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절 음악에 대해서 꽤 안다고 자부심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듣던 별표 전축과 초딩 5학년인 1979년부터 시작된 음반 콜렉션.
대학 방송국에 입학해서도 선배 PD들보다 내가 더 많이 안다고 자만하던 시절,
대학졸업 후 직장 초년병 시절까지.
그러나 차츰 같은 동호인들을 알게되고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음악 평론하시는 분들과 담소를 하게 되면서 만고불변의 진리를 깨우쳤다.그것도 나이 30이 지나서.
정말 오만의 극치를 달렸던 게죠.
내가 아는 것보다 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음을...
잘 아는 두 분의 음악평론가 중에 한 분은 나 같은 오디오파일은 취급도 안하신다.반면에 다른 한 분은 상당히 개방적이시다.그러나 두 분 다 좋다.
왜냐면 한 분은 옛날 SP시대와 LP시대만 인정을 하시는 분이라 늘 추억과 돌아갈 수 없는 과거로의 여행을 일깨워 주셔서.
또 다른 한 분은 마치 스폰지처럼 마음껏 받아들이셨다가 타인에게 주실땐 스폰지에서 물을 짜낼 때처럼 흥건하게 주시기 때문에...
이 분이 하시는 말씀중에 항상 가슴에 새겨 두는 말이 있다.
"나는 프레이징이 어떻고 패시지가 어떻다는 말은 쓰지도 않고 그 말이 주는 어감이 싫어.그리고 자의적인 해석이니 탐미주의적이니 하는 미사려구로 포장하는 것이 너무 싫어"
그러면서 이 분은 평론가의 편견을 너무나 싫어하셨습니다.
저 역시 어느 책의 별표나 음악을 해설한다는 것을 싫어하고 공부를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어불성설이지만 저는 공부를 합니다.다만 그것은 제 가슴과 귀로 느끼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로서...
간혹 오프라인 모임이나 고전음악동호회에서 정말 사소한 문제로 의견 차이로 문화적 충돌이 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분의 음악세계이건 그 분 나름대로의 철학과 표현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에 수준이 어디 있고 가벼움과 무거움이 어디 있을까요?
음악은 별나지 않은 기억력으로 남들 앞에 지휘자니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읊조리는 것도 아니고 세 치도 안되는 혀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음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봅니다.
안단테 악장이 지루해서 못 듣고 알레그로 악장만 듣다가 지금은 클래식 감상에 조애가 깊으신 분도 잘 알고 바하만,모차르트만,말러만 천착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어느 분이 어떤 콜렉션을 하셨건 다 그분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으시다고 봅니다.
오프활동을 자주하며 찾아뵙는 분들의 가정을 보면 제가 모르는 음반들,알지 못하는 뮤지션의 음반들이 많을 때마다 화들짝 놀랍니다.
물론 당연한 것이죠.
일년에 보통 일만여장의 음반이 국내에서 유통되니까.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마치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옷장 속의 물먹는 하마처럼 감동을 주고 감흥을 주는 것이라면 흡수하고 맛을 보고 FEEL에 꽃혀 가슴 설렘을 경험하고픈 그런 자세로 항상 살고 싶습니다.
사실은 오늘 갑자기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의 음반이 듣고 싶고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의 음반이 듣고 싶었는 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없는 이들의 음반이 많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횡수 한마디...
원 창석 배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