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텔루륨 Q로 숙성한 음악의 향기
Tellurium Q Statement Speaker Cable

코난 2021-07-16 13:40
0 댓글 3,023 읽음


과학과 음악

사람들은 음악과 같은 예술을 과학과 완전히 동떨어진 반대의 개념으로 생각하곤 하지만 사실 음악을 가장 존중하고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과학자들이다. 예술이 과학의 딸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많은 과학자들은 동시에 예술가였으며 음악이 이 우주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신비로운 척도 즈음으로 여기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과학적 직관을 부추긴 것이 음악이었고 자신을 있게 한 과학적 발견들은 음악적 통찰의 결과였다고 말한 적도 있다.

브라운 대학교 물리학 교수 스테판 알렉산더는 과학자이자 동시에 재즈 색소폰 연주자였다. 색소폰 연주를 하면서 악기의 소리와 파동을 연주했다. 화음과 공명을 우주적 현상으로 인지하고 초기 우주 탄생의 기원을 소리로 설명하려 애썼다. 기하와 천문, 물리 등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학문들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즐겨 듣는 음악과의 연관성이 적지 않다. 원자를 현악기로 여겼을 정도로 양자화된 전자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성질을 간파했던 루이 드 브롤리는 물리학자였다. 기음과 오버톤, 하모닉스 등 우리가 음악과 오디오에서 질리게 많이 듣곤 하는 용어들이 과학적 용어와 겹쳐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음악을 포함해 다른 예술 계통과 연관성은 무궁무진하다. 소설가 메이 사턴은 자신의 시에서 음조를 찾았다고 했다. 수학자 필립 데이비스와 로이벤 허시는 어떤 방정식에서 음악의 주제를 떠올린 적이 있다고 했다. 데이빗 호크니라는 화가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색을 지각한다고 한다. 사람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 중 평균적으로 높은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한 분야에선 박쥐나 고래, 코끼리보다 못하다. 그래서 다양한 감각기관을 공감각하여 지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첼로는 푸른색, 베이스는 검은색, 플롯은 남색 같은 식으로 말이다.


음향을 넘어 음악으로

한편 감각기관 음악을 듣고 즐길 수 있게 만든 매스 마켓의 오디오의 엔지니어는 이를 기술 과학으로 다룬다. 대량생산, 소비되는 제품들은 음질의 다각적 측면보단 단지 기술적 필요조건에만 집착한다. 상업적 기업 논리의 증거다. 반대로 좀 더 높은 차원의 소리와 음악적 표현력에 집중한 사람들은 소리 이상의 음악적 충만감과 희열의 상관관계까지 지평을 넓힌다. 이들은 단지 청감각을 넘어 현의 소리에서 그 바이올린이 과르네리인지 스트라디바리인지 아마티인지 느낄 수 있게끔 만든다. 단순히 산업규격에 맞는 스펙 이상의 사운드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음향 저 너머의 음악을 탐구하는 사람들이다.

케이블 등 액세서리도 마찬가지로 모두 이처럼 음악적 표현력에 좀 더 예민한 사람들, 단순히 규격화된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닌 음악의 세밀한 표현력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 엔지니어는 도체와 절연, 차폐, 진동에 대해 설파하고 홍보하지만 오디오파일은 그것과 관계없이 어떤 소리를 내는 특질을 가졌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것은 단순히 공연장이나 기껏해야 아마추어 인디펜던트 밴드의 음악을 녹음하고 즐기는 레벨이 아니다. 프로 분야에서 따지자면 톤 마이스터의 경지에서 이야기되며 수용되고 향유될 수 있는 이야기다. 와인 분야에 로버트 파커가 있듯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 로버트 할리 같은 평론가가 존재하는 당위성도 여기에 있다.


텔루륨 Q 그리고 스테이트먼트

영국의 텔루륨 Q라는 케이블 메이커는 그런 의미에서 다른 분야보다 특별한 하이엔드 오디오를 꿰뚫고 있는 제조사다. 단지 기술자가 아니라 음악이라는 대중 예술을 표현하는 도구로서 기술과 예술의 조화를 구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설립자 제프 머리건은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사이먼 로맥라는 사람은 케이블의 음악적 튜닝을 전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재료 공학 등을 전공했고 해당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기술자가 제품의 기획과 제조 등을 맡고 음질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스튜디오 엔지니어이면서 악기를 가르치기도 하는 사이먼 로맥에게 일임한 것이다.

이는 마치 톰 콜란젤로와 존 컬 등의 엔지니어를 거느리고 정작 MLAS의 수장은 음악적 소양과 함께 황금 귀를 가진 마크 레빈슨이 음질적인 튜닝에 전념했던 것과 유사하다. 악기로 치면 피아노 제조를 할 때 기구적인 설계를 하는 사람과 조율사가 따로 있는 것과 마찬가지랄까? 아니면 엔지니어와 프로듀서의 관계 같은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엔지니어가 있다고 해도 음악에 정통한 프로듀서 없인 절대 뛰어난 음악이 나오지 못한다고 믿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철학에서도 발견된다. 텔루륨 Q는 과연 어떤 소리를 내주는지 그 외엔 다 무의미하다는 것이 지론이다. 그래서인지 자체 제작한 케이블에 대해 그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자신들이 그토록 많은 실험과 테스트를 거쳐 탄생시킨 케이블에 대한 독보적인 기술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귀 밝은 오디오파일들이나 공신력 있는 매거진 및 평론가들에 의해 소리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고 있으니 그것을 참조하라는 것이다. 다른 메이커라면 자사 제품의 뛰어난 성능을 뒷받침할 여러 기술들을 자랑하기 바쁠 텐데 의외다.

하지만 몇 가지 단서들은 있다. 일단 케이블에서 나타나는 음질적 변수는 동, 은, 아연 등 다양한 도체의 특성 그리고 99.999999% 따위의 순도 그리고 절연과 차폐에 의한 변이들이다. 그중에서도 텔루륨 Q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위상 특성이다. 즉, 여러 다양한 소재들이 서로 다른 주파수에서 서로 다른 비율로 신호 전송에 영향을 준다는 것. 관계에 관한 일종의 함수를 풀어내야만 좋은 위상 특성을 얻을 수 있고 음질적 왜곡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텔루륨 Q 설계 철학의 핵심이다.

부연하자면 케이블은 마치 일종의 전기적 필터 역할을 해서 위상 변이를 일으키는데 이런 현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고 텔루륨 Q는 가장 이상적인 황금 비율을 찾았다. 바로 텔루륨 Q가 개발한 케이블 관련 기술의 최고봉을 선보였으며 그것이 이번 리뷰의 주인공 스테이트먼트다.


청음

텔루륨 Q의 최상위 모델로서 이 케이블이 어떤 도체나 어떤 지오메트리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무릇 모든 오디오는 물론 케이블 등 액세서리도 결국 소리로 말한다. 과거 블랙 다이아몬드 같은 케이블을 들어봤지만 스테이트먼트는 또 다른 세계로 안내했다. 테스트는 베리티 파르지팔 오베이션과 레가 오시리스 그리고 MSB의 아날로그 DAC를 사용해 진행했다.

The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Manfred Honeck, William Caballero – Beethoven Symphony No. 3 Eroica / Strauss Horn Concerto No. 1

양쪽 모두 말굽 단자 버전인데 일반적인 말굽이 아니라 슬리브 안쪽으로도 길게 단자가 이어져 있어 코드 일렉트로닉스 등 출력단이 비교적 가깝게 만들어져 있는 앰프의 경우 설치가 쉽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고 케이블이 아주 뻣뻣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연하지도 않은 편. 단자는 일단 조이면 접속력은 훌륭한 편이다. 맨프레드 호넥의 베토벤 교향곡 같은 곡을 들어보면 전면으로 중후하게 밀고 나오는 에너지가 강, 약 대비를 통해 넓은 다이내믹스 표현 등 질감 중심의 아날로그적인 사운드가 돋보인다.

Kelly Sweet - Nella Fantasia
Wa Are One

우선 이 케이블은 밸런스의 중심이 매우 잘 잡혀 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매우 중립적인 편인데 무게 중심은 중, 저역 쪽으로 꽤 내려와 있다. 덕분에 켈리 스윗의 ‘Nella fantasia’처럼 고역이 강조된 음악에서도 고역을 약간 롤오프시켜 차분하면서도 예쁜 중, 고역을 들려준다. 정보량 자체는 충분한 편이지만 분석적인 편은 아니고 무척 리퀴드 사운드로 일관한다. 전체 무대는 약간 앞으로 나오면 켈리와 후방 코러스 분리도 등 소편성에선 나무랄 데 없는 거리감을 보여준다.

Diana Krall - The Girl In The Other Room
Temptation

한편 다이애나 크롤의 ‘Temptation’ 같은 재즈 레코딩에선 확실히 더블 베이스가 강조되어 들린다. 전체적인 톤다운 현상이 보여 무척 육중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들려준다. 최근 출시되는 밝고 명랑한 톤이라기보다 영국식 젠틀한 느낌의 밸런스를 보여준다. 한편 각 악기의 촉감이 돋보인다. 중, 고역의 촉감은 확실히 충분한 두께를 중심으로 말랑말랑한 느낌이 강조되어 들린다. 청감상 편안하며 푹신하고 따스한 온도감을 지녔다. 입체감을 중심으로 하는 대편성보단 트리오 등 소편성의 질감 위주 녹음에서 강점이 돋보였다.

Marcus Miller - Trip Trap
Laid Black

중역에 이어 저역 쪽도 풍만하며 꽉 찬 배음 특성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마커스 밀러의 ‘Trip trap’ 같은 곡을 들어보면 패브릭 소파에 기대었을 때의 푹신한 탄성이 느껴진다. 소리가 아주 빠른 스피드보다는 여유 있고 말쑥하게 스피커에서 빠져나온다. 동시에 표면 텍스처에선 햇볕에 잘 말린 옷의 뽀송뽀송한 촉감이 느껴진다. 차분하면서도 탄력 있는 소리. 즉, 부드러운 슬램과 펀치력이 음악을 중후하게 만든다. 중립적인 토널 밸런스를 가졌지만 그렇다고 스튜디오 모니터 같은 스타일은 아니어서 자신만의 음색 특성을 자연스럽게 음악에 감싼다.

Luis Bacalov : Placido Domingo • Ana Maria Martinez • Myung-Whun Chung • Orchestra dell'Accademia Nazionale di Santa Cecilia • Coro dell'Accademia Nazionale di Santa Cecilia ‎– Misa Tango

정명훈 지휘,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 오케스트라 연주로 피아졸라의 ‘Adios Nonino’를 들어보면 재생 버튼을 누르자 피아노가 예쁘고 차분하게 치고 나온다. 방향성은 뚜렷하지만 절대 강성이거나 그 끝이 뾰족하지 않고 둥글둥글하다. 전체적으로 밀키한 악기 음색을 보이며 고역을 듣기 좋게 말아 올리는 모습이다. 악기들의 크기고 실제보다 좀 더 큰 비율로 확장되어 들리며 스테이징은 감상자를 중심으로 포근하게 감싼다. 치밀한 해상력보단 마치 좋은 비율로 만든 석고반죽 같은 표면 질감이 매력적이다.


총평

텔루륨 Q의 대표 제프 머리건이 재료를 선정하고 케이블 구조를 설계하면서 수백, 수천 번의 실험과 테스트를 통해 황금률을 구현하는 이유는 하나다. 사이먼 로맥스가 음악과 음향적 완성도에서 합격점을 매길 때까지 케이블의 가치는 의미 없기 때문이다. 순은이 되었던 금이 되었든 99.999999%의 순도든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좋은 음질을 들을 수 없다면 이런 노동은 무주공산이란 걸 알고 있다.

어찌 보면 결과론이지만 그들이 도달한 가장 최상의 결론은 케이블에 대한 그들의 철학과 태도에서 나왔다. 가장 자연스럽고 음악적이며 아날로그적인 음질이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텔루륨 Q 케이블을 들어보면서 그 뒷맛의 여운은 꽤 오래갈 것 같다. 텔루륨 Q 케이블의 소리엔 마치 오래된 나무 또는 오래 숙성된 와인에서나 날 법한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Tellurium Q Statement Speaker Cable
수입사 씨웍스
수입사 홈페이지 www.siworks.co.kr
구매문의 02-582-9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