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한센에게 경의를!
1993년에 LD, 2001년에 DVD, 2004년에 SACD라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었습니다.
LD는 포맷의 조기퇴장으로 상당한 수업료를 지불했었고,
DVD는 처음에 신중하게 접근한 후, 본격적으로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오기 시작하고, 중가대의 실력기들이 등장한 이후 적극적으로 대쉬했습니다. (그리하여 현재 Audionet VIP G2, Integra Research RDV1.1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SACD는 처음에 Primare DVD-30으로 탐색전을 한 후 2005년에 Classe Omega를 들이면서 불을 지폈고, 2010년초에 Lindemann 820S로 플레이어가 바뀌었습니다. (플레이어 교체는 사운드 변화를 위한 것이 아닌, 플레이어의 자연수명 소진을 감안하여 이루어졌습니다)
블루레이가 나오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물론 오디오산업이 쇠퇴기를 맞이하여 유용한 중가대 제품이 사라지고 양극화되어 버린 추세로 인해 오디오파일 입장에서 너무나 환상적인 포맷이 제대로 뿌리를 못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CD가 16비트 44.1khz라는 열악한 스펙으로 시작된 것은 음악애호가나 오디오파일에게 너무나 불행한 일입니다. (18비트만 되었어도 좀 나았겠죠)
CD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가 있어 왔고, SACD와 DVD-A가 21세기 초입에 나타나면서 기대를 모았으나 두 포맷 모두 오디오파일들의 기대를 충족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SACD의 DSD는 하드웨어적으로도 너무 어렵고 (고회전을 견뎌내는 메커니즘과 디스크를 인식하는 펌웨어 설계 등), 소프트웨어가 현실적인 문제때문에 하이브리드 형식을 취한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이에 비해 블루레이는 PCM으로 24비트/96kzh를 쉽게 담아낼 수 있기에 DSD특유의 지나치게 매끈한 느낌과 밀도감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블루레이에 대해 HD화질을 먼저 떠오르기 쉽지만, 사실 오디오파일 입장에서는 20년 이상 열악한 스펙에 갇혀서 발버둥쳐왔던 디지털오디오가 마음껏 실력발휘를 할 포맷으로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블루레이 디스크가 클래식음악 분야에서 찔끔찔끔 나오기 시작했지만, hi-rez의 장점을 실감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도무지 나오지 못했습니다. Classe같은 메이커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HDMI신호 전송만 충실하면 충분하다고 하면서 SSP-800같은 고음질 포맷(24비트 PCM, DTS-HD, Dolby True HD 등) 대응 프로세서를 내 놓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SSP-800이 DAC로는 뛰어나겠지만 2채널 프리앰프로의 실력이 동사의 CP-700, 아니면 마크 32, Ayre KX-R, MBL, VTL, Boulder 등의 쟁쟁한 선수들과 겨룰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SSP-800을 경유하면서 결국 2채널 전문프리에 바이패스를 해야 한다면 어느 정도 음질열화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Ayre의 찰스 한센은 자체적인 DAC를 통해 고음질을 투채널 아날로그 출력으로 자신있게 뽑아낼 수 있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Oppo-83의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DX-5라는 블루레이플레이어로 실현했습니다.
1만달러의 가격에 대해 사이버공간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고, 찰스 한센이 직접 자신이 메커니즘만 Oppo것을 활용하여 다른 음질 및 화질을 결정하는 부분을 어떻게 새로 만들었는지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오디오전성기의 명품 CDP가격이나 과거 Ayre제품의 평균적인 가격대를 감안하면 조금 높다는 생각도 들지만, 최근의 양극화된 가격흐름에 비하면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음질적으로 평가가 괜찮았던 Cx-5에 비해 더 좋은 음질을 구현했고 QBD9과 같은 USB DAC기능, 그리고 블루레이 기능이 더해진 기기인 것을 감안하면..
한가지 아쉬운 것은 Ayre도 그렇고 Meridian도 그렇고 음질 좋다는 플레이어들이 BD-Rom, DVD-Rom 방식을 사용하다 보니 과거 디지털명품들과 같은 트레이의 매끄러운 느낌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암튼 이 Ayre DX-5를 오매불망 마음에 두고 있다가 (개인적으로 내년 3월에는 신품이라도 구입하겠다는 의지..)
드디어 hi-rez 디스크를 마음껏 즐기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 이틀 합계 20시간 이상을 BD, SACD, DVD-A(이미 잊혀졌던 포맷인데 15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CD 등을 다양하게 들어 보았습니다. 출력게인이 높은 편이라 처음에는 마크32의 게인을 0db로 설정했으나, 최신 BD의 녹음게인이 대부분 낮은 편이라 다시 +6db로 변경했습니다.
한마디로 DX-5는 "PCM의 제왕"입니다. 블루레이가 자랑하는 PCM의 고음질은 다른 곳에서도 경험한 바 있고, 역시 기대했던대로 대단합니다. 루체른 KKL홀의 사운드가 DVD에서 느꼈던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런데 스펙이 좋은 블루레이는 그렇다 쳐도, DVD의 PCM 사운드도 정말 좋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좋은 DVD사운드를 들려주었던 Audionet VIP G2가 그냥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Audionet VIP G2를 한방에 보내는 소스기기는 별로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스테레오파일에서 비판적으로 평가했던 SACD의 DSD도 제 귀에는 이게 뭐 나쁜건가? 싶었습니다. 물론 DSD의 뛰어난 선수들이 있으니까 이 분야에서 Ayre가 최강이라도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CD는 프리앰프 게인이 0db이면 더 좋게 들릴 것 같습니다. +6db에서는 조금 소란스럽습니다.
CDP로 사용해도 좋겠지만, 트레이가 매끄럽지 못한 기기를 CD에 활용하기는 본능적으로 좀 아깝습니다.
사이먼 래틀의 BPO 말러 5번, DVD-A 사운드도 충격적이었습니다. 24비트 PCM의 위력..
(궁극적으로 메르디안 808.2, 또는 808.3을 들여서 CD는 완전한 전문기기로 가져가야 하지 싶습니다.)
화질도 대단합니다. 현재 제 TV가 full HD를 구현하지 못해서 일단 720p로 해상도를 세팅했는데 (1080i 보다 오히려 나은 듯) DVD화질도 인상적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경험해 왔던 인테그라리서치, Audionet을 오히려 능가합니다.
리모콘의 기능, 메뉴도 참 좋습니다. 나중에 베를린필 디지털콘서트홀을 스마트 TV로 시청할 때 USB input의 기능을 활용한다면 아주 좋을 것입니다.
사실 파워케이블은 평범한 놈을 물렸는데도 사운드가 너무 대단합니다.
과거 Classe Omega가 처음에는 케이블 관련해서 까탈을 부렸던 기억에 비하면 너무 붙임성이 좋습니다.
(물론 오메가는 저에게 평생 기억될 SACDP로 남아 있습니다만..)
정말 트레이가 아쉽지만, Ayre의 찰스 한센에게 경의를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