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탓에 오디오랍시고 쬐끔 한다고 남들에게 이거 사라 저거 사라 추천이란 것도 하고, 이 스피커가 어떻고, 이 앰프가 어떻다고 떠벌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쥐뿔도 모르면서....
그런데, 무슨 기준으로???
오늘에서야 제가 얼마나 어이 없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춘천에서 세종 솔로이스츠의 사계 풀 스토리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현악을 위한 세레나데, 브리튼의 눈물(이건 첨 들어 봤음)이 2부에서 연주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오디오 시스템이 얼마나 열악한 시스템이었는지를 단박에 알게 해 주더군요.. 그리고 실연의 감동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알게 해 주었습니다. 클래식 좋아하는 사람치고 사계 한 번 들어 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사계가 이렇게 좋은 음악인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열정적인 손놀림과 표정, 서로 눈빛을 맞추는 것을 보면서 귀로만이 아니라 오감으로 느끼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하이엔드급 오디오라 하더라도 결코 재현해 낼 수 없는 감동이 실연에는 있더군요.
클래식 잘 모르는 제 동생들도 감동을 받았답니다. 전 연주자들에게 사인을 받고, 리차드 용재 오닐이라는 사람의 비올라 음반도 샀습니다. 전 잘 몰랐는데, 이 사람이 입양아신분으로 음악가로 성공하여 인간시대(?)라는 프로그램에 나왔었다는 군요.. 그래서인지 유난히 그 사람하고 사진 한번 찍으려는 팬(?)들이 장사진을 이루었습니다. 저는 맨 끝에 있다가 사진 찍는데 실패했구요... 아쉬웠습니다.
돌아오는 동안 그 사람의 음반을 들으면서 왔습니다. 비올라의 음색이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 마음 속에 있는 무언가가 뿜어져 나오는 것인지 음반 전체가 약간 애수를 담고 있는 것 같아 그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앞으로는 그 동안 기준도 없이 기기에만 연연하던 자세를 반성하고, 연주회장을 많이 찾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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