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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RCO와 얀손스의 내한공연 첫날을 듣고..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견고한 BPO/VPO 쌍두마차를 밑으로 내린 유럽 음악전문가들의 평가가 과장이 아니구나..

음향도 좋지 않은 예술의 전당에서 어떻게 저런 소리를 낼 수 있을까?

 

1년 3개월 후 다시 RCO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정명훈이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하여 아시아투어를 진행하여 그 대미를 서울에서 마무리하는 일정입니다. 이미 암스테르담에서 3번, 홍콩과 중국에서 6번의 연주를 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그런지..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은 최상이었고, 단원들도 연주곡목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합창석에서 감상했지만, 이번에는 과감히 1층 중앙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RCO의 환상적 사운드에 완벽하게 무장해제당했습니다. 연주 내내 미약에 취해있는 기분이었습니다. 2005년 이후 베를린필을 4번, RCO를 2번 봤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단원 개개인으로는 어떨지 몰라도..블렌딩된 오케스트라 사운드..무조건 RCO쪽을 선택합니다.

 

21세기의 RCO는 최전성기임에 분명합니다. 리비우 프루나루 악장, 알렉세이 오그린추크 오보에 수석..이 두사람..무대에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믿음이 갑니다. 그런데..베를린필 단원들이 무대에서 풍기는 분위기..자부심이 지나쳐서 약간 오만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거이 브라운스타인 악장, 엠마누엘 파위 플룻 수석 등), 네덜란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분위기는 너무나 평온합니다. 목과 어깨에 힘이 들어간 느낌이 전혀 없고, 절대로 오버하지 않고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베를린필은 내한공연때마다 예당의 음향에 불만을 토로하는 단원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RCO는 그래..음향이 썩 좋지는 않은데..그래도 이렇게 음량과 밸런스를 조절하면 들을만 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합니다. 2010년 당시..줄자를 동원해서 cm단위로 악기와 연주자의 위치를 점검하는 그 치밀한 프로의식..

어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당에서 어떻게 피어오르는 소리가 가능한지?

 

1년 3개월전에는 금관 파트에서 약간의 불안함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젊은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호른 수석은 구스타프말러유겐트 영상물에 나온 얼굴입니다. 아직 RCO 단원명단에 나오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서울시향을 통해 익숙한 얼굴 바티 트럼펫 수석..루체른 영상물을 통해 낯익은 호남형의 트럼본

수석 외르겐판리엔..) 일말의 불안요소도 완벽하게 제거했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면서..도대체 어느 파트에 눈길을 줘야할지 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네요.

 

얀센의 바이올린 협연은 연주자의 체격에 비해 소리가 지극히 여성적이었습니다. 예르비와 베를린필의 2006년 영상물에 봤던 그 느낌 그대로..초반 협연자의 컨디션도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노련한 오케스트라는 금새 협연자가 페이스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여유있게 서포트해 줍니다. 협주곡 내내 크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제스처로 은은하게 깔리는 그 고급스러운 배음..이것이 협주곡의 진면목임을 보여 줍니다.

 

익숙하지 않은 바르토크..RCO가 연출하는 현악파트의 다양한 연주기법과 변화무쌍한 음향효과..음반으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앙코르를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을 선택하여 마지막까지 여러 파트의 환상적 사운드를 골고루 감상할 수 있게 배려까지 해 주고 (1년 3개월 전에도 앙코르가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암스테르담에 살고 싶네요 (이 경우 집에 하이엔드 오디오가 필요할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