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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노이즈와의 싸움

우리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다른 백색가전과 다른 견지로 바라본다. 음악을 재생하는 장치이며 위대한 지난 세기와 21세기 현재의 대중예술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종종 하이엔드 오디오의 디자인은 조형예술의 하나로 그 반열이 올라간다. 때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시대를 대표했던 오디오 디자이너의 제품이 전시되며 그 가치는 예술사 측면에서 조명되기도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기본적으로 하이파이 오디오, 더 나아가 아무리 초고가 하이엔드 오디오라고 할지라도 전기를 먹고사는 전자제품이라는 바운더리를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하이파이 오디오는 다른 가전제품과 달리 매우 미세한 노이즈도 음악 재생에서 커다란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예를 들어 컴포넌트 내부의 PCB 기판은 온간 전기 신호가 이동하면서 미세한 진동을 만들어낸다. 또한 원가절감을 위해 적당히 철판으로 설계한 컴포넌트는 섀시 자체가 진동하며 이것이 포닉 노이즈를 만들어내고 결국 순수한 음악 신호를 왜곡, 훼손시킨다. 전기적 노이즈는 더욱더 치명적이다. 전류가 흐르는 곳에서는 자기장이 형성되어 설계상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기 노이즈가 신호의 흐름에 영향을 주거나 노이즈가 되어 결국 스피커라는 트랜스듀서를 통해 음악과 섞여 재생된다.

극단적으로 깨끗한 고해상도 사운드를 추구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들은 물리적/전기적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물리적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해 인슐레이션 및 내부 PCB 기판 플로팅 시스템, 섀시 자체의 소재와 구조를 혁신해왔다. 전기적 노이즈 제거를 위한 여러 회로 구성을 진화시켜왔다. 그러나 완벽한 전자기장 제거는 풀지 못할 숙제 중 하나였다. 텔로스 오디오는 바로 이런 전자기장을 제거하는 제품을 개발해냈다. 바로 ‘Quantum Magnetic Tuning’이라는 제품이다.

전자기장 제거 장치 QMT

먼저 전자기장 제거 장치 QMT를 만든 텔로스는 지난번 ‘Ground Noise Reducer’로 처음 만난 후 상당히 뛰어난 성능에 감탄한 바 있다. 리뷰어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호기심이 발동해 그들의 역사를 보니 2006년 설립해 오디오 역사로 치면 이제야 브랜드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 대만의 액세서리 전문 메이커지만 텔로스 오디오는 오디오파일 견지의 튜닝 액세서리 메이커 수준을 넘어 오디오에 관련된 과학적 이론을 꿰뚫고 있는 메이커다.

텔로스는 기본적으로 전원을 사용하는 컴포넌트의 음질적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라운드, 위상, 자기장, 디퓨전, 버닝 등으로 항목을 나누고 각 부문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장치를 개발해내고 있다. 텔로스 오디오 제품은 모두 오디오라는 장치의 핵심적인 원리를 과학적 이론과 전자, 전기 분야 경험을 통해 획득하고 문제의 근원을 파헤쳐 이룩한 쾌거다.

이번에 테스트한 제품은 오디오의 음질을 훼손하는 요소 중 하나인 전자기장을 해결한 제품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오디오 제품들 중 전자기장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제품은 거의 없다. 일단 CD, SACD, 블루레이 디스크 등은 모두 그 소재 및 인쇄면 등에 의해 자기장이 형성되며 시디 트랜스포트도 자기장을 형성할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스피커 유닛은 물론이고 이어폰, 헤드폰 또한 시간에 따라 자기장을 형성한다. 카르마 같은 스피커가 유닛 프레임을 카본으로 만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시스템에 빠질 수 없는 케이블에서도 전자기장은 형성된다.

텔로스는 이런 자기장을 효율적으로 감쇄시키기 위해 하모나이저 신호를 방출한다. 흥미로운 것은 적용할 제품의 스캔 대역이 무려 0Hz에서 100kHz에 이르는 광대역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스크에 적용하면 레드북 CD를 넘어 SACD가 다루는 초고역까지 적용 범위가 넓게 확장된다. 물론 전기가 흐르는 회로 주변의 자기장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자기장을 최소한으로 감쇄시켜주면서 자기를 균질하게 유지시켜준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자기장이 특정 대역에 영향을 주어 소리를 왜곡시키는 현상을 감소시켜준다는 이론이다.

일단 제품을 받아드니 작은 사이즈의 아이패드 정도 크기로 사진으로 볼 때보다 더 컴팩트하다. 전면은 텔로스의 일관적인 디자인에 날렵한 몸체를 가진다. 이 제품 또한 액티브 작동하기 때문에 전원을 사용하지만 특수 제작된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고 3.7V, 18.5Wh 용량으로 작은 편이다.

상단을 보면 QMT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왼쪽 상단엔 하모나이저를 통한 스캔 시간을 10초, 1분, 5분 등 세 종류로 설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인디게이터가 위치한다. 우측으로는 충전상태를 알려주는 녹색 인디게이터가 보인다. 마지막으로 오디오를 스캔하기 시작하면 상판의 각 모서리 지점에서 총 네 개의 푸른 인디게이터가 설정 시간 동안 점등하며 스캔하고 스캔이 끝나면 꺼진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이 제품을 받아들고 나는 조금 망설였다. 텔로스가 QMT에 대해 주장하는 과학적 이론을 믿을 수 없어서가 아니다. 제품 설명을 읽어보면 분명히 이 제품은 전자기장을 제거하는데 매우 효과적일 거라는 믿음이 자연스레 생겼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자기장이 음질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며 그것이 과연 성인 인간의 귀와 뇌로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냐다. 물론 기존에 출시되었던 CD 인핸서 등은 60Hz 정도에 고정된 자성 제거(degaussing) 주파수를 사용했다. 그런 면에서 QMT는 훨씬 더 넓은 대역에 걸쳐 자성 제거가 가능하고 그 효과가 좀 더 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 CD표면에 생긴 자기장을 제거하는 장면

▲ A-B 테스트는 Bryston BCD-3를 통해 이뤄졌다.

텔로스 QMT는 이미 언급했든 대단히 다양한 오디오 컴포넌트 및 스피커, 케이블까지 그 적용 범위가 넓다. 그러나 이번 테스트는 가장 효과적인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한 광디스크에 적용한 결과다. 기본적으로 고해상도, 광대역에 가장 정확하고 섬세한 주파수 반응 특성을 갖춘 YG 어쿠스틱스 Hailey를 메인 모니터로 하고 앰프는 쓰랙스 인티앰프 Enyo, 소스기기로는 브라이스턴 BCD3를 사용해 테스트에 들어갔다.

레퍼런스 디스크는 개인적으로 리뷰용 테스트에 굉장히 많이 사용해왔던 버메스터 컴필레이션을 사용했다. 일단 오래된 CD인만큼 현재까지 상당히 많은 자기장이 표면에 형성되어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1분간 스캔 시간을 거쳤다. QMT 상판에 클램프를 올리고 그 위에 CD를 얹은 후 스캔 버튼을 눌러 스캔하면서 푸른 불빛이 꺼지길 기다렸다. 참고로 한번 QMT를 사용해 CD를 스캔한 후엔 그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는 소멸성임을 감안해 스캔 이전에 선곡한 네 곡을 집중해서 청음, 메모한 후 스캔 과정을 거쳤음을 밝힌다.

Melissa Walker - A Time for Love

May I Feel

가장 먼저 멜리사 워커의 ‘A Time for Love’를 숨죽이며 청취했다.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백그라운드 정숙도의 변화다. 미심쩍어 했던 나를 질타하게 만드는 배경 정숙도였다. 거의 적막에 가깝도록 노이즈가 사라진 것이 뉘앙스 차이로 쉽게 구분되었다. 보컬의 포커싱은 더욱 명료해지면서 실체감이 급격히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컬의 외곽은 더욱 분명해졌지만 칼로 잘라 붙인 듯한 인위적인 외곽이 아니다. 미세한 계조 표현이 동반된 외곽은 볼륨감이 살아난 부조나 데스마스크처럼 리얼하다.

Gil Shaham, Goran Sollscher - Paganini : Sonata Concertata

Paganini for Two

길 샴과 외란 쇨셔의 파가니니 연주에서는 음색적인 부분에서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노이즈에 가려져있는 미세한 정보들이 수면 위로 솟아 올라온 듯 부드러운 고해상도를 뽐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의 고역 뻗침은 선명해지면서 기존보다 더 상쾌한 느낌을 준다. 마치 날씨가 개고 푸른 하늘이 드러나듯 바이올린과 기타의 현이 더 생생하게 들린다. 더불어 각 악기의 톤 컬러가 더 명확하게 대비되는 부수 효과까지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Bennie Wallace - It's the Talk of the Town

Ballads In Blue

베니 월레스의 ‘It's the Talk of the Town’같은 곡은 가장 민감한 중역대를 오가면서 복잡한 하모닉스 특성을 가진 테너 색소폰 사운드에 특히 귀를 기울였다. 보컬 레코딩과 마찬가지로 입자가 더 섬세하게 살아나 배음의 디테일이 꿈틀거린다. 중, 고역의 잔향이 번지거나 또는 매끈하게 정돈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QMT는 본래 표면 촉감을 그대로 속속들이 보여주면서 악기의 정체성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색소폰 사운드는 더욱 따스하고 풍부하며 심지어 달콤한 느낌까지 자아낸다.

Hugh Masekela - Stimela

Hope

QMT가 변화시키는 전자기적 현상을 음질적 용어로 치환하자면 배경 정숙도와 디테일 향상 그리고 다이내믹스 상승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중 다이내믹스 변화는 음악 감상의 즐거움을 재차 향상시킨다. 예를 들어 휴 마세켈라의 ‘Stimela’를 들어보면 초반 커다란 북소리는 더욱 강력한 펀치력을 쏟아내며 소리의 차이가 더 세밀하게 구분된다. 흐릿했던 관중들의 함성도 더 뚜렷하게 들리고 신디사이저와 기타 등 작은 백업 세션의 악기 사운드까지 살아나면서 음악은 더욱더 싱싱하게 들린다.

총평

텔로스 QMT는 오디오에서 전기의 중요성은 물론 그 전기가 만들어내는 부수적 폐해까지 온전히 해석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장비다. 그라운드 노이즈, 위상 노이즈 등 대단히 많은 요소들이 하이엔드 오디오의 음질을 훼손하고 있는 와중에 QMT는 전자기장을 제거하는 임무를 받았다. 특히 우리는 이런 액세서리에서 많이 속아왔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테스트한 QMT의 존재는 매우 반갑다. 디테일 표현만 예를 들더라도 우리는 디테일을 얼버무리거나 생략해내며 해상도가 올라간 듯 위장하는 액세서리를 많이 경험해왔다.

적어도 QMT는 자신이 맡은 전자기장 제거라는 임무에만 완벽히 충실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단히 유의미한 음질적 상승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엔 CD만 테스트했으나 케이블, 스피커, 이어폰, 헤드폰 등 그 쓰임새도 대단히 많아 대단히 유용한 제품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