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조금씩 빗방울이 거세지고 있다. 그에 따라 바닷물도 조금씩 출렁이고, 차츰 거세지기 시작한다.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진다. 지금이 몇 시더라? 아직 오후 5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거짓말처럼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다. 지금 난 지구의 끝에라도 온 듯, 거대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내리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내가 서 있는 곳은, 해변에서 길게 통나무 다리로 이어진 일종의 비치하우스로, 서 너 명이 앉으면 고작인 벤치와 그 위를 둘러싼 지붕밖에 없다. 발밑으로는 거침없이 물살이 흐르는데, 마치 내가 그 위에라도 있는 듯 잠시 현기증이 난다. 만일 내가 겨울에 이곳에 왔더라면 강한 자살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 이 바다가 연출하는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는, 과연 북구만의 노스탤직한 정서와 확실히 통하고 있다. 문득 내가 서 있는 비치하우스가 조금씩 물살을 가르며 어디론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수없이 다양한 음악의 골을 확고...

혹시 아직도 집에 뻐꾸기 시계를 갖고 계신 분들이 있는가요? 이번 방문은 그 시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좀 흥미를 끌 것이라 보인다. 요즘이야 핸드폰이 손목시계를 대신하고, 컴퓨터가 벽시계를 치워버린 상황이라, 시간만 되면 문을 열고 뻐꾸기가 튀어나와 우는 모습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예전엔 집집마다 이 물건이없는 집이 없을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이번 방문은 그 제품의 뿌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노스탤지어를 자극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여러 번 독일을 방문했으므로, 어느 정도 알고는 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여태 방문한 국가 중 현재 가장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라고 생각한다. 겉보기엔 무뚝뚝해 보여도 일단 마음의 문을 열면 더 없이 친절하고 솔직한 국민성에도 호감이 가지만, 경쟁과 보호의 교묘한 앙상블을 통해 강력한 산업 국가를 건설한 부분에서 무엇보다 공감이 간다. 뮌헨, 프랑크푸르트, 바...

아인슈타인,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레닌, 바그너 ... 거기에 파트리샤 카스와 티나 터너까지! 전혀 연관이 없는 이들이 단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취리히에서 살았다는 것! 심지어 바그너는 그의 30~40대 시기(1849~61)를 이곳에서 보냈고, 취리히는 오페라 하우스를 제공해서 그의 창작에 힘을 보탰다. 나는 정말로 우연히 3년전에 이곳을 방문했다. 특별히 여행 계획에 속한 도시는 아니었지만, 밀라노에서 뮌헨으로 이어지는 장시간의 기차 여행이 부담되었던 터라, 과감하게 중간 기착지로 취리히를 택한 것이다. 이후 숙소를 정하고, 직접 방문해보고는 바로 후회하고 말았다. 단 하루를 갖고 이 도시를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그 수려한 경관과 아름다움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위의 인물들이 이 도시를 사랑했던 이유를 충분히 납득했던 것이다. 사실 취리히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인구라고 해봐야 39만명에 불과하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잠시 어안이 벙벙하다. 좁은 공간 가득히 각종 송수관, 배수관이 가득하고, 동그란 밸브, 노브, 스위치들이 정신없이 펼쳐져 있다. 무슨 재팬 에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철저한 기계의 세계. 갑자기 숨이 턱 막혀온다. 그러나 손을 뻗어서 하나씩 만져보면 차갑고 강인한 감촉이 분명하게 전달되어온다. 무려 70년 전쯤에 만들어졌을 기계라 보이지 않다. 과연 세계를 상대로 두 번씩이나 전쟁을 벌인 나라다운 저력이 강력하게 느껴진다. 메이드 인 저머니라는 브랜드 파워가 결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음을 깨닫게 하는 순간이다. 5월 말, 나는 지금 어느 잠수함 안에 있다. 정확히는 U995라는 모델로, 한때 U 보트라고 해서 연합군측을 벌벌 떨게 했던 공포의 잠수함 중 하나다. 1943년 7월 22일 함부르크에서 건조되었는데, 특별히 키일(Kiel)의 도시 외곽의 휴양지에 전시해놓은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잠수함 내부가 궁금해서...

당초 편집부에서 인터뷰 의뢰의 전화가 왔을 때, 그 내용은 상당히 평범했다. 다인오디오의 마케팅 담당자 정도가 방한하는 것으로, 신제품에 대한 정보가 많을 것이다로 추론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약속 장소로 향하는 마음은 그리 무겁지 않았다.한데 정작 R 호텔의 커피숍에 들어서는 순간 아차 싶었다. 너무나 거물급 인사가 떡하니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바로 다인오디오의 창업자 빌프리드 에렌홀츠(Wilfried Ehrenholz 이하 WE)씨가 말이다. 이윽고 그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잠시 정신이 멍해졌지만, 얼른 악수를 나누고, 숨을 고른 다음에 자리에 앉았다. 이 정도의 VIP가 내한한다면 미리 귀띔 정도는 해줬어야 하는게 아닌가? 그러나 이렇게 경황이 없이 만나서 아무 선입견 없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좀 과장하면 래리 킹이 바로 이런 수법을 택한다고 하지 않은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때 그때 ...

지난 회에 이어 공장 탐방이 계속된다. 워낙 규모가 크고 방대해서 이 시설을 하루에 보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IAG에서 생산하는 PA 관련 제품들은 일단 생략되었다. 그럼에도 예정된 투어를 마쳤을 땐, 우리 모두 기진맥진했다. 오후에 사우나에 가서 찜질하지 않았으면, 아마 숙소에서 모두 곯아떨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럼 계속 탐방을 이어가겠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풍경이 눈을 사로잡았다. 바로 앰프를 조립하는 파트다. 우리가 전자제품을 연상할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광경이 아닌가. 숙련공들에 의해 능숙하게 섀시에 PCB가 삽입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즐거웠다. 이것은 산켄에서 나온 TR을 히트 싱크에 붙이는 과정이다. 당연히 접착제가 들어가는데, 상당히 특수하게 제조된 듯하다. QC를 관리하는 곳. 도면을 보고, 조립된 제품이 이와 일치하는지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 6층에 올라온 김에 창밖을 ...

이미 어둠이 뒤덮은 호수엔 그 주위를 둘러싸고 은은하게 밝힌 등불이 약한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만 비추고 있었다. 정자 주위엔 아무도 없고, 떠들썩하게 들리던 밴드의 음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컨트리 클럽은 본격적으로 잠들었고, 나 혼자만이 남아 마지막 맥주 잔을 비우고 있다. 취기가 한참 올라온 탓일까? 잠시나마 시공간이 혼동되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문득 저 멀리서 물살을 해치고 하얀 오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이 늦은 밤에 먹을거리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인다. 장난삼아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더니 이쪽으로 선뜻 다가온다. 아마 뭐라도 주는가보다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내 손에 들린 것은 반쯤 채워진 맥주잔일 뿐이다. 뭐 안주꺼리라도 집어올걸, 가벼운 후회가 일었다. 이런 빈손을 눈치 챘는지, 다시 녀석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3월 말이지만, 이곳은 이미 봄을...

아마 방문 회수로만 친다면 내겐 도쿄가 압도적으로 많다. 한때 1년간 체류한 적도 있었고, 최근에는 매년 방문한 듯하다. 그래서 이젠 도쿄에 갈 땐 부산이나 광주를 가는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확실히 나리타 공항을 이용하면 여러모로 힘들다. 이번 후루텍 본사의 방문은 급작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에, 거의 전화를 받은 지 5일 만에 출국하게 되었다. 덕분에 인천 공항에서 뜬 시각은 오전 8시. 다시 말해, 꼭두새벽부터 움직여야 했다는 뜻이다. 다행히 나리타에서 숙소인 시나가와 호텔로 가는 리무진 버스 10시 45분발을 탈 수 있어서, 그나마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든 비용만 3천엔. 우리 돈으로 4만원이 넘는 돈이다. 확실히 일본 물가는 상당하다. 벌써부터 긴장감이 밀려온다. 도쿄에는 신주쿠라던가, 시부야, 도쿄 역 등 어마어마하게 붐비는 곳이 참 많다. 고층 빌딩도 많고, 인파도 상당하다. 희한한 숍이나...

처음 미국에 와서 헷갈린 용어가 카운티(County)다. 우리 식으로 번역하면 군(郡)정도에 해당하는데, 그렇다면 시(市)보다 하위의 개념으로 다가온다. 아니, 시라는 말도 미국에서는 좀 의미가 다르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에서 L.A.를 찾아보자. L.A.라고 지칭된 광범위한 지역 안에 이스트 L.A.니 사우스 L.A.와 같은 소규모 단위의 지역들이 또 포진해 있다. 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지 않은가. 나중에 알았는데, 미국은 주(州) 단위로 크게 땅을 구분한 다음, 카운티~시티 순으로 나눈다. 그런 면에서 시보다는 군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캘리포니아만 따지면 58개의 카운티가 있고, 그중 가장 큰 것이 바로 L.A. 카운티다. 그 속에 이스트 L.A.니 비벌리 힐스니 헐리웃과 같은 시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흔히 듣는 오렌지나 어바인, 애너하임은 대체 뭔가? 이게 L.A. 카운티 속에 들어있는 시인지 혹은 별도의 카운티인지 궁금할...

그리폰(Gryphon)을 주재하는 플레밍 E. 라스무센(Flemming E. Rasmussen 이하 FR)씨의 방한을 계기로, 인터뷰도 하고, 신제품 런칭 쇼도 함께 했다. 약 이틀간에 걸친 강행군이었는데, 지독한 감기 몸살에도 불구하고 큰 탈이 없이 끝나서 다행이었다. 특히 라스무센 본인이 그리폰을 좋아하는 단 한 명의 애호가라도 더 만나고 싶어 해서 어쩔 수 없이 1, 2부의 쇼 모두를 소화해야 했다. 아마 주변에서 조마조마했을 것이다. 어쨌든 행사는 무사히 끝냈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나는 이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이번 인터뷰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다. 문득 코엑스에서 벌어진 행사에서 누가 내게 다가와서 물어본 질문이 뇌리에 떠나지 않는다. 혹시, 라스무센씨가 메탈리카(Metallica)하고 특별한 관계는 없죠? 이게 무슨 말인가? 집에 와서 구글을 뒤져보니, 하드 록과 메탈을 좋아하는 저 분의 질문이 난데 없지는 않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