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Adam Compact 스피커
게다가 필자처럼 돈없는 오디오파일의 경우 좀 오래 되었어도 이른바 명기라고 인정 받는 중고 기기들 중심으로 관심을 갖게 되고 또 보유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새로운 제품에는 별 관심을 갖지 못하거나 혹은 경제적으로 언뜻 시도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새롭게 나날이 발전하는 오디오 산업의 흐름에서 사실 많이 뒤떨어질 위험성도 있는 것이다. 해서, 요즘 하이엔드 스피커들의 경향은 어떤지 한번 경험해 본다는 마음에서 선뜻 리뷰 요청에 응하게 되었다.
외모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의 눈에 첫 대면한 아담 컴팩트 스피커의 외모는 그다지 잘생겼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일단 북쉘프 치고는 큰 편인데, 무게는 적당히 나가지만 아주 묵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메이플 컬러의 인클로져는 깔끔하고, 두드려 보았을 때 통울림 같은 것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걸로 보아 인클로져 설계는 충실히 된 것 같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소리에서도 불필요한 공진이나 지저분한 울림은 거의 없었으니 잘 만들어진 인클로져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 돌출된 전면 배플(재질이 무언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나무는 아니니까)의 회색빛 컬러도 특이한데, 아마도 배플의 회절현상 같은 것을 방지하려는 메이커측의 장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천편일률적인 네모난 북쉘프형 모양보다는 그래도 이쪽이 낫다고 위안(?) 해본다. 그리고, 소리가 좋으면 모양이 문제인가?
이 스피커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리본트위터에, 케블러 재질의 에톤우퍼가 채용되어 있다. 외모 상으로는 육중한 저역과 뻗쳐 오르는 고역을 상상하면서 시청에 들어가게끔 만드는 그럼 모양새다.
스펙
제조사에서 밝히고 있는 ADAM사의 주무기는 A.R.T.(Accelerated Ribbon Technology)를 사용한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인데, 이 기술은 4:1의 속도비로 다이어프레임과 공기의 움직임을 변환시켜 공기의 움직임을 4배 빠르게하여 보다 향상된 음질을 내게 한다. 그 외에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A.R.T 트위터의 다이어프레임 면적은 1인치 돔트위터의 면적보다 넓기 때문에 다이나믹이 보다 우수하다.
• A.R.T 트위터의 임피던스는 거의 완벽하게 선형적이다. (3.2+-0.05옴)
• 헥사콘우퍼는 허니컴구조의 노맥스로 구성되어 있고, 표면은 케블라로 코팅되어 있다.
• 케블라의 연신율은 강철의 1000배 이상으로 케블라를 사용한 헥사콘은 페이퍼, 폴리프로필렌, 알루미늄 보다 단단하고, 강하다.
8옴에 86db정도니 북셀프 스피커로 매우 낮은 감도와 능률이라고 볼 수 있고, 3db 내외에서 40Hz~35kHz의 재생 대역을 갖고 있다고 한다. 북쉘프치고는 대역폭이 넓다. 소리 내는데 꽤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음반을 걸어보았다.
소리 들어보기
집에 가져와서 필자의 소너스 R2 스탠드를 받치고 올려놓았다. 시스템 라인업은 앰프와 씨디피는 모두 린이고 전원장치는 하이드라를 사용하고 있다. 처음 소리를 울려보았는데, 적잖이 실망이었다.
일단 전체적으로 소리가 뿌연 느낌이었다. 에이징이 전혀 되지 않은 전형적인 소리이다. 전체 구동한 시간이 10시간도 채 안 되는 신품이라고 했으니, 그럴 수 밖에. 조금 참고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몇곡 더 들어보았다.
소리의 기본 성향은 상당히 부드럽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리본 트위터라 하길래 왠지 고역이 쭉 뻗고 시원시원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유순한 느낌이었다. 나중에 지인한테 물으니, 리본트위터들이 생각보다 부드러운 특성을 지닌다는 답변이었다.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잠시 들었을 때에는 상당히 광대역하면서도 다이내믹이 돋보였던 것 같았는데, 집에서 들으니 딴판이다. 얌전하고 질감이 좋다. 대신 포효하는 듯한 음의 위력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리스닝룸의 차이인가, 혹은 기기의 차이인가?
무대 크기나 묘사력도 평균적이었고, 무대 깊이, 대역 밸런스, 스피드 등에선 큰 특징이 발견하지 못하고 일단 번인부터 시켜보기로 했다. XLO의 번인 씨디와 레퍼런스레코딩의 투티를 가지고 며칠 동안 에이징을 시켰다.
그리고서 한 3일 정도 지났을까, 슬슬 몸이 풀리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전대역에 걸쳐 소리가 모난 구석이 없고 상당히 부드럽고 편안하다. 생각보다 소리가 쉽게 흘러나오는데, 물론 필자의 리스닝룸이 작은편이고 룸튜닝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극적인 소리는 잘 나지 않는다는 환경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지금 쓰고 있는 린필드 300L과 비교했을 때 분명히 훨씬 더 부드럽고 편안했다. 중역대가 상당히 튼실하다는 느낌이었고, 보컬곡을 들었을 때 육성의 느낌과 질감이 상당히 괜찮았다. ‘오호, 이것 봐라?’ 하는 느낌이 들어 내침김에 몇 곡을 연속해서 들었다.
헤레베레 지휘의 모짜르트 레퀴엠에서는 무대의 깊이감과 합창단의 위치가 잘 드러나고, 북 타격음이 육중하면서도 그 질감이 살아 있었다. 재즈 트리오를 몇곡 걸어 보았는데, 우드 베이스의 음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뭐랄까, 모나지 않는데 음의 몸통과 두께가 적절히 묘사되면서 기분 좋게 음이 다가오는듯한 느낌이랄까. 그뤼미오가 연주한 헨델의 바이올린 소나타에서는 바이올린이 신경질적이 전혀 아니어서 좋았고, 하프시코드가 지나치게 반짝이지 않아서 좋았다.
즉, 고역쪽에서는 기분 나쁜 광채가 없는 것이다. 최근에 수입되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알파 레이블의 씨디들 몇 개도 걸어보았는데, 아주 좋았다. 비발디의 첼로 소나타 모음집에서는, 현악기의 질감과 하프시코드의 명징함이 아주 잘 어우러졌고, 특히 묵직하면서도 튼실한 통주저음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또, 혼의 매끄러움과 따뜻함이 아주 들을만했다.
내친 김에 메탈리카도 걸어 보았는데, 이런 종류의 음악과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첨예함이랄까, 샤프함하고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고역의 뻗침이나 예리함이 안 나오고 있다는 말도 되겠다.
집에 들어온지 대략 일주일쯤 되자, 간간이 고역의 뻗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편안하게 음악을 듣고 있는데, 순간순간 바이올린이 쭉 치고 올라간다. 속으로 ‘아하, 이제 풀리기 시작하나보다’ 무릎을 쳤다. 이후 집중적으로 바이올린 곡들을 청취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트위터가 풀리면서 고역의 개방감과 질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수준이 되어 가고 있었다. 고역이 풀리니, 더불어 저역의 깊이감과 단정함도 향상되었고, 무엇보다 배경의 정숙함, 음상의 위치와 간격이 아주 또렷해지는 효과 또한 나타났다. 상당히 훌륭한 스피커로 변모한 것이다.
에톤 우퍼는 울리기 만만치않은 유닛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애초에 걱정했던 것보다는 그래도 수월하게 소리를 내어 주었고, 보다 양질의 대출력 앰프로 건다면 훨씬 더 정교하고 깨끗한 저역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다이내믹이나 스케일, 저역의 명료함, 배경의 깨끗함 등을 추구한다면 대출력 TR 앰프가, 좋은 질감은 더욱 더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간다면 진공관이 좋을 것 같고, 작은 공간에서라면 소출력 진공관 인티로도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에톤 우퍼에 대한 공포감이 많이 사라졌다.
필자의 리스닝룸에서 운용한다면 스케일이나 무대보다는 질감과 음색을 위주로 즐겨보겠는데, 특히 중역대의 튼실함과 포실함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청 내내 이 스피커의 능력이 더 있다는 확신과 그 가능성이 궁금하여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레퍼런스급 기기와 매칭을 해보았다.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들어보기
집에서 시청이 끝난 뒤로 시간이 좀 흘렀다. 하이파이클럽에 세팅이 되어 있다는 연락을 받고 가보니, 램 L2 레퍼런스 프리, 6C33C를 채널당 2개씩 사용한 ML1.1 파워, 린데만 소스기기에 물려 있었다. 이 정도면 정말로 레퍼런스급이다. 가격으로 보아도 그렇고, 실제 소리를 들어봐도 그렇다. 여기에 300만원대 북쉘프 스피커를 물린다. "허허..끌끌.." 하는 심정으로 소리를 들어보았다.
하지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전체적으로 골격이 뚜렷하고 견실한, 적당한 사이즈의 무대가 그려진다. 스케일에 대한 우려는 필자의 기기와 리스닝룸의 탓이라는 게 분명해 진다. 저역의 양감이나 깊이감도 훌륭하고, 해상도, 정보량 등에서 손색이 없었다. 300만원대 스피커가 억대 시스템에서 나오는 소리를 다 받아 쳐주고 있다.
“그렇게 좋은 시스템에서 안좋은 소리 내주는 스피커가 어디 있냐?”라고 반문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하이엔드급 시스템에서 한계를 명확히 들어내버리는 스피커도 많다. 하지만 이 ADAM Compact 스피커는 스튜디오용 프로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답게 전혀 꿀림없이 매우 기민하고, 뛰어난 반응을 보여준다.
음색은 역시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중역이 매우 견실하다. 그리고 초고가 하이엔드급 스피커에서나 나올법한 자연스런 음의 두께가 아주 쉽게 표현된다.
하이엔드적인 쾌감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음악적 쾌감이 뛰어나다. 고역의 뻗침과 시원한 느낌이 집에서 좀 아쉬웠는데, 램프리 파워에 물린 소리에서는 쉽게 해갈이 되는 느낌이었다. 역시, 앰프나 소스기기도 좋았지만 좋은 앰프나 소스기기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그대로 모두표현하는 이 스피커의 능력도 상당한 것이다.
결론
요즘 오디오 기기들의 추세를 보면, 사회전반적인 양극화의 추세가 역시 오디오업계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해서 하이엔드급 기기들의 가격이나 성능은 극대화되고, 동시에 중저가의 양질의 기기들의 시장 또한 상당히 커지는 듯한 느낌이다. 오디오화일에게는 한편으론 아쉽지만 또 한편으로는 유리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가격은 중저가로 부담스럽지 않지만 성능이나 디자인, 품질에서는 훨씬 더 예전보다 향상되고 우수한 기기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청한 아담스피커가 근접한 예가 될 수 있겠단 느낌이 든다.
하이엔드의 기본 팩터와 미덕을 잃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고 차분하게 음악에 빠지고 싶은 오디오화일에게 일청을 권한다. 중역의 밀도, 두께, 음의 안정된 골격, 부드럽고 섬세한 고역 등의 항목에 항상 체크표를 하시는 오디오화일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스피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