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귀가 편하다

1. 나는 원래 귀가 어둡다.집에서 티비를 보면 마눌이 티비 볼륨 줄이라고 매번 야단을 친다.돌아가신 선친도 그러했으니 아마도 유전적으로 귀가 안좋은 갑다.그러니 자연 소리에 둔감하여 오디오 매니아질을 하기엔 선천적으로 부적격이다.그럼에도 이렇게 오디오 언저리에서 기웃거리는건 아마도 허영심때문인게 확실하다.

2. 80년대에 자신의 오디오를 가지고 부터 이런 저런 오디오 바꿈질을 하다가 ...21세기가 된 봄날에 결국 내 귀는 무엇을 들어도 막귀이며, 결국 이 모든 갈증이 끝간데 없는 번뇌라는 것을 느끼고,십년을 넘게 오디오 바꿈질을 포기했다.사실적으론 쩐이 안된것도 큰 이유이다.그러나 그리 말하면 너무 슬픈 것 같아 쪼매 변명성 발언이다.

3.그런 이유로 울집에 있는 오디오는 바보 멍청이 소리를 낸다.해상도는 실종이다.내귀 수준에 맞추다 보니 그 모양이다.그래도 그냥 만족한다.솔직히 나는 소리를 들을 줄 모른다.그래서 샵이나 지인의 집에서 오디오를 들을 때 딱 한가지 기준 밖에 없다.나를 울려주냐 아니냐 딱 이거 하나다.즉 내 가슴에 안개가 올라오고 아프게 느껴진다면 좋은 오디오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해상도고 뭐시기고 그냥 안쳐다본다.그리고 설사 그런 좋은 오디오라도 나에게 최근의 큰 금전적인 이익이 없었다면,그냥 관심제로다.소유에 대한 욕망은 언제나 후회를 동반하기에,,그것이 얼리 어뎁터적인 물건이라면 더욱 경계한다.ㅎㅎㅎ일단 관심종목에 넣고 돌고 돌아 그 가치가 물건 가치에 접근하거나 더욱 저평가될 때 그 때에만 살것을 고려한다.개인적인 경험이 아프게 가르쳐준 기억이 그렇게 만들어주었다.

4.그런 이유로 뽐뿌는 잘 받지않는다.일단 귀가 둔하니 뭐시기 좋은 게 뭔지를 모르니 ,,ㅎㅎ편하다.다만 인생을 쪼매 살아보니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인 가슴으로 듣는다는 것은 안다.

5.음악은 추억의 판도라 상자 같아서 좋다.그래서 눈물이 난다.이미자와 조용필을 들으며 돌아가신 어머님이 좋아하셔서 같이 들었던 기억에 가슴 아프고, 김수철을 들으면 돌아 갈수 없는 젊은 날의 기억에 우울해지고,마눌이랑 같이 들었던 그 많은 곡들로 해서 깊은 공유감과 동질감에 행복해진다면 ...시월 어둑산한 저녁에 음악을 듣고 눈물 흘릴 수 있다면 아직은 살만한 인생이 아닌가 ..위로해본다.

6.그런 이유로 오디오 기계에 매료되기 보다는 내 감성을 자극할 만한 사람과 음악이 더 소중하다.물론 나이를 먹으면서 더 이상 아무 것에도 감동 받지도 놀라지도 않는 나를 보고 기겁한다.그 만큼 인간에게 실망하고 더 이상 상처 받지 않으리란 다짐을 독하게 한 탓일게다.그러나 마음 저 구석에 쳐박혀 있는 버림받은 내 감성은 정말 감동에 또는 그런 공감에 목말라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랫만에 뵙거나 첨 보는데도 반갑게 맞아주신 모든 회원분께 감사 드립니다.특히 집에서 좋은 음악과 도다리 회를 제공해주신 강도사님 (왜 강도사인지는 모름 ㅋㅋㅋ)께 감사를 드립니다.집도 가까우니 울집에 한번 오셔서 커피라도 한잔 합시다...멍청한 울집 소리도 좀 들으시공..귀베리는 건 책임 안집니다.하도 멍청해서리..

시월 밤그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