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비교적 그렇습니다.
사실 오만과 편견이 다른 이를 통해서만 나를 다시 생각해 보면서 화들짝 놀랄 정도로 있는게 아니더라구요. 제 자신에게도 있었습니다. 불과 4-5년 전에 즐겨 들었던 곡들이 지금은 하찮을 듯 느껴지기도 하고 2-3년 전에는 죽어도 이 딴 음악은 못 듣겠다 하던 작품들이 지금 느끼기에는 명작으로 그야말로 감성과 이성을 꽉 조여주기도 합니다.
그런 걸작들을 통해서 내가 당시 표현해 내고 싶던 의식세계과 의식 이전의 모든 것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 예술가들의 위대함이다...하고 느껴 버려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가 없게 만들어 버리지요.
그것이 오만에 편견에 선입관에 혹은 그것이 취향에 걸린 문제이든지 간에 그래도 내가 변화 혹은 발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고 그렇게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합니다. 고맙기도 하구요.
그렇게 재인식되어 버린 아티스트 중에 대표적인 아티스트가 저에게는 피카소 입니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클림트에 홀딱 홀려 버려 너무나 대중적이었던 피카소는..그냥 "피~~칵~소.."하고 있었더랬습니다. 물론 지금도 클림트가 수준 낮은 아티스트 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피카소의 그림자들을 그 동안의 세월의 격량속에서 발전(?)되었다고 느껴지는 제 감성으로 다시 느낄 수 있었을 때.. 피카소 선생은 정녕 위대한 예술가로서 나에게 다시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휘자 중에는 누구나 잘 안다고 보는 "토스카니니"와 "카라얀"입니다. 극동의 가장 멀리 떨어진 동네의 옆집 유치원 아가씨까지 다 고개를 끄덕일 만한 엄청난 유명세때문에 그들의 내공이 왕창 느껴지는 진정한 "창조된 작품"이 보여지지 않고 음악외적인 기행(?)만이 난무해져버린 이 때, 감히 제가 보기에 비운의 아티스트라고 생각되어지고 있는 분들입니다. 이런 천재들에게 감히 2년 전 까지만 해도 ...어떻게 카라얀을 아직 듣냐? 혹은 토스카니니의 무작정 "fast and furious"가 한심하지도 않냐? 생각했던 적이 있었기에 지금 다시 듣는 그들의 정교하면서도 감동적인 그리고 아무나 할 수없는 엄청나게 유연한 오케스트레이션 효과는 더욱 존경심을 가지고 그들의 음악을 대하게 됩니다.
대중음악 쪽에서도 공력을 재삼 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맨날 마릴리온이 어떻고 클라투가 어떻고 어디서 킹덤 컴이 어떻고 예스가 어떻게 하다가 ABWH가 되고~~등등 그러다가 그런 동네에서만 놀다가 다시 발견하게된 "아바"는 진정한 멜로디 메이커 였습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코드(?)진행하며 더우기 그것이 정말 아름다운 멜로디로 나올 수 있게 만들어 버리는 그 신비스런 능력은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쪽에서는 "윌리엄 와일러"라는 거장을 다시 보게 됩니다. 쿠로자와에 경도 되었고 페델리니에 넋이 나가고 키에슬로브스키에 가슴이 떨리고 타란티노에 녹아있다가도 와일러선생의 대작 속에서도 뾰죽히 인간이라는 캐릭터를 교묘히 서게 만드는 상상할 수 없는 신의 솜씨는 말을 잊게 만듭니다.
물론 오늘은 이렇지만 내일은 어떤 위대한 분들이 감동과 존경을 느끼게 하며 저에게 나타나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이제는 그것이 그렇게 두렵지 않습니다.) 그렇게 어떻게 튈 지 모르는 인생이라 더욱 살 만 할 지도 모르는 인생이 아닌가 하렵니다. 비록 이성의 한 쪽은 희망의 빛을 잃어가지만 감성의 한 쪽은 따스한 나날이 되는 것도 재미있는 삶의 한 부분이려니 생각하면서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