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폴 앤 메리 음악까페에..

엊그제 주말에 아그덜 보고 싶다고 집사람이 서울에 다녀오잡니다.

장거리 버스타면 엉덩이 아프지만 이런 때 동행 안하면 점수 떨어지는지라 따라 나섰습니다.

이왕지사 간김에..

수도권에 가면 파주 헤이리마을에 있는 황인용 선생님이 운영하신다는 카메라타에 가서 웨스턴의 소리와 위용을 듣고 보고 싶었던 작은 소원을 풀어보려 했으나,

아그덜 반찬 만들어 줘야 된다는 집사람을 놔두고 혼자 다녀오기가 멎적어 가까운 곳을 떠올리다 보니 전등 하나가 머리속에 켜졌습니다.

애들 숙소가 한남역 부근인데 걸어서도 갈만한 압구정역 부근에 있는 피터 폴 앤 메리 음악까페가 생각난 것이죠.

지난달에 어느 일간신문에 LP카페 몇군데를 소개하는 기사를 보고 메모를 해놨었거든요.

지리에 제법 밝은 딸을 데리고 버스를 타니 한 정거장만에 내리더군요.

신사동에서 목적지를 찾으며 어느 길을 걷는데..

우와~ 왠 까페가 이리도 많습니까?

보이는 까페 대부분이 창문도 없이 툭터진 공간이고, 그 많은 공간마다 젊은 청춘들이 바글바글 하더군요.

그런데 대부분 음악소리는 없고 잡담소리만이 만발한듯하여 그거 참..

저 같은 촌사람 눈에는 눈앞에 펼쳐지는 여러 현상들이 그저 어리둥절..

18시경에 목적지를 찾아서 들어갔더니 19시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업무 시간전이라서인지 손님도 안보이고 주인어른도 안계시더군요.

종업원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몇장 찍고는 나와서 잠시 부근을 거닐다가 19시경에 다시 그곳으로 가는데 바로 옆에 있는 압구정성당에서 어버이 은혜 노래소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그날이 마침 5월8일이라 미사가 끝나고 특송곡으로 성가대에서 불렀나 봅니다.

음~

잠시지만 하늘나라에 계실 부모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Peter Paul & Mary에 다시 들어가서..

생맥주를 한모금씩 하면서 귀를 종긋해보니 대형스피커 다운 엄청난 스케일감이 비교적 작은 음량에서도 가슴을 울렁이게 합니다.

대형스피커의 가운데에는 몇 년전 광주의 한울림에서 봤던 JBL의 그 유명한 파라곤도 보였는데 좌우에 자리잡은 대형기에 비교하면 어른과 어린이 정도로 비교되어 보이더군요.

어쨌든.. 셋팅은 대형스피커에 맞춰진 상태였고요..

DJ를 보는 젊은 분에게 신청곡을 부탁해서 몇곡 들어봤는데..

현악 음반을 찾다가 우연하게 제일 먼저 눈에 띈 이글스의 음반을 듣게 되었습니다.

호텔 캘리포니아를 듣는데 마치 공연현장에서 실황으로 듣는 것 같은 생생함과 사실감이 처음 맛보는 기네스라는 생맥주 맛을 더욱 돋궈주는듯 했습니다.

약간 씁쓰름하면서도 묘하게 혀에 기포는 부드럽게 액체는 알싸하게 다가오는 감칠맛이 일품이더군요.

궁금해서 스마트폰으로 기네스를 검색해보니 무려 25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것도 인식하게 되었고요.

생맥주 종류중 아사히도 있길레 궁금해서 맛보았는데 깔끔하기는 하지만 제 입맛에는 밍밍하더군요.

어쨌든.. 생맥주를 거푸 5잔 마셔가면서 들어보는데..

브라더스 포, 피터 폴 앤 메리, 에릭 크랩튼 등..

목소리의 질감과 기타나 관악기의 실제감은 아주 뛰어나더군요.

그러다..

15,000 여장이나 된다는 LP중에서 정경화 선생님의 연주 음반이 어찌어찌 보여서(성음에서 발매한 LP) 신청..

엘가의 “사랑의 인사”곡을 들어볼 때는 고음에서 약간의 날카로움이 느껴져서 바이올린음 재생에는 조금 별로인가? 의문을 가져봤습니다만 다양하게 현악음반을 들어보지 못한 상태이고, 매칭 앰프도 한가지로만 재생했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겠습니다.

젊은 DJ분 얘기가 클레식 곡을 계속 재생하면 손님들의 호감도가 떨어져서 올드팝 위주로 선곡을 한다고 해서 더 이상 부탁하기가 미안했습니다.

두시간 정도..

생맥주와 음악..

아주 유익하고 행복한 경험이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