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예술마을의 카메라타

엊그제 토요일 밤이었습니다.

갑자기 집사람이 서울에 있는 애들한테 다녀온다는 겁니다.

다녀온지 몇달되었으니 냉장고속 반찬이며 청소상태 등을 점검하러 간다면서 동행을 해주면 좋겠다는데..

당신은 오디오나 음반에는 관심이 많지만 애들한테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둥.. 둥둥..

완죤히 껄쩍지근하게 만들더군요.

그동안 애들한테 보낸 반찬통만 해도 몇보따리 되겠다는둥.. 짐정리하고 가져올 것이 많을꺼 같은데 우리차를 가져가면 좋겠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죵..

그래서 결국은..

일요일 아침 일찍 한남동에 있는 애들 자취방으로 향했고,

집사람이 냉장고 정리하는 동안 저도 화장실 청소 등 거들면서 점수를 좀 땄습니다.

이왕 차를 가져왔으니 10여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서 황인용선생님이 운영한다는 카메라타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한남동에서 한강변에 있는 길을 따라서 51km 거리에 있는 헤이리에 5시경에 도착했는데

헤이리예술마을 주변 곳곳에서 수많은 인파에 놀라고,

한참 헤메다 찾은 카메라타에 들어갔더니 웨스턴의 위용에 음~

그런데 운좋게도 카메라타에서 그날 저녁에 작은 음악회가 있더군요.

7시부터 시작한다길레 얼른 예약을 해놓고 부근에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한뒤에 6시20분에 다시 카메라타에 왔더니 그날 공연을 하기로 한 두명이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마리솔과 피아니스트 홍소유 두명의 연주자였는데..

10분 정도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바이올린 소리에 뻑 갔습니다.

연주자들이 옷갈아 입고 잠시 준비하러 들어간 사이에 100석이 약간 넘어보이는 그곳에 관객들이 거의 들어찼고,

7시부터 연주가 시작되었는데 목소리로만 수없이 들었던 황인용 선생님이 나오셔서 당일 연주곡과 연주자들에 대한 짧은 소개와 이마리솔이 켜는 바이올린이 170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설명도 해주시더군요.

연습할 때도 바이올린 소리가 참으로 좋다고 느꼈지만 제가 카메라타에 처음 가본지라 그곳의 청음 환경이 좋아서 그런갑따 정도로만 짐작을 했었는데 스트라디바리에 그 해답이 있었던가 봅니다.

바흐, 프랭크, 브라암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약 1시간30분 정도 연주했는데 증말 좋았습니다.

두명 모두 제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었는데 연주 모습과 기량이 보통이 아니더군요.

아마리솔의 바이올린 문지르기(?) 기량은 바딤 레핀의 dvd를 보는 것 같았고,

함께하는 홍소유의 피아노 연주 모습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처서 너무 보기에 좋았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을 잡은탓인지 온몸에 행복한 느낌이 쫙 퍼지는데..

이야~ 애들 때문에 이런 행운이.. 기분 좋았습니다.

그날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면서 제가 들어본 스피커중 스트라디바리와 가장 가까운 기종은 무엇인가도 생각해 봤습니다.

고풍스럽고 회고적인 색깔(검정색과 회색이 섞인듯한 색이 연상됨)의 소리였는데 의외로 굉장히 풍부한 음량이 가정집에서 듣는다면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였고요.

고역의 선예도가 모두 아주 세밀하게 나오는 소리였는데 날카롭지 않은(귀에 거슬리지 않는) 증말 매력적인 소리 특성을 느꼈습니다.

몇 년전 목포에서 들었던 탄노이 블랙과 비슷한 소리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드라곤성님 작업실에서 들었던 오토그라프 통에 장착된 실버15인치 소리의 고역특성과도 비슷한 고역 특성의 유사성을 느꼈습니다.

또한 여수에서 들었던 웨스턴 753C도 생각났습니다.

자연스러운 표현력 때문에요.

좌우지 장지지지.. 좌우당간 시간은 흐르고.. 작은음악회가 끝나고,

황인용선생님께 기념사진을 부탁드렸는데..

참 소탈하시더군요. 흔쾌이 응해주시면서 어디서 왔냐고 여쭤보시길레 광양에서 왔다니까 먼데서 왔다고 반겨주셨습니다.

10년전부터 웨스턴 스피커 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와볼려고 생각만 하다 이제야 첫방문을 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앞으로는 2년에 한번씩 이래도 오라고 맨트를 위트있게 날려주시데요.ㅎㅎ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대표적인 사람중 한분이 아닌가 싶고,

작은 까페를 해보고 싶은 저의 이상향을 실현하고 즐기고 계신 분이라 반가움이 매우 컷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번에는 카메라타에 놀러가서 온종일 음악을 듣고 싶고,

황선생님이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많은 분들께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