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회 시청회 후기
12가지가 바뀐 Aurender W20SE Network Music Server
287회 시청회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오렌더(Aurender)의 새 플래그십 네트워크 뮤직서버 W20SE였습니다. W20이 처음 나온 것이 2013년이었으니까 6년 만에 업그레이드 모델이 나온 셈이네요. 하지만 변경된 설계 디자인과 이에 따른 음질 변화를 살펴보면, 조심스러운 얘기이긴 하지만 W20의 업그레이드 모델이 아니라 상위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이번 시청회에서 들려준 W20SE의 음은 커다란 만족감을 선사했습니다.
시청회 세팅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에서 진행된 W20SE 시청회에는 그야말로 각 브랜드의 내로라하는 기기들이 총집합했습니다. DAC은 MSB 테크놀로지의 Premier DAC, 네임의 프리/모노블록 파워앰프 Statement, 포칼의 Grande Utopia EM EVO입니다. 스트리밍/저장 디지털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거의 끝판왕 기기들이지요.
W20 vs W20SE (1) : 하드웨어 및 재생 음원 스펙 비교
시청회 1부에서는 우선 W20과 W20SE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두 기기의 하드웨어적인 핵심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W20(2013년 출시) = 240GB SSD 캐싱 뮤직 서버 겸 네트워크 스트리머, 12TB HDD, 배터리 전원(오디오 회로)+SMPS(CPU 등 비 오디오 회로), 듀얼 3.7인치 AMOLED 디스플레이, 듀얼 AES/EBU 출력, 워드/마스터 클럭 BNC 입력, USB/광/동축 출력
W20SE(2019년 출시) = 1TB SSD 캐싱 뮤직 서버 겸 네트워크 스트리머, 4TB SSD, 배터리 전원(오디오 회로)+리니어(CPU 등 비 오디오 회로), 듀얼 3.7인치 AMOLED 디스플레이, 듀얼 AES/EBU 출력, 워드/마스터 클럭 BNC 입력, USB/광/동축 출력
음원 처리 방식이나 스펙도 대폭 늘어났습니다. W20에서는 아예 불가능했던 PCM 업샘플링이 W20SE에서는 가능해졌고, DSD 음원을 최대 DSD512까지 네이티브(Native)로 재생(출력) 할 수 있는 점도 W20SE에서 처음 가능해진 일입니다.
W20 = PCM 업샘플링 기능 없음, USB 출력 시 DoP(DSD over PCM) 방식으로 DSD64, DSD128 재생, SPDIF 출력 시 DoP 방식으로 DSD64 재생, PCM 변환은 DSD64만 가능
W20SE = PCM 업샘플링(듀얼 AES/EBU 출력 시 384kHz, 싱글 AES/EBU 출력 시 192kHz), USB 출력 시 네이티브 방식으로 DSD128, DSD256, DSD512 재생, SPDIF 출력 시 DoP 방식으로 DSD64, DSD128 재생, PCM 변환은 최대 DSD512까지 가능
내친김에 오렌더의 다른 제품의 출시 연표도 간략히 정리해봤습니다.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13년 W20 : 플래그십 네트워크 뮤직서버 = 풀사이즈, 듀얼 AES/EBU 출력, 워드/마스터 클럭 BNC 입력, 240GB 캐싱 SSD 플레이, 12TB HDD, 배터리+SMPS
2013년 X100 : W20의 보급형 네트워크 뮤직서버 = 하프사이즈, 디지털 출력 USB only, 120GB 캐싱 SSD 플레이, 1TB HDD(X100S), 6TB HDD(X100L), SMPS
2015년 N10 : 네트워크 뮤직서버 = 풀사이즈, 싱글 AES/EBU 출력, 240GB 캐싱 SSD 플레이, 1TB SSD(N10S), 4TB HDD(N10H), 리니어 전원부
2015년 N100 : N10의 보급형 네트워크 뮤직서버 = 하프사이즈, 디지털 출력 USB only, 120GB 캐싱 SSD 플레이, 250GB SSD(N100S), 2TB HDD(N100H), 리니어 전원부
2016년 A10 : DAC 내장 네트워크 뮤직서버 = 풀사이즈, 듀얼 모노 AK4490 DAC 칩셋, 디지털 출력 USB only, XLR/RCA 아날로그 출력, 120GB 캐싱 SSD 플레이, 4TB HDD, 리니어 전원부
2017년 N100C : N10의 보급형 네트워크 뮤직서버 = 하프사이즈, 디지털 출력 동축 추가, 120GB 캐싱 SSD 플레이, 2TB HDD, 리니어 전원부
2018년 ACS10 : CD 리핑 네트워크 뮤직서버 = 풀사이즈, CD 리퍼(티악 DVD-ROM), 디지털 출력 USB only, 240GB/480GB 캐싱 SSD 플레이, 8TB/16TB/24TB HDD, 리니어 전원부
2019년 1월 A100 : A10의 보급형 DAC 내장 네트워크 뮤직서버 = 330mm 사이즈, 싱글 AK4490 DAC 칩셋, 디지털 출력 USB only, RCA 아날로그 출력, 120GB 캐싱 SSD 플레이, 2TB HDD, 리니어 전원부
2019년 4월 A30 : CD 리핑 DAC 내장 네트워크 뮤직서버 겸 헤드폰 앰프 = 풀사이즈, CD리퍼(티악 CD-ROM), 풀 MQA 디코더, 듀얼 모노 AK4497 DAC 칩셋, XLR/RCA 아날로그 출력, 480GB 캐싱 SSD 플레이, 10TB HDD, 리니어 전원부
2019년 8월 W20SE : W20SE의 스페셜 에디션(플래그십 네트워크 뮤직서버) = 풀사이즈, 듀얼 AES/EBU 출력, 워드/마스터 클럭 BNC 입력, 1TB 캐싱 SSD 플레이, 4TB SSD, 배터리+리니어
W20SE는 어떤 기기?
오렌더에서는 W20SE를 ‘New Flagship Caching Music Center and Streamer’라고 요약했습니다. 오렌더의 새 플래그십 캐싱 뮤직서버이자 스트리머라는 것이지요. 오렌더의 설명 그대로 W20SE는 기본적으로 4TB 용량의 음원을 SSD에 담을 수 있는 뮤직서버입니다. W20이 12TB 용량의 HDD를 썼던 것과 큰 차이입니다. 사실 W20이 획기적이었던 것은 당시 다른 뮤직서버와 달리 실제 음원을 재생하는 곳이 HDD가 아니라 플래시 방식 구동으로 무소음을 자랑하는 SSD라는 점이었는데, W20SE에서는 이 음원 저장소인 HDD 자체를 SSD로 바꾼 것입니다.
하지만 음원을 캐시 메모리(cache memory) 형태로 끌고 와 또 다른 SSD에서 재생하는 점은 W20과 마찬가지입니다. W20SE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캐싱 SSD 용량을 W20의 240GB에서 1TB로 4배 이상 늘렸습니다. 이처럼 저장용량은 줄이고 캐싱 용량은 늘린 것은 스트리밍으로 음원을 감상하는 요즘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는 동시에 보다 여유 있고 안정적인 캐싱 플레이를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W20SE는 또한 네트워크 스트리머입니다. 랜선을 이더넷 단자에 꽂아 네트워크 환경을 만들어주면 타이달(Tidal)과 코부즈(Qobuz), 멜론, 벅스 음원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외국 뮤직서버나 룬(Roon)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국내 서비스인 멜론과 벅스를 직접 지원하는 점이 오렌더 네트워크 스트리머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컨트롤은 아이패드나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앱(Aurender Conductor)으로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앱이 마련된데다 앱의 UI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설계면에서는 W20과 마찬가지로 전원부에 배터리가 들어간 점이 가장 돋보입니다. 리튬 인산철(LiFePO4) 배터리 팩으로 오디오 회로에 전원을 공급하기 때문에, AC 전원을 DC 전원으로 바꿔주기 위한 트랜스포머의 진동과 소음, 정류와 평활 과정의 불안정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배터리 2개 팩이 서로 번갈아 구동과 충전을 하며, 다른 1개 팩은 전원 셧다운 시 W20SE의 내부 회로 보호용(UPS. Un-interrupted Power Supply)입니다.
후면의 인터페이스를 보면 W20SE가 하이엔드 DAC을 위한 뮤직서버 겸 스트리머인 것이 명백히 드러납니다. 이더넷 단자를 비롯해 디지털 출력 단자로 USB 2.0, 광, 동축(2), AES/EBU(2)가 마련됐는데, 이 중 듀얼 AES/EBU 출력을 통해 24비트/384kHz 음원을 뒷단인 DAC에 전송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24비트/384kHz 음원 전송은 그동안 USB 출력으로만 가능했던 스펙인데, SPDIF 출력으로도 이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같은 듀얼 AES/EBU 출력의 W20에서는 24비트/192kHz 음원까지만 출력할 수 있습니다.
워드/마스터 클럭 입력을 위해 BNC 단자를 마련한 것도 하이엔드 DAC 유저를 위한 결정적 구매 포인트라 할 만합니다. W20과 W20SE의 내장 클럭도 일반 크리스탈 오실레이터보다 성능이 월등한 OXCO(Oven-Controlled Crystal Oscillator)이지만, 이보다 정밀도가 높은 외장 워드/마스터 클럭을 갖고 있는 유저라면 보다 향상된 음질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워드 클럭은 44.1kHz, 48kHz의 최대 512배수까지, 마스터 클럭은 10MHz와 12.8MHz 두 종류를 지원합니다.
W20SE가 재생할 수 있는 음원 스펙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PCM은 USB 출력 시 705.6kHz, 768kHz까지, SPDIF 출력은 듀얼 AES/EBU 출력 시 352.8kHz, 384kHz까지 재생합니다. DSD는 USB 출력 시 DSD64(DoP), DSD128(DoP, 네이티브), DSD256(DoP, 네이티브), DSD512(네이티브), SPDIF 출력은 듀얼 AES/EBU 출력 시 DSD64(DoP), DSD128(DoP)을 재생합니다. SPDIF 출력 시 DSD512 음원은 DoP(DSD over PCM)가 아니라 PCM으로 변환돼 전송하는데, 싱글 출력 시에는 88.2kHz/176.4kHz, 듀얼 출력 시에는 352.kHz PCM 음원으로 변환됩니다.
Extremely Play Mode AB 테스트
백견이 불여일청이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W20SE를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W20SE에 새로 추가된 기능 중 '익스트림리 플레이 모드'(Extremely Play Mode)가 눈길을 끕니다. 이 모드를 선택하면, 오디오 재생에 관여하지 않는 모든 파트, 예를 들어 CPU나 디스플레이 같은 곳에 대한 전원공급이 차단됩니다. 물론 비 오디오 신호용 전원에서 발생하는 전기 노이즈를 없애기 위해서죠. W20SE 저장 음원 중에서 야신타의 'Light My Fire'(Best of Jacintha. DSD256)를 골라 AB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익스트림리 플레이 모드 : 플루트가 위에, 기타가 오른쪽 아래에 자리 잡은 모습이 잘 관찰됩니다. 특히 플루트의 경우 연주자의 호흡이 관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되네요. 보컬과 퍼커션의 분리도도 마음에 들고, 전체적으로 생생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음이 삼지사방에서 뛰쳐나옵니다. 사운드스테이지가 넓은 점도 눈길을 끄네요.
일반 모드 : 플루트 소리가 그냥 리코더 소리처럼 들리는 것 같습니다. 베이스와 기타 음은 서로 뭉치고, 보컬에서의 리듬감은 좀 전보다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야신타의 목소리는 그냥 중년이네요. 전체적인 음의 밀도감이 낮아진 점도 안타깝습니다.
익스트림리 플레이 모드 : 플루트가 다시 제 목소리를 되찾았습니다. 퍼커션의 통울림과 탄력감이 잘 느껴지고, 베이스와 기타 음은 완벽히 분리됐으며, 야신타의 목소리는 리퀴드하고 산뜻해졌습니다.
공유기를 타고 들어오는 노이즈를 제거하라 :
Dual LAN Isolated
잘 아시는 대로 공유기에서는 랜선을 통해 패킷 단위로 음원 정보를 전송해줍니다. 이 과정에서 노이즈가 유입되면 스트리밍 음원이나 NAS 저장 음원의 매끄러운 전송은 힘들게 됩니다. 오렌더에서도 이를 염려한 듯, W20SE의 이더넷 포트를 이중 차폐시켰습니다. 랜의 노이즈를 2단계 방어막으로 필터링한 것이지요. 실제로 네메 예르비가 로열 스코티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죽음의 무도'(Saint-Saens)를 들어보면, 조용한 배경 덕분에 선명하고 말쑥한 음들이 난무하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유기에서 발생한 노이즈가 차폐된 덕분이겠지요. 하여간 W20SE가 재생한 음에서는 건조하거나 푸석한 느낌이 거의 없었고, 음들이 매끄럽게 연이어 흘러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SMPS의 스위칭 노이즈를 차단하라 :
비 오디오 신호용 Linear Power Supply
W20에서는 CPU나 디스플레이 등 비 오디오 신호 관련 파트에 SMPS 전원을 썼지만, W20SE에서는 리니어 전원부를 투입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배터리 전원을 공급받는 오디오 신호 재생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까요. 다이애나 팬튼의 'Fly Me To The Moon'(If The Moon Turns Green)을 들어보면 확실히 마이크로 디테일이 잘 살아난 음이 펼쳐집니다. 음상은 또렷하고 결에서는 어느 정도 온기가 느껴지네요.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Sultan Of Swing'(Dire Straits)에서는 마치 조리개를 제대로 조인 DSLR처럼 선명하고 입체적인 연주가 눈앞에서 펼쳐집니다. LP를 듣는 것처럼 편안하고 쾌적한 느낌을 준 것도 이 같은 스위칭 노이즈를 없애버린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익스트림리 플레이 모드로 음악을 듣는 점도 크게 한몫을 했겠지만 말입니다.
W20 vs W20SE (2) : 달라진 점 12가지
시청회 2부에서는 W20과 W20SE를 본격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W20SE는 말 그대로 W20의 스페셜 에디션(Special Edition)입니다. 전면의 듀얼 3.7인치 AMOLED 디스플레이 등 외관은 비슷하지만 총 12군데를 손봤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면 상판에 ‘SPECIAL EDITION’이라는 문구가 새로 새겨졌고, 후면의 USB-A 타입 출력 단자 방향이 가로에서 세로로 바뀌었습니다. W20SE가 되면서 크게 달라진 점을 몇 가지 따져봤습니다.
1. 음원 저장용량은 줄이고, SSD 캐싱 용량은 늘리고 : W20에서는 6TB 용량의 3.5인치 HDD가 2개 들어가 12TB를 저장할 수 있었는데, W20SE에서는 4TB 용량의 2.5인치 SSD로 줄었습니다. 이에 비해 캐싱 SSD 용량은 W20의 240GB에서 1TB로 4배 이상 늘었습니다.
2. 배터리 팩 + 리니어 전원부 : CPU 등 비 오디오 회로용 전원공급 장치가 W20에서는 SMPS였는데 W20SE에서는 리니어 전원부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리 순도 높은 배터리 전원을 이용해 오디오 신호를 뒷단인 DAC에 보내준다고 해도, SMPS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노이즈가 오디오 신호를 오염시킨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3. PCM 음원을 최대 384kHz까지 업샘플링 : 싱글 AES/EBU 출력 시에는 192kHz까지, 듀얼 AES/EBU 출력 시에는 384kHz까지 업샘플링할 수 있는데, W20에서는 이 기능이 아예 없었습니다.
4. 네이티브로 최대 DSD512 재생 : USB 출력 시 DoP나 PCM 변환이 아닌 네이티브(Native)로 DSD128, DSD256, DSD512 음원을 재생(출력) 할 수 있는 점도 큰 변화입니다. 이에 비해 W20에서는 DoP 방식으로 DSD64, DSD128 음원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 DSD64에 그쳤던 듀얼 SPDIF 출력 스펙이 최대 DSD128로 늘어난 점, DSD64만 가능했던 PCM 변환 스펙이 최대 DSD512로 늘어난 점도 큰 변화입니다.
5. 플러그인 모듈 타입으로 바뀐 USB2.0 출력 단자 : 붙박이였던 W20과 달리 W20SE에서는 USB 출력 단자를 교체가 쉽게끔 플러그인 모듈 타입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밖에 위에서 언급했던 랜 포트가 이중 차폐된 점과 익스트림리 플레이 모드(Extremely Play Mode)라는 음악 재생 전용 모드를 마련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메인 OCXO도 업그레이드됐다고 합니다.
그러면 W20SE와 W20은 같은 음원을 얼마나 달리 들려줬을까요. 우선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Random Access Memories)를 W20SE 익스트림리 플레이 모드로 들어보면, 해상도와 다이내믹스가 높은 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집니다. 음이 참으로 깨끗하고 맑네요. 특히 기타 피킹의 디테일과 비트감이 대단합니다. 이어 W20으로 바꿔 들어보면, 단번에 둔하고 경직된 음으로 바뀝니다. 역시 사람 귀는 참 간사한 것 같습니다. 이 밖에 음의 윤곽선이 혼탁해지고 뭉개진 것처럼 들리는 점도 안타깝네요. 다시 W20SE로 들어보면, 확실히 선명하고 깨끗하며 예리한 음이 펼쳐집니다. 여기에 다이내믹스가 상승하고 음의 입자감이 고와지는 모습이 마치 파워케이블을 보다 좋은 것으로 바꾼 듯합니다.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비트감이 넘치는 재생음으로 변모했습니다.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 실황 앨범(1975년) 중 4번 트랙 'Koln, January 24, 1975 Part.II C'도 분명한 음질적 차이를 드러내줬습니다. W20SE에서 배음이 풍부한 그랜드 피아노가 연주했다면, W20에서는 미니어처로 변한 피아노가 통울림이 많이 빠진 소리를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색채감까지 줄어들어 다소 밋밋한 음이 돼 버렸습니다. 다시 W20SE로 들어보면, 마치 마이크를 최적의 위치에 놓은 듯 뉘앙스가 생생한 음이 나왔습니다. 강약과 디테일도 잘 살아나네요.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Come Away With Me)를 비교해서 들어봐도 W20SE가 베이스 음이 좀 더 부각되는 가운데 보다 편안하고 풍성한 음색이 구현되는 모습이 확연했습니다.
시청회를 마무리하며
이번 시청회에서는 디지털 음원으로 들을 수 있는 거의 최상의 소리가 펼쳐졌습니다. 물론 그 주인공은 시스템의 맨 앞단에 있었던 W20SE이지만, R2R DAC의 지존이라 할 MSB에서 나온 Premier DAC과 네임의 플래그십 앰프 Statement, 포칼의 플래그십 스피커 Grande Utopia EM EVO도 제 몫을 단단히 했습니다. 이들이 들려준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어본 결과, 6년 동안 네트워크 뮤직서버로서 적수가 없었던 W20이 마침내 강적을 만난 듯합니다. 바로 W20SE이지요. 오렌더에서는 이제 DAC을 포함하지 않은 캐싱 SSD 네트워크 뮤직서버로는 W20SE, DAC을 포함한 CD 리핑/캐싱 SSD 네트워크 뮤직서버로는 A30으로 플래그십 진용을 짠 것 같습니다. 시청회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