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곁에 컴퓨터를 접근도 못하게 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조금씩 관심을 갖고 배우다 보니 그 재미 또한 적지 않네요. 그렇지만 막상해보니 디지털도 신경 쓸게 생각 보다 많고 해서 아직도 CD나 LP만지는 게 더 편하고...그러다보니 디지털 기기들은 주로 쓰는 것 외에는 방치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내친김에 놔뒀던 것들을 꺼내 그동안 궁금했던 여러 가지를 비교해 봤습니다.
얼마 전부터 pc-fi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면서 한동안 정체기를 겪던 DAC이 봇물처럼 출시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가격대와 성능의 편차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중국, 대만 등지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신생 메이커들로부터 미처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저가 제품들까지 쏟아져 나와 선택에 많은 혼선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중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DAC중에 얼마 전 Lindemann에서 출시된 USB-DAC 24/192가 있습니다. 그것은 Lindemann이 이미 디지털 분야에서 하이엔드 메이커로서 널리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Lindemann의 DAC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은 생각보다 무척 작고 심플해 보인다는 것 이었습니다. 알루미늄을 매끄럽게 절삭 가공하여 전체적으로 단단한 느낌을 줍니다.
비교 시청은 아래의 USB와 Firewire 관련된 몇 가지 기기들을 조합하여 이뤄졌으며, 그 결과에 따른 주관적인 개인 소견입니다.
[DAC] 1.Lindemann USB-DAC 24/192 2.Playback MPS-5 3.Audio-gd Reference 7 (Non-tuning version)
[DDC] 1.Lindemann 24/96 2.Weiss INT-202
[Source] 1.Sony VAIO with JRiver (USB/iLink 400) 2.Macbook Pro with Amarra 2.0 (USB/Firewire 800/TOS) 3.HTPC with JRiver (USB/Firewire 400)
[Digital Cable] Odin / Valhalla / Davinci / Transparent / Nordost (김승욱 OEM Ver.)
[USB Cable] Cardas / Audio Quest / Wireworld
[Firewire Cable] Granite / Oyaide Neo
[CASE 1]
- 조합 : Sony VAIO (USB) -> Cardas USB -> Lindemann DAC (USB)
- 결과 : 음장이 넓진 않으나 매우 단정하고 전대역이 고루 균형 잡힌 매끄러운 소리를 들려줍니다. 음질 경향은 매우 부드러운 성향을 보이고 특정 대역이 시끄럽지 않으며 다이내믹 역시 적당 합니다. 락이나 퍼커션등 비트가 강하고 저역이 강한 소스마저 덜 자극적으로 들려 무척 편안하지만 그렇다고 저역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반면에 클래식의 경우는 매우 조화롭고 자연스런 울림이 음악의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킵니다.
[CASE 2]
- 조합 : Sony VAIO (USB) -> Cardas USB -> Lindemann DDC -> Davinci coax -> Lindemann DAC
- 결과 : 아날로그에서는 신호 경로를 단축시키면 대게는 좋은 효과를 보는데, 디지털은 경우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이 조합의 경우, DDC에 의한 지터 저감 효과가 있어서 그런지, 24/96까지만 지원되는 구형인데도 그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실로 놀라웠습니다.
우선 확연한 음장감의 확장과 더불어 디테일과 다이내믹마저 크게 증가했으며 약간의 마스킹이 말끔히 사라져 아주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약간 평이하게 들렸던 부분들도 음영이 짙어지고 미세한 소리의 가닥이 보입니다. 이젠 클래식 말고 락이나 퍼커션에서도 역동감을 느낄 수 있어 듣는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CASE 3]
- 조합 : HTPC (USB) -> Cardas USB -> Lindemann DAC (USB)
- 결과 : 노트북의 경우는 전원의 부실 등 여러 가지 내부적인 제약으로 아무래도 음악적으로는 부족감이 많은데 비해 데스크탑은 양질의 전원부 사용이 가능하고 특히 음악 청취 전용 의 clean HTPC 구성이 가능한데, 이 경우 많은 이득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비교해 보니 같은 소스인데도 음장감, 디테일 특히 중역대가 두툼한 보다 여유 있고 자연스런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PC의 전원선을 하이엔드급으로 교체해보니 그 차이는 더욱 커짐을 알 수 있습니다.
[CASE 4]
- 조합 : HTPC (USB) -> Cardas USB -> Lindemann DDC -> Davinci coax -> Lindemann DAC
- 결과 : 역시 노트북과 같은 조합에 비해 더욱 큰 음질의 향상과 무대의 확장을 느낍니다. 충실한 파워 서플라이 때문인지 하이엔드급 파워케이블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한수 위의 소리가 분명합니다.
[CASE 5]
- 조합 : HTPC (Firewire 400) -> Oyaide Firewire 6p-6p -> Weiss INT-202 -> Davinci coax -> Lindemann DAC
- 결과 : DDC에 따른 음질 차이가 있음을 보여줬던 조합입니다.
Lindemann DDC가 24/96까지만 지원되는 구형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24/192가 완벽히 지원되는 Weiss INT-202를 거친 음질은 실로 놀라움이었습니다. JetPLL 방식 채택으로 더욱 저감된 지터 때문인지 음악은 한층 더 다듬어지고 차분해지며 기막힌 디테일과 넓은 대역폭을 들려줍니다. 본격적인 하이엔드 사운드라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CASE 6]
- 조합 : Macbook Pro (USB) -> Cardas USB -> Lindemann DAC (USB)
- 결과 : Windows PC에 비해 착색이 덜하고 보다 순도 높은 차분한 느낌을 줍니다.
[CASE 7]
- 조합 : Macbook Pro (USB) -> Cardas USB -> Lindemann DDC -> Davinci coax -> Lindemann DAC
- 결과 : Amarra의 탁월한 음질 덕분인지 Windows JRiver에서 보다 확실히 다듬어지고 특히 음장감이 뛰어납니다. 상당 수준 하이엔드급 사운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CASE 8]
- 조합 : Macbook Pro (Firewire 800) -> Granite Firewire 9p-6p -> Weiss INT-202 -> Davinci coax -> Lindemann DAC
- 결과 : Mac의 순수한 음악적 특성도 있겠지만 Amarra라는 탁월한 플레이어의 역량으로 더욱 다듬어지고 정제된 거의 수준급의 하이엔드 사운드를 들려주어 충격을 받았습니다.
디테일은 한층 더 살아나고 두툼한 중역, 에너지감 있으나 절제된 깊은 저역 등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습니다. 특히 저역에서의 디테일까지도 들을 수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CASE 9] (Audio-gd 참조용 조합)
- 조합 : HTPC (Firewire 400) -> Oyaide Firewire 6p-6p -> Weiss INT-202 -> Odin AES-EBU -> Audio-gd
- 결과 : 요즘 새로운 관심 대상의 하나로 부상된 중국산 하이엔드 DAC의 대표격인 Audio-gd의 최상급기인 Reference 7을 연결해 봤는데, tuning을 전혀 하지 않은 순정 상태이며 24/96까지만 지원하는데도 디테일이 훌륭하고 스테이지도 적당하며 다이내믹이 좋으면서도 차분한 편이어서 무척 좋습니다. 다만 섀시 체결 스크류가 패널 위로 조금씩 돌출 되고 전반적인 마무리가 정교하지 못한 외관이 조금 아쉽고, 전반적인 물리적 음향 특성은 크게 나무랄게 없으나 약간 거친 듯 하며 음악적 완성도에 있어서는 많은 아쉬움이 있지만 향후 많은 질적 향상의 잠재력을 지닌 DAC이라 생각 합니다. 이 제품은 마크레빈슨의 음악적 컨셉을 표방하고 놀라울 정도의 물량 투입을 한 제품인데...사실 오디오 기기의 최종 음악적인 완성도는 투입된 부품의 질이나 양보다도 그것을 조련해내는 제작자의 높은 음악적 식견에 크게 좌우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설의 명기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되어 졌으며 그 명성은 대물림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일 것입니다.
[CASE 10] (Playback 참조용 조합)
- 조합 : Macbook Pro with Amarra (Firewire 800) -> Granite Firewire 9p-6p -> Weiss INT-202 -> Odin AES-EBU -> Playback
- 결과 : 사실 이번 시청에서 가장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준 조합입니다.
CD, HDCD, SACD, XRCD, HQCD 등 기존 미디어에서 분명 듣지 못했던 실로 놀라운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24/192를 완벽하게 지원하기 때문에 제대로 만들어진 음원 파일만 있으면 거의 무한대의 소리를 들려주는데, 그것은 Amarra라는 걸출한 플레이어가 있음으로서 더욱 가능한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JRiver가 Windows, Amarra는 Mac만을 지원한다는 사실입니다.
시청 후기
pc-fi가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가 비교적 저렴한 투자로 하이엔드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요즘은 무척 고가의 디지털 장비가 속출하고 있어 당황스럽기는 예전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특히 기존 하이엔드 메이커에서 출시되는 디지털 제품들은 성능은 차치하고 그 명성 탓인지 가격마저 안드로메다급 입니다. 그런 가운데 Lindemann에서 성능과 가격까지 현실적인 DAC과 DDC를 출시하여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Lindemann을 쓰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Lindemann SACDP는 특히 기존 red-book CD의 음질이 우수해서 더욱 명성이 높아진 제품입니다. 이 Lindemann DAC은 신형 825 DAC의 핵심 부분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라 하는데...그래서인지 기존 820S에는 살짝 못 미치지만 825의 음질 성향을 그대로 빼다 박은 것 같습니다. 더욱이 Amarra는 Weiss 등 세계 유수의 프로장비 메이커들이 권장하는 가장 뛰어난 플레이어인데 다만 무척 고가의 가격이 부담스럽습니다.
또한 이번 비교 시청을 하면서 디지털 전송에 있어서 지터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더욱 느끼게 되었는데...동일한 DAC임에도 전단에 DDC를 거치면 비약적인 음질의 향상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더욱 확실한 것 같으며 약간의 마스킹이 확연히 걷히는 시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를 위함인지 Playback의 경우는 지터 발생 자체가 전무합니다. 즉 지터 zero인 유일한 혁신적인 플레이어 입니다. 이번에 사용된 DDC는 초기 제품이어서 24/96까지만 지원되는데도 그 효과는 탁월한걸 보니 현재의 24/192지원 DDC를 결합하면 한층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좀 이상했던 것은 DAC의 경우 windows PC나 노트북에서 USB 인식이 한 번에 되지 않아 장치관리자를 손 본 후에 인식 되었으며, 88.2나 176.4는 첨부된 드라이버를 깔아야 인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PC와 노트북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다른 분들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Weiss IEEE 1394의 경우는 VAIO 노트북과 칩셋이 호환되지 않아 인식 불가 했으나 맥의 경우에는 설치와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24/96과 24/192는 청감상 디테일과 다이내믹 등에서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음악성을 크게 좌우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도 프로사운드 엔지니어들 간에 그 실효성과 음악성에 관해선 아직도 뜨거운 논쟁이 계속 중이니 말입니다. 그보다는 좋은 디지털 사운드를 듣기 위해서라면 보다 충실한 지터 저감 대책이 실효성이 높다는 것을 이번에 더 크게 느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