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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잠수함 U-995

약 10년 전쯤, 독일 북부에 위치한 킬(Kiel)이란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엘락을 탐방하기 위해서다. 해당 기사는 본 사이트 내 브랜드 스토리에 있으니, 궁금한 분들은 찾아보길 바란다.

아무튼 이 킬이라는 도시는 참 특이했다. 왜냐하면 독일이란 곳은 전형적인 내륙 국가로, 바다를 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유럽 중부에 위치해 있는 관계로, 무려 9개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중엔 프랑스라던가 체코, 네덜란드 등이 눈에 띈다. 바다보다는 육지에 신경 쓸 일이 더 많은 셈이다.

따라서 주식 대부분이 육류다. 저 유명한 소시지나 학센에 대해선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소고기 쪽은 약하다. 독일의 여러 도시에서 스테이크를 시켜봤지만, 영 신통치 않았다. 프랑스 접경 지역에 가서야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만났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항구 도시 킬의 존재는 독일에서 무척 귀중하다. 실제로 독일 해군의 본거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 무시무시한 유보트 역시 여기서 건조되었다. 방문 당시 나는 실제 유보트를 구경할 수 있었다. U-995라는 모델이다.

사실 잠수함이라는 것은, 일단 그 자체로 완벽한 생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용변을 보는 모든 행위가 이 좁은 공간 안에 펼쳐진다. 거기에 각종 조작 장치와 무기 처리 등, 숱한 기능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컴팩트해야 한다.

나는 여기서 각종 관과 부품과 장치 등이 정밀하게 배치되어 그 각각이 유기적으로 컴비네이션 되어 있는 모습에서 정말 감동하고 말았다. 이미 20세기 중반에, 이들은 어마어마한 메커니즘을 실현했던 것이다.

음향 장비로 시작한 엘락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엘락의 DNA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원래는 소나(Sonar) 계통을 연구해서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로 시작했다. 그 설립 연도가 1926년이다. 정확히는 9월 1일. 무려 9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커인 것이다.

당초 소나를 연구한 것은, 아무래도 밀리터리 쪽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잠수함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장비니까. 또 물고기 떼를 쫓거나 적의 군함을 발견하거나, 아군끼리 통신을 위해서도 이런 기술이 필요하다. 아무튼 이런 탄탄한 연구 기반은 나중에 엘락이 오디오 메이커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동사가 하이파이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2차 대전이 끝난 후 1948년에 들어와서다. 이때 만든 것이 바로 턴테이블. 실제로 유럽 쪽에서 엘락의 제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저렴하면서 내구성이 좋고 또 음질도 뛰어났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1970년대에는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했다. 최근에 엘락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새롭게 턴테이블을 출시한 적이 있다. 동사의 역사를 알면,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하지만 80년대에 들어와 CD가 나오고, 디지털 쪽으로 음원의 중심이 옮아가면서, 많은 턴테이블 메이커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아날로그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시장이 바뀐 것과 연관 지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이때부터 엘락은 스피커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1984년의 일이다. 이때 나온 액시옴(AXIOM)이라는 모델은 놀랍게도 정전형 스타일이었다. 뭘 만들어도 절대 평범하지 않은 것이다. 이듬해에는 4Pi라는, 무지향성 트위터를 내놓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하이엔드 오디오 마켓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이후, 1993년에는 폴디드 리본 타입의 JET 트위터를 발매해서 역시 오디오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이후, 크리스탈 메브레인이나 동축 유닛 등을 만들면서, 기술의 엘락이라는 신화를 써나간 것이다. 개인적으로 엘락을 방문할 때 놀란 것은 유닛 자체의 빼어난 내구성이었다. 엄청나게 큰 음량으로 빠른 피스톤 운동을 유닛에 가했는데, 어지간한 제품은 바로 찢어지거나 해체될 정도였다. 하지만 엘락의 유닛은 멀쩡했다. 아무리 포격을 가해도 끄떡이 없는 탱크를 보는 것과 같았다.

엘락의 두 얼굴

엘락 콘센트로(Concentro) 스피커

아무튼 이런 기술의 엘락은 진화를 거듭해 얼마 전에 정말 놀라운 마스터피스를 토해냈다. 바로 콘센트로라는 플래그십 모델. 직접 들었을 때 정말 전율하고 말았다. 음 자체의 에너지와 기세가 대단해서, 마치 야수를 대하는 듯했다. 여기서 나오는 음에는 절대 대항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 완전히 듣는 이를 옥죄어서 음의 홍수 속에 몰아넣는 경지였다.

이렇게 엄청난 물건을 만들고 난 다음, 엘락은 커다란 도약을 이룩한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제품을 만들다 보면, 다양한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하게 된다. 바로 그런 내공이 저가의, 엔트리 클래스에도 발휘되는 것이다.

그런 한편, 엘락은 일렉트로닉스 쪽도 새롭게 런칭했다. 앰프와 턴테이블 등 다양한 라인업이 올라왔다. 종합 오디오 메이커로 본격적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왼쪽부터 엘락의 엔지니어 앤드류 존스(Andrew Jones)와 롤프 얀케(Rolf Janke)

그 와중에 앤드류 존스라는 엔지니어를 영입하기에 이른다. 사실 이것은 좀 의외의 사건이었다. 이미 엘락에는 롤프 얀케라는 탁월한 엔지니어가 있다. 그를 통해 엘락의 유산이 다양하게 응용되면서, 이미 시장을 석권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왜 앤드류 존스?

사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마켓 셰어를 점검해야 한다. 쉽게 말해, 북미 쪽 스피커들은 유럽에서 약하고, 유럽 쪽 스피커는 북미에서 약하다. 이것은 거의 공식에 가깝다. 양쪽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존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도 이것은 즐겨 듣는 음악이라던가, 디자인이라던가 여러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엘락으로서는 거대한 북미 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참에 KEF, TAD 등에서 실력을 쌓은 존스는 매우 적합한 인물로 봤다. 이 시장을 위한 별도의 라인업을 구성한 것은 당연한 수순.

그래서 독일의 얀케, 미국의 존스라는 양강의 구조가 만들어졌다. 전자는 콘센트로, 라인 시리즈 등을 담당하고, 후자는 데뷔, 유니파이, 아단테 등을 처리하는 전략이 이뤄진 것이다. 이 또한 스피커 업계에선 한 번도 볼 수 없는 현상이라 흥미롭기는 하다. 아무튼 존스를 통해 북미 시장에 순조롭게 안착하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

그런 가운데 데뷔 시리즈는 존스가 엘락에 들어왔던 2016년경에 나왔다. 이후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새로운 개량이 가해져서 현재의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정식 명칭은 데뷔 레퍼런스(Debut Reference). 데뷔 뒤에 레퍼런스가 붙는 것으로 보아, 보다 고급하고, 뛰어난 제품이라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앤드류 존스의 데뷔 시리즈

사실 이번에 나는 데뷔 레퍼런스 시리즈의 제품 두 개를 만나면서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다. 일단 가격에서 놀랐다. 어떻게 이런 가격표를 매길 수 있을까,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또 하나는 그 음의 성격이나 특징이 기존 제품과는 좀 달랐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이 사실을 몰라서 약간 혼란스러웠는데, 리뷰를 위해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저간의 사정이 이해되었다. 그렇구나. 앞으로 엘락을 만날 때엔 얀케냐 존스냐, 일단 가려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의 메이커에서 미국과 독일의 전쟁이라. 2차 대전의 재현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의문이 하나 생겼다. 이 시점에서 존스가 북미 쪽 시장을 노크하면서 한참 성과를 올리는 와중에 왜 새롭게 데뷔 시리즈를 다듬었나, 이 부분이 궁금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엘락과 관련을 맺은 첫 시리즈라 애착이 있는 데다가, 그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와중에, 처음에는 몰랐던 사실들을 깨닫고 일종의 수정을 가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해석해 볼 수 있다.

사실 기본 드라이버라던가, 스펙 등은 전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달라진 것은 내부 보강재를 착실히 업그레이드해서 진동에 더욱 강해졌다거나, 듀얼 플레어 방식을 도입해서 덕트 시스템을 개선했다거나, 크로스오버를 수정한 정도? 하지만 작은 개선이 모아지면 결국 큰 변화가 이뤄지기 마련이다. 본 시리즈는 그런 면에서 제대로 수정이 이뤄져 애초 본인이 원했던 음을 완성한 시리즈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북셀프 DBR62

이번에 런칭된 데뷔 레퍼런스 시리즈에 속한 제품은 총 3종. 북셀프, 플로어 스탠딩 그리고 센터 스피커가 각각 하나씩이다. 그중 나는 센터를 제외한 두 모델을 이번에 만났다. 일단 북셀프부터 시작한다.

모델명에 붙은 DBR은 대체 무슨 뜻일까? 길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Debut Bookshelf Reference”. 오리지널 데뷔 시리즈엔 북셀프도 여러 기종이 있는데, 그중 하나만 선별해서 이런 타이틀을 붙인 것이다. 즉, 각 컨셉을 대표하는 제품 하나씩만 골라서 개량을 가한 것이다.

일단 사이즈는 그리 크지도 않고 또 작지도 않다. 딱 북셀프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2웨이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 여기서 동사는 듀얼 플레어(Dual Flare)라는 독특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에서 보면, 전면부 하단에 얇은 슬롯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만 덕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실은 본체 하단에 동그란 구멍이 또 있다. 전면에서 보면 파악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하부에도 덕트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개의 배출구를 이용해서 저역의 리스폰스를 빠르게 하고 또 공진을 없애는 쪽으로 다음은 것이다.

드라이버는 1인치 사양의 소프트 돔과 6.5인치 사양의 미드베이스 구성. 미드베이스의 진동판 재질은 아라미드 파이버다. 아라미드라는 소재를 직조해서 만든 것이다. 가볍고 튼튼하며 빠른 반응을 자랑한다. 이래서 커버하는 주파수 대역이 44Hz~35KHz. 6옴에 86dB라는 감도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최대 허용 입력이 120W에 불과할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번에 매칭한 웨이버사의 슬림 라이트로도 충분히 구동되는 것을 봐서, 50W 정도의 인티면 충분하다고 본다.

DBR62의 본격적인 시청

Hilary Hahn, Jeffrey Kahane, Los Angeles Chamber Orchestra
Violin Concerto In E Major, BWV 1042 - II. Adagio (2악장)
J.S.Bach: Violin Concertos

그럼 슬림 라이트와 연결한 DBR62를 본격적으로 들어보자. 첫 곡은 힐러리 한이 연주한 바흐의〈바이올린 협주곡 No.2 BWV 1042 2악장 아다지오〉.

확실하게 바이올린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가운데, 백업하는 스트링스와 바소 콘티뉴오가 제대로 포착된다. 전체적으로 밝고, 화사한 분위기다. 경건하고, 엄숙한 바로크 음악이지만 여기서는 너무 무겁지 않다. 반응이 빠르고, 가닥 추림이 좋아, 이 가격대의 제품이라 생각할 수 없는 하이 퀄리티가 나온다. 음악을 즐겁고, 재미있게 묘사하는 느낌이다.

GRP All-Star Big Band - Sing, Sing, Sing
Dave Grusin Presents GRP All-Star Big Band ‎- Live!

이어서 GRP 올 스타 빅 백드가 연주한〈Sing, Sing, Sing〉. 베니 굿맨에 대한 헌정이라 할 수 있는데, 당시 GRP 레이블을 대표하는 베테랑이 다 모였다. 그 중심에는 역시 클라리넷. 에디 다니엘스가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화려한 피아노와 비브라폰에 격정적인 드럼의 어택 그리고 다양한 관악기들의 출몰. 스윙 리듬에 얹혀 한판 신명난 세션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다소 환각적이고, 명랑한 클라리넷의 존재는 본 트랙의 핵심. 디테일이며 다이내믹스가 남김없이 드러나고 있다. 바닥을 두드리는 듯한 저역의 어택은 정말 대단하다. 이 작은 스피커에서 믿을 수 없는 박력과 저역이다.

Diana Krall - Desperado
Wallflower (The Complete Sessions)

마지막으로 다이애나 크롤의〈Desperado〉. 영롱하고 아름다운 피아노를 배경으로, 무척 허심탄회하게 노래하는 모습이 보인다. 잔향이 풍구하고, 여운이 길어서 듣는 맛이 각별하다.

스튜디오의, 아주 정돈되고, 치밀하게 계획된 디자인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중간에 나오는 스트링스의 거대한 움직임이 더해지면, 한편의 서사시로 탈바꿈한다. 그런 극적인 전개가 무척 만족스럽다. 크롤 특유의 보컬 톤이 담백하고 또 매혹적으로 묘사된다. 사이즈나 가격을 갖고 절대 본 기를 넘겨짚으면 안 된다.

톨보이 DFR52의 스펙

이번에는 톨보이 차례. 여기서 DFR은 “Debut Floorstanding Reference”의 약자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본격적인 더블 우퍼 사양의 3웨이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이다. 사실 담당 주파수 대역을 보면, 북셀프 모델보다 2Hz 정도 더 밑으로 떨어질 뿐이다. 하지만 더블 우퍼 자체가 주는 에너지감이 상당해서, 역시 급수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유닛 구성을 보면, 1인치 소프트 돔에 130mm 구경의 미드 하나에 역시 같은 구경의 베이스 두 발이다. 하지만 좀 더 자료를 살펴보면, 미드레인지가 실은 미드베이스 역할을 하지 않나 추측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일단 미드보다 담당하는 대역폭이 넓은 것이다. 아무튼 우퍼는 90Hz 이하만 커버함으로, 대부분의 음성 신호는 미드레인지 쪽에 집중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감도는 6옴에 87dB. 최대 허용 입력은 140W. 아무래도 북셀프 타입보다는 좀 더 출력이 높은 앰프를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본 기의 시청 역시 슬림 라이트로 이뤄졌고, 재생음에 전혀 불만이 없다. 그런 면에서 일반적인 인티로 가볍게 걸어도 충분히 재미를 볼 것이다.

사실 데뷔 시리즈는 홈시어터까지 아우르는 컨셉이라, 톨보이를 프런트에, 북셀프를 리어에 각각 사용하는 방식도 상정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각각을 하이파이 용으로 구사해도 가격 대비 만족도가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이 점을 각인하고 시청에 임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시청

Paavo Järvi - Symphony No. 7 in A Major, Op.92: Allegretto
Beethoven: Symphonies Nos. 4 & 7

첫 곡으로 고른 것은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베토벤의〈교향곡 7번 2악장〉. 장엄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서서히 고조되는 슬픔이 극에 달하는 구조다. 마치 장송곡을 듣는 듯하다.

2발의 우퍼가 주는 에너지가 대단해서, 전체적으로 호방하고, 강력한 느낌을 준다. 일체 군더더기가 없으며, 밝은 톤은 그 어떤 더러움을 용납하지 않는 듯하다. 컬러레이션을 최대한 배제한 가운데, 정확성을 추구하면서도, 어떤 향기나 감촉이 살아 있다. 정말 절묘한 마무리다.

Rickie Lee Jones - Chuck E.'s In Love 
Rickie Lee Jones

이어서 리키 리 존스의〈Chuck E.'s In Love〉. 단단한 드럼의 어택을 배경으로, 물 흐르듯 펼쳐지는 신디사이저, 명징한 일렉트릭 베이스 등이 듣는 맛을 준다.

보컬은 다소 어린애처럼 노래하는 듯한데, 그게 바로 리키의 매력이다. 다소 편성이 복잡하고, 내공이 깊은 뮤지션들이 세션하는 터라, 타이밍이나 포지션 등이 정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본 기는 확실히 내공이 깊다. 마치 스튜디오의, 잘 정리된 환경에서 모니터링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Salena Jones - You Don’t Bring Me Flowers
Best Audiophile Voices IV

마지막으로 샐레나 존스의〈You Don’t Bring Me Flowers〉. 약간 처연한 분위기로 전개되는 트랙으로, 샐레나의 기교와 톤이 적절히 어우러지고 있다. 정말 보컬의 급수가 높은데, 그런 부분이 정확하게 포착된다. 흡인력이 대단하고, 달콤한 맛도 있다. 피아노 트리오의 반주는 되도록 나서지 않는 가운데, 샐레나의 보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듣는 이를 압도한다. 침을 삼키거나, 숨을 쉬는 대목에서 역시 살아있는 사람이 노래하는구나, 감탄하게 된다.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퀄리티라면, 추천을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결론

앤드류 존스라는 인재가 영입되면서, 엘락은 새로운 시장을 모색한다. 바로 유럽 스피커의 무덤인 북미 시장이다. 사실 이쪽엔 하이엔드를 제외해도 JBL, 보스, 패러다임 등 쟁쟁한 메이커가 포진하고 있다. 금맥이라 해도 좋다. 바로 이쪽을 노크하기 위한 최적의 인재 선발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현재까지는 순조로운 안착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서 존스 자신이 이전에 미진했던 부분을 수정해서 레퍼런스라는 타이틀을 붙여 새롭게 데뷔 시리즈를 내놨다. 전통적인 엘락의 아이덴티티와는 좀 다르지만, 이쪽은 이쪽대로 개성과 매력이 있다. 그런 면에서 상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가격이 착하다. 어떻게 이 가격대에, 이렇게 높은 완성도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요란하지 않게 시스템을 꾸민다고 하면, 요즘처럼 주머니 사정이 얄팍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라 하겠다.

이 종학(Johnny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