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딩어 일 때...처음으로 진정한 오됴기기를 대면했었습니다.
오늘은 치적이는 체감습도를 조절하면서 저에게 비친 진정한 기기 이야기를 한 번 해 보려고 합니다. ^^ ( 첫경험 이야기지요..재밌겠당.)
당시 조금 놀았던 저는 소위 "건장한 후배님"들이 몇 사람 있고 "막강한 선배님"들이 몇 분 계셨던 모 써클에 몸을 담았더랬었습니다.
매주 모여서 나름대로의 식순에 의해 할 짓, 못 할 짓 등등등.. 다하고 다녔는데, (물론 건전한(?) 사교 문화 보급에 앞장도 서보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해 보고, 뭐 그런 훌륭한 모임이었습니다.)
고 2 겨울 방학 때라고 생각이 됩니다. 당시 외로움과 추위에 떨던 우리 몇 몇은 마침 학교 가까이 기거하고 있는 한 후배놈의 집으로 쳐들어 가기로 마음을 먹고 공중전화에 20원을 넣은 뒤 놈이 집에 있나 없나를 확인했었습니다.
(당시는 재수생 아니믄 학원도 못 다니게 하는 호시절이었던 관계로 학교의 보충수업만 없으면 혹은 학교에서만 어떻게든 탈영을 하면 에브리데이, 헤븐스 데이 였습니다. 불쌍한 지금것들~!)
아..마침 있다는구만요...크~ 조타..하고 무조건 쳐들어갔습니다. 대부분은
집에서 놀지는 않는데..날도 춥고..마음도 추워서 무조건 따스한 곳으로 갔으면 하는 모두의 소망으로 그 녀석네 집으로 향하게 된 것이지요..
40여평정도 되는 아파트 였는데...저는 세상에..거기에서 머리에 물바른 이 후 정말 이상하게 생긴 스피커라고 생각되는 놈을 하나 봤습니다.
맨날 롯데 파이오니어 혹은 인켈~! 이런 거나 켄우드니 소니니 아이와니 산수이니 마란쯔니 하는 일본식 혹은 반일본식 한국산 전축만 보다가 소위 사나이의 로망 맥킨토시의 푸른 빛에 접해있는 생긴 것도 이상한 보스 901을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맙소사...언뜻 서점에서 보는 오디오 책에서나 나올만한 그런 것들이 이 집에는 있는 겁니다..
친구놈들과 후배놈들은 그 후배놈 방에서 나름대로의 엔터테인먼트에 열중해 있을 때, 나는 거실에서 그냥 멍하니 앰프랑 스피커랑 그리고 나까미치라고 기억하는데..하옇든 그 데크에다가 AR이라고 생각되는 턴테이블의 조합을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한 30여분을 그렇게 게기다가..고 놈에게 부탁을 해서 전축 좀 틀어보자고 했습니다.
집에서 맨날 파이오니어 뮤직센타 (당시 무지 유행이었습니다. 턴테이블+앰프+튜너+데크+스피커 아시죵?)가지고 빽판을 주구리 장창 들으며 젊은 날의 고뇌를 씹고 있던 놈에게 이런 기회가 그냥 지나간다는 것은 신이 보시기에도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생각을 하고 무조건 틀어보자고 한 거 였습니다. (- 밤 늦도록 헤드폰 끼고 핑크 플로이드나 킹 크림슨, YES, ELP, 무디 불루수 같은 밴드의 빽판을 돌리면서 살아야 뽀대나는 삶인 줄 알았던 그런 시절입니다.)
뭐 그런데..이 놈은 아주 쉽게 맥킨에 전원을 넣고 판을 뒤적거리기 시작을 하더만요...
"형 뭐 틀어볼까??" 묻는 그 놈이 어찌나 앙증맞게 보이던지~
"야..이거 정말 비싸겠다..소리도 물론 좋겠지? 근데..막 이렇게 만져도 되냐?" ...
"아부지께 걸리믄 죽지...그래도 몰래 몰래 들어..엊그제 사온 빽판이 있는데..한 번 들어 볼래?"
그러면서 틀었던 곡이 바로 머레이 헤드의 원 나잇 인 뱅콕~!을 틀어주더만요...
아으... 제가 최초로 빽판이 이렇게도 입체적으로 재생이 될 수 가 있구나 하고 느낀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그 때는 무지하게 이상하게 거실의 오됴기기 배치가 느껴졌는데...스피커들이 길쭉한 거실에서 거실 창을 뒤로 보고 있었고 그 거실 창에서 한 1.5 m 정도 앞으로 나오게 하여 배치되어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스피커를 바라 보는 나의 오른편에 여느 집처럼 테레비가 놓여져 있었고..소파는 나의 왼편과 일인용 소파가 내 자리에서 스피커와 정면으로 배치가 되어있었지요.
그러니까..3인용 소파 와 거실 창 사이가 약 3m 정도나 떨어지고 그 공간 사이에 스피커와 에어컨이 있는 그런 배치였습니다. 참 볼쌍 사납게 사네...하고 생각을 했었었지요.
뭐 우짰거나 보칼이 조금 크게 정면에서 다가서고 전 후 좌 우 로 음의 파편이 날리기 시작하는데...정서적인 충격이 엄청났었습니다.
쿵짝 쿵짝 두드려대는 드럼 비트랑 중얼거리는 매력적인 비음이 가득히 내 앞의 무대를 채우는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이런 살아있는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구나...
게다가 흔들리는 맥킨의 파워 메타는 이 첫경험의 황홀경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고딩을 어찌나 한 술 더 떠서 흔들어 대는지..쿵짝 거릴 때 마다 좌우로 양 쪽에서 흔들리는 푸른 파워 메타는 -정작으로 고와서 서럽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제 눈으로 확인을 시켜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종종 빽판으로 원 나잇 인 뺑콕을 틀어댑니다만서도...무대는 엇비슷하게 나오는 듯 한데...뭔가 아쉬운 구석이 무지하게 많습니다..왜 그 때 소리가 안 나올까요? )
사실 그 첫 경험 이후에 거의 8년 정도를 아이와 워크맨과 파이오니어 뮤직센터에 적응하면서 살긴 했었습니다,
그 당시 공부했던 성문이니 정석이니 혹은 맨투맨이니 참고서 앞 뒤 첫 표지 빈 종이에는 스피커와 앰프 그리고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는 제가 그려져 있습니다.
앰프는 언제나 레벨 메타가 전면에 있는 맥킨토시이고 스피커는 책에 따라 다양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어떤 때는 리본 트위터를 달은 스피커 이기도 하고..(그 때 선전을 무지 했었거든요.) 그저 크기만 한 XRT 씨리즈 처럼 유닛을 쭈욱 박아 놓은 스피커도 그려져 있고, 단순히 풀레인지 한 개 만으로 길쭉하게 그리고 키만 크게 그려진 스피커도 있습니다.
정말 그로 부터 거의 8년 후에야 대학나오고 간신히 돈을 벌 수 있을 정도가 되서야 셀레스쳔 북셀프를 중고 구입해서 파이오니어 인티앰프에 아남 CDP에 연결해서 롹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주 그럴 듯 하게 말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보스 901의 음이 너무 라이브틱 하지 않았나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너무 쿵쿵거리기만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도 일단 뚜렷한 입체감과 무대를 가득매우는 그 동안 느껴보지 못 했던 밀도감, 그리고 살아있는 악기들의 음색...이런 것들은 아직도 그 때 생각을 하면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빽판의 지글 거림이 묻혀버린 그 감동과 함께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