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새로운 진공관 앰프와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서로 다른 초단과 드라이브단 그리고 출력단을 가지며 진공관을 교체해가면서 다양한 소리의 질감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 진공관 가격이 본체 가격을 넘어선다. 특히 845, 300B 등 오리지널 고전관은 명문가 자손답게 계속해서 그 수가 적어지고 있다. 하지만 코 끝을 찡하게 만드는 독보적인 울림 하나에 목숨을 거는 오디오파일에 그런 로망 하나쯤은 간직해도 좋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트랜지스터와 마찬가지로 진공관 앰프로 보편적인 설계 기법이 자리 잡고 저렴한 가격대에 공급되면서 독창성이 무너지고 있다. 마란츠 등 과거 명기를 복각해오면서 비슷비슷하게 일관화된 설계 패턴은 진공관 앰프의 독보적 위상을 평범하게 만들어버린다. 특히 중국에서 생산되는 진공관 앰프들이 이런 특징을 갖는데 비슷비슷한 설계에 다른 브랜드를 달고 출시되기도 한다. 진공관 앰프에 목마른 오디오파일은 쉽게 목을 적시지만 독창적인 특색은 퇴색 되고 트랜지스터와 다를 바 없는 음색은 역설적으로 진공관에 대한 로망을 사라지게 만든다.

옥타브 오디오(Octave Audio)

이제 진공관 앰프도 과거 전통적인 설계 방식에서 달라져야한다. 그리고 옥타브는 바로 이런 혁신적 도전 아래 시작한 브랜드다. 이미 전 세계 플래그십 하이엔드 스피커의 기준이 1억원대에서 3억원대 이상으로 치솟았고 그에 따라 신소재와 캐비닛 구조로 무장하고 나왔다. 능률은 떨어지고 유닛은 더욱 더 높은 댐핑을 요구한다. 진공관 앰프로는 여간해서 저역 제동이 힘들며 가청 대역을 한참 벗어나는 초고역과 초저역까지 재생하는 스피커들의 예리한 하모닉스 특성을 과거 평범한 설계의 진공관 앰프는 충분히 서포트하지 못한다.

옥타브의 경우 안정된 광대역 주파수 특성과 초고해상도 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초하이엔드 스피커들을 위한 진공관 앰프 설계에 불씨를 당겼다. 1968년 독일에선 ‘호프만 트랜스포머’가 문을 열었고 이후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는 안드레아스 호프만에게 자연스럽게 인계된다. 회사를 인수받은 안드레아스는 진공관 앰프를 만들기 시작한다. 고정밀 트랜스포머를 오랫동안 제작해왔던 ‘호프만 트랜스포머’의 트랜스포머 제작 기술은 이미 보편적인 진공관 앰프 제조사의 그것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옥타브는 스피커에 최고 수준의 최적화된 신호를 증폭해 전달하기 위해 진공관과 트랜스포머 그리고 반도체를 병용하고 있다. 전원 공급에 있어 거의 결벽증적인 모습으로 안정적인 공급은 물론 작동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전원이 진공관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시킨다. 이 외에도 스피커의 임피던스에 대응하는 방식, 피드백의 사용에 대한 견해 등 모든 것이 집요하리만큼 정밀한 테크놀로지를 통해 제어된다.

예를 들어 HP700 프리앰프를 살펴보자. 쥬빌리 라이업을 제외하곤 옥타브의 실질적 레퍼런스 프리앰프 HP700 은 내부에서부터 외관 그리고 기능까지 옥타브가 얼마나 많은 부분에 걸쳐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 트렌드 및 유저들의 소구를 섬세하게 의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HP700은 본체와 전원부를 분리해놓고 있다. 별도의 AC 전원 공급을 통해 예민한 음악 신호가 이동하는 회로에 일으킬 수 있는 간섭이나 리플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정확한 증폭이 가능하다. 더불어 프리 앰프를 천천히 스타트 시키는 소프트 스타트 기술이 탑재되어 진공관의 수명까지 고려하고 있다.

옥타브는 HP700을 설계하면서 라인스테이지의 게인을 총 세 가지로 조정할 수 있게 설계했다. 어느 정도 보편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서로 다른 출력값을 가지는 소스기기를 연결할 때 각 입력단의 볼륨이 균질하지 않을 때 얼마나 음악 감상이 불편한지 알기 때문이다. 게인은 High, Mid, Low 세 종류로 구분되며 각 레벨에 따라 SN가 조금씩 차이를 보이나 청감상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이런 기능은 특히 아날로그 기기를 사용할 경우 카트리지 종류와 포노단의 증폭률에 따라 디지털 입력단과 꽤 많은 볼륨 차이를 보일 때 특히 더 유용하다.

HP700이 사용하는 진공관은 초 세 알이다. 하나는 12AU7 그리고 EF184를 두 알 사용하고 있다. 내부 구조를 보면 이 진공관 사이에 출력 임피던스를 조정할 수 있는 작은 셀렉터가 마련되어 있다. 이를 통해 RCA 출력의 경우 100옴과 300옴 중 선택이 가능하며 XLR은 150옴 고정이다. 기본 세팅은 100옴이지만 파워앰프를 어떤 제품을 쓰는가에 따라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HP700은 라인 모듈은 물론 별도의 포노 포듈, 심지어 승압 트랜스포머 모듈 등 굉장히 다양한 옵션 모듈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들이 내놓은 단독 포노앰프 및 최근 국내 소개된 3-P 필터의 성능을 볼 때 상당히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파워앰프로 시선을 옮기면 레퍼런스 제품답게 무척 커다란 덩치를 자랑한다. 그러나 프리앰프도 그렇지만 단지 우아한 디자인이나 명분 없는 기구적 허울로 치장한 섀시가 아니다. 내부는 치밀한 설계 위에 고급 부품들로 빼곡하다. 그만큼 진공관 앰프로서 증폭 과정에 관련된 전원, 증폭 방식, 진공관 모니터링 등 다양한 회로가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MRE220은 모노블럭 파워앰프다. 드라이브단엔 6SN7 그리고 ECC802 두 알을 사용한다. 출력단엔 KT120 진공관을 채널당 네 알씩 사용해 증폭해 진공 앰프로서는 상당히 높은 220와트 (4옴 기준) 출력을 내주며 순간 최대 출력은 300와트에 이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디스토션 없이 출력이 가능한가인데 20Hz에서 70kHz에 이르는 광대역에 SN가 116dB에 이른다. 얼마나 정숙하고 투명한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단지 출력을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광대역에서 높은 저역 제동력과 함께 안정적인 주파수 응답 특성, 무엇보다 고역대 왜곡 저감 능력 등은 일제히 실제 청감상 음원 재생 성능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옥타브는 4옴 탭만 제공 해 트랜스포머에서 여러 탭을 출력했을 때 출력이 왜곡되고 증폭 효율이 낮아지는 문제를 없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커의 임피던스가 무려 2.5옴까지 하강 하더라도 안정적인 출력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진공관 앰프로 설계되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테스트를 위해 셋업한 시스템은 스피커에 B&W 800D3 그리고 소스기기에 웨이버사 W라우터 및 린 클라이맥스 DS/3 등이다. 참고로 옥타브 HP700의 게인은 High 로 세팅했으며 임피던스는 디폴트 세팅인 100옴으로 셋업했다. MRE220 파워는 KT120이므로 후면 출력 셀렉터는 High 모드로 셋업 후 시청했다. 참고로 출력관은 텅솔, 나머지는 텅솔과 JJ 테슬라 등을 혼용했다.

옥타브는 일반적인 회고적 진공관 앰프에서 연상할 수 있는 사운드 스케이프와 상당히 다른 기반 위에 서있다. 대게 물리적 촉감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소릿결로 어필하는 방향에서 선회에 트랜지스터에 버금가는 세밀하고 강건한 사운드를 내준다. 예를 들어 웅산의 ‘I love you’같은 곡에서 보컬은 풍부한 배음을 가지지만 뛰어난 해상도를 기반으로 선명한 포커싱과 외곽 표현을 보여준다. 첼로의 중역과 저역 사이 구간도 예리한 각도로 오려낸 듯 정교하며 핵이 뚜렷하고 힘찬 보잉을 들을 수 있다.

중역과 고역 옥타브를 마치 계단처럼 오르내리며 정확한 음정을 표현해준다. 예를 들어 중역에서 고역으로 올라가며 점진적으로 음압이 올라가는 앨리슨 발솜의 ‘짐노페디’를 들어보면 엘리베이터처럼 옥타브 구간, 구간마다 정확한 음정은 물론이며 가장 높은 대역에서도 움츠러드는 법이 없다. 특히 악기 분리도가 선명해 후방 현악과 전방 트럼펫 사운드는 벨벳같은 부드러운 음색으로 일관하면서도 유사한 대역에서도 절대 엉키지 않고 전/후 레이어링이 분리되어 들린다. 음색의 컨트라스트 대비는 압도적이고 앨리슨의 호흡까지 느껴질 정도로 디테일이 잘 살아난다.

중역에서 저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단단한 편이고 무르지 않고 펀치력이 뛰어나다. 하이엔드 트랜지스터 앰프의 단단한 표면에 더해 악기의 표면 보플이 상세히 느껴지며 낮은 저역까지 흔들림 없이 재생해준다. 무르게 퍼져 흐느적거리는 진공관의 약점은 전혀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웬만한 대출력 앰프보다 슬램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추진력 등 동적인 움직임에 있다. 오히려 B&W의 파트너로 자주 사용되는 매킨토시 레퍼런스급 앰프보다 옥타브에서 더 절도 넘치고 역동적인 모습이 포착된다. 허비 행콕의 ‘Chameleon’을 들어보면 빠르고 명쾌한 엔벨로프 특성 덕분에 늠름한 풍채로 우퍼를 빠르게 장악해낸다.

니콜라스 알슈테트와 DSO 베를린이 함께한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을 들어보면 옥타브 앰프의 다이내미즘과 사운드스테이징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예를들어 첼로 협주곡 1번 4악장에서 10초 근방, 20초 이후 등 간헐적으로 강타하는 타악의 울림이 각기 다른 에너지와 양감으로 정확히 구분되어 들린다. 요컨대 낙폭 큰 거시적 다이내믹스를 통해 뚜렷한 실체감을 획득해낸다. 사운드 스테이징의 경우 좌/우 사이즈로 실사이즈로 펼쳐지지만 특히 전/후 악기들의 레이어링 표현에서 진공관 앰프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그 폭이 크다. 후방의 왜소한 악기 사운드에서 전면의 솔로 악기에 이르기까지 빠른 진폭의 변화무쌍한 소리를 정확하고 섬세하게 짚어 때문이다.

총평

이번 리뷰의 주인공은 옥타브 HP700과 MRE220이라는 레퍼런스 분리형 앰프지만 B&W 800D3를 중심으로 다른 앰프들과 사운드 스텍트럼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예를 들어 댄 다고스티노와 매킨토시 그리고 사운드미러 스튜디오에 B&W 802D와 매칭되어 있는 브리카스티 같은 일련의 파워앰프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옥타브는 이 모두와 완벽히 다른 측면에서 800D3를 컨트롤한다. 옥타브는 대단히 엄숙하고 정교하며 트랜지시터를 뛰어넘는 해상력을 갖춘 앰프다. 진공관은 정밀 트랜스포머 스페셜리스트인 옥타브오디오로서 선택한 하나의 소자일 뿐이다. 그러나 탁월한 설계와 트랜스포머, 진공관 트리오는 진공관에 한정된 음질적 선입관을 산산히 부숴버린다. 해상력과 트랜지언트 특성, 스피드, 스피커 임피던스 대응에 따른 저역 제어력 등 진공관 앰프에서 부족할 수 있는 모든 지표를 일거에 끌어올리고 있다. 요컨대 하이브리드 사운드의 최전선에 올랐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