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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Jacqueline Du Pre in Portrait)

 

다발성 경화증으로 겨우 28세의 나이로 은퇴를 해야 했던 자클린 뒤 프레가 세상을 떠난지 26년이 되었다. 첼로의 여신으로서 이 악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던 뒤 프레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그녀의 음악도 훌륭했지만 그 음악만큼이나 풋풋하고 청초한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이와는 전혀 달리 악마스러울 정도로 정열적인 연주 스타일이 서로 상충하는 이미지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연주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기회는 우리에게 대단히 드물었다. 직접 그녀의 연주를 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소수로 남아있던 몇몇 희귀한 영상물은 국내에서 거의 유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만큼 이번에 아울로스 미디어에서 라이센스로 발매한 두 장의 DVD는 대단히 큰 의미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는 그동안 스틸컷으로만 감상할 수 있었던 그녀의 연주회 전체와 일상생활에서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비로소 우리에게 뒤 프레는 전설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크리스토퍼 뉴펀 필름사에서 발매한 두 장의 DVD에 한글 자막을 입혀 발매된 이 라이센스는 뒤 프레를 다룬 가장 권위 있는 다큐멘터리와 소중한 연주회 전체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소장가치가 높다. 우선 그녀의 분신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중요한 연주 레퍼토리였던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주제로 한 In Portrait라는 제목의 DVD를 언급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영국의 감독이자 기획자인 크리스토퍼 뉴펀이 촬영한 ‘자클린느 뒤 프레와 엘가 첼로 협주곡’이라는 타이틀의 영상물이 담겨 있다. 이 작품에는 엘가의 첼로 협주곡과 얽힌 그녀의 다큐멘터리와 남편인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동작품 연주 전체가 담겨 있다.

 

특히 다큐멘터리에는 어린 시절부터의 성장과정과 친구들과의 유쾌한 모습, 악기와 작품에 대한 그녀의 견해와 단편들, 바렌보임과의 만남과 결혼 등등이 수록되어 있어 그녀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다큐멘터리로 그 명성이 높다. 타고난 천재이지만 영락없는 꿈 많은 소녀로서의 평범한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연민의 정이 새록새록 돋아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엘가 첼로 협주곡 실황에서는 남편인 바렌보임과 마치 한 몸인 듯 작품을 격정적이면서도 꿈결 같이 이끌어가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음악에 완전히 몰입한 무아지경의 모습을 보여주는 뒤 프레의 연주는 음반으로 듣는 것 이상의 감흥을 자아낸다.

 

72분에 이르는 이 영상물 뒤에는 또 다른 뒤 프레의 연주회 실황이 담겨 있다. 뒤프레와 바렌보임,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핀커스 주커만, 이렇게 세 명이 함께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Op.76 No.1 ‘유령’ 전곡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이 남긴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레코딩은 이미 훌륭한 명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렇게 영상물을 보면 당시 20대의 젊은 음악가들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심오한 음악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했는지를 더욱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앙상블은 지금의 관점에서도 최고 수준으로서 일종의 실내악적 이상향에 가깝가도 말할 수 있다.

 

 

 

 

(원제: Schubert : The Trout / The Great Love and The Greatest Sorrow)

 

두 번째 DVD에는 슈베르트를 주제로 한 두 개의 영상물이 들어있다. 역시 크리스토퍼 뉴펀이 제작한 영상물로서 하나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숭어’ 연주회 실황, 다른 하나는 Thr Greatest Love And The Greatest Sorrow라는 제목의 슈베르트 다큐멘터리다. 우선 ‘숭어’는 뒤 프레를 중심으로 피아노엔 다니엘 바렌보임, 바이올린에 이자크 펄만, 비올라는 핑커스 주커만, 더블베이스엔 주빈 메타가 등장하는 1969년 퀸 엘리자베스 홀 실황이다. 바렌보임의 친구들이 주축이 된 이 날의 영상은 지금은 각 분야의 거장이 된 음악가들의 젊을 시절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의미가 크다.

 

가히 드림팀이라고 불릴 만한 이들 젊은 대가들이 서로 마주 앉아 젊음이 넘실거리는 열정적인 슈베르트의 ‘숭어’를 만들어내는 감동은 그 어떤 연주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감흥을 선사해 준다. 음악회 전체를 담은 연주회 실황의 만족도도 대단히 크지만 함께 수록된 단편적인 영상물들 또한 본편 못지 않은 흥미를 자아낸다. 연주시작 직전 대기실에 앉아 서로의 악기를 바꾸어 연주하며 쾌활하게 장난치는 모습, 각 연주자들이 이 날의 연주회를 준비하는 독립적인 영상들이 다큐멘터리로서의 현장감과 현실감을 높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지휘자로 활동하던 메타가 친구들을 위해 특별히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는 것은 오직 이 필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다.

 

그리고 이어서 슈베르트의 삶과 음악을 다큐멘터리 전기 형식으로 만든 Greatest Love And The Greatest Sorrow라는 제목의 필름 또한 완성도가 대단히 높다.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안드레아스 슈미트, 미카엘 잔데를링, 페터젠 4중주단, 볼프강 자발리쉬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 관현악단 등등의 다양한 연주자들의 증언과 연주를 바탕으로 대부분 슈베르트의 1인칭 시점에 의거하여 사건들을 서술하고 있다. 1994년 프라하의 체코 크리스털 상 수상작인데, '베토벤의 장례식', '슈베르트의 묘비', '슈베르트의 꿈' 등 26개의 주제로 내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슈베르트의 감동적인 음악이 가슴 깊이 스미게 만들었다. 대단히 잘 번역되고 편집된 한글자막이 지원되어 이 수준 높은 전기 다큐멘터리를 깊게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전 Opus Arte 레이블로 발매된 슈베르트 DVD랑 동일한 구성과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