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이 홈즈가 되던 날!
Wattson Audio

왓슨 오디오 로고


존 왓슨에 대해서

아무리 추리 소설에 관심이 없더라고 해도 셜록 홈즈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것이다. 코넌 도일이라는 작가에 의해 탄생된 이 탐정은, 지금까지도 일종의 교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홈즈 시리즈의 모든 소설을 다 읽어보면, 현재까지 진행된 추리 소설 대부분의 장르를 커버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아무튼 지금도 런던의 베이커 가 221B에 가면, 셜록 홈즈 박물관이 있다. 절대로 홈즈는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소설 속에 등장한 집을 모티브로 해서 버젓이 관광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그 정도로 인기가 높은 캐릭터다.

존 왓슨(왼쪽)과 셜록 홈즈(오른쪽)를 그린 삽화
존 왓슨(왼쪽)과 셜록 홈즈(오른쪽)를 그린 삽화

그러나 홈즈의 시리즈를 차분히 읽다 보면 존 왓슨(John Watson)이라는 인물을 발견하게 된다. 실제로 소설은 왓슨의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고, 그의 관찰에 의해 홈즈의 행동이나 생각을 알게 된다. 또 왓슨은 홈즈의 둘도 없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주로 홈즈의 대화 상대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범죄 현장에 가서 자신의 의학 지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마치 돈키호테에 산초가 있듯, 홈즈에게는 왓슨이 있는 것이다.


왓슨이 홈즈가 될 수 있을까?

따라서 이번에 만난 왓슨 오디오는 발음으로 볼 때, 존 왓슨을 연상하게 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왓슨이 “Wattson”라는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왓슨 박사보다 “t”가 하나 더 많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왓슨 오디오의 여태까지 행보를 보면, 스위스와 유럽을 빛낸 많은 브랜드들, 이른바 셜록 홈즈에 해당하는 회사들을 뒤에서 조용히 백업해온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왓슨 박사의 역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 성공의 숨은 조력자라고 해도 좋다.

그렇게 20여 년간 잠행하던 왓슨이 드디어 출사표를 던졌다. 더 이상 남의 성공에만 만족하지 않고, 직접 제품을 론칭하기로 한 것이다. 정말 쇼킹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럼 그간 왓슨이 도와준 홈즈는 누구일까? 놀랍게도 스위스를 비롯, 여러 나라의 하이엔드 업체들이 단골손님이었다. 나그라, 다질, 소울루션, CH 프리시전, 비투스, 오르페우스, 오디오 에어로, 린데만 ... 정말 놀라운 리스트다.

물론 많은 하이엔드 업체들은 자체 기술력을 개발하는 데에 집중하지만, 대학이나 연구소 혹은 왓슨과 같은 회사에 의뢰해서 일종의 공동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이런 엄청난 회사들이 왓슨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전혀 어색한 일은 아니다. 다만, 그 정도로 다양한 기술과 내공을 갖춘 회사가 이제야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앞으로 이쪽 분야가 재미있게 되었다.


스트리밍 오디오에 집중한다.

왓슨의 제품군을 보면 스트리밍 오디오에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차차 설명하겠지만, 이를 위해 개발한 MR-MOD라던가 eRED-MOD 등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이렇게 자체 개발한 기술력을 갖고 전장에 나왔지만, 핵심 기능만 담은 제품에 집중해서 일체
가격적인 거품을 뺀 점이 흥미롭다. 전원부를 거창하게 보강하고, 호화로운 섀시에 담으면 아마 현행 제품의 10배 정도는 받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방향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하나는 기존 고객들이 차지한 초 하이엔드 지역에 굳이 발을 내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쨌든 협업 관계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굳이 그들의 영역에 훼방꾼이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 하나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보다 확실하게 이쪽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감지된다. 나는 이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사실 디지털 쪽에 투자를 시작하면, 일종의 중복 상황을 피할 수 없다. 처음에는 특별한 기능이 필요해서 구매했지만, 나중에 보니 몇 개의 기능이 겹치고 있다면 정말 난감할 것이다. 그렇다고 뭐 하나 팽개치자니, 딱히 선택할 기능도 떠오르지 않는다.

왓슨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해,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격 대비 성능이 떨어지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즉, 하이엔드 클래스의 제품을 내놓으면서도 핵심 기능만 제공해서 정말 알짜배기 음질을 즐길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이 부분은 정말 많은 애호가들이 감사해 마지 않을까 싶다.


알렉상드르 라방시는 누구인가?

현재 왓슨 오디오는 스위스의 로망디 지역에 있는 이베르동 레 뱅(Yverdon-les-Bains)에 소재하고 있다. 앙세르메가 지휘했던 스위스 로망디 오케스트라가 이 지역에서 활동한 만큼, 쉽게 말해 스위스라는 나라의 심장부에 있다고 보면 된다. 왓슨 오디오의 모체는 엔지니어드 SA(Engineered SA)이다. 여기서 엔지니어드는 “엔지니어 + 레드”의 합성어다.

엔지니어드 SA(Engineered SA) 로고

왜 레드일까? 답은 스위스 국기에 있다고 본다. 붉은 바탕에 흰색 십자가 로고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레드를 가져온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 해석이니까 틀릴 수는 있다. 하지만 스위스 심장부에서 활동하면서, 붉은색을 브랜드명에 도입했다고 하면, 아무튼 스위스의 국뽕이나 자부심과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알렉상드르 라방시(Alexandre Lavanchy)
알렉상드르 라방시(Alexandre Lavanchy)

알렉상드르 라방시(Alexandre Lavanchy)는 원래 프로 오디오 쪽에서 일했다. AES의 회원이기도 하며, 소노삭스(Sonosax)에서 한참 재능을 뽐낸 바 있다. 그런 그의 능력을 평소 봐뒀던 플로리언 코시가 영입을 제안한다. 플로리안? 그렇다. 바로 CH 프리시전의 플로리안이다. 당시 그는 티에르 히브와 함께 ABC PCB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미 애너그램을 만들어서 큰 성과를 거둔 후 판매한 다음 두 번째 도전을 한 것이 바로 이 회사였다. 여기에 기술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처음으로 스카웃한 인물이 바로 알렉상드르인 것이다.


ABC PCB의 주인이 되다!

이후 2008년이 되면, CH 설립을 위해 플로리안과 티에르는 ABC PCB를 매각하게 되는데, 이 회사를 인수한 인물이 바로 알렉상드르다. 처음에는 손님으로 왔다가, 나중에 안방을 차지했다고나 할까? 사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스위스 오디오 전체의 역사와 에피소드를 언급하자면 한이 없다. 하지만 스위스라는 작은 나라에서 특히 앰프를 비롯, 디지털 분야까지 세계 최고의 브랜드들이 줄지어 나온 이면에는 이런 몇몇 천재 엔지니어들의 등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스피커 강국 덴마크에서도 감지된다. 1970년 무렵 스카닝 박사를 중심으로 여러 천재들이 스피커 드라이버 회사를 만들면서 변방의 덴마크가 일약 스피커 산업의 주역으로 떠오른 바 있다. 그와 관련해서 2000년대의 스위스 또한 비슷한 상황인 것이다.

사실 알렉상드르는 원래 ABC PCB에 엔지니어로 초빙된 분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상황이 바뀌어 이제 주인이 되었다. 그래도 워낙 기본이 탄탄하고 또 새로운 인재들을 꾸준히 영입한 덕분에 DAC, 앰프 회로 설계, 스트리밍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하이엔드 업체와 일할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많은 기술이 개발되었는데, 왓슨과 관련해서 두 개의 기술만 이번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ATF 업샘플링 모듈

이것은 원래 애너그램에서 만든 기술이다. 비동기식 업샘플링 모듈(Adaptive Time Filtering)의 약자로, 자체 개발한 수치 연산 알고리듬을 DSP로 동작시키는 것이 골자다. 그 경우, CD 수준의 파일을 24/192로 업샘플링해준다. 이런 디지털 필터를 하드웨어 모듈을 만든 것이 상당히 획기적인 기술이라 하겠다. 이것은 이후 나그라, 오디오 에어로, 린데만 등에서 두루두루 활약하게 된다.

이후 ABC를 인수한 알렉상드르는 새로운 ATF를 개발하게 된다. 네트워크 스트리밍용을 위한 기술로, 오디오 렌더러 모듈이라 보면 된다. Q5, EDEL S2, S8 등으로 꾸준히 진화했으며, 그 결과 24/384, DSD-to-PCM과 같은 기능을 확보하게 된다. 소울루션, 비투스, 오르페우스 등에서 이 기술의 덕을 봤다.

이때 개발된 오디오 렌더러 기술은 지금부터 약 10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획기적인 내용을 많이 갖고 있었다. 이를테면 DSD 네이티브를 지원한다거나, 고해상도 PCM 파일을 커버하는 등, 당시 한참 관심을 모으던 네트워크 스트리밍 분야에 선두주자로서 특별한 성과를 보인 바 있다.


MR-MOD에서 eRED-MOD로

eRED-MOD 오디오 렌더러 모듈
eRED-MOD 오디오 렌더러 모듈

한편 ABC 시절에 개발한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가 MR-MOD(Media Renderer MODule)이다. 이더넷 케이블에서 곧바로 디지털 및 스트리밍 오디오 신호를 출력하는 방식으로, 일체가감없이 원본 그대로의 신호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여기에 투입된 네트워크 스트리밍 솔루션은 2세대로 진화하는 바, 그게 왓슨의 제품에 쓰인 eRED-MOD인 것이다. 그 사이 세월이 한참 흘렀으므로, 룬 레디를 커버한다거나 아무튼 최신 전송 방식이나 필터를 커버하고 있다.


왜 왓슨인가?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The Alan Parsons Project)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The Alan Parsons Project)

이 대목에서 왜 새로 만든 오디오 브랜드의 이름이 왓슨(Wattson)인지, 잠시 짚고 넘어가 보자. 한참 이더넷 스트리밍 모듈을 이용한 DAC를 설계할 당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평범하게 “아날로그 LAN”이라고 했다. 그러다 줄여서 “ALAN”이 되었다. 잠깐, 알란? 아하,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The Alan Parsons Project)라는 밴드를 아는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파슨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후 첫 번째 모델보다 더 강력한 스트리밍 모듈 DAC를 개발하게 되었는데, 파슨보다 더 강력한 “와트”(WATT)를 넣었다. 그래서 왓슨이 된 것이다. 참고로 왓슨의 “Son”은 불어로 소리, 사운드라는 뜻을 갖고 있다. 와트 송 정도로 해석하면, 아주 강력한 사운드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왓슨의 제품에는 항상 “son”이 들어간다. 에머슨(Emerson), 매디슨(Madison) 등이 그렇지 않은가?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에머슨, 레이크 & 파머(Emerson, Lake & Palmer)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에머슨, 레이크 & 파머(Emerson, Lake & Palmer)

향후 에디슨(Edison)이라는 제품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또 “son”이 들어간다. 아무튼 여러모로 기대가 된다. 한편 에머슨은 저 유명한 1970년대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에머슨, 레이크 & 파머”(Emerson, Lake & Palmer 줄여서 EL&P)에서 따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밴드라 반갑기만 하다. 혹 기회가 되면 ⟨Tarkus⟩라는 앨범을 꼭 들어보시길~~~!


왓슨의 제품 철학

이제 본격적으로 두 개의 모델을 설명하기 전에, 왓슨이 갖고 있는 제품 철학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1. 보는 순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2. 훌륭한 사운드 퀄리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3. 사용이 쉽고, 편리해야 한다.
  4. 소비자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믿고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5. Made in Switzerland. 원가가 높고, 생산 과정이 어렵더라도 이 원칙은 꼭 지킨다.

나는 여기에 빼어난 가성비라는 항목을 추가하고 싶다.


에머슨의 두 얼굴

왓슨 오디오 에머슨 아날로그(Emerson Analog), 에머슨 디지털(Emerson Digital)
왓슨 오디오 에머슨 아날로그(Emerson Analog)와 에머슨 디지털(Emerson Digital)

우선 첫 제품 에머슨에 대해 언급해 보자. 입력단은 지극히 단순하다. 스트리밍 오디오용이라 오로지 랜선만 연결할 수 있다. 아주 극단적으로 스트리밍에만 대응하는 것이다. 아주 짧고, 직관적인 신호 경로를 지닌 제품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네트워크의 통신 프로토콜은 USB나 SPDIF와 달리 데이터 전송을 완전히 통제하고 컨트롤할 수 있다.

왓슨 오디오 에머슨 디지털
왓슨 오디오 에머슨 디지털
왓슨 오디오 에머슨 아날로그
왓슨 오디오 에머슨 아날로그

따라서 원천적으로 지터를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단, 출력단이 뭐냐에 따라,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나뉜다. 만일 양질의 DAC를 갖고 있다고 하면 전자를 그렇지 않으면 후자를 선택하면 된다. 에머슨의 디지털은 PCM 출력이 24/192 사양이고, 아날로그는 PCM 24/384에다가 DSD 64까지 커버하고 있다.


왓슨이 기술력이 총집합한 매디슨

왓슨 오디오 매디슨(Madison)
왓슨 오디오 매디슨(Madison)

매디슨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가는 제품이다. 일단 DAC 프리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점이 반갑다. 오로지 디지털 소스만 사용한다고 하면, 본 기에 투입된 양질의 볼륨단이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프리앰프에서 볼륨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왓슨 오디오 매디슨
왓슨 오디오 매디슨

본기에는 LEEDH 방식의 프로세싱을 거치는 디지털 볼륨이 장착되어 있다. 어떤 볼륨에서도 일체의 신호 손실이 없게 만들었다. 또 저주파수 대역의 에러를 수정하는 필터도 장착되어 있으며, DSD to PCM 컨버션도 투입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DAC는 철저한 듀얼 모노럴 구성. 또 프리단 자체는 완전한 풀 밸런스 설계로 이뤄져 있다.

왓슨 오디오 매디슨 후면
왓슨 오디오 매디슨 후면

여기서 잠시 디지털 입력단을 보면 총 세 개가 제공된다. 코액스, 토스링크 그리고 네트워크. 한편 아날로그 출력단은 RCA와 XLR 두 개가 장착되어 있다. 제품의 성격으로 보아, XLR 아웃풋이 더 좋으리라 보인다. 여기에 헤드폰 앰프까지 덤으로 있으니, 보너스를 두둑이 받은 기분이다.


결론

21세기에 들어 스위스 지역에서 나온 몇몇 하이엔드 브랜드의 약진은 정말 주목할 만하다. 특히, 알프스의 공기를 담은 듯한 투명하고, 신선한 사운드는 언제 들어도 경이롭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 그 와중에 나온 왓슨은 마치 셜록 홈즈를 뒤에서 도운 왓슨 박사처럼 정말 수많은 궂은일을 도맡아 해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20년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게 되었는데, 코비드 시대의 암울함을 숱한 연구와 시행착오의 기간으로 삼은 점이 무척 고무적이다. 동사의 제품들을 보면, 일체의 허세나 요란함이 없이 핵심 기능으로만 무장해서 스위스 하이엔드에 대한 동경을 충분히 보상한다는 점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할 정도다.

이 종학(Johnn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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