이드는 하이엔드 스피커로 갈수록 매우 치밀하고 정확한 설치 조건을 요구한다. 때로 화이트페이퍼에서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셋업 규칙을 설파한다.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베리티 피델리오 앙코르 스피커의 경우도 메뉴얼을 펼치면 ‘Room Treatment’에 대해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절, 플러터 에코, 리버브 타임에 이르기까지 신경써야할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구와 집기 등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스피커를 사용하는 보편적인 가정환경에서 어떤 조치가 필요할 것인가? 어려운 이야기지만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룸 트리트먼트를 해볼 필요가 있으며 기본 대전제 하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룸 트리트먼트의 대전제는 직접음과 반사음의 균형이다. 직접음이 많으며 음악은 직선적으로 들리며 반사음이 많으면 산만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흡음과 반사다.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저역 양감을 보이는 경우 저역을 흡음할 필요가 있고 고역 쪽은 오히려 반사를 통해 좀 더 넓은 확산감을 줄 때 공간의 한계를 조금 더 극복해 넓고 입체적인 스테이징을 얻을 수 있다.

오디오라는 취미를 여러 해 경험해보았다면 누구나 음향판 하나쯤은 써보았을 것이다. 어푸저, 디퓨저, 코너 흡음제 또는 베이스트랩 등 시중에 돌아다니는 여러 음향자재들이 있다. 그러나 정확히 주파수 대역별 흡음 및 분산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한편 데이터를 제공한다 해도 실제 처음 환경에서는 그 데이터가 정확히 대입되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트노비온

지난 5월 독일 뮌헨 오디오쇼에서 나는 수십 개 오디오 메이커의 시연룸을 방문하면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접했다. 우선 많은 메이커에서 시스템 뒤에 화분을 설치해놓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화분엔 꽃이 아니라 넓은 잎파리가 달린 나무들이 심어져있었다. 사실 화분은 스피커 뒤에 놓았을 경우 탁한 잔향을 정리해 매우 말끔한 사운드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때로 청취자 뒤편에 음향적으로 특별히 만들어진 음향판보다 그저 CD나 LP 랙 또는 책장을 설치하는 것이 의외로 좋은 음질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한다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디자인과 색상 그리고 공간을 깔끔하게 리노베이션하고 싶다면 전문 음향 자재 메이커 제품을 설치하고 싶은 것이 오디오파일의 속마음이다. 화분과 함께 독일 뮌헨 오디오 쇼에서는 신선한 음향제가 자주 눈에 들어왔다. 이미 해외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는 아트노비온이라는 메이커의 음향 패널이다. 아마 이것들이 가장 눈에 띈 것도 그런 나의 속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떤 분야든 아는 만큼 보이며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심리적 속성을 가진다는 걸 다시 한 번 스스로 확인했다.

사하라 그리고 시에나

아트노비온은 음향 자재 전문 제조사로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크게 각광받고 있는 메이커다. 이들이 생산해내는 음향 자재 종류는 홈 오디오와 프로 스튜디오용에 이르기까지 수백 개에 이른다. 흥미로운 것은 흡음, 반사, 저음 흡음을 위한 베이스트랩, 인슐레이션 및 모빌 키트 등으로 분리되는 한편 클래시컬, 미니멀리스틱, 오르가닉, 테크놀로지컬 등 디자인까지 분류해놓고 있다. 더불어 음향 전문 메이커답게 각 제품의 흡음률 등 기초적인 퍼포먼스를 그래프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참고로 제품 전/후 룸 어쿠스틱 특성 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어플 ‘Impulso Acoustics’ 앱을 제공하고 있다. 룸 인스톨러나 어쿠스틱 음향 시공업체처럼 전문적인 인력이 시공하지 않더라도 각 개인이 앱을 통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기존에 제조사가 선전하는 말만 믿고 설치 후 원하는 음향을 얻을 수 없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실제 측정을 통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이런 시스템은 굉장한 장점이다.

아트노비온에서 출시한 제품 개수는 엄청나게 많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룸 트리트먼트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스피커 후면 그리고 스피커 양 옆의 1차 반사지점에 설치할 음향제 등 총 두 개 제품에 대해 테스트했다. 스피커 후면은 사하라 W 그리고 양 옆 반사면엔 시에나 W를 차례대로 설치해보며 앱을 통해 대략적인 특성 변화를 테스트하고 이후 음질적 변화를 확인했다.

우선 사하라 W 흡음재는 그래프에서 보듯 거시적으로 250Hz에서 4000Hz에 걸친 대역을 선별적으로 흡수한다. 이 대역은 낮은 중역에서 중간 고역에 이르는 구간이다. 그러나 실제 그래프를 보면 500Hz에서 약 2kHz가 주요 흡음 타겟이으로 중역쪽에 집중되어 있다. 중역의 부스트로 인한 탁한 음상, 포커싱을 개선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다음은 스피커 양 옆 1차 반사지점에 시에나 W를 적용해보았다. 시에나 W는 약 250Hz에서 5000Hz까지 흡음하는 용도의 흡음재로서 아래 그래프는 대략적인 특성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 흡음 주파수 대역은 사하라와 거의 유사하지만 약 400Hz에서 1600Hz 사이에서 집중적인 흡음을 하며 흡음 비율이 조금 낮아졌다가 다시 2500Hz에서 4000Hz까지 다시 흡음 비율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리스닝 테스트

하지만 이런 수치는 사실 많은 것을 알려주진 못한다. 아주 기본적인 주파수 레벨 변화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별도로 가장 중요한 음악 재생시 특성 변화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테스트는 하이파이클럽의 가장 작은 시청실에서 진행했다. 시청실 규모는 가로 4.7m, 깊이 6.4, 높이 2.74m. 긴 쪽으로 스피커 YG 어쿠스틱스 Hailey를 세팅했고 비올라 프리/파워앰프와 웨이버사 WNAS 및 WCORE 그리고 WDACMKII를 활용해 WNDR 전송, 룬을 사용해 재생하며 음질적 변화를 살폈다.

사하라 W

Rebacca Pidgeon - Auldlang Syne

Retrospective

우선 뒷벽 스피커 후방에 사하라 W를 설치한 후 보컬 포커싱 향상이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중역대는 흡음으로 인해 약간 얇아지지만 대신 음상은 선명해지는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레베카 피존의 ‘Auldlang syne’에서 그녀의 보컬 음상은 스피커 정 가운데 약간 위쪽에 선명하게 잡힌다. 더불어 피아노 타건도 외곽이 분명해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Gardiner - "J.S.Bach" Cum Sancto Spiritu

Mass in b-minor

사하라 W를 추가하기 전과 추가한 후 차이는 스테이징의 변화도 유도한다. 예를 들어 가디너의 바흐 B단조 미사 중 ‘Cum sancto spiritu’에서 무대 좌/우 스테이징이 더 넓어진다. 더불어 배경이 좀 더 정돈되며 말끔한 백그라운드를 얻을 수 있다. 남성과 여성 코러스 분리도도 동시에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배경의 잡티가 사라지면서 전/후 원근감 상승 및 개운한 조망을 만들어준다.

Brian Bromberg - One for the woofer

It's About Time 

중역 부근의 주파수 대역에 에너지가 많이 몰려있는 음원을 재생해보면 그 변화를 살펴보자. 예를 들어 브라이언 브롬버그의 ‘One for the woofer’같은 곡에서 중역과 저역을 오가는 더블베이스와 피아노 모두 일사불란한 분리도를 실감할 수 있다. 베이스는 좀 더 타이트하고 악기의 외곽선이 분명해지면 악기간의 분리도도 상승했다. 더불어 쉼 없이 진행되는 세션 중에서 동적 움직임이 부각되어 들리며 실체감을 북돋운다.

시에나 W

Livingston Taylor - Isn't she lovly

Ink.

다음으로 옆벽에 시에나 W를 추가로 장착한 후 설치 전/후 음질적 변화를 체크해보았다. 우선 리빙스턴 테일러의 ‘Isn’t she lovely’에서 좌측에서 불어오는 휘파람의 크기와 세기까지 더 선명하게 그 위치를 드러낸다. 룸의 반사 특성에 따라 때로 날카롭게 들릴 수 있는 소리. 하지만 시에나 설치 후 좀 더 정돈되어 들리는 편이다. 한편 휘파람의 움직임도 더 명징하게 포착된다. 요컨대 공격적인 사운드를 내는 시스템에서 단정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TrondheimSolistene - Simple Symphony

Divertimenti

다중 악기 편성에서는 무엇보다 스테이징의 정위감 측면이 가장 크게 비교된다. 트론트하임 솔리스텐의 브리튼 ‘Simple Symphony’에서 각 악기의 분리도가 높아지는 것은 기본이다. 평행면 사이에 생기는 플러터 에코가 감소하면서 각 악기들의 기음과 배음이 더 분명해지며 하모닉스 표현이 정갈해진다. 저역에 관련된 부분은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중, 고역 잔향 처리가 말끔해지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Jan Kraybill - Symphony No.6, Mov.1

Organ Polychrome

각 대역은 서로 복잡하게 섞이며 하모닉스를 구성한다. 동시에 교차하면서 레코딩 공간과 악기 그리고 연주자 고유의 음색을 만들어낸다. 특정 대역 dB나 흡음, 반사 특성이 변화하면 그 대역 뿐 아니라 다른 대역과의 균형이 바뀌면서 나머지 대역의 표현도 바뀌어 들린다. 예를 들어 얀 크레이빌의 ‘Organ Polychrome’ 앨범 중 교향곡 6번 1악장을 들어보면 존재감이 명확해진 중고역이 저역과 확실히 분리되어 들린다. 따라서 바닥에 낮게 깔리는 오르간의 저역 울림이 좀 더 명확히 들린다.

총평

룸 트리트먼트를 위해 출시되는 많은 제품들이 있다. 과거부터 상당히 많은 메이커들이 자사의 제품을 최고라고 홍보해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확실한 데이터나 또는 기본적인 데이터 없이 쓰였다. 더군다나 전문 인스톨러가 아닌 오디오파일의 경우 제대로 된 사용법을 인지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룸 튜닝은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고 때로 과도한 룸 튜닝은 아예 안하느니만 못할 정도로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그 적용 전/후를 청감상 매우 면밀히 테스트 후 진행해야한다. 아트노비온은 측정 앱을 통해 개괄적인 정보를 주어 사용자가 기본적인 변화 특성을 감지하면서 셋업할 수 있게 제품을 만든다. 따라서 사용만 잘 한다면 잃는 것보다는 얻은 것이 대부분이다. 뛰어난 사운드는 물론 총천연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음악 감상실을 꿈꾼다면 아트노비온은 훌륭한 서포터가 되어줄 것이다. 아트노비온이 꿈꾸는 룸 트리트먼트 아트의 세계, 도전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