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2년을 같이 살아 온 우리 마눌의
귀 빠진 날이다.
엊저녁에 큰댁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늦게
오는 바람에 케익도 하나 못사고 그냥
왔다. 당연히 미역국은 고사하고 아침밥도
제대로 가족끼리 함께 하지를 못했다.
아침부터 수능이 낼 모레인 작은녀석이 공부가
제대로 잘 안되는지 성질을 북북 내는 바람에
덩달아 제 엄마도 기분이 상해서...어쩌면
애보다 더 상해서 표정이 영 말이 아니다.
비교적 덤덤한 나 조차도 애나 제 엄마나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어휴 그놈에 공부가
뭐며, 대학이란게 뭔지...
애들이야 한참 에너지가 충만할 시기이니
학교가서 몇시간 친구들과 재잘거리고 나면
기분이 풀어 지겠지만....평소에도 인생을
참으로 진지하게만 살아 온 우리 마누라의
경우 하루종일 우울할 게 불보듯 뻔하다.
늘상 자녀에 대한 지나친 기대도 탐욕이다.
제 인생은 제가 사는 것이다...라고 내가
줏어 섬겨도 격렬한 고통을 참으며 뱃속에서
직접 나은 엄마로서는 그게 그렇게 쉽게
해결이 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사무실에 나와 앉았는데도 기분이 썩 그리
상쾌치 아니하다. 무슨 방법을 쓰던 마눌이
맞은 45회 생일날...기분좋게 잠자리에 들게
해야 할 텐데...묘책이 떠 오르지 않는다.
누구 좋은 생각 없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 잊혀지거나 색이
바래 추억으로 남을 그저 인생에 있어서의
한 순간일 ....오늘 아침...
속으로나마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녀가 있음에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