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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역돔 트위터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영어로는 “inverted dome”이라고 쓰는데, 통상의 돔 트위터가 앞으로 볼록 솟은데 반해, 역돔은 안으로 꺼진 형태다. 처음 이 유닛을 봤을 때 누가 손으로 콱 눌러서 뒤로 보냈나 싶을 만큼 신기했다. 사실 모든 진동판의 중간이 앞으로 튀어나오거나 적어도 평평한데 반해, 역돔 트위터는 정반대 형상이어서 뭔가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트위터가 유명해진 것은, 아무래도 윌슨 오디오에서 채용하면서부터다. 그 강렬하고, 힘찬 고역의 에너지는, 그때까지 혼 타입이 아니면 안 된다는 편견을 허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꼭 혼이 아니더라도 이런 돔으로 저 강력한 고음이 재생되는구나, 정말 깜짝 놀랄 만한 퍼포먼스였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만 말한다면, 워낙 재즈나 록을 클래식 못지 않게 즐겨하다 보니, 시원시원하고 거침없는 소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JBL이나 알텍의 혼을 좋아하는 것은, 심벌즈의 강...

아방가르드(이하 AG)하면, 동그란 혼의 이미지가 강하고, 실제로 그 파격적인 모습에 시선을 빼앗긴 분들이 많다. 그러나 AG는 태생부터 스피커 메이커이기 때문에, 역으로 동사에서 만드는 앰프들은 그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퇴색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그냥 스피커의 역할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전에 XA 시리즈라 불리는, 고급 사양의 프리 파워 앰프를 시청하면서 시청실에 비치된 여러 스피커에 장난삼아 걸어본 적이 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그 자체로 하나의 당당한 제품이었던 것이다. 절대로 동사의 앰프를 스피커에 종속되는 존재로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적으로 AG의 스피커들은 감도가 높다. 보급형이라 할 수 있는 우노 시리즈만 해도 104dB나 하며, 상위 모델은 107dB나 한다. 요즘같은 시대에 90dB만 해도 귀한데, 그보다 훨씬 더 ...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로 유명한 영국의 명가 Meridian이,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PC용 USB DAC을 출시하였다. 물론 Meridian은 이미 Digital Media Systems 라인업으로 각종 PC-Fi용 하이엔드 제품들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Meridian의 기존 제품들은 거치형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Pesonal Audio 라인업의 첫 제품인 Explorer의 등장으로부터 Meridian의 포터블 오디오 시스템 출시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품의 패키지는 매우 심플하다. 한 손에 쏙 잡히는 본체와, 본체 및 케이블 휴대용 파우치와, 채 한 뼘 길이도 되지 않는 짧은 USB 케이블이 전부다. 제품의 컨셉 자체가 노트북과 같은 기기와 함께 휴대하며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DAC이니만큼, 사실 거추장스러운 부가 악세사리 자체가 필요없다. 특히 길이가 짧은 USB 케이블은 의외로 시중에서 따로 ...

시작하면서 좋은 케이블을 만든다는 것은 좋은 앰프나 스피커를 만드는 것보다 시작하기는 더 쉬울 수도 있지만, 어쩌면 더 제한적인 조건 하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앰프나 스피커는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회로나 크로스오버의 설계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케이블은 구성을 변경하거나 다른 형태의 심선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당장 미니멈 주문량이 어떻게 되는지부터 고민해야 하기 떄문이다. 소재나 순도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면 더욱 큰 일이다. 케이블을 뽑아내는 공정에 최신식 설비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완성품으로 피복까지 입혀 만들어 내려면 상당한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외의 오디오포럼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최근에는 케이블 디자이너가 소리를 들어보고 생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생산을 중국이나 일본 케이블 회사에 위탁하기 때문에 케이블 회사의 디자이너는 모든 케이블을 시험생산과 테스...

최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관련 다큐멘터리가 새로 제작되어 발표되었다. ‘두 번째 인생(The Second Life)’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DVD는 에릭 슐츠 감독이 이전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카라얀의 레코딩과 콘서트 영상물들, 프로듀서인 권터 헤르만과의 현장 통화 장면들 및 인터뷰들을 다큐멘터리 필름으로서는 대단히 아름답게 연출된 영상과 함께 제작한 것으로서, 현장에서의 보여지는 카라얀이 아니라 그에게는 제2의 삶이었던 스튜디오 내에서의 장면들로 엮어진 새로운 스토리 보드가 시청자에게 전혀 새로운 감동과 보다 한층 강해진 존경심을 유발시킨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그의 음반에는 우리가 미처 알 수 없었던 그의 넘치는 낭만성과 분석적인 해석력이 뒷받침하고 있었는가, 그리고 현장음과는 전혀 다른 재생음(카라얀은 음반의 사운드는 연주회장의 제각기 다른 사운드가 아니라 포디움 위에서 지휘자가 듣는 소리라 묘사했다)으로서의 새로운 사운드를 창조해냈는...

아주 특별한 포름으로 인해, 아방가르드(Avant Garde)라는 메이커를 모르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마치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처럼, 커다랗고 둥근 혼이 크게 입을 벌린 형상으로 제작된 동사의 제품들은, 오로지 디자인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러나 음을 들어보면 너무나 자연스럽고, 디테일이 분명해서, 마치 실황 공연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CD를 걸어도 최상의 LP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듯한 경지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커다란 혼만 보고 생각하기를, 그래 결국 혼 스피커구나, 라고 단정짓게 된다. 혼 스피커의 장점은 무엇보다 입력 감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앰프에서 많은 출력을 요하지 않는다는 면도 있지만, 이른바 “마이크로 다이내믹스”(Micro Dynamics)라는, 큰 소리가 아닌 작은 소리에서도 나름대로 굴곡지고, 변화무쌍한 표현을 잡아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바로 이런 부분이 혼 타입 스...

혹시 멜로디(Melody)라고 기억하는지? 불과 서 너 해전만 해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진공관 앰프 메이커로, KT88을 위시해 2A3, EL34 등 다양한 출력관을 쓴 인티 앰프들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를 만했다. 값싸면서 튼튼하고 음질도 뛰어나 솔직히 이런 만듦새라면 반칙 아니냐 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였다. 사실 늘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우리 애호가들 입장에서 이런 제품의 출현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어지간한 북셀프나 톨보이 스피커들을 넉넉하게 구동하면서, 가격대비 놀라운 성능을 보여준 멜로디의 라인업은 거의 기적과 같다. 특히 KT88을 쓴 제품은 JBL과 탄노이에 좋은 매칭을 들려줬고, 2A3를 쓴 것은 아큐톤을 사용한 스피커들에 특효약이었다. 다시 말해 앰프 값보다 몇 배나 비싼 스피커들을 잘 울려줬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멜로디를 싸고 좋은 앰프로 기억하지만, 외국의 평가는 좀 다르다. 처음 뮌헨 쇼에 갔을 때 멜로디...

작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와중에 기내에서 재미있는 다큐를 하나 봤다. 당초 뮌헨 쇼의 참관을 위해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왕복하는 루트에 흥미삼아 싱가포르를 경유지로 넣었기 때문에 이런 여정이 생긴 것이다. 아무튼 가다 오다 이 도시를 들려 흥미로운 일을 많이 겪었는데, 지금은 오로지 다큐에 대해서만 소개하겠다. 이 프로의 주인공은 바로 요기 베라(Yogi Berra). “끝날 때까지 절대로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긴 이 전설적인 포수는, 바로 뉴욕 양키즈의 황금기를 이끌던 멤버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핀 스트라이프를 입고 뛴 기간은 1946년에서 65년까지며, 이 시기에 무려 월드 시리즈에 14번 진출해서 10개의 반지를 챙겼으니, 양손가락에 가득 우승 반지를 끼고 활짝 웃는 사진은 참 보기만 해도 부럽기만 하다. 사실 MLB의 역사를 보면 대략 1964년까지 그 주인공은 뉴욕이었다. 양키즈뿐 아니라 뉴욕 자이언...

PC 기기를 소스 플레이어로 활용하여 고음질을 추구하는 것이 PC-Fi라면 요즘에는 무선 스트리밍 기능을 갖춘 오디오 기기가 미디어 파일을 직접 처리하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비록 음악은 PC에 담겨져 있을지언정 PC는 단지 파일만 저장하는 저장소일 뿐 실제로 그 음악 파일들을 구동하는 역할은 오디오가 수행을 하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어차피 PC가 직접 음악 파일을 재생한다하더라도 고품질의 DAC와 앰프를 거쳐야 하며 PC의 조작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는 컨트롤러 장치가 있어야 음악을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는데, 현실은 PC를 켜서 부팅하고 별도의 리모콘도 없는 상태에서 PC에 매달리고 별도의 앰프를 또 켜야 하는 번거러움들이 기존 오디오 매니아들에게는 그리 반갑지 않는 까닭이다. 음질보다는 편리성이 더 중시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음악을 듣는 재미와 음질 두가지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90년대 턴테이블 시장을 잃어버린 Linn이 그 해...

유럽에 갈 때 매번 들리게 되는 곳이 바로 프랑크푸르트다. 아무래도 교통의 요충지인 데다가 여러 편의시설이 좋아 대개 이곳을 아지트로 삼아 움직인다. 당연히 이곳 공항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도 없이 늘어선 터미널에 수많은 행선지는 과연 세계적인 공항의 위용을 자랑한다. 또 공항 지하에 어마어마한 수퍼마켓이 있어서 출국 전이 미리 쇼핑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요즘의 내 동선을 고려하면 거의 인천 공항만큼이나 친숙한 셈이다. 한번은 심심해서 공항 내부를 둘러본 적이 있다. 끝도 없이 늘어선 명품 숍이나 레스토랑의 행렬이 어느 도시 못지 않은 규모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어지간한 도시의 메인 스트리트도 이만한 시설과 사이즈를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휴 하고 한숨이 나올 정도다. 이럴 때 커피 숍에 앉아 정신없이 움직이는 여행자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다. 뭐 이런 여행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동선에서 꼭 사람들이 멈춰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