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권석민입니다.
저도 큰 감동을 받고 왔습니다. 더구나 마침 지갑에 현금이 부족하여, 4만원짜리 입장권을 2만원만 주고 보았기에 그 감동은 더 크지 않았나 봅니다.
저는 그날 저녁에 다른 일이 있어서 연주회장 갈 것을 포기하고 있었으나, 일이 예상보다 빨리 7시 경에 끝이나서, 급히 공연장으로 갔습니다. 도착하여 어렵게 주차를 하고 헐레벌떡 뛰어서 현장 매표를 하려고 갔습니다. 마침 비교적 좋은 자리의 표가 한장 있어 구매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내 지갑에는 2만6천원이 전부였지요... 표값은 4만원이고... 난감해하는 제게 그냥 2만원만 내고 빨리 들어가라고 호의를 베풀어 주었습니다.
저는 브리튼의 곡을 매우 감동적으로 들었습니다. 리차드 용재 오닐의 연주는 처음 들었는데... 신세대 풍의 겉모습과는 달리 연주가 매우 깊이가 있고 곡의 해석도 무척 학구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돈이 없어 그의 CD도 못 샀지만... 신세대의 음악적 해석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게 만들어준 훌륭한 연주였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전반부에 연주한 비발디의 사계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연주였다고 봅니다. 워낙 유명한 곡이고 많은 명반들을 통해 최상의 연주를 들어온 관객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이 보이더군요. 특히 솔리스트를 바꾸어가며 연주하는 기법은 좋은 시도였지만, 전체적인 곡의 일관성을 깨뜨리고 산만하게 들리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2악장에서는 독주바이올린과 첼로의 소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은 연주장의 규모가 실내악단의 연주에는 좀 컸기 때문에 생긴 음향학적 문제도 가미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개인의 기량을 앞세운 연주가 주된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전반부에서의 연주자들의 배치도 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특히 첼로의 독주를 맏은 연주자가 무대 뒤쪽에 위치하여 있었던 것이 저로서는 납득하기 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후반부의 연주는 매우 만족스러웠고, 감동은 차이코프스키의 파도처럼 넘실대는 현악의 유려한 멜로디에서 절정에 다달았습니다. 오랬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좋은 연주회였습니다.
권 석 민
05-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