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싶었다가 경영학을 전공하게 된 대학생활이 부실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써클생할과 취미생활이 우선시 되었고 억압된 구속에서 벗어나 이성을 마음 놓고 바라볼 수 있었고 경험(?)할 수 있었던,그래서 조금은 관음증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시절이 대학초창기.
순전히 작업을 걸거나 능수능란한 여자CONTROL을 위한 보조수단(여성 오디오파일들의 이해를 구함,원래 남자는 다 이런 소아병적인 기질이 일부에게서 나타난다고 강력히 주장함)으로써 심리학 강의를 들은 일이 있었다.칼 융이니 프로이드니 리비도니 파블로프니 뭐 귀신 씻나락 까먹는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한 학기의 수업동안 기억속에 남은 어휘라고는 새디스트와 마조히스트...역시 이 놈의 뇌 기저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변태적 성향은 이 때부터 꿈틀거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평일 10시 이후 츄리닝복 바람에 쓰리빠를 찍찍 끌고 부시시한 얼굴과 산발한 머리로 빨갛게 충혈된 썩은 동태눈으로 동네 비디오 가게에 가서 주인 아저씨하고 "단골인 데 쥑이는 걸루다 써비스로 하나 주세요"로 점철되면서 쌓인 영화공력에서도 새디즘과 마조히즘은 기억 저 편에도 아직도 끈적끈적하게 남아 있다. (참고로 ...부인류의 에로물은 절대 안 봤음을 맹세)).
역설적이게도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꼴불견으로 생각하는 남자의 모습은 평일 10시 이후 비디오 가게를 전전하는 상기 인상착의의 행색을 하는 부류의 인간들이다.여자는 껌을 질근질근 씹어대며 한껏 치장한 외모에 손톱으로 긁으면 수 센티미터는 됨직할 화운데이션을 했는 데 그 입에서 나오는 경박스러움의 극치를 달리는 부류다.
내가 정작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오디오파일은 새디즘과 마조히즘의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서이다.
같은 오디오 파일을 잔인하게 그러나 어쩔 때는 잔인하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뽐뿌하는 충동,그런 류의 뽐뿌를 2%가 어쩌네,질감이 어쩌네,직진성이 어쩌네,정위감이 어쩌네,스테이지가 어쩌네 하면서 각종 음탕한 방식으로 염장을 지른다는 의미에서 새디스트의 성격을.
불특정 고수이건 고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무조건 지배되어 그 사람의 리뷰나 말이라면 마치 가죽채찍이라도 맞을 준비가 되어 있고 가시면류관을 쓰신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으로 십자가를 짊어지고 올라가시는 고통이라고 자위하며 그런 생각에 지배되거나 다른 사람이 그 조합은 아니라고 말려도 반드시 일단은 경험해서 쓰디 쓴 고난과 낭패를 경험하고 내가 왜 이랬을까?라는 참담함을 맛보고도 아!역시 그 사람은 나하고 속궁합이 잘 맞아.역시 고수야라고 인정하면서 정신적으로 노예나 노리개감이 되어가고 있는 마조히스트의 성격을.
오디오파일은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는 양자의 성격을 모두 다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육체적인 애정과 탐닉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닌 새디스트의 삶과 마조히스트의 삶이 그래도 사랑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도 담고 있다고 본다.
그러기에 많은 오디오 파일들이 자신의 현관문을 열고 동호인 모임을 갖고 자신의 지식을 나눠 주고 오늘도 내게 뽐뿌라는 사랑의 채찍질을 해 줄 사람이 누구일까 말은 안하지만 기다리고 여기저기 다니며 이 음반이 좋네 저 기기가 좋네라며 지갑을 얊게 하고 적금을 깨게 하고 그런 모습을 이상야릇하게 즐거워하며 자신의 애정표현이었음이라고 자부하는 날을 그리고 그런 사람을 오늘도 난 기다린다.
그런데 보다 더 솔직히 얘기하면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얼마 안 남은 인격파탄을 막기 위하여 본능의 일부는 거세하려고 노력중이다.
더 웃긴 건 내 뽐뿌에 그렇게 당하고도 돈 맡겨 놓고 음반 사 달라는 사람들,주구장창 바꿈질하고 수시로 내 채찍질에 당하고도 분냄새 맡으러 가자는 사람들이 있다.더 웃긴 건 내가 밥 사고 술 사야 되는 데 그들이 술도 사고 밥도 산단다.아마 보다 더 큰 대형 뽐뿌로 나를 인격파멸의 길로 이끌려고 하는 지...
원 창석 배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