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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음반소개를 하다 말았지요? 한 글에 첨부할 수 있는 그림화일 갯수 제한이 다섯개여서, 부득이하게 글을 두개로 나누게 됐습니다. 우선 아르투르 루빈슈타인과 프리츠 라이너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입니다. 이 연주를 듣고 있으면 떠오르는 단어는 시정(詩精)입니다. 루빈슈타인의 연주는 초인적인 기교를 바탕으로 숨막힐듯 몰아가는 리히터에 비하면 약간 느슨한 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촉촉하고 풍성한 서정미는 정말 뛰어납니다. 은쟁반 위의 옥구슬처럼 굴러다디는 루빈슈타인의 터치는 힘,폭발력, 다이내믹 등의 단어를 잊게 만듭니다. 특히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운 2악장은 그의 쇼팽 녹턴을 생각나게 합니다. 3악장과 피날레는 무리하게 서두르는 느낌 없이 시종여일한 페이스로 마무리하고 있어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라이너-시카고 심포니의 중량감있는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루빈슈타인을 적절히 서포트하면서도 좋은...

영화의 역사를 장식하는 페이지마다 우리는 한 시대를 풍미하고 전설로 남게되는 영화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 당시의 영화계를 대표하는 영화로서 교과서에 남지만 지금 보면 그다지 볼 것이 없을지도 모르는 고전영화와 한 때는 무시당하고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우리에게 클래식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타나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만케인(Citizen Kane)』은 전설로 남은 영화들 중에서도 조금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5세의 젊은 나이에 자신의 첫 영화를 감독하면서 명실상부한 최고의 영화로 자리잡게 만든 오손 웰즈의 이 1941년도 작품이 개봉된 지 60년을 기념하는 판형으로 미국의 워너 브라더스사에서 2 디스크 세트로 출시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영원한 영화의 ...

올가을부터 의욕적으로 클래식음반 사업을 띄운 예당에서 일련의 구소련 음원 시리즈를 내놓고 있습니다. 몇가지 들어본 바에 따르면 시리즈치고는 그 수준이 좀 들쭉날쭉합니다만, 오늘은 그 가운데 가장 수준높은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음반을 소개합니다. 요즘같은 계절에 듣기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은 분위기가 잘 맞는 곡이 아닐런지요. 대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은 1-2, 3-4로 커플링이 되어 있거나 아니면 2번 더하기 몇가지 소품, 3번 더하기 몇가지 소품과 같은 식으로 CD화되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장 인기가 있는 2번과 3번을 한 음반에서 만나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예당에서 이번에 구소련 음원시리즈로 나온 CD는 우선 위대한 스비야토슬라프 리히터의 연주로 라흐 피협2번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3번은 지휘자 게나디 로젠스트벤스키의 부인 포스트니코바의 연주입니다. 편집...

다나, 조앤, 하늘, 유리. 이 이름들이 친근하게 느껴지십니까? 그러면 여러분은 '요즘 애들'의 취향을 이해하는 '신세대'라고 자부해도 좋습니다. 이 이름들은 모두 올 여름 이후 쏟아져 나온 소녀 가수들의 이름입니다. 가요시장을 10대들이 지배한다는 건 이제 모두 다 아는 일이지만, 이제 무서운 10대들은 소비자에서 만족하지 않고 직접 무대에까지 서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이 예를 들어볼까요. '웃기네'라는 노래로 데뷔한 하늘이는 옷을 여러 겹 입고 나와 노래하다가 한 겹 한 겹 벗어버리는 퍼포먼스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올해 13살입니다. 중학교 1학년이죠. 파격적인 무대 매너와 넘치는 끼, 그리고 춤 솜씨를 보면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면 한 마리도 못 잡는다고 봐요. 일단은 가수로 성공하고, 학생으로서 공부는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깜찍한 외모가 돋보이는 다나...

기타 음악을 좋아하십니까? 오늘날 가장 대중적이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는 기타는 음량이 작고 빈약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발현악기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다채롭게 음색을 표현할 수 있는 선율 악기인 동시에 화음 악기이기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악기입니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기타의 아름다운 선율에 매혹되어 기타를 위한 곡을 작곡했으며 많은 연주자들은 다른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을 편곡하여 기타로 연주해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영화음악이 처음부터 기타를 위한 곡으로 작곡되거나 편곡되어 기타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감동적인 영화에 쓰였던 곡을 연주한 명 연주자들의 편곡 앨범과 그들의 다른 앨범도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제목 : ...

일전에 이 란에 XRCD와 24k Gold HDCD등의 고음질 CD에 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 클럽 쇼핑몰에 이 물건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장에 4만원돈? 그돈이면 클래식음반 budget box값인데..하면서도 역시 손이 가는 걸 보면 오디오파일이란 참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클럽 쇼핑몰에 나온 물건들 중에 일부는 이미 제가 미국에서 또는 다른 경로로 사다가 듣던 것들도 있었으므로 전부터 궁금하였던 여가수 음반 하나와 재즈곡 가운데 레퍼토리에 보편성이 있어 실패확율이 낮아보이는 것 하나를 구입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두 장의 CD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들어본 것은 재신타(Jacintha)의 “Autumn Leaves-the Songs of Johnny Mercer”입니다. FIM (First Impression Music)에서 나온 XRCD입니다. ‘재신타’는 180g LP와 24k gol...

때로는 그 당시의 시대상황에 의해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하나의 전설로 남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스타워즈(Star Wars)』 역시 그러한 작품들 중의 하나이며, 우리는 그 작품 속에서 영화적인 완성도보다는 그 시대를 관통했던 하나의 환상과 꿈을 보게 됩니다. 이제 그 첫 번째 이야기, 하지만 제작상으로는 4번째 작품이 선보였을 때 미국인들은 20여년전의 전설을 잇는 새로운 전설의 탄생을 기대했으며 많은 이들이 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광적인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 작품이 DVD라는 매체로 다시 찾아오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그때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본토인 미국에 비해 한 달여 늦게 출시된 SF영화의 상징적 작품 『스타워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간단히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얼마전 아침 FM에 백건우씨가 출연했습니다. 출근하면서 막 차를 주차시키고 내리던 찰라였습니다. 마침 그가 내놓은 Decca의 신보 포레 피아노 곡집을 아주 좋게 듣고 있었던터라 이미 지각을 할듯말듯한 상황이었지만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백씨는 내한연주회와 자신의 음반에 대한 뒷얘기를 20여분간 들려줬습니다. 급히 차 안을 뒤져 공CD 속지에 메모했던 내용을, 날짜는 좀 지났지만 백건우 팬들을 위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이전에 실었던 글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 차원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날 공연감상에 “무대위에 피아노가 2대 있더라”고 말씀드렸죠? 그부분에 대한 백씨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 소리가 아닌 소리를 내야 라벨의 피아노협주곡은 아주 독특한 피아노소리를 요구한다고 합니다. 피아노 음색이 너무 명확해도 안되고, 흐릿해서도 안된다는 거죠. 다소 몽환적이면서도 알맹이가 있는 소리가 필요했답니다....

지난달말, 저는 행복했습니다. 공연장에서 기립박수를 칠 기회를 두 번이나 가졌으니까요. 첫 번째 기립박수는 장영주&런던 필의 공연에서였습니다. 저는 둘째 날, 그러니까 10월 25일에 봤습니다. 그 날 아침, 예술의 전당에서 팩스 한 장이 들어왔습니다. '쿠르트 마주어 입원'이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살펴보니 쿠르트 마주어가 어제 공연을 마치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고, 오늘 지휘는 못하게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공연은 러시아의 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은 공연이 취소되지 않았다는 데 안도하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이렇게 빨리 '대타'로 나서기로 결정됐는지 궁금했습니다. 유리 테미르카노프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예전의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입니다. 쿠르트 마주어도 유명하지만 유리 테미르카노프도 만만치 않은 명성을 누리고 있습니다....

연극 배우 유인촌씨가 오페라 연출가로 데뷔한다! 이것은 한동안 음악계 화제였습니다. 유인촌씨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됐던 오페라 '라보엠'에서 처음 연출을 맡았습니다. 오페라는 극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종합예술이기에, 연극 배우의 관점에서 연출되는 오페라는 어떨지, 관심을 끌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인촌씨의 오페라 연출 데뷔작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리허설을 취재하러 갔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테너 최승원씨가 처음으로 서는 국내 오페라 무대이기도 해서, '얘기가 된다', 다시 말씀드리면 '기사 거리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날 취재 중에 당혹스런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 오페라 하우스의 싸움 구경 2막 리허설이 끝나고 연출자 유인촌씨와 인터뷰를 막 끝내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제작...

건반위의 구도자 백건우. 그가 라흐마니노프와 바흐-부조니에 대한 천착을 마치고 이제 다시 그의 전공이라 할 프랑스 음악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저는 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그의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당초 백건우의 가브리엘 포레 피아노작품집이 Decca에서 이달초쯤 나오기로 되어있어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연주곡목에 포레는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메인으로 하고 앞에 이베르의 디베르티멘토, 뒤에 비제의 교향곡1번을 연주하는 레퍼토리로, 협연악단은 파리 앙상블 오케스트라였습니다. 파리 앙상블 오케스트라는 1978년 창단된 소규모 오케스트라로서, 미국계인 존 넬슨(John Nelson)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습니다. 사실 세종문화회관을 찾으면서, 저는 ‘오랜만에 연주회장을 간다’는 기쁨 외에 큰 기대는 접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베르(Ibert)는 이름도 못들어본 작곡가였으며, ...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해 준『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1988)의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는 자신의 조국 이탈리아의 40년대에 집착하는 인물입니다. 이탈리아인에게 총통이 다스리던 1940년대의 이탈리아가 주는 느낌이 어떠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것은 마치 우리가 겪었던 한국전쟁 후의 배고팠던 시절 또는 보릿고개로 연명하던 어려웠던 시절, 그로 인해 어른들이 자식들 앞에서 항상 읊조리던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감정을 선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즉 그다지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고난 했던 시절이지만 이상하리 만치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아련한 시절들 말입니다. 이 감독이 지난해에 또다시 그 시절 이탈리아 해변도시 시칠리아의 풍광을 배경으로,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에 대한 영화 『말레나(Malena)』를 ...

3테너 공연은 테러였다? 며칠 전 한 음악잡지를 뒤적이다가 이런 글을 보게 됐습니다. "한국의 음악시장이 지난 6월 내한했던 쓰리 테너의 잠실 운동장 공연으로 인해 붕괴된 지금, 한국 음악계는 그 후유증으로 무진장 고생을 하고 있다....... 중소 음악기업과 매니지먼트들은 그것을 마치 테러리스트가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향해 비행기를 몰고 자폭해서 무너뜨린 것과 같은 류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쓰리 테너를 데려온 당사자는 빈 라덴이란 말인가?" 인용이 좀 길어졌지만, 이렇게 다소 과격한 비유를 이 글의 필자가 들이댄 이유는 이렇습니다. 쓰리 테너가 1박 2일 동안 한국의 음악계가 1년 동안 써야 할 돈을 거의 싹쓸이해 갔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대기업들이나 공기업들의, 우리나라 공연예술에 대한 지원금이나 광고비 예산 수십억 원이 이미 쓰리 테너 한 공연에 거의 다 들어가 버린 지금, 더 이상 바랄 것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콘트라베이스 곡집 "저음왕"에 이어 그 속편이 나왔습니다. 바로 "저음왕 2"입니다. 1집(1집이라고 의도하고 낸 것은 아니었지만)은 수입물량이 적었던 탓에 금방 품절이 됐었고, 저도 웹진에 글을 올린 이후 가장 많은 문의를 받았던 음반이 바로 저음왕이었는데 이제 2집이 나왔다하여 반가운 마음에 구입하였습니다. 저음왕 2 역시 전편과 마찬가지로 1995년에서 2000년 경에 일본 킹레코드에서 나온 콘트라베이스 음반 가운데서 음원을 골라 편집한 음반입니다. 연주자들은 1집과 일부 겹칩니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 베이스"로 유명해진 오케스트라 드 꽁뜨라바스나 교토 후지와라, 다카시 코노 등이 그렇습니다. 자사에서 발매했던 음반과 1집에서 반응이 좋았던 곡 위주로 구성을 하려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1편에 나온 배우가 2편에 나오는 것이 영화에서는 흔한 일이니,...

오늘은 추석 연휴때 볼만한 공연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 고민이 생깁니다. 예년을 보더라도, 추석 때는 가족단위 관객을 겨냥한 공연이 많아지기 마련인데, 올해는 그리 풍성해 보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테러 한파'가 영향을 계속 끼치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몇몇 공연들이 있습니다. 꽤 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물론 고향에도 다녀오고, 친지들도 만나고 하시겠지만, 그리고 나서 또 뭘 할까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는, 제가 소개해 드리는 공연 소식이 참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스펙터클' 창극-창작 창극 '논개' 명절 때는 으레 국립창극단의 창극이 무대에 올라왔습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닙니다. 하지만 흥보가, 심청, 춘향전 등 고전설화를 바탕으로 했던 다른 때와는 달리 올해는 '창작 창극'입니다. 조선시대 '논개'의 삶을 그려낸 창극 '논개'입니다. 원수 왜장을 껴안고 강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