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300B 모노블럭 파워앰프 (2)

오디오 생활을 하는데 제일 무서운게 무엇인가? 마눌님? 재정바닥 현상? 개구쟁이 2세와 친구들? 내게 있어 가장 무서운건 바로 '귀차니즘' 이었다. 지난 봄부터 몇달을 오디오에 전원을 잘 넣지도 않고 그냥 시간을 보냈다. 자전거 타고 이리저리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오디오&음악생활이 영 시원치 않았다. 캐리 앰프의 두덩어리 박스를 집에 올려놓고 거실에서 테이프를 돌돌 뜯어내기 시작했다. 2중박스 포장. 먼저 좌측 한놈을 꺼내었다.

진공관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전면의 부분에 뽕뽕이 비닐로 수없이도 잘도 감겨 있어서 해체 하는데 제법 애를 먹었다. 직접 뵙진 못했지만 하여간 보내주신 분께 고마운 생각이 문득들었다. 그런데... [제길슨.... 상태가 왜이리 좋은겨?] 숱하게 거래를 많이 해봤지만 이건 입에서 욕이 나올만큼 상태가 perfect 했다. 박스만 중고였지 앰프 몸뚱이는 완전새거. 후후.. 다시 나머지 한놈을 꺼내었다. [으음.. 역시... 이놈두 좋구먼..]

오늘은 여기까지... 너무 에너지를 소비한 탓에 귀찮아 졌다. 하루가 지난 다음날 오후. 4년동안 여러 모노앰프들과 자웅을 겨루면서 가격대성능비 하나로 꿋꿋히 버티어 줬던 몬순이를 일단 걷어냈다. 좌우폭이 얇고 길이가 긴 캐리 모노블럭을 몬순이를 대신하여 셋팅했는데 모양새가 나쁘지 않다.

첫음을 들어보니 300B 치고 구동력이 꽤 있으며 캐리 답게 진공관 특유의 음색과 질감이 좋았다. 3극관 특유의 투명함. 거기에 300B의 마력이라 일컫는 피어오르는 듯한 잔향이 자연스러웠고 배경도 조용하고 깨끗했으며... 기타 등등.. 여러모로 음악에 빠지기에 캐리의 성능은 가격대비 만족한 수준이었다. 몇달 동안이나 음악을 잘 듣지 않던 나에게 다시 새로운 활력소를 찾아주기에 충분했고 이제 다시 300B 진공관을 모아서 이리저리 나만의 음 튜닝을 시작하기로 했다. CAD-300SE Signature 사용 진공관은 다음과 같다. (채널당 소요 진공관) 6SL7 X 2 (호환관 6SU7 / 5691 / ECC35 / 6N9S) 5R4 X 1 (호환관 5U4) 300B X 1

6SL7 진공관을 몇조 보유하고 있어서 초단과 드라이브단에 쓰이는 곳에 RCA 5691 레드베이스, 텅솔 6SL GT 브라운베이스, 실바니아 6SL GT 블랙베이스 등을 번갈아 꼽아보면서 최적의 음을 튜닝했는데... 아무래도 초단에 좋은 진공관을 영입해야 겠다는 생각에 텅솔 라운드 플레이트 (1조에 250~300 달러)를 두조 영입했는데 이것도 6SL7시리즈 중에서 정말이지 물건이 아닐까 싶었다. 정류관도 텅솔의 60년대 5U4를 새로이 구입해서 꼽아주고... 이제 남은 것은 출력관인 300B 진공관인데.. 몇조 모았다. 방출도 하고...성능과 문제가 되어 반품도 하고.. 제조 회사별로 개인적으르 느낀 300B 진공관 특성은 아래의 글들에 올려놓았으니 간략 참고정도만 하시길...

300B 몇조와 함께 약 한달간 Cary 300B 모노블럭을 사용하면서 개인적으로 생각한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장점 1. Tube 앰프답게 생긴 외관. 모노블럭. 2. 300B 싱글엔디드 이면서도 15와트의 고출력(?) 3. 저전력 소비 (채널당 120W 수준) 4. 300B 3극관이면서 중역이 옅거나 저역이 부실하지는 않음. 5. 단자는 WBT사용. 여러모로 볼때 제작자가 개념있게 만든 것 같음. 단점. 1. 15와트의 출력으로 사용가능 스피커의 범위가 제한적 (고능률 스피커 필요) 2. 트랜스에 약간의 찌이익 노이즈. (아주 미세한 트랜스 험인데, 자디스가 더 심했으면 심했지 요정도면 Pass) 3. 300B 진공관 가격이 고가 라는 점. 300B 싱글 앰프를 가지고 폭발적인 저역의 구동과 광대한 사운드스테이지를 원하실 것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시고 출력이 강력한 5극관 앰프를 찾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며 '300B 싱글앰프를 듣지 않고 진공관 소리에 감히 논하지 말아라.' 라는 도도한 300B의 가치에 관한 얘기들을 전에 오디오 동호인들 사이에서 자주 듣곤 했는데... 물론 300B 진공관이 갖고 있는 고유의 독특한 특성도 한몫은 하겠지만 전원부가 튼실하고 앰프를 구성하는 여러부품과의 조화가 뛰어난, 앰프의 등급이 높은 300B에서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이지 300B 진공관을 사용하여 앰프를 만들었다 하여 무조건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300B 진공관이 가지는 음의 자체적인 특성만 하더라도 회사별로 방대하지 않은가? 300B의 무조건적 환상에는 빠지지 마시길 당부드리고 싶다. 300B도 굳이 따지자면 단점도 많다. 개인적으로 캐리 300B 모노블럭을 경쟁 가격대로 놓고 점수를 매긴다면 85점 정도 줄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